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Chaeg 2022.7.8 - No.78, 합본호
(주)책(월간지) 편집부 지음 / (주)책(잡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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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문화, 예술을 담은 잡지 <Chaeg.>을 매달 받아들고 드는 생각은 '아껴서 읽어야지'다. 그 이유는 지은경 편집장을 비롯한 에디터 분들이 한 달 동안 준비한 글은 시간을 들여 음미해야 하는 글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78호는 7월과 8월 합본이니 더 천천히 아껴 읽어야만 한다.


'<Chaeg> 78호는 특별한 여행사가 되어, 한 가지 창의적인 여행상품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 <루이비통 트래블 북>은 멋진 그림 작가들이 세계의 도시들을 각자의 고유하고도 창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집입니다. 아름다운 이 책들과 더불어 타지에서의 삶을 상상으로 살아보는 특별한 여행의 비결로, 저희는 소설을 함께 권합니다. 독보적인 그림과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들을 통해 상상력과 예술성이 충만한 여행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p. 25)'

<Chaeg> 78호 여행상품, <루이비통 트래블 북>의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그림과 떠나는 여행지는 14곳으로 여행 가방에 넣은 소설은...

베트남은 그림 로렌조 마토티, 킴 투이의 <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그림 켈리 비맨, 도스토옙스키의<죄와 벌>, 체코 프라하는 그림 파벨 페퍼스타인, 이영주, 조은정의 <프라하 러브레터>, 이탈리아 로마는 그림 마일즈 하이만, 마담 드 스탈의 <코린나>, 프랑스 파리는 그림 브렉트 에벤스, 엘리자베스 톰슨의 <파리에서 길을 잃다>,

영국 런던은 그림 나츠코 세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모로코는 그림 르셀 드자마, 타히르 샤의<카사블랑카에서의 일년>, 미국 뉴욕은 그림 장-필립 델롬므, 은희경의 <장미의 이름은 장미>, 멕시코는 그림 니콜라 드 크레시, 후안 룰포의 <뻬드로 빠라모>, 미국 하와이는 그림 에사드 리빅,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

호주 멜버른은 그림 가브리엘라 지안델리, 박서련의 <더 셜리 클럽>, 일본 도쿄는 그림 이보이(세 사람으로 구성된 디자이너 그룹), 온다 리쿠의 <에피타프 도쿄>, 북극은 그림 블레이즈 드루먼드, 요른 릴의 <북극 허풍담>, 화성은 그림 프랑수아 슈이텐과 실뱅 테송, 필립 K. 딕의 <화성의 타임슬립>이다.

아직 읽지 않은 소설이라면 처음 방문하는 곳처럼 낯설겠고, 읽어 본 소설이라면 왠지 전에 한 번은 방문한 조금은 익숙한 여행지가 되겠고.


'비행기 표를 예약할 때만 해도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비행기 시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건만, 막상 새벽에 눈을 뜨려니 영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샤워를 시작하니 다시 가슴이 설레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떠나는구나!' (p. 24)'

데자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첫 유럽여행을 할 때 이랬다.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다녀온 후 여행의 맛을 알게 됐고 이제 좀 다녀볼까 마음먹으니 코로나19가 가까스로 마련한 내 설렘을 끄집어내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아직은 부담되는 비행기 삯, 이번 여름 여행은 <Chaeg> 여행사의 <루이비통 트래블 북> 그림을 배경으로 소설 속 상상 세계여행이닷!

'혼자 여행할 때의 가장 큰 즐거움은 낯선 이와 친구가 되는 것이다. (...) 여행의 안 좋은 점은 딱 하나, 끝난다는 것이다. - 그저 잠시 다녀갈 뿐 글, 박상 (p. 36)'

소설 속의 낯선 이를 만나 마음을 나누고, 그 상상 여행이 끝나면 다른 소설을 집어 들고 떠나고... 또 다른 소설을... 이 여행은 안 좋은 점이 없다. 내가 또 다른 소설을 집어 들기만 한다면...

