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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별의 아픔 속에서만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 - 조지 엘리엇'
운행하던 가마쿠라선의 모든 열차가 멈췄다.
'가마쿠라 탈선 사고, 14시 현재 사망자 26명'
'탈선 사고, 세 번째 차량 절벽 아래로 낙하?'
인터넷 포털에 주요 뉴스는 모두 가마쿠라선 상행 열차 탈선 사고였다. 수많은 중상자가 발생한 대형사고였고,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랑하는 가족, 연인을 잃었다.
몇 달 후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았다. 유령은 유키오라는 이름의 여고생. 유키호에게 부탁하면 사고 난 열차를 타서 사랑하는 가족, 연인을 만나게 된다.
'단, 그 열차에 승차하려면 다음 네 가지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하나,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
둘,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셋, 열차가 니시유이가하마역을 통과하기 전에 어딘가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사고를 당해 죽는다.
넷,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만일 열차가 탈선하기 전에 피해자를 하차 시키려고 한다면 원래 현실로 돌아올 것이다. (p. 8)'
'만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면, 당신은 그에게 무슨 말을 전하겠는가. (p. 9)'
약혼자 네모토를 가슴에 묻은 도모코,
아버지를 떠나보낸 아들 사카모토 유이치,
짝사랑하는 누나 다카코를 잃은 다즈유키,
그리고 이 사고의 피의자로 지목된 기관사의 아내 미사코는 네 가지 규칙을 지키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니시유이가하마 역에서 가마쿠라선 상행 열차에 몸을 싣고, 가족, 연인을 만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눈다.
30대 초반에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셨다. 돌아가시기엔 너무 이른 나이인 69세였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으며 처음으로 '어머님을 만난다면?' 상상을 해봤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10분 정도 지나니... 하고 싶은 말이 마구 떠올랐다. 살아계실 때 그리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서 더욱 할 말이 많았다.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 고생 많으셨다는 말, 그땐 왜 그러셨는지... 궁금한 것도 많고, 사랑한다는 말도 해야 하고... 어머님과 있을 때 행복했다는 말도 해야 하고...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p. 9)'
열차에 승차에 사람들은 니시유이가하마역을 통과하기 전에 내리지 않으면 죽는다. 기관사의 아내 미사코는 남편을 홀로 보낼 수 없다는 마음에 니시유이가하마역에서 내리지 않고 열차에 가만히 서 있자... 남편은 기관실 문을 열고 나와 아내에게 내리라고 부탁한다. 정말 미안하지만 살아 있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유령이 대답했다.“나는 분명히 피해자에게 죽음이 임박했다는 걸 알리면 안 된다고 말했어. 그렇지만, 상대방이 자기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말한 적은 없거든. 다들 알고 있어. 머지않아 자신들이 사고로 죽는다는걸." (p. 317, 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