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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제작팀 지음 / 넥서스BOOKS / 2022년 5월
평점 :
2014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야외 버라이어티, 시골에서 삼시 세끼를 때우는 요리 프로그램 <삼시세끼>. 나영석 PD의 작품으로 이서진이 출연했다. 총 8부작 예정이었지만 인기가 좋아 방송횟수는 늘어났고, 어촌편까지 쭉 이어졌다.
<삼시세끼>가 탄생하기까지 일화가 있다. 외부 강사의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새로운 프로그램인데 시골집에서 삼시세끼를 직접 해먹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이렇게 말고 뭐 달리 이 프로그램을 설명할 방법이 있었을까? 주변의 반응은 '그래서???' 듣도 보도 못한 컨셉이니 당연 황당하게 여겼단다. 게다가 재미있는 요소가 뭘까? 나라도 그렇게 반응했을거다.
"책을 소재로 프로그램을 하겠다고?"
정만식 PD가 기획안을 가져왔을 때 당시 프로그램 기획총괄이었던 김종훈 부장의 회상에 의하면 <삼시세끼> 탄생 비화와 유사하다. 다룰 책으로 <사피엔스>, <총 균 쇠>를 가져왔으니...
책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예능으로 통할지... 상당한 불안감을 갖고 출발한 프로그램이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였고, tvNstory 개국에 맞춰 정만식 PD의 또 하나의 프로그램 <책 읽어주는 나의서재>로 이어졌다. 책 이야기가 좋아 두 프로그램 모두 본방 사수를 기본으로 했다.
'정답이 없는 시대, 자신만의 견해로 가득 찬 '나의 서재'를 만드시길 바랍니다. (p. 7)'
이 책에는 자신의 영역을 대표하는 강인욱, 김경일, 김대식, 김상균, 김상욱, 김태경, 김헌, 박정호, 배정원, 양정무, 유성호, 이명현, 임용한, 조천호, 최재붕 총 15인의 내로라하는 지식인이 자신의 서재에서 한 권의 책을 골라 <책 읽어주는 나의서재>에서 자신의 견해를 방송한 내용이 담겼다.
대부분 시청했지만 이 책에서 맨 처음에 소개한 김경일 교수의 <개소리에 대하여>가 유독 기억난다. 김경일 교수 특유의 말솜씨가 재미를 더했고, 'Bullshit Generator'라는 개소리를 만들어주는 사이트 이야기에 빵 터졌었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장바구니에 책을 담았다.
인친들의 리뷰에서 책이 어렵다는 피드가 자주 눈에 띄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장바구니에서 이 책을 삭제한 계기는 김경일 교수와 학생들의 일화였다. 과제를 내줄 때 얇디얇아 만만한 이 책과 벽돌 책 한 권을 제시하며 한 권을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 읽기 쉬워 보이는 <개소리에 대하여>를 선택하곤 나중에 그 선택을 후회한다고 한다.
<개소리에 대하여>는 읽는 대신 방송을 본 것으로 대체했다. 소개된 사회학자의 서재에서 고른 4권, 인문학자의 서재에서 고른 4권, 과학자의 서재에서 고른 7권의 책 모두는 익숙하지만 혼자 소화하기 버거운 책들이다.
<책 읽어주는 나의서재>는 석학들의 완독에 기대어 읽을 척하며, 15권의 책 모두를 내 책꽂이에 꽂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