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네모의 꿈
하루카 아오키 지음, 존 올슨 그림, 엄혜숙 옮김 / 특서주니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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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네모의 꿈]은 남들과 똑같지 않은것을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는 세상에서, 누구나 자신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은 어린이들의 눈을 사로잡을 알록달록한 그림으로 자기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동그라미 세상에 맞춰 태어난 네모는 자신의 실수로 네모라는 것을 들키게 되지만 자신과 비슷한 다른 모양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이야기다.

 

동그라미 나라에서는 모든 게 다 동그랬다. 사람들, 찻잔들, 과자 위에 뿌린 장식들까지도 그랬다. 무척 사랑했고 가족을 만들고 싶어 했던 두 동그라미가 한 집에 살았다. 그러나 그 꿈이 마침내 이루어졌을 때, 뭔가가 달랐다. 아기가 네모였던 것! 다른 동그라미들이 뭐라고 할까?

 

네모의 생일에 엄마 아빠의 특별 선물이 도착했다. 동그라미 모양이었다. 학교에서 다른 동그라미들은 모두 깡충깡충 뛰며 춤추는데 모양을 덧붙이고 있어도 네모는 여전히 다르다.





밤에는 집에 와서 덧붙인 모양을 떼어내곤 했다. 어찌나 안심이 되는지 하지만 해가 뜨면, 네모는 꿈에서 깨어나...

모양을 덧붙여 입고, 학교에서 보낼 또 다른 외로운 날을 준비한다.

 

해마다, 동그라미들은 크고 멋진 파티를 했다.

네모 빼고는 모두가 들뜬 것 같았지만 내가 파티에 잘 어울릴까?‘네모는 생각했다.

 

넌 멋진 시간을 보낼거야!” 네모의 엄마 아빠가 장담했다.

어디에나 동그라미들, 동그라미들, 동그라미들이 있었다.





한 동그라미가 놀란 네모의 손을 잡고 같이 춤추자!”

파티는 정말 신났다.

네 차례야! 빙빙 돌아!”

네모가 빙빙 돌려고 하다 그만 발을 헛디뎌서 바닥에 쓰러졌다.

덧붙인 모양들이 모두 떨어져 나갔다.

 

한 동그라미가 네모에게 다가와서 울지마. 나도 동그라미가 아니야, 난 세모야!”

난 다이아몬드 모양! 난 별 모양! 난 긴 네모, 우리도 겁이 났지만 네 덕분에 이제는 더 숨지 않으려고 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네모인 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뾰족하고, 구불구불하고, 납작하고, 동그랗고, 모든 모양들은 서로 달라서 특별한 거였다.





달라도 괜찮아. 나는 나다울 때 가장 아름다워

 

저자 하루카 아오키는 전 세계를 여행하는 부모님을 따라 어릴 때부터 이곳저곳을 여행했다고 한다. 미국 사회에서 소수 인종으로 살아온 경험을 가진 저자는 [꼬마 네모의 꿈]을 통해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림책을 읽는 어린이는 동그라미 세계에서 따뜻하고 포용적이며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첫 걸음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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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 - 세상 모든 것의 성장과 한계, 변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
바츨라프 스밀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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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바츠라프 스밀은 에너지, 환경, 식량, 인구, 경제, 역사, 공공 정책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50여 년간 연구했고 크기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았다. 현대 세계는 왜 더욱 큰 것에 집착하는가? 클수록 우월한가? 무한한 성장은 과연 가능한가? 우리는 어떤 크기를 기준으로 삼고, 어떤 크기에 감명받는가? 황금비는 아름다움의 절대 기준인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프로타고라스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는 말에서 저자는 철학 논쟁에 끼어들 자격도 갖고 있지 않지만 인간이라는 단어를 골랐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핵심을 이루는 척도라는 단어를 골랐다는 데는 주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만물의 척도이고 어떤 기준이나 마음속 이미지와 비교함으로써 암묵적으로 하든, 어쩔 수 없이 크기를 재는 것이라고 했다.

