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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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제목이 남다르게 다가왔고 읽어보니 역시나 좋았다. 저자는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위태로운 청춘을 무사히 건너게 해준 것이 독서였다면 일으켜 세운 것은 글쓰기였다.

 

어린 시절 병치레와 잦은 이사로 친구가 없었는데 유일한 친구가 책이었다. 백일장에서 상을 곧잘 받아 커서 작가가 될거야 덕담도 들었지만 독자가 되리라 결심했다.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나무에 기대어 울었다. 돈과 자기만의 방이 없는 가난한 여자가 무슨 글을 쓰겠는가? 읽고 싶은 책만 살 수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책 읽기는 귀찮지만 독서는 해야 하는 너에게]에서 경탄하는 지점이 있다. 작가는 아들 김비주에게 의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멋진 신세계]를 읽고 행복에 대하여 [한중록]에서 역사적 사실과 수필 문학의 묘미를 깨닫는 느낌의 대목은 저자의 탁월한 끌어내기 방식이다.

 

책 때문에 연애에 실패한 적이 있다. 데이트를 시작하며 서점에 갔는데 나머지를 읽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사랑에는 변명이 필요하다는 걸 몰랐고 연애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버렸다. 누가 첫사랑을 물으면 책방에 두고 왔다고 말했다.

 

직장일이 바빠 늦게 퇴근하는 날이 많을 때 광주 이모라는 분이 집에 계셔서 요리와 청소를 해주었다. 이모는 나이가 들면서 행동은 느려졌고 잔소리 대신 청소기를 돌렸다고 한다. 사람과 헤어지려면 정이 들기 전에 해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힘이 들어서 쉬어야겠다고 그녀가 먼저 말했다. 그녀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병원에 찾아갔지만,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

 

어떤 책은 읽고 바로 독후감을 쓰지 못하겠다. [바이마르 문화]가 그렇다. 저자는 츠바이크가 격찬한 문학에 대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바이마르 공화국을 외부자로 부리는 유대인, 민주주의자, 사회주의자, 전위예술가들이 합심해서 만들었다면 무너트린 자는 보수와 우익, 사법부와 귀족의 기득권층인 내부자들이었다.

 

이수경의 [자연사박물관]을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21세기판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제목을 우리는 행복동에 살고 있습니까였다는 것을 깨닫는다.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상념으로 몇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저자가 살아 온 어느 지점과 맞물린 기억 때문이라고 했다.

 

한밤중에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커피를 내리러 일어났다가 문득 친구를 생각했다. [얼음 속을 걷다]는 혹한의 계절을 관통하는 도보 여행기다. 책을 읽는 동안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도보로 얼음길을 걷는 동안 추위 속에서 눈과 비를 만나고 헛간에서 잠이 들기도 한다. 과거와 현실이 뒤섞이고, 있거나 있었거나 한 사람들이 나타난다. 이 책은 한 청년이 존경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멀고도 먼 길을 가는 도보 여행이다.

 

저자는 연속으로 책을 두 번 읽는 것은 상당히 드문 경우인데 그의 지적 소양에 반해서, 자가 진단과 자가 치료를 위해서였다고 한다. 최연호 교수의 [기억 안아주기]는 나쁜 기억에 관한 치유서이다. 아이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의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덮는 치유의 내용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순간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읽어 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저자는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과학책을 읽는다. 사실은 과학을 좋아한다. 대중 과학서인 [중력의 키스]는 과학자가 쓴 연구 보고서가 아니라 과학자들 틈에 끼어서 과학적 발견이 검증되고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본 한 사회학자의 민족지다. 도올다운 소설 [슬픈 쥐의 윤회]를 읽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포복절도했는데 종내는 눈물을 글썽거리고 말았다. 아무리 어려운 글을 인용해도 투명하다. 어렵게 쓰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소설을 쉽게 쓰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책은 서평들 사이에 저자의 어려웠던 인생사를 썼다. 글을 쓰면 공황장애가 있다는 것도, 우울증이 있다는 것도 잊었다. 먼저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라고 한다. 쓰고 또 쓰다 보면 어느 날 깨닫게 될 것이다. 읽었다면 한 줄이라도 써두자. 아주 오래 기억에 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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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없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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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아인슈타인은 진짜가 아니라고 한다. 천재, 게으른 지진아, 바람둥이, 공산주의자, 평화주의자 등은 아인슈타인을 지칭한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아인슈타인도 많은 부분 덧칠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참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드러나게 하려고 노력했다. 위대한 천재성 뒤에 숨겨진 아인슈타인의 순수한 정신을 만난 것이다.