'....
​그것을 보고 무지개라 하지 않고
누가 다녀갔나 하고 생각하는 것

우리는 어찌어찌 무엇이라도 하겠다고 태어난 게 아니라
좋아하는 자리를 골라
그 자리에 잠시 다녀가는 것
....
- 이병률의 시 <여행> (p. 37)'

좋아하는 소설을 골라 소설 속의 그곳을 잠시 다녀가는 여행... <Chaeg.>과 함께하는 독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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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이재형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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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도시 파리!
<꾸뻬 씨의 사랑 여행>등 150권이 넘는 작품을 번역한 파리지앵 이재형과 떠나는 예술의 도시 파리 여행기. 프랑스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온 저자의 파리에 대한 지식, 예술 작품들과 그 작품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글 솜씨에 파리에 빠져들고 만다.

'나는 왜 이렇게 파리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 파리의 무엇이 나를 이렇게 잡아끄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예술의 힘'이다. 나는 예술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고 믿는다. 종교가 점차 힘을 잃어가는 이 시대에 예술은 우리가 절망하여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설 힘을 주고,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을 때 안아주고 감싸준다. (p. 6)'

이야기의 조각들이 흩어진 그 조각들을 따라 이재형과 함께 파리의 지리적 공간을 걷다 보면 어느새 이 여행이 파리의 문화적 공간을 걷는 황홀한 여정이 됨을 알게 된다. 그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찍은 사진은 파리의 생생함을 더해준다.

'파리를 완벽히 마음으로 소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온전히 예술의 흔적을 따라 걷는 것이다. - 하연수, 배우 (p. 381)' 하연수 배우의 말을 계속 빌리자면 '이 책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예술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이자 수많은 예술가들이 거쳐 간 파리가 지닌 예술의 힘에 대한 찬가이다. (p. 381)'


이렇게 할 말이 풍성한 도시가 있을까?

인상주의를 피워낸 파리의 가장 높은 곳 몽마르트르. 인상파 화가들의 미학적 원칙은 '자연"을 그리는 것이었고 몽마르트는 초원, 숲, 풍차 방앗간, 라일락꽃 정원과 같은 자연을 갖추고 이들을 유혹했다.

파리를 걸으며 눈에 들어오는 주변의 것들 모두가 예술작품인 도시 파리다. 아케이드의 건축양식, 기마르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지하철역 입구, 장 뒤뷔페의 <형상들이 있는 탑>을 비롯한 조형 예술품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까지... 파리는 자연과 여성적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아르누보를 유럽 전역으로 퍼트린 작은 예술 개념에 혁명을 일으킨 도시다.

빛이 색채가 되고 빛만이 주인공인 인상파와 후기인상파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오르세 미술관. 이곳에서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밀레, 드가, 카이유보트, 쿠르베, 모네, 마네, 르누아르, 세잔, 고갱, 고흐... 이들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모나리자>와 <밀로의 비너스>, <함무라비 법전> 등 3만 6천 점가량의 역사 속 예술을 만날 수 있는 루브르 미술관. 너무 유명한 나머지 힘든 여행 끝에 루브르에 자리 잡은 <모나리자>의 미스터리, 모든 남자들을 그녀의 매력으로 사로잡아 애타게 했지만 오로지 낭만주의 시인인 르네 드 샤토브리앙 단 한 명 만을 사랑한 <레카미에 부인>의 낭만과 로맨스는 파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는 빛과 대기가 변함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을 화폭에 담은 모네의 <수련> 연작과 컬렉션 중 가장 화려한 '장 발테르-폴 귀욤 컬렉션’을, 로댕 미술관에서는 로댕의 작품과 함께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 그리고 로댕의 오래된 동거녀 로즈 뵈레, 이 세 사람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 〈중년〉을 만날 수 있다.

파리의 예술가들은 묘지에 묻혀서까지 우리들에게 손짓해 그들을 사연을 들려주려 한다.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듯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 예술의 영원함을 일깨워준다.


이 책을 읽으면, 파리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거나 혹은 파리를 여러 번 가보았더라도... 파리의 수많은 사연과 예술품의 속 깊은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고 싶다는 같은 이유가 생길 터이다.

