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 - 가족, 국가, 민주주의, 여성, 예술 다섯 가지 표상으로 보는 한국영화사
박유희 지음 / 책과함께 / 2019년 10월
평점 :
한국영화사를 연구하고 영상문학을 가르치는 박유희 교수의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는 '한국 영화를 대상으로 가족, 국가, 민주주의, 여성, 예술에 대한 표상을 살피며 우리의 기억에 새겨져 있는 이미지들의 연원과 맥락을 짚어보는' 책이다.
1부 '가족'에서는 가족의 표상을, 어머니, 아버지, 오빠, 누이라는 네 개의 주제로 다루고, 2부 '국가'에서는 일본, 미국, 북한을 중심으로 국가들의 표상을, 3부 '민주주의'에서는 3 · 1운동,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4부 '여성'에서는 첫사랑, 무당, 여간첩, 여성 법조인, 여성 노동자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로 중심으로 여성의 역사를 살펴보고, 5부 '예술에서는 예술가 영화를 중심으로 한국영화에서 예술을 어떻게 인식해왔는지 그리고 예술이란 무엇이었는지를 다룬다
'한국영화에서 가부장제 이념은 '어머니'를 통해 가장 적극적으로 재현되었다. (...) 어머니의 자리가 아내보다 우선한다. 또한 딸은 어머니를 예비하는 존재로서 가족이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에는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하곤 했다. (p. 21)'
한국영화에서 가족에 대한 나의 표상은 아버지는 가부장으로서의 위상이 미비하다. 억척스레 일하며 가계를 꾸려나가는 건 대개 어머니다. 아들은 책상머리에 앉아 누나가 벌어온 돈으로 공부만 하고 가족은 책임지지 않는다. 나중에 성공하더라도 가족은 나 몰라라 자기 처자식만 건사하는 그런 이미지다.
'한국영화에서 나타나는 국가들은 대개 분단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강대국이다. 여기에는 냉전을 주도했던 미국과 소련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이 포함되며 냉전질서에 따라 적대국과 우방으로 구분된다. (p. 128)'
최근에는 영화에서 우리에게 한없이 좋은 이미지인 미국의 이면(裏面)이 드러나고, 한없이 나쁜 이미지의 북한의 이면이 드러나지만 예전엔 미국은 모든 면에서 선(善)이고 북한은 모든 면에서 악(惡) 그 자체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전개는 한국영화에서 대중 정의와 법치주의가 만나는 과정과 맥을 함께 해왔다. (p. 233)'
1970년대 영화가 나에게 주는 이데올로기 이미지는 전쟁, 반공이었다. 그나마 2000년대 들어서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들이 속속 개봉해 민주주의의 이미지가 광주로 새겨졌다.
'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영화의 진화는 여성 재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 339)'
영화에서 내 기억의 시대별 여성의 이미지는 청순가련형에서 억척스럽게 일하는 여성, 팜므파탈, 차별에 저항하는 여성, 전문직의 여성 순(順)으로 변한다.
'수많은 예술가 중에서 왜 이들이 선택된 것일까?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친일이나 해방 이후의 이념 문제와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 둘째, 그들의 굴곡진 생애와 극적인 죽음이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는 점이다. (p. 461)'
영화로 내게 이미지화된 우리 예술인은 외국 예술인에 비해 생각이 나질 않는다. 박유희 작가가 살펴본 바로도 70여 편에 불과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아마데우스 급의 예술인을 조명한 한국영화를 기대한다.
영화가 영상을 제공하는 장르이다 보니 시대를, 인물을, 사회적 이슈를 대중의 기억 속에 이미지화하는 역할에 영화가 제격이다. 더욱이 영화가 출현한 이후 대중에게 표상을 만들고 확산하는 데 영화는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 의미에서 표상을 주제로 한국영화사의 시대별 변화 과정과 우리 기억 속의 심어진 이미지를 쫓아 깔끔한 글 솜씨로 정리한 박유희 교수의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를 읽는 일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책을 쓰면서 까다로웠을 작업의 수고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