 

아인슈타인에게는 천재와 지진아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 딱지가 붙어 다닌다. 그는 언어 발달이 느렸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언어 영역을 제외한 다른 모든 영역은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배우고 나서는 그것을 증명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을 창안했으며, 독학으로 유클리드 기하학과 미적분을 이해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서 무엇을 만들고 생각하기를 좋아했다. 선생님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으며, 선생님이 가르치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나름의 독특한 방법을 찾아내기를 좋아했다. 프리드리히 베버 교수는 아인슈타인이 아주 좋아했던, 몇 안 되는 교수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교수가 마음에 안 들면 여지없이 비판하곤 했다.

 

아인슈타인은 여자들에게 매력적인 남자였던 것 같다. 헝클어진 머리, 뛰어난 유머 감각, 상식을 벗어난 행동 등이 여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였을까요? 애인 마리와 밀레바, 엘자 두 번 결혼하였다. 사촌 동생 엘자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첫 부인과 헤어지게 되면서 이혼 조건으로 나중에 받게 될 노벨상금을 밀레바에게 주기로 했다. 결혼 생활 중에도 자신의 비서를 포함 다른 여자들과 염문을 끊임없이 뿌리고 다녔다.

 

바람둥이는 아니고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아무나 사귀는 그런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이것은 저자의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라고 했다. 유대인이지만 이스라엘 국적을 가진 적은 없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그를 대통령으로 모시려 했다. 그가 오래 산 곳은 독일이었다. 공산주의로 의심 받은 것은 러시아에서 온 여자 간첩 코넨코바 사건이었다.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신은 자연에 내재하는 이 규칙성을 의미하는 것이지, 기독교나 유대교에서 말하는 신은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론을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도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뉴턴이 말했듯이 모든 위대한 인물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탔기 때문에 멀리 볼 수 있다. 여기서 거인이란 앞서갔던 사람들, 같이 가던 사람들, 그를 미워했고 미워했던 사람들도 포함이다.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의 대단한 업적을 그의 천재성으로 돌리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10,000시간 10년의 법칙이 아인슈타인에게도 예외일 수 없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피눈물 나는 노력 없이 발견의 기쁨을 맛볼 수는 없습니다.p141

 

아인슈타인은 양자 역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까요? 광전 효과를 설명하면서 광양자를 처음으로 주장했다. 신은 정말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이 한 말 중에 가장 유명한 말일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무신론자라고 하는 것도 곤란하다. 그는 우주를 다스리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다. 자신을 무신론자라고 하는 것도 싫어했다.

 

아인슈타인 하면 바로 생각나는 것은 상대론일 것이다. 하지만 노벨상을 안겨 준 것은 상대론이 아닌 광전 효과이다. 양자 역학의 성립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대단한 발견이다. 아인슈타인은 광전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빛이 파동이지만, 에너지를 주고받을 때는 에너지를 어떤 묶음 단위로만 주고받는다고 생각했다. 이것을 광양자라고 불렀다.

 

우주가 팽창한다면 빅뱅은 불가피한 결론일 수밖에 없다. 빅뱅만큼 인류에게 놀라움을 선사한 발견이 무엇이 있을까? 비록 아인슈타인의 우주론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누구나 빅뱅을 머릿속에 그려 보며 놀라움을 느낄 수 있다. 빅뱅이 있다면 당연히 빅뱅 이전을 생각하게 되고, 빅뱅이 한번만 일어났을지 의심할 수도 있고, 다른 빅뱅이 있다면 또 다른 우주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만이 많은 상상을 다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든 사람은 아인슈타인이다.

