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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키스 ㅣ 스토리콜렉터 98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유다의 키스>는 광고 일을 하는 탐정, 단 소메르달 시리즈물 7권 중에 하나다. 이 시리즈물은 2007년부터 출간됐으며, 이 추리소설 시리즈로 아나 그루에는 늦은 나이에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 덴마크 국민 작가이자 북유럽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이 되었다.

두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피오르 해안, 소도시 크리스티안순의 어느 집 헛간에서 피투성이 시신이 발견된다. 그 시신은 미카엘이고 요하네스 한센(일명 제이)의 동생이다. 그 가족은 모두 '주님의 집'이라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신도들이다. 단 소메르달의 친구인 수사과장 플레밍 토르프는 살인 사건을 해결할 단서를 찾아 나선다.
대머리 탐정 단 소메르달의 딸 라우라의 선생인 53세 우르술라는 29세의 매력적인 약혼자에게 전 재산을 사기당한다. 딸 라우라는 아버지에게 사기꾼을 잡아달라고 부탁하고 단 소메르달은 탐정으로 단독사건을 맡게 된다.

'그가 문을 열고 그녀가 그 앞에 섰을 때 말이다. 그의 미소는 눈 속에까지 넘쳐흘러, 그가 처음으로 시선을 그녀에게 맞췄을 때 마치 그 초록색 홍채의 색채가 더 강렬한 자국을 남기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p. 22)'
나이 29세, 키 194센티미터, 금발에 파란 눈, 어깨에는 '프레야시타' 인도어로 속죄를 뜻하는 문신이 있는 요하네스 한센(제이). 이 남자를 만난 여자들은 그의 매력에 반해 한순간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50세부터 65세까지 연령대의 여성들은(...) 사기를 당하는 경우 대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 막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들은, 크리스마스 댄스파티에서 끊임없이 남자들한테 춤 신청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자신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들이야말로 제이가 사기를 치기에 완벽한 상대였다. 마음이 약하지만 자만심이 세고 자신의 성적 매력이 이미 과거사가 되어버렸는지 아닌지 불안해하는 여성들. (p. 265)'
제이(요하네스)는 자신의 젊음과 그녀들의 심리를 이용해 50세에서 65세에 이르는 EU로또에 당첨된 여성만을 골라 사기를 친다. 그리고 그 돈으로 인도의 한마을에서 40명의 가난한 아이들을 돌봐주며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프레야시타를 운영한다. 그는 무슨 이유로 단체의 이름을 속죄의 의미인 프레야시타로 정했을까?
요하네스가 읽은 건 마태복음이었다. 26 장. 유다가 예수께 입을 맞추었다. 주교의 군대가 신의 아들을 십자가 형에 처하고 체포할 수 있도록. (p. 372)
카마의 눈에 제이는 유다가 된 거야. 제이 자신이 항상 자신을 유다에 비교했었거든. 유다처럼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키스하고 배신하고 그녀가 두려워했던 운명에 그녀를 맡기게 했어. (p. 477)
제이(요하네스)는 왜 자신을 유다로 여겼을까? 제이의 젊은 시절 연인 카마 또한 왜 제이를 유다라 여겼을까? 사랑하는 사람 카마에게 한 제이(유다)의 키스가 이 두 사건의 결말과 어떻게 이어질지....
서로 티격태격하는 사이인 단 소메르달과 그의 친구인 경찰 플레밍은 어떻게 서로 협조하며 두 사건을 해결할까? 살인사건과 사기 사건이 관련이 있기나 한 걸까? 살인범과 사기꾼은 동일인일까? 추리소설답게 이 궁금증을 소설 후반부까지 끌고 가고 마지막에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사건의 전개 속에 '프레야시타(속죄)'를 소설 속에서 이야기한다.
'제이는 불행한 일을 겪고 집에서 가출한 후 자살을 생각했다. 그 자신처럼 유다에게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던 자살 생각이 악몽처럼 그를 괴롭혔다. 은 30세겔을 수용한 유다에겐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게 성경에 나와 있었고, ... (p. 446)'
<유다의 키스>에는 '주님의 집'이라는 사이비 종교집단이 등장한다. 이 종교집단은 수혈이 금지되어 있다. 어릴 때 요하네스(제이)는 폭죽을 좋아하는 동생 미카엘에게 폭죽 한 상자를 선물했고, 폭죽놀이를 하던 동생을 폭발 사고로 심하게 다쳐 수혈이 절실하다. 하지만 수혈을 금지한다는 교리를 지키기 위해 동생을 죽음으로 내모는 부모에게 환멸을 느낀 요하네스 가출한다. 살아 있지만 동생이 죽었다는 계부의 거짓말로 요하네스 자신이 동생을 죽였다는 생각에 몹시 괴로워하며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 돈 없이도 어느 정도 특권을 누리는 여자들에게서 얻어낸 돈의 이러한 영향력과 효과를 생각하면, 신이 제이가 저지른 어떤 사기라도 용서해 줄 용의가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p. 445)'
요하네스는 자신의 '프레야시타'를 위한 부정하게 취한 돈을 스스로 정당화하며 사용한다. 인간이 자신의 속죄를 위해, 자신의 평안을 얻고자 결국 취하는 방법이다. 신을 이용해서... 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영화 <밀양>이 생각난다.

<이름 없는 여자들>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에 소개된 <유다의 키스>를 읽고, 무거운 미스터리보다 가볍고 편한 코지 미스터리가 내게는 더 맞는다는 생각과 아나 그루에의 다른 작품을 분명히 찾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