그리고 이 책을 펼쳐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의 이야기를 따라 파리를 다녀오면, 이재형이 느끼고 말했듯 파리를 사랑하게 된 이유와 파리가 나를 잡아끄는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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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인간입니까 - 인지과학으로 읽는 뇌와 마음의 작동 원리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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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날개의 저자 소개를 읽다가 내 눈을 의심했다. 뇌와 마음의 작동 원리를 주제로 한 <이것은 인간입니까>를 신경의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스턴버그가 17세에 쓴 책이란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의식에 관한 불가사의만큼이나 불가사의한 일이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차머스, 라일, 크릭, 에덜먼, 커즈와일, 튜링, 민스키, 설, 잭슨, 다마지오, 데닛 그리고 드레이퍼스까지, 다들 굉장히 똑똑하고 박식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관점에서조차 누구 하나 의견의 합치를 보지 못했다. 심지어 이 모든 주장이 부분적으로나마 틀렸을 가능성도 있다(실은 꽤 높다). 논쟁의 끝은 아직도 멀었다. (p. 233)'

위에 나열된 똑똑하고 박식한 인물들이 의견의 합치를 보지 못하는 논의는 '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이다. 만일 뇌가 의식을 만든다면 이 책의 원제인 'ARE YOU A MACHINE?'라는 질문에 대답이 'YES'인 셈이 된다. 인공지능도 상상력과 창의성을 가질 수 있다. 인간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진다.

인간들에게만 있는 경이로운 능력인 의식, 이 능력은 어떤 기술로도 만들어낼 수 없다고 믿는 인간에게는 충격이다. 물론 현재 인간의 의식에 관한 연구는 걸음마도 떼지 못한 단계에 불과해서 이 논쟁의 종지부를 찍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ARE YOU A MACHINE?' 이에 대해 저자인 스턴버그는 마지막 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다.

'이상의 모든 측면을 고려할 때 '우리는 기계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아니오'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기계적인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지만 기계는 아니다. (p. 233)'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서 오는 감각질이 모여 추론 능력의 근원인 세상에 대한 심적 모형을 형성하는데, 알고리즘은 규칙을 따를 뿐이지 규칙을 만들지는 못한다. 따라서 알고리즘으로는 결합된 감각질의 이 같은 심적 모형을 구현하지 못한다고 스턴버그는 주장한다.

스턴버그 역시 감각질의 존재 여부나 의식의 특성을 설명하는 이론까지는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에 한계를 인정한다.


<이것은 인간입니까>를 통해 스턴버그가 의도한 바는 (브랜다이스 대학교 철학과 교수 안드레아스 토이버도 해제에서 같은 의견을 내놓는데) 이 책에 소개된 박식한 인물들의 주장과 사고실험으로 독자들이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ARE YOU A MACHINE?'이란 질문에 독자 자신만의 견해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 정답을 알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하지만, 자신의 견해를 갖기 위해 질문하고 답을 하는 과정이 '의식'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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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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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과거의 지도에서 지워진 반쯤 잊힌 장소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들은 대체로 옛 모습의 그림자이거나 단순한 폐허로 나타난다. 그림자든 폐허든, 여전히 이 장소들은 사라진 문명과 사회를 상징한다. 이 장소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먼 훗날 이어질 발굴과 부활에 앞서 꼭 필요한 본질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수 세기 넘도록 무엇을 얼마나 많이 놓치고 있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p. 8)'

여행책을 읽을 때 여행지의 모습도 궁금하지만 그보다 궁금한 건 그곳이 지도상에 어디인지가 제일 궁금하다. 지도를 보면 마치 내가 그곳으로 이동한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는 모습과 위치, 이 두 가지를 사진과 지도를 알려주며 사라진, 사라져가는, 사라질 장소들로의 여행 이야기 풀어낸다. 우선 두어 페이지 책장을 넘기면 여행할 37곳의 위치를 한눈에 보도록 표시한 세계지도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첫 번째, 고대 도시에서는 과거 전성기를 맞이했던 11곳의 도시들을 다룬다. 그 도시들의 몰락과 사라진 이유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감췄던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는 지금, 도시들의 신비로운 궁금증은 더욱 증폭된다.