 

과학은 어렵고 잘 모르지만 아인슈타인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아인슈타인은 위대한 과학자이기 전에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은 물려받은 것이라 우리가 배울 수는 없지만, 사물을 보는 그의 순수한 정신은 우리가 배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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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 2500년 철학자의 말들로 벼려낸 인생의 기술
하임 샤피라 지음, 정지현 옮김 / 디플롯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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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서고금 철학자들의 생각과 함께 저자의 통찰을 담아냈다. 한국에서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고 한다. 본문에 이 책이 베갯머리 서책과 같다고 썼다. 철학은 고루하고 따분하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데 페이지 곳곳마다 흘러넘치는 지혜와 통찰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은 4부로 되어 있는데 1죽기 전에 과연 살았는가문구가 인상 깊이 각인되었다. 세이 쇼나곤은 자신의 개인적인 일기를 엮은 아주 특별한 책으로 문학계에 흔적을 남겼다. 인간은 다섯 가지 감각, 즉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벽으로 둘러싸인 우물 안에 갇혀 있다. 아르투르 쇼펜하우어는 자기가 살아가는 세상이 그가 가진 상상력의 경계라고 적었다.

 

미셸 드 몽테뉴는 인류의 고통은 여러 가지 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심지어는 이상한 방법까지 포함해서 지나치게 생각하는 경향에서 나온다고 했다. 행복에는 지식이 아니라 지혜와 인생 경험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 또한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는 사실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그 사실을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장자의 가르침처럼 이 통찰은 기쁨도 절망도 주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자기 일에만 열중하라. 다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주지 말고 빼앗지도 마라.지혜는 죽을 때까지 오지 않기도 하고 죽음을 앞둔 순간에 불현듯 다가오기도 한다. 때로는 죽음의 천사라는 무시무시한 유령과 함께 거대한 불꽃같은 이해 속에서 드러날 수도 있다.

 

행복 콘퍼런스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강사가 30대 여성 가운데 자녀가 있는 사람보다 자녀가 없고 원하지 않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가운데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을 깊이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이 그들에게 부작위 후회가 된 것이다.

 

사람들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를 공개했다. 가장 인기가 낮은 순으로 소개한다.

1 더 행복하게 살지 못했던 것.

2 친구들과 계속 연락하지 못했던 것.

3 용기를 내어 감정에 솔직해지지 못한 것.

4 일에 너무 큰 의미를 두었던 것.

5 나에게 진솔해지지 못하고 남들의 기대에 따라 살았던 것.

 

저자는 이미 후회를 하는 중이다. 그중 연락이 끊긴 친구들이 많은 것은 정말로 큰 실수였다고 한다. 일본에서 일중독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웨어에 따르면 사람들은 삶이 거의 끝에 다다랐음을 깨닫는 순간 자신의 삶을 날카롭게 꿰뚫어보고 꿈을 대부분 이루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행복은 마치 나비와 같아서 쫓아가면 멀리 날아가버리지만 주의를 돌리면 가만히 다가와서 어깨 위에 내려앉는다. 캐나다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이며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쓴 조던 피터슨은 어느 순간이든 우리가 불안감을 느낄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용기란 필요할 때, 오직 필요할 때만, 올바른 이유와 합당한 목적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어떤 위험이 따르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위험을 극복하면서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다.p197

 

항상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라. 살아 있는 동안 언제나 옳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p266

 

고통이 항상 행복의 반대는 아니며 모든 쾌락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 쾌락은 쉽게 사기꾼의 정체를 드러내기도 한다. 다양한 감정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을 포함해 진실과 의미는 행복을 쌓기 위한 필수요소이고 어쩌면 초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러셀의 [행복의 정복]에서 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라고 했다. 러셀은 노직보다 약 60년전에 태어났다. [행복한 정복]에서 지나치게 큰 대가를 치르지 않고 인생에서 성공하는 방법, 질투의 원천과 이를 정복하는 방법, 여가의 중요성 등에 대한 현명하고 통찰력 있는 조언을 해준다.

 

북유럽 국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드을 부러워하고 이민이라도 떠나야 할까? 잠시 그곳을 여행을 떠났다가 내 삶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저자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모두가 처음이기에 삶이 서툴다. 길 잃은 현실에서 나침반이 되어줄 이 책으로 독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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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Memory of Sentences Series 2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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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안데르센이 집필한 160여편 가량의 동화 중 잔혹함을 담고 있는, 독특한 동화들만 모았다. 사람들이 동화를 읽음으로써 삶의 비애를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함과 자아를 찾아가길 바랐다.

 

어느 마을에 같은 이름을 가진 두 남자가 있었다. 클로스라고 불리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말 네 마리를 소유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말 한 마리만 소유했다. 안데르센이 베르너 스터게스라는 소년에게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를 들려주자 굉장히 좋아하며 이 이야기를 동화로 써달라고 요청했다. 한 명의 소년 독자를 위해서 기꺼이 동화를 썼던 안데르센의 수수함이 나타난 작품이다.

