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역 광장에 설치된 주목(朱木) 화분을 보며 붉은 색을 의미하는 한자들 가운데 짙게 붉을 강이란 글자가 들어 있는 능마강소(凌摩絳霄)를 생각했다. 장자(莊子)가 말한 북해의 물고기 곤(鯤)이 봉(鳳)이 되어 날아오르는 것과 관련한 의미라고 들었다. 유곤독운(有鯤獨運) 능마강소(凌摩絳霄)가 한 세트이다. 도남(圖南)을 생각하게 하고 미수(眉叟) 선생님을 생각하게 한다. 주역(周易)의 비룡재천(飛龍在天)과 연관지어 생각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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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속에 숨겨진 진실
문희수 지음 / 연세대학교출판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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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속에도 진실이 숨어 있다. 자연이 기록한 이 내용물들은 좀체 지워지지 않으며 쉽게 알아보기 어렵다. 문희수 교수의 ‘돌 속에 숨겨진 진실’은 고체 지구를 구성하는 단단한 암석 속에 숨어있듯 담긴 내용을 다룬 책이다. 그랜드 캐니언편에서 인상적인 대목을 만난다. 대협곡의 맞은편은 16~29km나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이는 아프리카와 유럽 사이(지브롤터 해협)가 13(또는 14)km라는 사실과 묘하게 대조를 이룬다. 그랜드 캐니언을 만든 강은 콜로라도 강이다. 그랜드 캐니언을 최초로 탐험한 사람이 웨슬리 파웰이다. 그는 미국 지질조사소(USGS)의 창설자이기도 하다. 그랜드 캐니언의 규모는 놀랍고 시간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하는 색을 하나 꼽으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갈색을 연상할 것이다. 암석 속의 철분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런 색을 내는 철은 3가 철로 산화된 상태다. 


오랜 지구를 관찰하면 지각은 정적이거나 안정된 대상이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랜드 캐니언이 해침(海浸)과 해퇴(海退)를 반복하던 과정을 중단하고 육지로 융기를 시작한 것은 전적으로 지판의 이동 결과다. 바로 북아메리카판이 융기한 그 시기가 그랜드 캐니언이 만들어진 시점(始點)이다. 제임스 허턴은 지층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인물이다. 시간을 발견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시간의 개념은 시간적 선후관계를 밝힌다는 의미이고 이는 성경에서 말하는 창조주에 의해 한꺼번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개념을 뒤집는 것이었다. 허턴은 인간이 관찰할 수 있는 한도에서 이 세계는 시작도 끝도 없다는 말을 했다. 이는 지층이 포함하고 있는 시간은 지금까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장구(長久)하다는 말이다. 


많은 시간 간극(間隙)을 보여주는 말이 부정합(不整合)이다. 이는 시대가 다른 두 지층의 경계면을 나타내는 말이다. 두 지층이 시간차 없이 연속적으로 쌓인 경우를 정합이라 하며, 시간차를 두고서 퇴적된 경우를 부정합이라 한다. 경사(傾斜) 부정합은 조산운동으로 인해 지층이 기울어지고 침식 및 침강을 겪은 후 새 지층이 퇴적된 것을 말한다. 부정합면을 기준으로 상하 두 지층의 경사가 다르다. 본문에 두 개의 성론(成論)이 나온다. 화성론(火成論; Plutonism)과 수성론(水成論; Neptunism)이다. Pluto란 그리스 신화의 지하 세계의 신이고 Neptune은 바다의 신이다. 둘 다 은유(隱喩)다.(우리는 은유 없이 사유할 수 없다.) 


수성론자들은 현무암을 가열했다가 느린 속도로 냉각시키면 유리질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유리질이 아니라 결정질 현무암이 만들어진다. '지질학 원리'를 쓴 라이엘은 허턴이 사망한 1797년에 태어났다. 허턴이 밝힌 원리를 라이엘이 확립시킨 동일과정설은 현재는 과거의 열쇠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수성론, 격변설의 잘못을 증거한다. 알프레드 하커(1859-1939)는 화성암을 지층들 사이의 의미 없는 돌덩이가 아니라 단층, 습곡과 같은 지각변형이나 지각운동 등과 밀접하게 관계되는 대상으로 해석하려고 시도했다.(71 페이지) 하커가 생각한 것은 오늘날 불의 고리 또는 안산암대(安山巖帶)다. 판구조론이 정립된 후 불의 고리에서 일어나는 화성(火成) 활동은 대륙 지각 아래로 밀려들어가는 해양지각과의 소멸경계(섭입경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임이 밝혀졌다. 


