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세계사 질문사전 1 - 문명의 발생부터 근세 사회까지 101가지 질문사전
김영옥 외 지음, 서은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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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은 특정 시간과 공간에 나타난 사람들의 흔적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p. 18)'

과거가 현재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미래에는 또 어떻게 작용할지를 역사를 배움으로써 알게 된다. 일찍이 E. H. 카가 말했듯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며, 역사는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살피는 수단이다.

우리 역사가 우리 민족의 시간과 공간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살피는 일이라면, 세계사는 좀 더 우리의 시야를 넓혀 큰 세상을 읽고 인류의 미래를 살피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한다.


<101가지 세계사 질문사전 1>는 (아마 질문사전 '1' 인걸 보면 시리즈인듯한데) 문명의 발생부터 근세까지 '문명의 발생과 고대 세계', '종교 확산과 지역 문화', '지역 세계 교류 변화' 세 개의 Part로 구분해 101가지 질문으로 세계사를 알려준다.

표제의 '역사 선생님도 궁금한'에서도 알 수 있듯이 101가지가 역사 선생님뿐만 아니라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질문이다. 열한 명의 교사 참여해 집필한 책으로 질문에 대한 해설이 재미있고 쉬우며, 곳곳에 등장하는 사진, 지도 등의 그림 자료는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사실 세계사를 어려워하고 토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전 지식이 없어서이다. 알아야 질문도 하고 흥미로울 텐데 알지 못하니 세계사 지옥에 빠진다. 이 책을 읽는다면 세계사와 친해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세계사로 다가가는 수단으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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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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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강은 단편집 <길모퉁이 카페>에 이별과 상실을 동반하고야 마는 사랑 이야기 열아홉 편을 모았다. 사강은 여러 사랑 이야기를 한다. 인간에게 늘 따라다니는 고독과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자유로운 감성으로 섬세하게 심리를 묘사하며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비단 같은 눈
'제롬은 산양을 죽이지 않기로 했다. 왜, 언제,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 사실 제롬은 이유를 알려고 들지 않았다. (p. 31, 32)'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잡은 친구, 그 남자를 죽이지 않기로 한다. 사실 많은 이유가 있다. 알고 싶지 않을 뿐이다. 이것도 아내를 사랑하는 한 종류의 사랑이다.

지골로
'계단을 오르던 여자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늙어버렸다. 나이는 오십이 넘었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p. 51)'
젊음은 늙음도 사랑할 수 있지만, 늙음은 젊음을 사랑할 수 없다. 아니 피할 수밖에... 이것도 사랑이다. 홀로 삭여야 하는 사랑.

누워있는 남자
'그는 씁쓸했다. 스무 살에 혐오해 마지않던 진부함들을 계속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게 피곤했다. 죽음은 죽음을 닮았다. 사랑이 사랑을 닮은 것처럼. (p. 59)'
아내는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 불치병에 걸린 남편은 죽음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이별해야 한다. 죽음이 사랑을 갈라놓기도 한다. 엇갈린 사랑을 인정하며 눈 감아야 한다. 사랑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의 사랑이었기 때문에... 이것도 사랑이다. 치명적으로 아픈 사랑.

사랑의 나무
'그러나 스티븐은 어쩌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삶이 그에게 회복할 수 없는 따귀를 갈긴 것 같았다. (p. 98)'
아픈 이별도 없었고 로맨스도 낭만도 없었던 오래전의 사랑이 어느 날 깊은 사랑으로 찾아온다. 뒤늦게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사랑. 그런 사랑.

어느 저녁
'불행해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행복해 지려고 노력하는 것만 큼이나 쓸데없는 짓이다. (p. 101)'
사랑하는 남자를 못 잊겠기에 불행해지기 싫어서, 다른 남자에게라도 위로를 받으면 행복해지리라 여기지만 다 쓸데없는 짓이다. 사랑은 쓸데없는 짓이다. 결말이 사랑이 아니므로... 쓸모없는 사랑.

디바
'"그 사람은 고음의 C조야 베르디 오페라 중 가장 높은 음이지 알겠어?" (p. 113)'
디바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랑,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세 번 밖에 만나지 못한, 오늘도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랑은 C조! '"대신 30초 동안 그 음을 유지해야 해." (p. 114)' 디바의 사랑.