 

“Oh! now I haven't got any horse at all!” said Little Claus, and began to cry.

! 이제 나에겐 말이 아예 한 마리도 없어!” 라고 외치며 작은 클로스는 울기 시작했어요.p21

 

<빨간구두>는 안데르센이 초기에 발표한 작품 중 하나이다. 주인공 카렌은 종교로부터 억압과 제약을 받는다. 성스러운 날, 성스러운 장소에서 빨간 구두를 신었다는 이유만으로 천사의 저주를 받아 비참한 운명으로 내몰리는 여성을 엄격하게 억압하고자 했던 당시의 통념이 반영되었고 현대인의 시각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의 눈으로 그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녀는 마음속에서 걷고 있었고, 마음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답니다.p46

 

책에는 하나의 동화가 끝나면 그 작품을 영어나 한국어 표현을 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의역하거나 필사해보는 코너도 있다. <돼지치기 왕자>결혼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가난한 왕자는 부유한 공주와의 결혼을 희망한다. 짧고 단순하지만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안데르센의 흔적을 잘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안데르센은 개인적인 경험들도 작품에 많이 투영하고 있었다.

 

실연의 아픔에 공감하고, 스스로 불멸의 영혼을 얻어낸 <인어공주> 이야기는 마음의 치유가 필요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장미의 요정>은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루면서 여러 인간 군상을 보여 주는 동화이다. 비극적인 결말을 경고하며 예쁜 공주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는 동화들과 차별점을 두었다.

 

<눈의 여왕>은 주인공들의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얼음은 감정의 억눌림과 분리를 나타내며, 눈은 깨달음과 순수함을 상징한다. <부시통>은 덴마크의 민담을 바탕으로 각색한 창작동화이다. 인간의 탐욕적 본성에 관해 깊이 사유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길동무> 동화를 통해서 대가 없이 베푼 선행의 보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본인이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더라도 베푼 선행은 어떤 방식으로라도 돌아오게 되어 있다.

 

<백조왕자>는 엘리제의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과 남매간의 우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많은 어린이에게 사랑받은 동화이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개인이 인내하는 마음이 결국 행복한 결말을 가져온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여러 버전으로 각색된 <마쉬왕의 딸>은 특이한 주인공 헬가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다. 우리의 삶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한 발 떨어져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미운 오리 새끼>는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안데르센 본인을 투영한 작품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신분과 주변 환경에서 벗어나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는 욕구가 상당했다. 현대에 와서는 외모가 뛰어나서 보상받은 외모지상주의 기반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난과 아픔만 이어질 것 같던 혹독한 인생에도 언젠가 봄이 찾아온다는 희망만큼은 여전히 결말 속에 담겨 있다.

 

<성냥팔이 소녀>를 집필할 때 산업혁명 시기로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알 수 있다. 소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단순히 가난과 추위가 아니라 사회와 어른들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안데르센은 자신의 삶에서 어려움과 갈등을 겪었다. 그의 문학에서 개인적인 감정, 외로움, 사랑의 실패 등을 반영하는데, <하늘을 나는 가방> 역시 주인공이 행운을 찾아 헤매는 여정을 통해 내면적인 탐험과 성장을 반영하고 있다.

 

안데르센은 사랑에 상처받고 가슴 아파했다고 한다. 불우한 유년기를 겪으며 본인의 정체성 조차 확립하지 못한 채 불안정한 시기를 보냈다. 부록을 보면 안데르센이 동화를 선택한 이유에 관해 알 수 있다. 영혼의 위로가 필요할 땐 안데르센 동화책을 펼쳐보자. 안데르센의 문장을 통해서 교훈을 쉽게 이해하고 인간 본성에 대해 깊이 있게 통찰할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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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의 인생 수업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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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90세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인생길에서 만난, 인생을 만들어준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를 보낸 어린 시절, 전쟁을 겪으면서 든든한 세 친구와 의지하고, 미국 인턴 시절과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삶을 돌아보며 결국은 사람, 관계가 인생이라고 하였다.

 

나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려지고 있다

 

저자는 90년을 잘 살려면 그냥 되는 대로 살아선 안 된다. 인생 계획을 잘 짜야 한다. 젊을 때는 젊다는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고령이 되면 나이가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수가 더 많다고 말한다.

