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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서울을 걷는 인문학 - 상징 코드로 읽는 서울 인문 기행
조동범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서울의 근현대사와 서울의 위성도시, 그리고 도시에 관해 조범동 시인은 그 특유의 인문적 사유를 이 책에 드러낸다. 단순한 도시가 아닌, 그 공간이 무엇을 상징하며, 그 공간의 기능은 무엇인지, 어떻게 공간이 바뀌고 형성되었는지, 그 공간에서 삶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조범동 시인의 글이 입혀진 해석으로 만나게 된다.
'우리에게 근대는 내부로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된 것이 아니라 비극적 강제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고통과 슬픔의 시작이기도 했다. (p. 15)'
우리 근대화가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이루어진 사실은 비극이다. 서울의 중심가를 근대적으로 개발하여 식민 지배를 당위성을 부여하려 광화문의 대로를 만들었고, 조선의 유통망을 장악하려고 도심에 백화점을 세웠으며, 서울역은 수탈과 침략을 목적으로 한 근대화의 대표적 장소였다.
서울 곳곳의 이면에는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도 많다. 노인, 성소수자, 매춘, 쪽방촌, 기생집 등 다양한 이슈를 가진 종로3가, 한옥 골목의 매력을 지닌 익선동의 젠트리피케이션, 단절된 채 살아가는 돈암동 쪽방촌 사람들의 사연, 지나간 역사로의 기행이 현재에도 가능한 곳 서촌, 인간을 위한 개발로 생태계가 사라져 버린 한강. 잠시 귀 기울이며 많은 이야기가 들리는 경성에서 현재에 이르는 서울이다.
새로움으로의 변화로 많은 걸 잃어버리기도 했다. 쓰레기로 아름다운 섬 난지도를 잃었다. 쇼핑의 풍요로움으로 원래 주인들에게 영등포는 고단한 삶의 거처가 되었고, 대림동에 터전을 마련한 중국동포를 향한 우리의 강요, 한국인이 되라는 폭력적 요구는 그들의 정체성을 잃게 했다. 핫플레이스가 되어버린 을지로, 성수동에서는 그들의 삶을 소비하는 우리 때문에 그들은 일상을 잃었다. 하지만 과거의 시간에만 멈추어 있지 않고 현재도 진행형인 '학림다방'이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건 다행이다.
'우리의 삶이 아날로그 세계에서 디지털 세계로 바뀐 시점 역시 1990년대이다. (p. 142)'
대중소비와 대중문화의 시대가 서울에 도래했다. 홍대앞은 더 이상 지역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대와 문화의 아이콘이다. 물질적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압구정의 탄생, 예나 지금이나 젊음이 만나는 장소로 선택하는 신촌, 타자를 배제하고 차별화된 자신을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강남, 비이성적 현실의 경험을 제공하는 잠실 롯데월드, 정형화된 형태로 계량화되어 비교우위가 가능한 아파트로 꽉 찬 도시, 바로 서울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관계는 과거 서울과 위성도시에 나타난 관계의 확장판이다. 위성도시에 서울의 공장이나 혐오시설을 설치한 것처럼, 서울은 이제 지방에 그 역할을 떠넘기고 있다. 전 국민의 절반이 거주한다는 이유로 수도권에 위험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금기시된다. (p. 219)'
서울을 향해,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탓에 자신의 속한 도시와 차별화하려는 신도시가 태어났고, 성남은 내몰림의 슬픈 역사를 지니게 됐고, 광명시는 위성도시의 슬픔을, 공업도시로 성장한 탓에 안양은 노동, 환경, 주거, 도시빈민과 같은 많은 문제를 가진 도시가 됐다.
서울과 주변 도시에 이리도 사연이 많다. 그 까닭을 알고 바라보면 패러다임이 바뀐다. 서울과 도시를 달리 보게 하는 <100년의 서울을 걷는 인문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