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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사라진 스푼 - 주기율표에 얽힌 과학과 모험, 세계사 이야기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2년 5월
평점 :
'주기율표의 역사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역사라고 말할 수도 있다. (p.32)'
주기율표에 원소들 중 널리 알려진 원소가 있듯, 주기율표에 포함될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고 배열을 완성하는데 참여한 과학자 중에 명성을 떨친 사람도 그렇지 못한 과학자들도 있다. 이 책은 그들과 주기율표에 제자리를 차지한 원소에 얽힌 과학과 모험, 세계사 이야기다.
'기둥처럼 죽 늘어선 18줄의 세로줄이 있고, 가로로는 7층이 있으며, 거기다가 아래쪽에 가로 방향으로 늘어선 2층의 줄이 있다. 이 성은 '벽돌'로 만들어졌지만, 벽돌들의 위치는 서로 바꿀 수가 없다. 각각의 벽돌은 하나의 원소(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된 원소의 수는 118개인데, 앞으로 더 발견될 수도 있다), 즉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를 나타낸다. (p. 18, 19)'
인류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꼽는 주기율표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원소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또 원소의 이름을 어떻게 지었는지, 원소들이 어떻게 섞이고 쪼개져 반응하는지, 그 반응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주기율표의 원소들 속에 세상의 모든 비밀이 있다.
휴대전화에 중요한 부품으로 쓰이는 탄탈럼(73번), 나이오븀(41번) 생산량 중 60%가 콩고에서 생산된다. 이들은 휴대 전화 제조회사에 비싼 값으로 이 원소를 팔아 가난한 주민들에게 큰돈을 주고 전쟁에 필요한 용병으로 끌어들인다. 원소가 전쟁에 관여한다..
주기율표의 독성 원소들 중 가장 가벼운 원소 카드뮴(48번)은 미네랄인 것처럼 행동한다. 쌀이 주식이었던 가미오카 광산 현지 주민들은 미네랄이 결핍된 상태였다. 미네랄이 절실한 세포들은 그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카드뮴을 빨아들여 몸속에 축적했고, 카드뮴은 이타이이타이병으로 주민들은 병들게 했다. 원소가 독살자가 된다.
유로퓸(63번)은 빛을 잘 방출하지 않다가 형광이라는 방식으로 빛을 방출한다. 이를 이용해 잉크를 만들 때 형광염료에 유로퓸을 섞어 유로화 지폐의 위조를 막는데 사용한다. 돈에도 원소가 사용된다.
예전에 1초의 정의는 지구가 자전하는 시간의 8만 6400분의 1 이었다. 하지만 바다의 조수가 지구의 자전 속도를 느리게 해 3년마다 보정하는 수고가 뒤따랐다. 이제는 보정할 필요가 없는 방법을 사용한다. 세슘(55번) 전자가 91억 9263만 1770번 왕복하는 시간이 공식적인 1초의 정의다. 정밀한 도구로도 원소는 쓰인다.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고 이를 증명해 이름을 지어 넣을 때, 어떤 현상의 원인을 밝혀냈을 때의 희열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진 이들이 과학자들이다. 원했던 원치 않았던 인류의 크나큰 발전에 기여했다. 병을 얻기도 했고, 목숨을 잃기도 했다. 과학자들의 집착과 값진 희생이 주기율표를 완성했고, 앞으로도 뛰어난 과학자들이 나타나 새로운 원소를 발견할 것이고 주기율표는 확장될 것이다.
'그리고 범우주적으로 보편적인 것(즉, 외계인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몇 안 되는데, 주기율표도 그중 하나다. 우리의 모든 정열과 집착이 축적된 보물 창고라는 점에서, 주기율표는 매우 인간적인 것이기도 하다. 나는 우리가 그토록 많은 것을 그 안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늘 경이로움을 느낀다. (p. 247)'
<청소년을 위한 사라진 스푼>은 다음 세대를 위해 주기율표의 경이로움을 알리는 가치를 지닌 책이다.
* 사라진 스푼의 비밀
갈륨(31번)은 실온에서는 고체이지만 섭씨 29.8도에서 녹아 액체로 변한다. 뜨거운 차와 함께 갈륨으로 만든 스푼을 손님 앞에 내놓으면 잠시 후 스푼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트릭도 과학에 의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