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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코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김병순 옮김 / 싱긋 / 2021년 10월
평점 :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케이프코드>는 <월든>과 함께 자연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을 알려주는 책이다. <월든>이 호숫가를 배경으로 소로의 간소한 자연의 삶을 표현했다면, <케이프코드>는 바다라는 자연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기록이다.
소로는 세 차례 케이프코드를 찾았다.
'1849년 10월에 처음으로, 이듬해 6월에 두 번째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1855년 7월에 트루로를 찾았다. 첫 번째와 마지막 방문은 한 친구와 동행했고, 두 번째 방문은 홀로였다. 그곳에 머문 기간은 모두 합해서 3주가량이었다. (p. 18)'
두 번은 대서양 쪽으로, 한 번은 케이프코드만灣 쪽으로 여섯 차례 케이프코드를 가로질러 걸었다.
소로는 케이프코드를 이렇게 묘사한다.
'케이프코드는 매사추세츠의 팔에 해당한다. 맨살을 드러낸 구부린 팔뚝 모양을 하고 있다. 어깨에 해당하는 곳이 버저즈만이고, 팔꿈치 또는 척골단에 해당하는 곳이 케이프말레바레, 팔목은 트루로, 주먹은 모래로 뒤덮인 프로빈스타운이다. 매사추세츠는 이렇게 앞으로는 케이프 코드가 경계를 서고, 뒤로는 그린 산맥에 등을 기대고, 다리는 대서양의 바닥을 질끈 밟고 서 있는 모양새다. (p. 20)'
마치 건장한 운동선수 같다며 주먹으로는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강풍을, 무릎으로는 큰 파도를 날려버릴 기세라고... 케이프코드의 지도를 보면 소로의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817년 메사추세트주의 콩코드에서 태어난 소로는 하버드대 졸업 후 잠시 모교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 토지 측량, 가업인 연필 제조 등 육체노동으로 통해 돈을 벌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산책, 독서, 그리고 글을 쓰면서 보냈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투표도 하지 않았으며 세금도 내지 않았다. 술도 마시지 않았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그는 인습적인 것과는 완전히 담을 쌓은 사람이었다. 자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았으며, 옳다고 믿는 것을 지키고 옹호할 줄 아는 용기를 갖고 있었다. 자신의 원칙과 이상에 매우 충실했던 까닭에 실제로 단 한 번도 무관심하거나 경솔한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p. 13)'
<케이프코드>는 글쓰기 교과서라 할만하다.
소로가 케이프코드에 머문 날은 3주에 불과하지만, 바다를 중심으로 한 자연환경 즉, 나무, 지형, 새와 어패류, 파도 등 자연환경에 대한 소로의 기록은 정교하고 치밀하며 세세하여 혀를 내두를 정도다. 바다의 서사시敍事詩다.
첫번째 장 '난파선'에서 조난사고로 처참하게 죽은 사람들이 발견되는 현장을 묘사한 적나라함도 대단하지만, 28쪽과 29쪽에 이어지는 죽음이라는 자연의 법칙에 대한 철학적 사유도 주목할 만하다. 정말 대단하다. 이 책의 곳곳에 자연에 대한 그의 시각과 생각이 등장한다.
소로의 글에서의 배움도 배움이지만, <케이프코드>를 읽는 또 다른 맛은 소로가 탐사하며 자연 풍경과 바다,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에 대해 묘사한 글을 한껏 즐기며 읽는 일이다.
'생기가 사라진 맥없는 눈빛은 마치 좌초해서 모래가 가득 찬 선실 창문 같았다. (p. 23)'를 비롯하여 멋진 표현들이 무궁무진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케이프코드>는 한 번 읽고 옆으로 밀어둘 책이 아니다. 소로의 다양한 글의 맛을 여러 번 되새기고, 한껏 그의 지식을 동원하여 자연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눈을 감고 그곳을 상상하고 음미하며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