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와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 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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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우리 대다수와 달리)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든 내면 깊숙이 자신의 여유를만끽하고 있다. 그들은 이 약육강식의 세계에 군림하는 신과 같은 존재이거나, 아니면 저 느긋한 사자, 혹은 고양이를 닮은 존재이기도 할 테니까.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느릿느릿하게‘의 태도란 누군가의 - P181

그래서 나는 산책의 느릿함에 주목하는 것이다. 산책하는 이들 앞에 펼쳐진 세상은 여유롭고 평화로운 어떤 것이니까. 그때산책하는사람이 느릿느릿하게 삶의 기어를 내린다는 것은 이 세계의 ‘미친 흐름‘을 멈춘 뒤 그 흐름을 나의 리듬에 맞추고자 하는 무심한 실천이 된다. 이런 실천이야말로 이 미친 세상에서 산•책하는 일이 품고 있는 가장 놀라운 힘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 P182

그는 그런 식으로 세상에 흘러넘치는 신비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는 자신의 두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의 깊이, 세계의 신비에 매 순간 놀라고 있을 따름이다. 그는 그런 은밀한 경탄의감정을 자신 안으로 꾹꾹 눌러두며, 자신에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실의 겉치레에 불과한 언어를 버리고,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털어놓고 싶은 욕망을 버린채, 그는 태연하게 자기가 가던 길을 밟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는 어쩌면 자신이 지나쳐 온 길에 대하여, 아니, 자기 자신에 대하여 ‘단 한 마디도 말하지 않는 태도‘의 아름다움을 알고있는 것이리라. 말을 아끼고, 쑥스러워하고, 자신을 숨기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것인지도. 아니, 그는 이런 식의묘사에도 관심이 없을 게 분명하다. 그는 오래도록 산책길을거닐며 자신의 무심한 걸음걸이를 닮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는 말없이 어딘가를 걷는다. 거기에 무슨특별한 이유가 있을 리 없다. 단지 그게 그가 삶을 사랑하는 방식일 테니, 그는 그냥 무덤덤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이다. - P215

우리의 삶은 계속 이어지고, 어찌 됐든 나는 지금도 나만의아름다움을 창조해내고 있다. 나는 때때로 좌절과 파탄이 섞인박자에 허우적대겠지만, 결국에는 반드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멈추지만 않는다면, 내 삶을 오랫동안 꿋꿋하게 살아낼 수만 있다면. 나의 리듬은 내 맥박이 뛰는 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내 삶을 이렇게 ‘리듬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나의 시간은길고 여유롭게 확장될 수 있다. 나는 삶을 ‘리듬적으로" 파악한연후에야 나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있고, 또 아직 다가오지 않은 날들을 향한 기대와 전망, 그리고 조화로운 연속성을 간직할 수 있다.
나는 그간 걸어온 것과 비슷하게 내 삶을 연주해 갈 것이다.
동시에 나는 과거와 닮았으면서도 조금씩 절묘하게 변주되는새 리듬의 향연이 내 앞에 펼쳐질 것을 알고 있다. 모든 것은 새롭고도 반복되며, 반복되면서도 새롭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풍성해진다. 나만의 리듬은 내가 움직이는 한 끊임없이 흐르고 두툼해지며 내 영혼을 북돋아 주리라.

어떤가? 이것은 산책길의 풍경과도 정말 비슷하지 않은가?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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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에 어떤 의도가 있을지 고민하기보다 내 짜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녀의 언어에 숨겨진 감정을 파악하기보다 내 마음이 지금 얼마나 다쳤는지, 그 사람은 왜 그럴까고민하기보다 나는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생각해보는 것.