지질시대에 따른 환경 변화는 생물종에게도 나타나게 마련이다. 화석만으로 알 수 있는 시대는 상대적인 개념의 시간으로 지층들의 선후관계를 말해줄뿐 확실한 연령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가장 신뢰할 만한 암석 연령 측정방법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반감기가 5730년인 탄소는 10만년이 넘는 대상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칼륨 40이 아르곤 40이 되는데 반감기는 12.5억년이다. 우라늄 238이 납 206이 되는데 반감기는 무려 45억년이다.(74 페이지) 이런 핵종 원소들을 이용한 방사성 시계는 오직 화성암에서만 작동한다. 화성암들은 마그마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에 결정화되는 순간에 자원소를 가지지 않아 방사성 원소를 포함하고 있는 광물들이 측정 대상들이 된다. 


퇴적암들은 방사성 원소들을 이용해 암석의 생성연대를 측정할 수 없다. 방사성 원소들을 함유한 광물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퇴적암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퇴적암들은 다른 화성암, 변성암, 퇴적암들이 풍화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퇴적물들이 모여 고결된 암석이다. 따라서 각개 입자들은 제각기 다른 시기에, 그리고 다른 장소에서 만들어진 광물들이다. 지구의 나이가 현세에 가까워질수록 지층에 기록된(숨겨진) 정보의 양은 증가하는 것을 반영해 신생대는 기(紀)와 세(世)로 세분된다. 고제3기는 팔레오세, 에오세, 울리고세로, 신제3기는 마이오세와 플라이오세로, 제4기는 다시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로 구분된다. 


다른 행성과 마찬가지로 초기 지구가 수많은 운석과 파편들의 충돌에 의해 오늘날의 지구 크기로 성장하는 데 약 1억년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83 페이지) 명왕누대를 헤이디언 이언(Hadean Eon)이라 한다. 지하세계를 의미하는 하데스에서 유래한 말이다. 철질 물질은 암석을 구성하는 다른 결정질 물질들보다 용융 온도가 높아 선택적으로 먼저 녹았고 비중이 높아 지구 중심으로 내려가 핵을 구성하였다. 1882년 달이 지구로부터 떨어져 나갔다는 이론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오스몬드 피셔다. 그는 아마도 태평양은 달이 지구로부터 떨어져나갈 때 만들어진 일종의 탄생흔이라고 주장했다.(91 페이지) 물론 이는 틀린 말이다. 태평양은 달과 화학적으로 다르고 훨씬 젊기 때문이다. 


과학에는 정설(定設)이 제시되기 전에 많은 가설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마크 트웨인은 이를 두고 “과학에는 뭔가 매혹적인 게 있다. 한 가지 사실이라는 아주 사소한 투자 대상에서 그토록 다양한 추측들을 수익들로 거둬들이니 말이다.“란 말을 했다. 지구 역사 초기에 대양을 직접 강타한 자외선은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했다. 가벼운 수소는 우주로 날아갔고, 산소는 대기에 집적되어 양이 늘어났다.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의 등장으로 생명체로부터 배출되는 산소가 늘었다. 물속에서 만들어진 산소는 철과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켜 산화철을 대양의 바닥에 침전시켰다. 철광은 자철석과 적철석 등 철산화광물층의 층과, 철분이 결핍된 셰일이나 처트층이 띠 모양으로 반복되면서 퇴적되었다. 이를 호상철광층(縞狀鐵鑛層; Banded Iron Formation; BIF)이라 한다. 


처트층과 철광층이 교대로 나타나는 것은 낮에는 광합성 작용으로 산소가 공급되어 철광층이 침전되고 미생물의 활동이 뜸해지는(상대적으로 산소가 부족한) 밤에는 규산이 침전되었다고 설명한다. 좀 더 두꺼운 규모로 반복되는 층은 계절적 변화로 설명한다. 여름철에는 생물체의 활동이 활발해 주로 철광물들이 침전되고 겨울철에는 생물체의 활동이 미약해 주로 처트가 생성된다는 것이다.(113 페이지) 붉게 보이는 층은 자철석 – 적철석 등으로 구성된 철 광물층이고, 밝게 보이는 층이 함철(含鐵) 처트(굳고 미세한 입자의 규암으로 이루어진 퇴적암) 층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와 리처드 포티의 대립(?)도 흥미롭다. 굴드는 생명의 역사를 담은 테이프를 버제스 셰일까지 되감은 후에 똑같은 출발점에서부터 다시 돌리면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생물이 출현하게 될 확률은 놀라울 정도로 낮다고 말했다. 리처드 포티는 버제스 셰일에서 산출되는 화석에 대한 기존 기록에 등장하는 많은 새로운 문(門) 분류는 잘못된 점이 있다는 점을 밝히고 이런 몸집이 커지고 단단한 껍질을 가진 생물종의 출현을 위한 진화적 토대는 선캄브리아 시대에 마련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밀란코비치는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 차이가 제임스 크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138 페이지) 


