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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구동 편 - 종족, 계급, 전투 ㅣ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티머시 힉슨 지음, 방진이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평점 :
'이 책을 쓰면서 '해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늘 조심했다. 글쓰기에 절대 법칙이란 없기 때문이다. (...)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열 가지 이상 존재하며, 그 열 가지 예외에서 천재적인 글이 탄생할 수도 있다. (...) 이 책이 글을 쓰기 전에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더 많은 질문과 핵심들을 제공하는 귀중한 자료가 되길 바랄 뿐이다. (p. 7)'
글쓰기가 그 작가만이 상상 가능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창작세계이니 어떤 원칙을 테두리로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세계관이 너무 허무맹랑하여 독자가 '이건 뭐지?'를 떠올린다면 곤란하다.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구동 편>은 종족, 계급, 전투에 관해, 독자를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생각해야지'라고 여길 만한 것들을 담았다.
1부 시련과 성장에서는 싸움 장면의 비트 길이, 글 패턴의 속도감, 정신적 스승의 인물 설정, 등장인물이 변할 때 최소한 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를, 2부는 캐릭터가 지닌 마법 능력을 키워가기, 플래시백 쓰기, 1인칭 시점의 글쓰기를 캐릭터와 관점에 초점에 맞춰 설명한다.
3부는 종족과 역사 설정, 군주와 권력, 이야기 속에 지명 짓는 법을, 4부는 계급제도의 특징과 유지, 몰락, 그리고 마을의 배치를 다룬다.
마지막에는 툴킨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관을 비교하며 하드 세계관과 소프트 세계관 구축 방법을 알기 쉽게 풀어놓는다.
'1인칭 글쓰기'에서 <트와일라잇>의 한 부분을 인용해 필터 단어 '상상하다' '보다' '느끼다' '만지다'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은 단박에 이해될 뿐만 아니라, 이 책이 당장 써먹는 실용서임을 증명한다.
'"나는 내 옆에 있던 에밋의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왜 그 말에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했다. 이 셋에게는 뭔가 다른 의미가 있는 걸까..."
자, 이제 이것을 필터 단어를 빼고 다시 써 보자.
"내 옆에 있던 에밋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 단어에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게 이상했다. 이 셋에게는 뭔가 다른 의미가 있는 걸까… "
필터 단어를 빼면 벨라와의 공감대가 한결 더 생생해지고, 문장이 더 눈에 잘 들어온다. (p. 199, 200)'
'계급과 구조'에서 작품에 적용 가능한 '계급구조 강화하는 8가지 전략'을 제시하는데 여기서 저자의 역사에 대한 통찰도 폭이 넓음을 알 수 있다.
책 전반에 걸쳐 질문을 던져줌으로써 끊임없이 생각거리를 주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층 더 심화된 세계관 구축을 유도하는 세 가지 질문을 낳기도 한다. 애초에 왜 사람들은 더 큰 집단을 이루며 살기 시작했는가? 그들은 어떤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수 확하거나 채집하려고 했는가? 어떤 종교적 · 철학적 믿음이 계급 구조에 영향을 미쳤는가? (p. 363)'
'생성 편'과 마찬가지로 아이작 아시모프, 프랭크 하버트, 마거릿 애트우드, 테드 창, 미야자키 하야오, 조지 R. R. 마틴와 같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인용하며 분석하여 세계관 구축법을 세세히 알려준다. 각 장마다 본문을 요약한 '바쁜 작가를 위한 n줄 요약'도 내용 파악에 매우 유용하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작품에 활용할 만한 것들이 많아 작법서로서, 세계관 구축을 위해 곁에 두고 읽어야 할 훌륭한 필독서다.
'세계관 구축의 목적은 독자에게 세계를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다. 세부사항도 중요하지만 독자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도 그만큼, 또는 그보다 더 중요하며, 그런 몰입을 돕는 분위기와 어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다. (p. 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