-
-
단테 『신곡』 강의 ㅣ 교유서가 어제의책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7월
평점 :
'Non uomo, uomo già fui, 사람은 아니나, 사람인 적 있으며 (지·1·67) (p. 164)'
단테 <신곡>의 명문장, 이탈리아의 국민 문장으로 이탈리아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널리 알려진 문장이라고 한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은 지옥 33편, 연옥 33편, 천국 33편 그리고 서곡 1편을 포함 100편으로 체계적인 형식미를 갖춘 서사시이다. 단테가 제일 존경하는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단테가 아홉 살에 만난 첫사랑 베아트리체의 인도에 따라, 희망을 버려야만 들어서는 9개의 지옥, 그리 무겁지 않은 죄를 지은 죄인들이 자신의 죄를 끊임없이 속죄하는 연옥, 찬란한 빛이 가득한 천국, 이 세 곳을 여행한다.
예술, 문학, 역사, 전설, 종교, 철학, 정치학, 천문학, 자연과학 등 인간의 삶과 지식에 관계된 모든 분야에 아우르는 서구 기독교 문명을 집대성한 중세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내가 알고 있는 단테의 <신곡>이다.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고 대부분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아~ 또 하나의 명언, 지옥으로 들어가는 곳에 쓰인 '너희 여기에 들어오는 자는, 모든 희망을 그곳에 남겨 두어라. (p. 190)'
김영하 작가의 고전에 대한 정의, '처음 읽으면서도 '다시' 읽는다고 '변명'을 하게 되는 책이지만, 처음 읽는데도 어쩐지 '다시'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내게 <신곡>은 이 정의에 딱 들어맞는 고전이다.
<신곡>을 읽으며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유가 뭘까? 많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신곡>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그리스로마 고전문화를 접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의 기본 지식이 부족했다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에 대한 공부다.
'<신곡>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아주는 이 책은 이상하게도 처음부터 <신곡> 속으로 곧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서양문화의 두 원류라 할 수 있는 그리스 로마 고전문화와 그리스도교에 대한 개략적 고찰에서 시작한다. (p. 612)'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이 책은 1997년 3월 29일부터 1998년 7월 25일까지 약 1년 6개월에 걸쳐, 원칙적으로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행한 나의 단테 <신곡> 강의(총 15회)와 강의 후의 질의응답을 기록한 것이다. (p. 5)'
저자 이마미치 도모노부는 위대한 고전 <신곡>을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 50년간이나 탐미했다고 한다. 책 전반에 저자의 깊이가 느껴지며, 막힘이 없고 흥미롭다. 의미와 맥락을 짚어가며 강의했으며, 다음 강의로 넘어갈 때 앞선 강의를 복습 후 강의를 이어가고, 각 강의 끝에 질의응답은 강의 내용 중 부족했거나 집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다루어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한마디로 뿌리를 더듬은 다음 가지를 지나 마침내 천국이라는 꽃망울을 터뜨리는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하되 그것들의 전체적인 연관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P. 613)'
지옥, 연옥, 천국에 대한 남다른 상상력, 감각적인 묘사, 시적 운율 그리고 영화, 그림, 음악, 문학 등에 수없이 인용된 신의 노래, 단테의 <신곡>을 제대로 읽어내어 그 맛을 한껏 느끼고 싶은 욕심에 꼭 읽고 싶었던 책, <단테 『신곡』 강의>.
몇 번은 더 읽어야겠지만, 베르길리우스와 베아트리체가 지옥, 연옥, 천국으로 단테를 인도했듯, 우리를 단테의 <신곡>으로 이끌어주는 최고의 가이드북, <단테 『신곡』 강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