고생대 데본기에 산호(珊瑚)가 번성하여 산호초(珊瑚礁)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산호는 성장을 위해 빛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물이 얕고 밝아야 한다. 따라서 퇴적물이 유입되는 양이 많은 지역에서는 수온이 높아도 살지 않는다. 산호의 폴립이 석회질 물질을 분비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산호초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산호의 성장 속도는 더디다. 산호초가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 해양의 0.17%에 지나지 않지만 전체 해양 생물종의 1/4 이상이 산호초를 중심으로 서식하기에 산호초는 해양의 열대 우림이라 불린다. 산호는 바위에 붙어 사는 동물이다. 산호 내에는 미세한 조류(藻類)인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들은 대사활동을 통해 산호에게 산소와 먹이를 제공한다. 


백악기 말의 공룡의 절멸이 운석 충돌만의 결과로 설명하는 것에 회의적 시각을 갖는 학자들도 있다. 이 시기에 일어난 인도의 데칸 트랩을 만든 대규모 화산활동을 원인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운석 충돌이 공룡의 절멸에 더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197 페이지) 운석 충돌이 공룡을 포함한 많은 생물종들의 절멸을 일으켰지만 그런 중에도 살아남은 종들도 많다. 조류(鳥類)와 포유류(哺乳類) 등이다. 폴 스튜어트는 ‘갈라파고스; 세상을 바꿔놓은 섬‘에서 갈라파고스의 화산 분출구를 지옥의 입이라 표현했다. 지옥의 입은 맨틀 플룸이 지표에 도달하는 지점을 의미하는 열점(熱點)을 이르는 말이다.(245 페이지) 


지구의 심연인 맨틀에서 기원하는 플룸은 대략 100km 정도의 직경을 가진 뜨거운 암석의 거대한 기둥과 같은 것이다. 맨틀 플룸은 주변의 암석들보다 상대적으로 고온으로 밀도가 낮아 1년에 약 10cm 속도로 상승한다. 맨틀 플룸이 지표 가까이에 상승하면 압력이 감소하면서 플룸의 일부가 녹는다. 이런 부분 용융이 일어나는 깊이는 150km 정도다. 그 이하의 깊이에서는 온도가 암석을 녹이기에 충분하지만 압력이 높아 암석을 녹일 수 없다. 저자는 판구조론의 등장은 지질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었으며 지금까지 구차한 이론으로 설명을 시도하였거나 아예 설명하기 곤란했던 거대한 지질현상들을 명쾌하게 바라 볼 수 있는 시각을 마련해 주었다고 말한다.(269 페이지) 물론 저자가 말했듯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문제들이 일거에 해결되었다. 


섭입대 하부에서도 부분용융이 일어난다. 염기성의 해양지각과 산성의 대륙지각이 섞이므로 중성 마그마가 만들어진다. 불의 고리를 안산암대라 한다. 용암, 화산재, 암설(巖屑) 등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화산을 성층화산이라 한다. 주의할 것은 화산재는 화산회(火山灰)가 아니라 화산재(火山滓)라는 점이다. 재(滓)는 밀가루 같은 찌꺼기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지구의 큰 주름살격인 큰 산맥들은 요즘에는 지판의 이동에 의한 조산운동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초기 지질학자들에게는 지질학적 사유가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지향사(geosyncline)라는 개념을 동원했다. 어떤 퇴적 분지에서 퇴적층이 만들어져 퇴적층이 두꺼워지면 높은 압력이 작용한다. 그 압력으로 지층은 침강하며 다른 한쪽은 융기가 일어나는데 이게 바로 산맥을 만든다는 것이다. 


19세기 중엽 미국의 지질학자 제임스 홀과 제임스 다나에 의해 제안된 지향사 개념은 판구조론이 등장하는 이전까지 산의 형성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받아들여졌다. 지향사 이론이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대규모 산맥의 형성을 설명하는 이론으로는 결격 사유가 많은 이론이었다. 인도와 아시아 대륙의 충돌로 만들어진 히말라야 산맥은 아프리카와 유럽 대륙의 충돌로 만들어진 알프스 산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장대한 규모이고 만들어진 산들의 높이 또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 차이는 근본적으로는 인도 대륙의 북상 속도가 빠른데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물론 대륙의 이동 속도만이 높은 산을 형성한 유일한 일은 아니었지만 결정적 역할 중 하나였다. 