 

큰 크기를 선호하는 성향은 생애 초기부터 뚜렷이 나타나며, 어른인 우리는 온갖 크기를 평가하고 더 큰 것을 추구하는 경향을 드러낸다. 사는 동안 이 크기 추세의 명백한 사례를 많이 목격했을 것이다. 주택, 냉장고, TV의 크기도 같은 추세를 따랐다. 큰 건물의 높이에서 가장 큰 항공기나 크루즈선의 용적에 이르기까지 대학의 크기와 경기장의 크기도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같은 크기의 원이라도 더 큰 원 안에 들어 있으면 더 작게 보이는 오래된 착시는 접시가 더 클 때 음식을 더 많이 담고 싶어 하는 욕구를 설명할 수도 있다고 한다. 성인의 키는 친숙한 사회적, 경제적 환경의 산물이기도 하다. 키가 큰 사람은 건강하고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더 높다. 거꾸로 키 크고 건강한 사람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고, 더 높은 소득을 올리고, 반려자를 찾기도 더 쉽다고 한다.




옛 거장들 중 소수만이 이런 규칙을 어기고 길쭉한 형태로 그림을 그렸다. 엘 그레코가 그린 예수, 성인, 신화적 존재가 가장 좋은 사례다. 또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파르미자니노의 걸작은 성모의 목과 성자의 몸길이를 눈에 띄리만큼 부자연스럽게 그렸다.

 

예전에는 키가 클수록 기대 수명도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곤 했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똑같이 건강한 식단과 생활 습관을 지킨다고 할 때 키가 더 작고 마른 사람이 키 큰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는 데 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성형수술은 다양한 신체 부위의 비례를 바꾸는 데 쓰인다. 고전과 현대 미술의 유화에서 비례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살펴보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의자를 설계하는 일이 예전보다 더 중요해졌는데, 이 분야에도 나름의 문제와 한계가 있다. 장거리 비행의 좌석 설계는 편안함만이 아니라 오래 앉아 있기 어려운 고령자나 환자의 건강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늘어나는 승객 수에 의존하는 고도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 과제에 충돌한다. 가장 많은 불만은 좌석 간 평균 거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생물은 몸 크기가 변할 때 어떻게 달라질까?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과 거인을 통해 신체와 대사의 변화를 흥미진진하게 해설한다. 작은 동물은 체열을 빨리 잃기 때문에 자주 먹어야 한다.





예전엔 왕궁에서 가장 작은 어린이, 청소년, 성인의 경우 특별 대우를 받곤 했다. 버킹엄 공작 부부는 키가 겨우 45센티미터인 일곱 살짜리 제프리 허드슨에게 작은 갑옷을 입혀 커다란 파이 안에 숨긴 뒤, 헨리에타 마리아 왕비에게 선물했다. 궁전에 소인들이 아주 흔해져서 대가의 미술 작품에 등장하는 사례도 많았다.

 

우리는 언제나 크기를 의식한다. 크기를 평가하고, 비교한다. 크기를 재빨리 인지하고, 잠재의식적으로 행동의 지침으로 삼는다. 기쁨, 만족, 두려움, 질투의 감정을 품고서 곱씹곤 하는 크기도 있다. 우리는 작은 것과 큰 것 사이에 있는 많은 크기 범위도 날카롭게 인식한다. 작은 쪽을 선호하는 것들도 있고, 더욱더 큰 쪽을 선호하는 것들도 있다. 대체로 큰 쪽으로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크기는 스칼라의 일종이며, 세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만물의 척도다.p350

 

저자는 크기에 관해 책을 쓰면서 범위와 깊이를 어느 정도 조절해야 했다. 많은 문헌과 자료들은 수십 년 연구한 결과물이다. 빌 게이츠가 책을 읽고 서평을 해주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내가 읽기에는 어려운 책이었지만 크기가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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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 - 빛나지만 음험하고 고요하지만 번화하며 고풍스러우면서도 탈역사적인 척하는 어느 매력적인 도시 여행기
이인우 지음 / 파람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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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직 기자이자 교토 리쓰메이칸대학 객원연구원인 이인우 저자의 교토 탐방기다. 1년간 교토에서 생활하면서 교토 걷기가 진행됐다. 한번은 교토 속의 일본을 찾아서 한번은 교토 속의 한국을 찾아서, 한 주씩 번갈아 떠난 것이 총 69회에 걸쳐 120여 곳에 달했다. 책은 5부로 되어 있으며 에필로그는 교토의 윤동주 시비 앞에서 작별인사를 바치는 필자의 소회로 대신했다.

