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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는 식물들 - 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꽃과 풀에 대하여
존 카디너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이 책에서 나는 인류의 삶에 끼어든 잡초에 대해, 그리고 잡초와 인간의 길고 복잡한 관계를 탐구해 보고자 한다. (p. 10)'
인간은 잡초를 인간의 잣대로 규정했다.
랠프 월도 에머슨은 '장점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식물'로, '제자리를 벗어난 식물'로 규정하는 옛말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으로는 우선 잡초를 없애야 하는 이유를 나열하고 그 목록에 부합하는 식물을 잡초라고 정의한다.
존 카디너는 '잡초'라는 말 자체가 잡초의 개념이기 때문에 정의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면서 정의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로 잡초에게서 우리 인간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은 공간을 잠식하고 자원을 독차지한다. 천성적으로 끼어들기 좋아하고 뻔뻔스러우며 경쟁심 많고 밉살스럽다. 어떤 사람들은 나쁜 냄새가 나고 어떤 사람들은 까탈스러우며 어떤 사람들은 못생겼다. 잡초도 비슷하다. (p. 18)'
<미움받은 식물들>에는 여덟 종의 잡초가 소개되는 데, 이들 잡초는 혐오 대상이면서 흠모의 대상이고, 무용지물이면서 필수적인 작물이며, 뿌리째 뽑아 없애야 할 대상이면서 농업에 유용한 유전적 보존 가치가 있는 자원이다. 이렇듯 잡초는 인간에게 양가감정으로 갖게 한다.
첫 번째로 다룬 민들레의 경우, 노란색 꽃의 매력과 하얀 솜털이 달린 씨앗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즐기는 어린아이들에게 사랑스러운 대상이지만, 집 앞 잔디밭의 녹색 질서에 노란색 꽃은 어른들에게 오점일 뿐이다. 사회적 이미지라는 강박에 잔디밭의 민들레는 단정치 못함이며 무례한 모욕이며 이웃들이 싫어하는 대상이니 나에게도 미움의 대상이다.
여덟 번째로 소개되는 강아지풀은 가변적 휴면이 가능한 씨앗을 만들어내 다양한 환경에 대비, 전 세계에 가장 넓게 퍼졌다. 강아지풀 씨앗의 생리적 가소성이 유전자 조합에 적용된다면 이 불편한 잡초는 농업에 희망을 주는 가능성이 된다.
잡초의 개념 또는 대상은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생겨났다. 잡초는 길러야 할 대상이 아닌 없애야 할 대상이다. 특정 작물만 키우는 경작으로 환경 교란이 되듯 잡초도 살아남아 길을 택했고 그 역시 환경 교란으로 이어졌다.
민들레의 생존전략은 납작하게 엎드리기다. 어저귀는 발아, 기름골은 물량공세, 플로리다 베가위드는 변신, 망초는 뒤통수치기, 긴이삭비름은 무엇에든 저항, 단풍잎돼지풀은 누구보다 빠르게, 강아지풀은 빈틈 파고들기가 살아남기 전략이다.
결국 인간은 잡초를 당해내지 못한다. 새로운 잡초 제거 방법과 새로운 작물 생산법이 등장하면, 잡초는 새로운 생존전략을 펼친 것이고 새로운 잡초가 등장할 뿐이다. 자연을 건드리는 자만을 내려놓고 기술에 대한 기대치를 내려놓으라는 교훈을 잡초가 인간에게 건넨다.
오늘날 인간이 잡초라 여기는 것들 모두 아름다운 꽃이었고, 작물이었고, 평범한 야생초였다. 어느 날 인간이 잡초라 정의하여 잡초가 된 식물들이다. 존 카디너는 잡초와 인간 사이의 애증을 새로운 시각으로 극복하기를 바란다. 그럴 때 잡초는 더 이상 인간에게 잡초가 아닌 신비로운 대상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