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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입니다 - 혼자가 행복한
진민영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8년 10월
평점 :
[내향인입니다]는 홀로 최고의 시간을 보내는 내향적인 사람의 시선으로 읽은 세상살이 및 외향적인 세상 속에서 내향인 나름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온 한 개인의 분투기다. 저자는 10대 시절 서구식 교육을 받으며 외향인을 강요받았다. 돌고 돌아 본래 자신의 모습인 내향인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던 저자는 홀로 책을 읽거나, 시나 동화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10대 시절을 아버지의 해외 근무로 인해 서구식 교육 생태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최적화된 방식을 학습해야 했다. 외향성에 대한 약간의 학습만으로 사는 게 쉬워지다니 씁쓸했지만 금세 그 편안함에 안주해버렸다. 한국에 돌아와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며 여전히 대중 앞에 서는 게 힘들고, 익숙한 환경과 오래 알고 지낸 관계가 편했다.
저자가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 대부분은 홀로 보낸 시간들이다. 사람 없는 조용한 카페에서 말 없이 글쓰기에 몰두할 때, 도서관을 찾아 읽고 싶었던 책을 쌓아놓고 읽을 때,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할 때, 영화 한 편을 볼 때, 좋아하는 수필이나 소설을 읽을 때, 좋아하는 작가가 쓴 책을 읽고 또 읽을 때라고 한다.
내향인으로 살아서 좋으면서도 괴로운 점은 극도의 예민함이다. 말 한마디도 신중하게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데 세상은 나와 같지 않아 허탈감을 느낀다. 이제 민감성과 예민함을 더는 감추거나 둔감해지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민김성은 충만감을 맛보게 하고, 사소함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게 한다. 벅차오르는 감동으로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홀로 생각하고 고독한 사유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시간은 삶의 방향성을 굳건히 하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할 구간이다. ‘자신’과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고독’이다.p54
사교적이지 않지만 활동적이라 종종 바깥을 배회한다. 집은 변함없는 최상의 공간이다. 집에 있으면 자신과 공간을 가꿀 수 있다. 집은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사람과의 대면은 내향 외향 관계없이 일상 속 중요한 일과로 인식되어야 한다. 싫든 좋든 개개인 모두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한 구성원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아낌없이 갖는다. 사람과의 만남도 필요하다 판단이 들면 피하지 않는다. 혼자의 시간을 잘 축적해놓은 에너지가 가장 유용하게 발휘된다고 했다.
외롭다는 생각이 들면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서서 외로움을 맞이한다. 외로움은 ‘혼자’라는 상황이 만드는 감정이 아니다. 외로움이 오면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빈손으로 맞이해 시간만을 너그럽게 내어주면 된다. 혼자의 시간이 늘어갈수록 시간이 본래 내 것이었던 것마냥 너무나 좋았다. 처음에 지난날이 그리워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얼마간은 적응이 어려웠지만 외롭거나 예전이 그립진 않았다. 단지 적응에 필요한 시간이었다.
저자는 내성적인 게 아니라 내향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내향성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진학한 뒤부터였다. 누군가의 시선이 고정된다는 사실은 싫어하지만 공기중에 사람 내음이 나는 것은 좋아해서 도서관, 공원, 가로수길, 광장, 서점, 빵집, 카페에 자주 간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좋다. 그림자처럼 사람 곁에 나직하게 맴돌 때도 좋다고 했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은 누구나 외향과 내향적인 면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과의 만남도 좋지만 가끔은 혼자 있는 것도 좋을 때가 있으니까. 사람과의 대면은 내향 외향 관계없이 일상 속 중요한 일과로 인식되어야 한다. 싫든 좋든 개개인 모두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한 구성원이다. 외향적인 세상에서 내향적인 자신을 존중하며 잠재력을 펼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