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닌 것에 이별을 고하다
(서린)
그대 사랑하는 일 나 혼자서 시작한 일이지만
더는 서러워서 이제 이별을 고해야 할까 봅니다
내보인 마음 받고도 그대 아무 소식 없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같은 간절함 아님을 알겠기에
사랑하는 일 그대에게 허락 받은 적 없으니
처음처럼 그대조차 모르게 가슴에 묻으면 되겠지요
돌린 등조차 보이지 않는 사랑에 더는 초라하지 않게
야속하기만 한 그대를 차라리 잊고자 노력할겁니다
십 년 만에 다시 만난 그대와 남은 생 엮이고 싶었지만
긴 세월 믿어온 그대 영혼의 반쪽이 아니라 한다면
또다시 그대를 지우는데 십 년이 걸린다 해도
쓸쓸한 웃음으로 눈물 감출 수밖에 없음을 절감합니다
어찌 보면 사랑이란 것 참 쉬워도 보이고 쉽게도 하는데
내게는 오랜 시간 곁에 없었던 그대 한 사람만 보였는지
이 땅에 사는 동안 내 몫의 사랑이 그게 다라 할지라도
기꺼이 온몸 가득 껴안고 순응하며 살겠습니다
혹시라도 마른 갈대처럼 서걱거리는 내가 안쓰러워
하늘이 내 영혼을 닮은 이 하나 보내 주신다면 잠재웠던 불씨 꺼내어
따뜻하게 활활 지피겠습니다
허락하신다면 이 사랑 나누기에 너무 늦지 않기만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