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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Chaeg 2022.3 - No 74
(주)책(월간지) 편집부 지음 / (주)책(잡지)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Cheag, 74호>의 테마는 '엄마'다. '엄마'라는 존재로 세상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편집장의 의도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단어로 꼽은 'Mother(어머니)'. 우리 모두 서로 다른 엄마를 마음속에 품고 살며, 제각각 간직하는 엄마의 스토리가 있기에 엄마에 대해 풀어놓는 풍성한 이야기가 <Cheag, 74호>에 담겼다. 엄마를 주제로 감동을 전해준 책, 그리고 사진과 함께.
'이런 굴절된 사랑 탓에 우리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좋아할 수는 없고, 엄마가 없으면 안 되지만 함께 살기는 싫은 존재가 됩니다. (p. 19)'
배우 봉태규의 엄마, 패션 디자이너 박지원의 엄마, 방송인 김제동의 엄마, 작가 전혜진의 엄마, 이토록 엄마라는 존재는 너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고 기억되었다. 뭉뚱그려진 기억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때그때 다른 모습으로 엄마는 우리에게 다가섰기 때문이다. 미웠고, 불쌍했고, 측은했고, 귀여웠고, 사랑스러웠고, 무식했고, 현명했고, 선견지명이 있었고, 힘이 셌고, 연약했고, 두려움에 벌벌 떠는가 하면 때론 겁 없이 행동하는... 정리가 안되어 뭐라 정의하기 어려운 엄마의 모습이다.
'"엉킨 엄마와 딸이 살 길은 서로 조금은 떨어져 독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엄마 쪽에서 먼저 시도하기 쉽지 않다. 딸이 슬슬 서로의 독립을 준비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 그런데 이 지점에서 많은 딸들이 주춤한다. 엄마를 소비하는 일을 멈추자면 상당히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 딸들은 엄마의 회생 위에 자신의 인생을 세워왔다. 엄마의 시간, 엄마의 체력, 엄마의 도가니, 엄마의 정서, 엄마의 돈, 엄마의 미래, 엄마의 인생... 엄마에게 도움을 받는 차원을 넘어 엄마를 과소비하며 살아온 딸이 꽤 많다." - 김지윤, <모녀의 세계>중 (p. 69)'
가끔 아내가 장모님과 통화하면서 기분 좋게 웃기도 하고, 심하게 말다툼하는 소리를 들으면 엄마와 딸의 관계란 참 어렵다. 엄마가 사는 모습이 싫은 딸, 그러면서 필요할 때 엄마를 찾는 딸이다. 딸만은 자신처럼 살기를 원하지 않는, 그런 욕심에 딸의 삶을 간섭하는 엄마다. 엄마의 삶이 측은해서, 딸의 삶이 가여워서 서로 짜증 내는 엄마와 딸, 같은 이유로 서로 위로하는 관계의 엄마와 딸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죽음을 겪고 나서 나는 그런 생각을 고쳐먹을 수가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자식 된 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슬픔과 함께 멍에를 벗은 것 같은 홀가분함을 느꼈다면 내가 너무 불효한 것일까. 그러나 솔직한 심정이 그러했다. 더는 모순된 이중의 고향, 두 개의 허상에 짓눌리지 않아도 된다는 게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 - <나의 문학과 고향의 의미> (나를 닮은 목소리로) 중 (p. 85)'
박완서 작가의 글에 나의 마음이 들통난 느낌이어서 당황스러웠다. 살아 계실 때 그렇게 이용해먹고는 고작 한다는 생각이 이런 거라니... 아무리 솔직한 심정이라도 드러내면 안 되지 않나? 나란 인간도 참...
모성을 당연하게 여긴 나머지,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엄살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엄마이니 그 정도는 견뎌한다고... 정작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 하나 알지 못하는 자식인 주제에 그렇게 생각했으니 말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세상의 모든 시선은 아기에게 집중된다. 그러나 같은 시간, 엄마로 새로 태어난 이도 있다. (p. 99)'
이 글귀를 아내에게 읽어주었다. 무슨 생각이 드느냐는 나의 질문에 아내는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하는 말... "너무 떠오르는 게 많아... 대답을 못하겠어..." 첫아이가 태어난 날 자신도 엄마로 태어났는데, 정작 본인은 자신을 엄마로 정의할 겨를도 없이 이제까지 살아온듯한...
몇 번이나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30여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읽은, 엄마를 테마로 한 <Cheag, 74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