 

교토 동쪽 히가시야마 산기슭 아래 데쓰가쿠노미치라고 불리는 산책로가 있다. 철학의 길이라 불리는 이 길은 가족, 친구와 함께 걷기도 좋지만, 나 홀로 걷는 것도 좋다고 한다. 철학의 길에는 교토라는 천년고도가 낳고 일궈온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이 있다, 교토에서 이 길을 거닌다는 것은, 어쩌면 일본이라는 나라의 내면을 산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교토에서는 많은 절이 문화유산급의 뛰어난 그림과 조각, 공예품 등을 소장하고 있다. 다이토큐지, 쇼코쿠지, 난젠지 같은 절은 일반관람이 쉽지 않아서 그렇지, 소장목록을 보면 그 자체로 하나의 초일류 미술관이다.

 

금각사와 은각사는 교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각각 금각과 은각 이름의 누각으로유명하다. 짧은 일정 속에 방문 인증샷이 필요하다면 금각을 배경으로 한 컷을 남기는 것과, 여유 있는 일정이라면 은각사를 천천히 거닐어보는 것이 어떨까. 교토의 랜드마크는 교토타워가 될 것 같다. 옛날 오사카와 나라 지방에서 상경하는 사람들은 멀리 5층탑 꼭대기가 아스라이 보이면 교토가 가까웠음을 알았다고 한다.

 

교토 산책길에서 빠지면 섭섭할 이름난 교토의 정원 12선을 소개한다. 일본에 정원은 만들 때까지가 4, 이후 유지관리가 6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종의 현재진행형 예술행위로까지 높여진다. 루리코인은 교토 히에이잔 케이블카 야세역 앞에서 왼쪽으로 맑은 시내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야세 계곡은 고대부터 귀족과 무가 계급의 휴식처로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많은 사진애호가들이 사진에 담기 위해 계절별로, 시간대별로 찾아온다고 한다.

 

일본의 고대사가 중에는 신라의 연오랑세오녀 설화에서 실마리를 찾는 이들도 있다. 신라 동해물가에 연오랑 세오 부부가 살았는데, 연오가 바닷가에 나타난 바위에 실려 왜로 갔고, 남편을 찾아 세오 역시 바위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 그곳에서 왕이 돼 있던 연오와 재회하고 귀비로 추대됐다는 이야기다. 아득한 고대에 신라와 왜 양쪽 사람들을 모두 놀라게 한 어떤 실화가 모티브가 됐을 것이다. 설화 후반부는 연오와 세오가 왜로 떠나자 해와 달이 빛을 잃어 신라 왕과 백성이 당황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해마다 교토에서는 조선시대 일본방문 사절단인 조선통신사 재현 행진이 교토 코리아 페스티벌의 하나로 펼쳐진다. 풍물패가 우리 민요와 농악으로 흥을 돋우는 가운데 쓰시마번사를 앞세운 사절단의 정사와 부사가 국서함을 받들고 오카자키공원 일대를 행진했다.