두 번째, 잊힌 땅에서는 자원 개발로 물속으로 사라져 더 이상 갈 수 없거나 사람들이 떠나버려 버려진 11곳의 장소, 우리들의 관심에서 잊힌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세 번째 여행지는 사그라지는 5곳이다. 유럽 열 개의 나라를 관통하는 다뉴브강은 80퍼센트를 잃었고, 사해의 수위는 매년 1미터씩 낮아진다. 캐나다의 슬림스강은 빙하의 후퇴로, 영국의 스킵시는 해안침식으로, 미국의 에버글레이즈는 바닷물의 침입으로 늪지와 다양한 생명체들이 사그라진다.

네 번째는 사라지는 장소 10곳이다. 녹는 빙하, 기온과 해수면 상승, 오염, 삼림파괴, 인간의 훼손 등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유산 그리고 삶이 터전이 사라져간다.


여행작가 크래비스 앨버러와의 여행은 슬픈 여행이었다. 찬란하게 번영했던 도시들이 우리의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진 역사도 슬프고, 앞으로 사라져버릴 장소들이 미래 인류의 기억에서 지워질 것을 생각하니 이 또한 슬프다.

우리를 더더욱 슬프게 하는 건 사라져가는, 사라질 장소들의 원인 제공자가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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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지음, 스튜어트 케스텐바움 엮음,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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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자연에 관한 정의는 "자연은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지 않은 부분이다"입니다. - 레이철 카슨 (p. 25)'

최근 몇 달 사이에 지인과 절친의 권유로 각각 2박 3일 일정으로 계곡 트래킹과 숲 야영을 다녀왔다. 인간의 손길이 덜 미친 자연을 만나는 일이었다. 계곡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다. 걸으며 숲속의 나무와 바위, 흙냄새를 맡고 숨을 몰아쉬며 자연을 호흡하는 일 말이다. 숲속에서 머무는 것만으로 치유가 됐다. 아침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새소리와 숲속에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물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앉아 있는 일 말이다. 이 모두 자연에 기댈 때 자연이 선뜻 우리에게 내어주는 선물이다.

자연 속에서 오감을 활짝 열어 젖히며 받아들이는 순간만큼은 소리와 냄새, 경치는 내 것이 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풍경을 소유하지 못한다. (...) 문서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p. 16)" 소유하려 들 때 자칫 파괴가 된다. 인간은 인간이 가진 힘을 자연에 남용하려 한다.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는 랠프 월드 에머슨이 1836년에 출간한 에세이 <자연 Nature>에서 시작됐다. 그는 강연에서 자연을 이렇게 말했다.

"자연은 하나의 언어이며, 우리가 새롭게 배우는 사실은 모두 하나의 새로운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전 속에서 해체되고 죽는 언어가 아니라 가장 중요하고 보편적인 의미로 통합되는 언어다. 나는 이 언어를 배우고 싶다. 그건 새 문법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언어로 쓰인 위대한 책을 읽기 위해서다." (p. 5)

환경보호 활동가, 시인, 생태학자, 작가, 과학 저술가, 기업가, 조경가, 동물복지 활동가, 농부, 원예가, 건축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스물한 명이 에머슨이 칭하는 자연이라는 언어를 배우고 말한다.

자연의 가르침을, 극한 지대의 브리슬콘나무, 자연의 무심함, 바닷속 산호초, 연못, 철새들의 야간 비행, 생명체들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오크나무, 반反정원, 도깨비토끼꽃의 치유능력 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류의 이기심과 그릇된 생존방식이 자연을 위협한다는 절박한 목소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자연과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호소까지 이들이 말하는 언어는 그들만의 사유, 자연과 묻고 답하는 언어다.


인간이 힘과 기술로 지구 환경을 바꾸는 인류세人類世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의 저자들은 자연이 전하는 목소리를 들으라고 권한다. 자연을 위해, 우리를 위해, 자연과 인류의 조화를 위해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기를...

자연에 기댈 때 자연은 자연의 품을 기꺼이 우리에게 내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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