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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평점 :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김제동 1974년생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나는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한 달에 평균 5000명, 많을때는 2만 명까지도 만난다. 그는 사람들이 웃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방송인이다. 『그럴 때 있으시죠?』 책을 중고서점에서 다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을 펼치는데 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썼는지 감탄이 절로 난다. 헌법을 읽고 쓴 독후감 형식의 에세이다. 고양이 그림과 김제동씨 그림을 첨부해서 재미있게 써내려간 글을 읽다가 웃다가 한다.
헌법 책을 읽고 재미있다고 한 제동씨 읽고 시험 안 치니까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 말에는 공감이 간다. 내가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지만 시험이 아니기에 재미가 있는 것처럼 헌법이 재미가 있었다는 것인가보다.
헌법 37조 1항을 보고 마치 연애편지의 한 구절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른여섯 가지 사랑하는 이유를 쫙 적어놓고 마지막에 추신을 붙인 거죠. "내가 여기 안 적어놨다고 해서 널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 법 조항이 그렇게 감동적일 수 있는지 그때 처음 알았어요. 또 재밌더라고요. 읽고 시험 안 치니까 정말 재미있었어요. p5
우리는 모두 남의 집 귀한 딸과 아들이다. 한때 뒤집기만 해도 박수를 받았던 사람이다. 헌법이라는 체계는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잖아요. 우리 헌법에 제일 많이 나오는 구절이 '모든 국민은' '누구든지' 대한민국 국민이면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여러분이 저를 부를 때 여러 가지 호칭이 있죠. 방송인, 연예인, 개그맨, 사회자 등등 그중에서도 저는 '사회자' 로 불리는 게 제일 좋아요. 사회자는 마이크를 여기저기 배달하는 게 일이잖아요. 제가 한창 광장에서 이야기할 때 저더로 "본업에 충실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저는 사실 본업에 충실했습니다. 사람들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스피커 역할을 조금 한 거죠. 대한민국에 이렇게 헌법을 얘기하는 사회자가 있다는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 아닌가요?
"헌법은 귄리 위에 잠자는 사람도 보호받도록 되어 있어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함께 힘을 모을 때, 그때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지난 겨울 우리가 광장에서 확인한 게 아닐까 싶어요.
땅콩 안 까줬다고 무릎 꿇이지 않는 사회,
함부로 소리 지르거나 물컵 던지지 않는 사회,
인간이 인간에게 모멸을 퍼붓지 않는 사회,
인간이 인간의 존엄을 지켜줄 수 있는 사회.
저는 행복 추구권이 행복할 권리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해야 하니까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뭘까요? 나는 나의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고, 당신은 당신의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다, 나는 당신의 생각에 반대할 권리도 있고, 찬성할 권리도 있고, 당신도 나의 생각에 반대할 권리도 있고 찬성할 권리도 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할지라도 누군가가 당신의 말할 권리 자체를 빼앗으려 한다면, 기꺼이 당신 편에 서서 함께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잖아요.
그런데 아직 그게 잘 안 되어 있죠. 말하기가 겁나죠? 겁내지 말고 쫄지 마세요. 우리에게는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시집도 좋아하는지 중간 중간 시 인용문도 있다.
어느 할머니가 예순 넘어서 쓴 시
[나도 쓸 수 있어]
이게 무슨 글자더라?
물을라치면 아홉살 손자
할머니 그것도 몰라
휑하니 가버렸다.
무릎 수술끝내고 보험금 타러 가니
이름 쓰란 소리에 가슴은 방망이질
남편 불러 내 이름 쓸 적에
숯덩이 내 가슴 숨쉬기도 싫더라
- 소망반 이옥자
만약 우리가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위헌입니다. "사는 게 왜 이래, 삶 사는 게." 이런 말이 나오면 헌법에 반하는 상황인 거에요. 모여서 얘기해봐야 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돈이 없어도 안 되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그렇게 행복하지만도 않다고 연구 결과도 말하고 있습니다. 일정 액수 이상을 벌기 시작하면 소득이 늘어나도 더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고 하잖아요, 그러나 생활의 기본적인 수요는 충족되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