가미가모신사 근처 주택가에 고려미술관이 있다. 일본 역사문화의 중심지 교토에서 오직 한국 문화유산만을 소장 전시하는 뜻깊은 곳이다. 1988년 재일동포 사업가 정조문이 설립했다. 정조문이 수집한 고려청자, 조선백자, 회화, 민예품, 고대 유물 등 한국의 고미술품 17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지병을 앓던 정조문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여명을 갈아넣은 필생의 결실이라고 했다. 고려미술관 개관을 도운 일본인은 역사소설가이자 문명비평가인 시바료타로이다. 현재는 아들 정희두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 교토에 살면서 윤동주기념비를 찾아보는 일은 일종의 의무에 해당했다. 가장 먼저 세워진 도시샤대학의 시비는 이미 관광명소로도 이름나 있다. 교토를 여행할 수 없지만 글로나마 정원도 거닐고 윤동주 시인의 삶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은 교토 트레킹을 꿈꾸는 여행자들의 가이드로도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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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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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에 이어 11년 뒤 출간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독자들에게 흥분을 일으켰다. 이 책은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 중에서 가장 짧은 작품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긴 대화나 설명을 피하고 무수한 의미를 압축했다. 번역가님의 말대로 두 번, 세 번 그 이상 읽어야 눈에 들어오는 것도 있다.

 

소설은 1985, 실업과 빈곤에 허덕이며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아일랜드 한 소도시 뉴로스에서 아내와 다섯 딸을 두고 안정된 생활을 하는 석탄 상인 빌 펄롱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펄롱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태어났지만 엄마가 일하는 집 주인 미시즈 윌슨덕분에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었다.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 줄이 길어지고 있었고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해 창고보다도 추운 집에서 외투를 입고 자는 사람도 있었다. 펄롱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과거에 머물지 않기로 했다.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직업이 있고, 사람들과 척지지 않고, 딸들이 잘 커서 좋은 학교를 무사히 마치도록 뒷바라지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딸들이 사소하지만 필요한 일을 하는 걸 보며 이 애들이 자식이라는 사실에 진한 기쁨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종일 무거운 짐을 나르며 일을 하고 잠자리에 누워 있다 보면 생각이 많아 마음을 어지럽힌다. 수녀원에 배달을 갔을 때 마루를 닦는 여자 아이가 도움을 요청했는데 들어주지 못하고 돌아왔었다. 두 번째 배달을 갔을 때 석탄 창고에 맨발의 한 아이가 갇혀 있었다. 이름은 세라였고 얼마 전 아기를 출산했는데 아기를 뺏겼다며 배고플텐데 누가 젖을 주냐고 했다.

 

수녀원장에게 갇힌 아이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지만 펄롱의 딸들이 수녀원에서 음악 수업을 듣거나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자주 다니는 식당 주인은 수녀원에서 트러블이 있었느냐고 물었고 수녀들이 안 끼는 데가 없으니 조심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 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고 수녀원에서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도 내버려두고 나와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 펄롱의 마음을 괴롭힌다.

 

크리스마스 선물과 카드를 건네주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좋은 사람들과 주고받는 것을 적절하게 맞추어 균형 잡을 줄 알아야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단 생각을 했다. 이발소에서 머리를 깍으면서 네드와 닮았다는 이웃 여자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둘이 친척이라고 여겨 닮았다고 착각한 것일 수도 있었다.

 

펄롱은 미시즈 윌슨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과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생각했다. 윌슨이 아니었다면 어머니는 결국 그곳에 가고 말았을 것이다. 더 옛날이었다면, 펄롱이 구하고 있는 이가 자기 어머니였을 수도 있었다.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라 불리던 이 수도회의 시설은 1922년에 가톨릭 교회에 의해서 지어졌다. 1996년에야 세탁소가 문을 닫았다. 이 시설에서 타락한 여성들을 수용한다는 명분으로 설립했으나, 은폐, 감금, 강제 노역을 당한 여성과 아이가 얼마나 많은지 알려지지 않았다. 가톨릭교회가 아일랜드 국가와 함께 운영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곳이었다. 정부에서는 막달레나 세탁소에 대해 아무런 사죄의 뜻도 표명하지 않다가, 2013년이 되어서야 엔다 케니 총리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펄롱은 여자 아이를 데리고 나온다.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을 평생 지고 살아야하는 것보다 낫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소설 몇 번이고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처럼 사소하다고 하지만 사소하지 않고 소중한 것들이다. 펄롱의 가슴속에는 두려움이 있겠지만 용기가 대단하고 결말 뒤의 일이 궁금해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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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 지음 / 홍익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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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의 삶에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그림을 전달하는 아트메신저 이소영 작가가 모지스 할머니의 삶을 담아냈다. 미국의 국민 화가로 불리는 그녀의 이름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이다. 75세 늦은 나이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세상을 떠난 101세까지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그림은 크리스마스실이나 우표, 카드에 사용되었다. 6,000만 장의 크리스마스 카드는 금방 동이 났다. 그녀의 100번째 생일을 당시 뉴욕 주지사였던 넬슨 록펠러가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선포할 만큼 인기는 대단했다.