왼쪽 속눈썹
'그런데 지금이 기차에서 말을 듣지 않는 손잡이 때문에 가장 기괴한 상태로 갇힌 그녀는 그녀를 구해줄 수 있는 남자만을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그 남자에게 - 그녀는 그 남자 덕분에 기차에 올라 그를 향해 가고 있었다 - 그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그에게도 그녀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선언하러 가는 중이었다. (p. 167)'
이별을 통보하러 가는 여인. 이별을 생각할수록 마음은 그 남자를 향한다. 두 마음이 도사리고 있는 사랑.

길모퉁이 카페
'아직은 건강한 상태였던 마르크는 마치 우연인 듯 망트 라 졸리에 이르기 전에 플라타너스에 돌진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힘과 자기 자신에 대한 호의를 베풀었다. (p. 204)'
예정된 죽음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 않아도 된다. 그건 나약하지 않아도, 변명하지 않아도 돼서 좋은데,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자신의 초췌한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다. 자신을 사랑해서 자살로 자신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기도 하는 그런 사랑도 있다. 비참한듯한 사랑.

이탈리아의 하늘
'그는 더 이상 아무에게도 이탈리아의 하늘, 루이지아의 입맞춤, 낯선 집에서 약한 몸으로 누워 지냈던 달콤한 시간에 대해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전쟁은 벌써 10년 전에 끝났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젊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p. 226)'
지금도 여전히 꺼내보는 그런 사랑은 잊지 못한다. 항상 마음 한편을 지키는 그리운 사랑.


이별, 상실, 죽음, 늙음, 슬픔, 고독, 외로움, 아픔, 그리움, 질투, 갈등... 사랑의 주변을 맴도는 감정들이다. 그리고 사강이 전해주는 사랑의 색깔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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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구동 편 - 종족, 계급, 전투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티머시 힉슨 지음, 방진이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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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면서 '해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늘 조심했다. 글쓰기에 절대 법칙이란 없기 때문이다. (...)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열 가지 이상 존재하며, 그 열 가지 예외에서 천재적인 글이 탄생할 수도 있다. (...) 이 책이 글을 쓰기 전에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더 많은 질문과 핵심들을 제공하는 귀중한 자료가 되길 바랄 뿐이다. (p. 7)'

글쓰기가 그 작가만이 상상 가능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창작세계이니 어떤 원칙을 테두리로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세계관이 너무 허무맹랑하여 독자가 '이건 뭐지?'를 떠올린다면 곤란하다.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구동 편>은 종족, 계급, 전투에 관해, 독자를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생각해야지'라고 여길 만한 것들을 담았다.


1부 시련과 성장에서는 싸움 장면의 비트 길이, 글 패턴의 속도감, 정신적 스승의 인물 설정, 등장인물이 변할 때 최소한 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를, 2부는 캐릭터가 지닌 마법 능력을 키워가기, 플래시백 쓰기, 1인칭 시점의 글쓰기를 캐릭터와 관점에 초점에 맞춰 설명한다.

3부는 종족과 역사 설정, 군주와 권력, 이야기 속에 지명 짓는 법을, 4부는 계급제도의 특징과 유지, 몰락, 그리고 마을의 배치를 다룬다.

마지막에는 툴킨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관을 비교하며 하드 세계관과 소프트 세계관 구축 방법을 알기 쉽게 풀어놓는다.


'1인칭 글쓰기'에서 <트와일라잇>의 한 부분을 인용해 필터 단어 '상상하다' '보다' '느끼다' '만지다'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은 단박에 이해될 뿐만 아니라, 이 책이 당장 써먹는 실용서임을 증명한다.

'"나는 내 옆에 있던 에밋의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왜 그 말에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했다. 이 셋에게는 뭔가 다른 의미가 있는 걸까..."
자, 이제 이것을 필터 단어를 빼고 다시 써 보자.
"내 옆에 있던 에밋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 단어에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게 이상했다. 이 셋에게는 뭔가 다른 의미가 있는 걸까… "
필터 단어를 빼면 벨라와의 공감대가 한결 더 생생해지고, 문장이 더 눈에 잘 들어온다. (p. 199, 200)'

'계급과 구조'에서 작품에 적용 가능한 '계급구조 강화하는 8가지 전략'을 제시하는데 여기서 저자의 역사에 대한 통찰도 폭이 넓음을 알 수 있다.

