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미 떠나고

(테니슨)

텅 빈 골목길 불 꺼진 집 앞에서
나는 또다시 발걸음을 멈춘다
내 가슴을 그토록 고동치게 하던 그 문들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다시 잡아볼 수 없는 손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치 죄인이라도 된 양
새벽부터 살금살금
그 문으로 다가서고 있나니

그는 지금 멀리 떠나고 여기 없지만
저 멀리 하루를 시작하는 소리 들리고
텅 빈 거리에 아침 비 뿌릴 때
희미하게 또 다른 하루가 움터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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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타고르)

연꽃 피던 날마음은 헤매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내 바구니는 비어 있는데
그 꽃을 찾아보지도 않았습니다

때때로 슬픔이 나를 찾아왔고
나는 꿈에서 깨어나
남녀 바람에서 불어오는 한 줄기
감미로운 향기를 맡았습니다

그 아련한 감미로움은
내 가슴을 그리움에 고통스럽게 했고
그것은 내게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여름의 뜨거운 숨결로 느껴졌습니다
그것이 그렇게 가까이 있었음을
그것이 내 것이었음을
이 완벽한 감미로움이 내 자신의 가슴속에서
꽃피었던 것임을
그때는 정녕 알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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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전설처럼

(크리슈나무르티)

이 그림자 속에서
당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을 떠돌았던가
얼마나 많은 삶과 또
얼마나 많은 죽음을 맞이했던가
슬픔도 맛보았고
기쁨도 맛보았다.
하나 어쩌라
그대는 내게서 멀리멀리
달아나고만 있다

나의 기쁨과 슬픔을
내 모든 경험과 영광을 그대에게 돌릴지니
그 많은 신전에서 드린 나의 기도는
허무하게 시들어 버리고 마는가

저 멀리 있는 산처럼
그대는 저 멀리
영원히 얼굴을 돌리고 떨어져 있다.
밤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나 그대를 예배하리

하나 지금 그대는 내 곁에 없다
그대는 너무 멀다
환상처럼
하나의 전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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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

(칼릴 지브란)

숨이 멎을 것 같은 전율
그 가슴 벅찬 깨달음
너무나 익숙한 느낌

그대를 처음 본 순간
나는 알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의 사랑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날의 떨림은
지금까지도 내 가슴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단지
천 배는 더 깊고
천 배는 더 애틋해졌다는 것뿐입니다

영원으로부터 영원까지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그대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나는 그대를 사랑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대를 처음 본 순간
나는 그것을 알아 버렸습니다

운명
그대와 나의 사랑은 운명이기에
그 무엇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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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3-02-23 1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칼릴지브란의 시 정말 좋아했지요!
사랑에 대한 시는 좀 더 강렬했던 느낌입니다. <예언자>라는 시집을 제일 좋아했는데 이사다니면서 없어졌어요.^^:;

오늘도 편안하고 유익한 하루 되세요. 루피닷님.^^

루피닷 2023-02-24 11:48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모나리자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우리는 보통 자기 몸과 마음을 ‘나‘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이름은 이렇고‘, ‘생김새는 어떻고‘, ‘직업은 무엇인지‘ 덧붙여집니다. 자기 몸 마음과 그것에 붙은 꼬리표에 자신의 정체성을두고 살아갑니다. 이렇게 마음이 만들어낸 제한적 자아를 심리학에서는 ‘에고(Ego)‘라고 합니다. 이러한 에고는 나와 남으로구분된 개체입니다. 에고는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 갈망하거나 두려워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나‘입니다. 만족을 모릅니다. 설령 만족한다고 해도 잠시뿐입니다. 에고는 마음이 지어낸자아상이며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에서 만족을 구합니다. - P32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고 의식‘으로 살지만 깨어난 사람은
‘참나 의식‘으로 살게 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알든 모르든우리들 각자가 ‘참나‘이면서 ‘전체‘라는 것입니다. 의식이 깨어나서 내가 곧 우주 전체‘라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사람이나 존재의 실상과 본바탕은 동일합니다. ‘나는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전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는 것이죠. 알든 모르든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며 모두가 그것을 마시며 살아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 P34

믿음이란 삶과 근원에 대한 전적인 신뢰입니다. 삶이라고표현한 이것을 하늘, 하나님, 부처님, 참나, 본성, 우주라고 부르든 간에 상관없습니다. 이것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달라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존재의 바탕인 그것을 알아차리고 내맡기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 P38

삶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 받아들임과 내맡김이 자연스럽게진행됩니다. 안 좋아 보이고 걱정되는 상황이 여전히 생기기도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생각만큼 나쁜 게 아닐 수도 있어, 삶이 알아서 해주겠지. 내가보기에 좋지 않을지라도 삶의 뜻이 그렇다면 괜찮아‘라고 여기는 순간 걱정과 두려움에서 해방되고 평안함이 찾아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겪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꼭 이래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괴로움에서 멀어지고 행복이 다가옵니다. - P39

그런데 그렇게 찾아 헤매던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때에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찾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멋지고 근사한 방식은 전혀 아니었지만요. 동화 ‘파랑새‘에서 해주는이야기와 같았습니다. 파랑새를 찾아 헤매던 남매가 결국은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토록 찾던 파랑새는 자기 집에있었다는 스토리처럼 말이죠. 그토록 찾아 헤맨 그것이 바로 내안에 있었습니다. 어디 도망가지도 않으며 없어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외부에서 찾아 헤매지 않고의문도 없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만족하게 됩니다. - P40

우리는 업장이나 생각을 자신과 동일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깨달음과 사랑이 꽃피어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어느 정도는 거기에서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불협화음이 생겼을 때 그 사실을 알아차린다면,
그 앞을 통해 새로운 요인이 생겨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에크하르트 톨레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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