 

도시에 살면서 나무 향기가 그리울 때마다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저자 마음 안에 담긴 시골에서의 추억들이었다. 모지스의 그림은 작은 추억을 소중하게 꺼내어 생각하게 하는 주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진정으로 심장이 시키는 일이 있다면, 그 순간이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젊고 적절한 때라는 그녀의 말을 응원한다. 그 말 덕분에 나의 오늘 하루도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가장 적절한 날이 된다.

 

우연히 손자의 방에서 도화지와 그림물감을 발견한 모지스 할머니는 자신의 어릴 적 꿈이 화가였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누구보다 응원해준 사람은 여동생 셀레스티아였다. 처음 그린 그림은 커리어 아이브스라는 그림엽서 회사에서 나온 엽서를 따라 그린 것이다. 모지스에게 이별은 삶에서 불쑥 등장하는 인사와도 같았다. 열 명의 아이들 중 다섯 명을 먼저 보내고 남편, 딸 애나, 막내아들 휴마저 먼저 세상을 떠났다.




저자는 모지스 할머니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글을 쓰는 동안 도시에서의 삶을 살면서도 그녀의 그림 속 마을에 가 있었다고 한다. 때로 그녀의 딸이 되었고, 옆집 아줌마가 되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화가의 그림을 보는 것은 그의 삶의 태도를 보는 것과 같다. 모지스 할머니가 그린 그림은 그녀의 삶의 자세이고, 그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통로이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성경도 한번 그려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경험하지 않은 것을 그리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모지스 할머니는 시간적 여유가 되면 창문 보는 일을 즐거워했다. 세상이 아무리 바삐 돌아가도 창문 밖은 세상의 시간보다는 늘 느리기 때문일까. 그림만이 아니라 삶 전체적으로 화가 그 이상의 등불이 되어 주었다. 화가들의 삶과 함께 나 역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미술 수집가 루이스 칼더는 뉴욕 주 후식 폭포에 방문하여 골목길을 걷다가 약국 벽에 걸린 모지스 그림을 발견하고 감동하였고 10점 정도 구매한다. 작품이 후원자를 만나 세상에 알려지는 경우는 많은데 칼더는 모지스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모지스가 여든 살이던 1940년 가을, 오토 칼리어의 갤러리에서 처음 개인전을 열었다. <어느 농부의 아내가 그린 그림들>로 칼더가 소장했던 34점 유화를 중심으로 전시되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소문이 난다. 그림은 엽서나 우표, 기념품이 되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아흔두 살의 그녀는 <내 삶의 역사>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출간했다. 이듬해 <타임지>표지 모델이 되기도 했다. 자신의 그림을 세상과 나누며 행복하게 지냈고 모지스 부인으로 시작된 그녀의 이름은 모지스 엄마, 다시 모지스 할머니로 불리게 되었다.




모지스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은 <무지개>이다. 그림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즐거운 일상을 살고 있다. 끊임없는 폭우를 겪을지라도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무지개를 기다렸다.

 

저자는 모지스 할머니의 작품만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그녀의 삶 속에서 탄생한 그림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의미를 별자리를 연결하듯 그려간다고 생각하며 썼다. 책을 쓰는 동안 그녀의 마을 곳곳을 더 열심히 걸어다녔다. ‘우리는 열정이 있는 한 늙지 않는다는 모지스 할머니의 말은 나이가 들어 너무 늦은 것 아닌가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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