책 전반에 걸쳐 질문을 던져줌으로써 끊임없이 생각거리를 주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층 더 심화된 세계관 구축을 유도하는 세 가지 질문을 낳기도 한다. 애초에 왜 사람들은 더 큰 집단을 이루며 살기 시작했는가? 그들은 어떤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수 확하거나 채집하려고 했는가? 어떤 종교적 · 철학적 믿음이 계급 구조에 영향을 미쳤는가? (p. 363)'


'생성 편'과 마찬가지로 아이작 아시모프, 프랭크 하버트, 마거릿 애트우드, 테드 창, 미야자키 하야오, 조지 R. R. 마틴와 같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인용하며 분석하여 세계관 구축법을 세세히 알려준다. 각 장마다 본문을 요약한 '바쁜 작가를 위한 n줄 요약'도 내용 파악에 매우 유용하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작품에 활용할 만한 것들이 많아 작법서로서, 세계관 구축을 위해 곁에 두고 읽어야 할 훌륭한 필독서다.

'세계관 구축의 목적은 독자에게 세계를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다. 세부사항도 중요하지만 독자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도 그만큼, 또는 그보다 더 중요하며, 그런 몰입을 돕는 분위기와 어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다. (p.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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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 - 경험을 설계하고 트렌드를 만드는 공간의 힘
정희선 지음 / 미래의창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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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최근에 겪고 있는 팬데믹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달라진 풍경을 우리 앞에 펼쳐놓았다. 그중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하나는 공간이다. 팬데믹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 공간. 정희선의 <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관한 이야기다.

'인류가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팬데믹 시대, 공간은 가장 주목해야 할 요소 중 하나다. 오늘날, 무엇보다 빠른 속도로 공간에 대한 정의가 바뀌고, 공간의 경계가 해체되며,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p. 5)'


공간의 변화는 일하는 공간에서 시작됐다. 재택근무와 오피스 근무를 믹스한 하이브리드형 근무 방식을 채택하는 기업이 늘고, 미술관이나 열차가 업무공간으로 변신하는 등 업무 공간을 둘러싼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탄생할 조짐이 보인다.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많은 활동이 집에서 이뤄지게 됐다. 집은 주거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집안에 업무공간과 취미공간을 마련하려는 수요를 겨냥한, 집에 대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즈니스도 나타난다. 미래에는 집 밖에서 하던 활동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집은 쉬는 공간 그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인식된다.

온라인 쇼핑의 확산은 오프라인 공간의 위기로 이어져 상업공간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 필요해졌다. 공유 오피스, 물류센터로 사용되고, 업무 공간의 분산에 따라 리테일 매장도 분산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이동', '분산', '무인',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조합된 이동형 매장이 미래의 리테일의 대안이 될 것이다.

미래의 업무, 주거, 상업 공간의 모습은?
미래의 공간은 주거, 업무, 여가가 혼재된 유연성이 필수다. 물리적 접촉에 의한 바이러스와 같은 불안이 없는, 편안한 쉼이 있는 안심이 보장된 공간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를 것이다. 기업이 원하는 공간은 단순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 분석한 데이터를 얻는 스마트 공간이다.


저자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분산'을 꼽는다.
'일하는 공간이 분산되면서 주거지가 분산되고, 이에 따라 상업 시설 또한 작아지고 분산되고 있다. 그리고 분산된 개인 한 명 한 명을 중심으로 작은 경제권이 만들어진다. 결국은 공간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많은 활동이 수렴하는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다. (p. 311)'

공간의 역할이 바뀌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소비하는 장소가 달라지면서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고 변화를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사이트를 얻어 미래를 상상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의 전환이 변화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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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Me Tell You Something : 인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더라도
황영 지음 / 마음연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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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소설 같은 에세이다.

