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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평 반의 진땀 나는 야구세계 - 샤우팅과 삑사리를 넘나드는 캐스터의 중계방송 분투기 ㅣ 일하는 사람 7
한명재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4월
평점 :
문학수첩의 '일하는 사람' 시리즈 7번째, 다저스에서 67년 동안 캐스터로 중계방송을 한 빈 스컬리를 동경하는 스포츠 캐스터 한명재의 중계방송 분투기다. 개인적으로 오광균 변호사의 <제가 변호사가 되어보니 말입니다>에 이어 시리즈 두 번째인데, 앞으로 출간하게 될 '일하는 사람'들도 기대된다. 돼지 수의사, 식품 MD, 플로리스트, 와인 컨설턴트...
'"공짜로 가장 좋은 좌석에서 경기 보는 것하고요, 근무 시간에 스포츠 중계 봐도 되는 거죠." (p. 53)'
스포츠 캐스터가 돼서 가장 행복한 일은 무엇인지에 대한 한명재 캐스터의 대답이다. 이것 말고는 그리 행복한 게 없지 않을까 싶다. 내가 몸담았던 직장도 주말이나 휴일에 더 바빠서 쉬지 못했고 늦은 시간에 퇴근해 일반 직장인들과는 다른 패턴의 일상이었다.
그게 무슨 대수일까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생활을 안 해본 직장인을 도저히 그 불편함을 알기 힘들다. 주말에도 야구 경기가 있으니 한명재 캐스터도 쉬질 못한다. 월요일을 제외한 주중 경기가 6시 30분에 시작하니 야구장 출근이 3시에서 3시 반 사이, 퇴근은 경기 후 인터뷰까지 마친 10시 이후라고 한다. 야구 캐스터의 생활패턴이다. 친구들도 없어지고, 가족과도 멀어지는...
나에게도 야구 팬심이 있어 야구 중계를 거의 매일 시청하다 보니 목소리만으로도 한명재 캐스터인지를 안다. 그 만의 목소리 색깔이 있다. 한명재 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린 후 이어지는 목소리, 갱상도 사투리 '됐쓰요'의 주인공 허구연 해설 위원이다. 이 둘은 20년 동안 호흡을 맞춰왔다고 한다.
'흔히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고 인생을 야구에 비유하는데, 허도환 선수야말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p. 195)'
인상 깊은 장면은 한명재 캐스터가 소개하는 허도환의 이야기다. 매년 드래프트로 1차 우선 지명, 2차 10라운드까지 지명하면 최대 110명의 선수가 프로구단에 입단한다. 매년 고교, 대학을 졸업하는 선수는 1,200명 정도다. 허도환은 2003년 7라운드 전체 56번으로 지명됐다. 큰 기대를 받은 선수는 아니었다.
프로구단의 요청에 따라 대학 진학, 졸업 후 첫 시즌 팔꿈치 부상, 방출, 월급 30만 원짜리 직장 생활, 팔꿈치 수술, 공익요원 근무, 재활, 사회인 야구 심판, 넥센 육성선수로 입단, 한화로 트레이드, SK로 트레이드(한국시리즈 우승), KT로 트레이드(한국시리즈 우승), 2021년 겨울 LG와 2년 4억 원에 FA 계약.
그의 선수 생활에서 고달프고 힘든 직장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이 밖에도 야구선수들, 야구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 겪고 들은 희로애락과 스포츠 캐스터라는 직업 세계의 비하인드스토리가 가득하다. 모두가 흥미롭게 읽을 책이지만, 야구광이라면 특히 좋아할 만한 책이다. 나를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