 

유학생이던 삼촌 덕에 얼마동안 양자로 가게 되어 숙모에게 야단을 맞고 울고 있는데 아버지가 다가와 한마디 말도 없이 안아주었다. 옛 선비는 어른 앞에서 제 새끼 귀엽다고 안거나 업어주는 것을 삼간다. 그 시대에 할법한 어른의 행동이라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형제에게 장작을 패는 일을 시키고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말이 필요 없는 행동으로 교훈을 가르치신 아버지가 대단하시다, 그런데도 문제아는커녕 반항 한마디 없이 잘 자라준 자신이 기특하고 고맙다.

 

요즘 어려운 가정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담자 입장에선 어렵고 힘든 경우지만 환자가 돌아간 후, ‘그것도 문제라고하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들 때가 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일들이 떠오를 때면 빅터 프랭클의 유대인 포로수용소 생활을 떠올린다. 아무렴 거기보다야 낫지 않느냐, 우리가 조금만 더 북쪽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중학교 때부터 담배를 배운 것이 미국에서 의사 일을 하면서 마약 환자를 치료하면서 금연에 성공할 때까지 십수 년 넘게 애연가였다. 끊기로 한 후 오늘까지 한 번도 담배를 만져본 적 없었다. 백지동맹사건은 당시 학교의 교육 신념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의리를 지켜야 했다. 친구 집을 방문했는데 장식용이 아닌 진짜 사과가 쟁반에 놓인 것을 보고 부자인 친구를 부러워했지만 형제들이 미국에 가고 난 후부터 선망이 줄어들었다.

 

맨몸으로 물고기 잡는 종수 형이 있었다, 해방 후 <TV는 사랑을 싣고>에 나가 극적인 만남으로 옛정을 되살리고 있다. 과일 서리는 우리 세대에도 해보았으니 내 자녀들은 서리의 참맛을 모를 것이다. 저자는 부모님 세대이지만 공감 가는 부분들이 몇 개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친한 친구 세 놈은 평소에도 그랬지만 전장 한복판에서도 열심히 공부했다. 수업에 잘 들어가지 않아서 친구 셋이 교대로 과외 선생님이 되어 주었다. 절친 3인 중 한 명만 남았다. 한 친구는 간이 안 좋아 병마를 치르고 한 친구는 자다가 이승을 떠났다.

 

의과 대학에 지원하고 사범 대학 발표자에 이름이 없다고 집이 초상집이 되었다. 엄마가 집에 못 들어오게 하였다. 의과 대학 발표는 제일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의대 합격 수험표를 들고 갔는데, 초상집이 순식간에 잔칫집으로 바뀌었다. “요사스럽긴아버지가 하신 말씀 전부다. 의예과 시절, 가정 교사를 하면서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책방 주인이 선물로 주었다. 나중에 나치 수용소에 견학을 가게 되었다. 지치고 배도 고프고 며칠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을 때 그래도 거기보단 낫지 않느냐생각했다.

 

책은 번역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었지만 프랭클의 책을 번역하자는 출판 제의를 단번에 수락했다. 빅터의 존경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대생 시절 세 친구가 과외했고 졸업 후에는 후배가 미국 의사 시험을 지도해 주었다. 인생 이정표를 그려보면 초고속으로 달려간 포인트 중 한 고개라고 말할 수 있는데 큰 고개는 리처드 프랭클을 만났을 때다. 그후로 동생들이 미국으로 왔고 그때마다 프랭클 부부의 도움을 받았다. 잊을 수 없는 분들이라고 했다.

 

워라밸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일 중독자처럼 일에만 매달린 생활을 하며 인생을 즐길 시간이 없었다. 너무 일에 빠져 아까운 인생을 그냥 보내거나 자칫 건강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일만 하지는 말자고 했다.

 

인생 수업 9교시와 박상미님과 인터뷰에서는 행복해지려면 자기에게 만족할 줄 알아야 하고, 행복은 순간이다. 하찮은 일에도 행복을 느낀다. 욕심이 없으니까 마음 괴로울 일이 없고, 마음이 편하면 몸도 편안하다. 이 책은 저자의 바램처럼 유용한 것들이 많았다. 90을 살아온 사람의 경험을 풀어놓은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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