Plagiarism
표절에 관한 준수 사항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남의 인생을 표절해 살 수 없습니다. 표절은 불가능하고, 또 장려하지 않습니다. 인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p. 9)'

학원 영어강사인 저자 황영이 영어 시험문제로 출제된 지문을 가져와 철학적 사유를 한다.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저자의 인생 또는 별반 다르지 않은 우리들의 인생, 그렇다고 저자의 말처럼 표절할 수도 없는 인생의 답을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쇼펜하우어, 니체가 탐구했던 철학적 질문들에서 찾아본다. 인생, 철학과 같은 딱딱해지기 십상인 주제가 저자 특유의 유머로 말랑말랑한 이야기로 탈바꿈됐다.


제대 후 복학해서 제일 먼저 이재옥 토플 등 네 권을 사서 얇게 나누었다.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영어시험에 대비할 목적으로 지하철로 통학하며 토플 책 네 권을 달달 외었다. 그 덕분에 입사 시험에 출제된 문제들은 모두 익숙한 지문과 문제들이었고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에 성공했다. 고등학생 시절에도 예비고사를 대비해 영어 교과서와 참고서의 지문들을 달달 외웠었다. 외었던 그 수많은 지문에 철학이 담겨있으리라고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내용을 쉽게 설명해 주기 위해 원문을 검색했다. 관련된 자료를 찾아 정리하여 학생들에게 배부했다.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비슷한 내용의 지문과 문제를 풀 때, 더 쉽게 정답을 맞혔다. 철학도 알고, 일석이조인 셈이다. (p. 12)'

조금은 더디더라도 학창 시절에 저자와 같은 선생님을 만났어야 했다. 그래야 엄혹하고 획일화됐던 군사독재 시절, 조금이라도 생각이란 걸 할 수 있었지도 모른다. 당연히 철학적 질문들을 만났을 테고, 질문에 답을 구하려 했을 테고, 그다음엔 인생을 생각했을 테고, 이른 나이에 멀리 보며 앞으로 펼쳐질 나의 인생을 준비하고, (어차피 수정하겠지만 그렇더라도) 계획을 세웠을 테고...

적어도 젊은 시절의 귀한 시간을 취업을 위해 지문을 달달 외우는 일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대기업에 취업해서 먹고살지는 않았느냐고 스스로 위로해 볼 수도 있지만, 먹고살았다는 것에 만족하기엔 하나뿐인 인생이 너무 가벼워진다.

'그런 면에서 철학은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더라도, 생존을 넘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행복이라는 범주에서 철학이 담당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철학을 하지 않아도 건물주가 될 수 있다. 다만 철학 없이는 행복한 건물주는 될 수가 없다. (p. 26)'


내 인생의 주체가 나라면 행복하다. 비교하는 순간 불행해진다. 행복을 단념해야 할 것은 단념해야 한다. 포기하지 못하고 집착하는 건 욕심이기 때문이다.

'여우는 포도를 먹을 수 없게 되자, 포도를 신포도로 규정하고 먹고 싶은 욕망을 가렸다. (...) 여우처럼 내가 이룰 수 없는 욕망을 과감하게 단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진짜 어른이 된다. (p. 179)'

단, 욕망을 거둘 때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스스로를 설득해야 할 무언가를 찾지 못한다면 초라해진다.


고통, 모순뿐인 인생,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는 인생을 저자는 니체의 '위버멘쉬'로 인생의 방향을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틀어놓은 듯하다.

자기 극복은 사랑으로 시작해 철학으로 나아갔다. 인간의 생활 양식은 변했지만, 사고하는 방법과 반성하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해 보인다. 고전 속에서 나는 나를 재평가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를 통해 세상과 나를 보는 관점이 성장했다. 누구는 시간 낭비라고 하지만, 책 속에서 발견한 지혜는 나를 사랑하게 하고, 주변에 덜 흔들리며, 삶을 사랑하고, 고통을 끌어안아 이면의 행복을 보게 했다. (p. 182)'


저자 자신의 인생을 철학과 잘 버무려 쓴, 글솜씨 뛰어난 에세이였다. 고통과 모순, 후회뿐인 인생을 무엇으로 극복하려 또는 극복하며 사는가? 돈? 명예? 지식? 그러기엔 인생이 너무 저렴하지 않은가. 황영의 에세이를 계기로 철학적 사유에서 그 답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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