지판의 섭입(소멸) 경계는 화산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지진도 일으킨다. 지진이란 지층 속에 응력이 축적되었다가 그 한계점을 지나면 단층 발생과 함께 방출되는 에너지다. 지구가 살아 움직이는 실체임을 보여주는 것은 지진만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목격할 수 있는 화산활동은 가장 역동적이며 직접적인 증거다. 지판의 소멸 경계나 열점에서만 화산활동이 수반되는 것은 아니다. 지판의 생성 경계에서도 지속적인 화산활동에 의해 새로운 지각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생성 경계는 태평양이나 대서양 등 바다 바닥에 위치해 목격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아프리카 열곡대는 아이슬란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열곡대와는 규모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아프리카 열곡대는 장대한 규모다.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인공위성으로 찍은 영상을 통해서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더 편리할 정도이다. 아프리카 대륙 동쪽으로 60여 킬로미터 연장되는 열곡대는 19세기 영국의 지질학자 죤 월터 그레고리에 의해 명명되었다. 이 열곡대는 북쪽으로는 시리아부터 시작하여 홍해를 거쳐 아덴만을 아프리카 대륙의 에티오피아를 거쳐 남쪽으로 연장되면서 서부와 동부 열곡대로 나누어진다. 아프리카 대륙이 갈라지고 있는 현장이 바로 열곡대이다. 아프리카 열곡대는 지각의 진화를 보여주는 현장이어서 중요하지만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데도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이 지역은 1500만년 전만 해도 열대우림으로 뒤덮여 있는 녹색지대였다. 열대우림의 숲이 번성할수록 나무들은 키높이 경쟁을 하는 듯 하늘로 올라가는 대신 바닥의 환경은 열악해지기 마련이다. 동물의 세계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하게 그 자신을 적응시켜야만 생존이 가능했다. 이런 숲에 적응하기 위한 생물종들이 바로 수상(樹上) 생활을 하는 고등 영장류였다. 그들은 수상 생활에 적합한 긴 팔과 손, 그리고 발을 가지고 있었으며 나무를 떠나지 않은 채 나무 열매를 먹으면서 생활하였으므로 안전한 나무 위를 떠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 지각의 진화로 인해 바로 1500만년 전을 기점으로 이 지역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바로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에 융기하기 시작하면서 고지대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새롭게 만들어진 산맥의 서쪽과 동쪽의 기후대가 달라졌다. 서쪽은 강수량이 풍부해서 열대 우림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으나 산맥의 동쪽은 강수량이 줄면서 열대 우림이 축소되어 사바나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초원지대에서는 이제 영장류들이 나무에 매달려 살기에는 부적합한 환경이 되었다. 당시 가능한 변화를 상상해보는 데에 굉장한 추리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아프리카 열곡대 동쪽은 강우량이 줄어들면서 열대 우림이 축소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숲에서 나무들의 간격이 멀어져 양장류들은 더 이상 나무와 나무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게 되었다. 고고학자 클라이브 갬블(Clive Gamble)은 이를 열대림은 마치 사바나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과 같았다고 묘사했다. 