긴 시간을 들이지 않더라도 종종 자신의 마음과 감정, 행동을 관찰하는 일이 필요해요. 확실히 나이를 먹어갈수록 취향과 행동 패턴이 굳어져가는 게 느껴집니다. 이런 게 삶을훨씬 효율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죠. 그래서 고집을 피우거나 합리화를 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잦아지는 거예요. 어떻게든 상황을 처리하기는 해야겠고 내 맘은 대쪽 같으니, 대강후려치듯 감정을 얼버무리는 거죠.
눈을 감아보세요. 외부와의 자극을 차단하는 가장 손쉬운방법이죠. 눈을 감고, 쓰리엠 귀마개로 귀도 막은 채 귀 안에서 귓밥이 움직이는 소리와 숨소리, 등허리의 감각, 배에서나는 물소리 등에 집중해보세요. 일단 몸에 집중한 뒤 마음 - P172

을 보는 게 더 편하거든요.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이런 시간이 더욱 많이 필요한 것같아요. 유튜브가 아니라 제 안의 일곱 살짜리 어린아이와끊임없이 대화하고 마주하는 시간 말이죠. - P173

전 인간관계에서 조금만 실수하거나 잘못되어도 도망쳐버리곤 했어요. 누군가 제 거짓 꿈을 간파하고 직언을 해주면도망쳐버렸어요. 그 사람이 무서웠거든요. 그리고 다른 커뮤니티에 가서 새롭게 캐릭터를 만들어갔어요. 그렇게 잠수와도망으로 일관하다가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빼액 물어버렸던 거죠.
그렇게 많은 분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던 것 같아요. 이제와 느끼는 건데, 자존감이란 건 ‘나를 높이는 힘‘이 아닌 것같아요. 진정한 자존감은 오히려 ‘빈틈‘과 ‘상처‘까지 ‘나‘로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난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사랑하는 누군가의 옆에 서 있는 한 명의 사람일 뿐이니까요. - P177

모든 관계는 애매한 유리수에 위치해 있어요. 늘 흘러가고있고, 매 순간 변화해요. 그래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노력이 필요한 거예요. 서로를 바라볼 때는 규정된 단어가아닌, 상대방 그리고 자신의 감정 자체에 집중해야 하는 것같아요. - P183

조건은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예요. 대신 우연의 톱니바퀴를 돌리기 위한 한 번의 용기가 필요한 법이죠.
보통 용기란 건 두 가지 종류가 있더라고요. 무언가를 실행할 용기, 그리고 실행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용기. 대부 - P211

분은 전자가 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오히려 실행은 한순간이거든요. 때론 충동적일 수도, 실수일수도, 누군가 등을 떠밀어서 엉겁결에 시작될 수도 있어요.
진짜 어려운 건, 실행 후에 따라오는 갖은 잡생각과 고민을견뎌내는 일인 것 같아요. - P212

어차피 집착한다고 모이는 것도, 안 한다고 안 벌리는 것도 아니니 마음이라도 편해야죠. 마음이 조급해지고 작아지면 진짜 돈이 찾아온 순간에 그걸 담을 여유가 없어져요. 왠지 지나가는 비처럼 찾아오는 게 돈인지라, 비가 내렸을 때잘 담고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놓는 게 더 중요해요.
그게 안 되면 떼돈이 들어와도 폭우처럼 막히고 넘치고 다 부서저서 인생이 엉망이 돼버리기도 하니까요.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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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 있어요

(김윤진)

그런 사람이 있어요
그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그래서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따뜻한 느낌으로 남아 있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언제나 귓전에서 속삭임으로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늘 생각나는 사람

꿈속의 재회가 있기에
그리워도 그립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
그 하나가 쉬임없이 기쁨 가득하고
소식 듣는 것으로
숨쉬기 편한 하루하루
만남이 없으니
이별도 없어
가슴 저린 아픔을
삭이지 않아도 되는
그 사람의 이름 석자가
일기장 가득 추억이 되어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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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는 오랫동안 걸어보고 싶어졌다. 내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서 조금이나마 더 겸손하고 애정 어린 사람이 되기위해서나는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에서 나 자신의 무늬를 발 - P144

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앞으로도 발걸음을 옮기며,
지금처럼 "살아있는 그 어떤 것도 하나가 아니다. 그 모든 것은항상 다수로 존재한다."라는 괴테의 말을 상기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내가 마주치는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그들과 나의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웠고 우리는 정말로 서로를 닮은존재들이었다.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미혹한 사람이지만, 위고와 괴테는 그 진실을 잘 알고 있었으리라.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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