이런 생태계 교란은 호미니드의 출현 및 진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지금껏 이야기한 모든 지각변동 및 진화는 흙 이야기로 수렴될 것이다. 암석들이 풍화하여 흙으로 변하는 속도보다 침식되는 속도가 빠르면 문제다. 문명의 종말이 초래될 것이란 말이다. 인간의 활동이 그런 속도를 강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저자는 현대 과학이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돌 속에 숨은 진실을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감한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돌은 흥미 요소와 의미를 모두 가진 우리의 토대이자 친구가 아닌가 싶다. 저자가 제시한 이야기는 돌 속에 숨은 진실이라기보다 장대한 서사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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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책들로부터 단서를 많이 얻곤 한다. 뜻밖이란 읽고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 못하다가 때가 되어 얻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생각하지도 않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실마리를 찾는 경우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최근 이민성, 김종온 저자가 번역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지구를 안다‘를 알고 번역자의 한 분인 이민성 교수의 책을 검색하다가 ’현대지질학의 창조과학비판‘을 알게 되었다.
작년(2024년) 10월 25일 나온 책인데 열심히 신간 검색을 하는 입장에서 어, 이런 책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희수 교수의 ’돌 속에 숨겨진 진실’은 조원식 교수의 ‘우리땅 우리돌 길라잡이’를 다 이해하지 못해 고른 돌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이다.
알라딘 중고 코너를 통해 구입해 읽고 있다. 같은 내용을 다루어도 저자의 관심사나 설명 방식, 주제에 따라 책이 말하는 깊이나 맥락이 많이 다름을 느낀다. 문장력과 단어 (선택)도 차이가 많은 부분이다. 이런 점은 여러 책을 읽어야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니 내게도 독서의 역사가 충분히 쌓인 셈이라 할 수 있겠다.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을 건너 뛰며 읽으며 느낄 수 있는 점이 축적된 독서력이다. 일본의 한 작가는 (새 책) 독서는 축적된(선행) 독서력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런 축적은 미국의 과학 작가 나탈리 앤지어의 ‘원더풀 사이언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에 ‘지질학; 세계의 조각들을 상상하기’란 챕터가 있다. 오래 전에 안 책이고 챕터이지만 당시는 지질학에 관심을 갖기 이전이어서 선택하지 않다가 오늘 파주 파평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내용 이상으로 문장에 초점을 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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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의 절규와 관련된 것이라 하는 1883년 크라카토아 화산 분출의 폭발음이 4800km 떨어진 모리셔스에서도 들렸다고 하니 당시 청력 상실(喪失) 또는 난청(難聽) 환자들이 줄을 잇지 않았을까? 사이먼 윈체스터(Simon Winchester; 1944 - )가 지옥 문이 열리는 순간이라 표현한 크라카토아 화산 대분출. 윈체스터는 지질학을 전공한 작가로 윌리엄 스미스 일대기인 세계를 바꾼 지도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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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 9일 이래 4일째 Yes24의 불통(랜섬웨어 공격에 의한 피해)으로 자료를 검색할 수 없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지질 글(6월 것)은 별도로 보관해 두고 있어 문제가 없다.

 

2. 어제 시티투어, 오늘 연천군 관내 세 중학교의 네 선생님들께 재인폭포, 백의리층, 베개용암, 좌상바위 해설을 잘 해드려 한 시름 놓게 되었다.

 

3. 어제는 오랜만에 박지영 선생님이 새 책(구름을 사랑한 보들레르) 출간 소식을 전해오셨다. 더칼럼니스트에 연재하는 지질 글을 보내드리자 박 선생님은 태웅님도 글 쓰기를 즐기시는 군요. 그게 아니면 쓸 수 없죠...태웅님 필력이면 어떤 글이든 자료만 있으면 다 쓰실 수 있죠. 좋은 곳에 좋은 글 많이 쓰셔요. 사람들이 지진과 화산에 관심이 많은데 많이 알려주셔요.”란 말씀을 해주셨다.

 

4. 며칠 전부터 9,000권에 이른 알라딘 보관함을 가볍게 하는 작업을 했다. 1,700권대로 낮추었으니 이제 줄일 여지는 크게 더 없을 듯 하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드러난 특징 중 하나는 신학 책을 대부분 제외시켰다는 것이다. 안용성의 현상학과 서사공간‘, ’두 이야기가 만나다 - 요한계시록 서사로 읽기‘, 마이클 고먼의 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등만 남겨두고 다 삭제했다. 우연이겠지만 세 책 모두 새물결 플러스 출판사 것이고, 세 권 중 두 권은 요한계시록에 관한 책이다. 성경 또는 신학은 잘 모르지만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666이란 짐승의 표(를 받는 것)를 과거 시점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 일이라 여기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읽으려 남겨둔 것이다.

 

5. ’우리가 모르는 건 슬픔이 됩니다란 책이 화제다. 히토쓰바시대학교 사회학부 가토 게이키 세미나가 지은이인 이 책은 일본이 한국에 행한 가해(加害)의 역사를 마주한 일본인 대학생들의 고민과 사투를 그린 책이다. 진실과 진정성을 담은 이런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감사하다. 우리 우익, 친일 인사들을 반성하게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란 생각을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반갑고 감사하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하다. 읽을 것이 많아 좋다.


6. 자본주의, 어떻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나 - 자본주의 문명의 프리즘을 쓴 전병권이란 분의 이력이 인상적이다. ‘역경(易經)’, 화폐론, 경제사, 정치경제학, 경제학설사, 정신분석학, 경제이론, 경제철학, 나의 두뇌로 사고하면서 문제의식을 풀어가는 방법 등을 배웠다고 한다. 대가(大家)라 해야 할지 현인(賢人)이라 해야 할지 모르나 이런 분들에게서는 배울 것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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