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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와 모네 - 인상주의의 거장들 아티스트 커플
김광우 지음 / 미술문화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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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와 모네는 인상주의의 거장들이다. 둘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사이이다. 그 둘의 관계를 해명한 김광우의 마네와 모네는 아티스트 커플 시리즈의 한 권이다. 저자 김광우는 철학 및 현대 미술, 비평을 전공한 분이다. 저자는 예술가의 창조성은 주변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제한다.

 

마네와 모네의 특징 중 하나는 방대한 자료들을 실었다는 데 있다. 그래야 예술가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두아르 마네(1832 1883)올랭피아풀밭에서의 오찬으로 유명하고 클로드 모네(1840 1926)는 수련(睡蓮) 연작으로 유명하다.

 

마네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모네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마네는 인물화를 주로 그렸고 모네는 풍경화를 주로 그렸다. 마네는 모더니즘을 연 사람이고 모네는 최초의 회화 혁명을 체계적으로 일으킨 사람이다. 마네와 모네는 일본 판화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응용했을 뿐 아니라 일본 판화를 그림의 배경으로 장식했다.(46 페이지)

 

모네와 마네는 행복한 시간을 공유했다.(171 페이지) 마네는 모네를 끝없이 도왔다. 모네는 마네에게 금전적 도움을 요청했다.(192 페이지) 모네는 마네 사후 마네를 위대한 화가로 기억되도록 적극 나섰다.(267 페이지) 모네는 마네의 작품이 루브르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다.(268 페이지) 둘의 관계는 고흐와 고갱의 그것과 달리 바람직한 것이었다.

 

인상주의란 말이 처음 생긴 것은 모네의 인상, 일출이란 그림을 본 루이 루르아에 의해서이다. 물론 루르아는 이 그림을 보고 얼마나 자유로운가, 얼마나 쉽게 그렸는가라는 경멸조의 말을 했다.(166 페이지) 모네는 빛이 일기(日氣) 변화에 따라 사물에 일으키는 변화를 파악하고 그것을 영롱한 색조로 나타낼 줄 알았으며 빛이 사물에 닿아 분산되는 것을 상상하면서 순간적인 현상을 빠른 붓질로 캔버스에 담았다.(15 페이지)

 

모네가 항상 같은 시간에만 그림을 그린 것을 쿠르베가 기이하게 여긴 것은 유명하다. 모네는 대상 하나하나에 대한 사실주의 묘사를 중요하게 여긴 것이 아니라 빛이 시시각각 대상에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관심을 두었다.(97 페이지) 모네는 인내심이 많은 화가였다. 그는 바라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그리고 또 그렸다.(247 페이지)

 

마네의 불로뉴 해변1868년 작품으로 처음으로 인상주의 화법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 마네는 사람들을 분명하게 묘사하지 않고 색을 적당히 쓱쓱 문지르는 것으로 처리했다. 이런 화법이 오히려 과학적인데 그것은 시선이 닿는 중심지가 아닌 주변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132 페이지)

 

마네는 많은 예술가들과 어울렸다.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시인 보들레르이다. 마네는 보들레르의 시신이 안장(安葬)되는 모습을 장례식이란 제목으로 그렸다. 한편 시인 말라르메는 마네의 미학적 대변인으로 평가된다. 말라르메는 마네의 10년 연하이다. 보들레르는 마네의 11년 연상이다.

 

조르주 바타유는 마네가 그린 스테판 말라르메의 초상을 보고 위대한 두 영혼 사이의 애정을 표현하는 작품이라 극찬했다.(189 페이지) 모네가 그린 템스 강 풍경 시리즈 석 점은 스케치처럼 그린 인상, 일출에 비해 완성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받는다.(153 페이지) 1872년 모네는 작품의 질과 값에서 큰 결실을 맺었다.(157 페이지) 이런 점은 저자의 의도(예술가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게 하려는..)에 부합한다.

 

에밀 졸라의 나나가 출간되기 전 마네가 나나를 그렸다.(215 페이지) 마네는 평생 일곱 개의 화실을 전전했다.(223 페이지) 마네는 벨라스케스를 우상으로 여겼다.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시녀들)‘는 마네에게 영향을 주었다.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는 프랑스 철학자 푸코가 말과 사물에서 분석한 그림으로 유명하다.

 

마네는 52세까지, 모네는 86세까지 살았다. 마네는 말년을 투병 속에서 보냈다. 마네는 현대 감각을 일깨워주고 떠난 화가로 평가받는다. 마네는 현대적 감각으로 그림의 주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며 우발적인 변화라도 주의 깊게 살펴보라는 보들레르의 권유를 소중하게 받아들인 화가이다.(244 페이지)

 

반면 모네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인내심이 많은 화가였다. 모네는 모파상과 친하게 지냈다. 같은 주제를 연속적으로 그리는 연작은 오늘날 많은 화가가 그리지만 모네가 건초더미 시리즈를 그릴 때만 해도 과거에 없던 획기적인 방법이었다.(278 페이지) 물론 모네의 가장 유명한 연작은 수련(睡蓮)‘ 연작이다.

 

프랑스 철학자, 과학자, 시인인 가스통 바슐라르가 꿈꿀 권리에서 다룬 모네론()은 유명하다. 모네는 지베르니(Giverny)를 유명하게 했다. 지베르니는 파리에서 약 75km 떨어진 곳으로 모네가 거주하며 작업한 마을이다. 모네는 종일 수련을 그리고 그렸다.

 

당시 모네는 아들 장을 먼저 떠나 보낸 70대의 노인이었다. 하지만 1차 대전 발발로 작업에 대한 도취는 중단되었다.(305 페이지) 이 장면은 1차 대전이 발발하자 마의 산을 내려오는 주인공 한스 카스트로프를 그린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연상하게 한다.

 

모네는 오랑주리의 타원형 전시실에 맞는 패널화를 그리려 했지만 백내장으로 시력이 나빠져 계획대로 하지 못했다. 오랑주리는 식물원이었다가 미술관이 된 곳이다.(참고로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모네, 하면 가스통 바슐라르의 꿈꿀 권리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클로드 모네처럼 물가의 아름다움을 거두어 충분한 저장을 해두고 강가에 피는 꽃들의 짧고 격렬한 역사를 말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네도 거장이었지만 모네를 보며 거장이란 말을 더 떠올리는 것은 작품 때문이기도 하지만 긴 구십에 가까운 나이까지 그림을 그리다가 간 삶 때문이다. ’마네와 모네의 특징은 전기(傳記) 위주의 평이한 글이 인상적이라는 점이다. 같은 저자의 칸딘스키와 클레’, ‘고흐와 고갱’, ‘뭉크, 쉴레, 클림트’,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등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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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눈덩어리 지구 이야기 - 적도까지 얼음으로 덮인 적이 있다고? 그림으로 보는 극지과학 10
유규철.이용일 지음 / 지식노마드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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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크 해협은 Drake Passage라 한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가르는 해협이고 남미대륙과 남극대륙 사이의 바닷길이다. 지브롤터 해협은 Strait of Gibraltar라 한다. 대서양과 지중해를 가르는 해협이다. homo sapiens는 20만년전 등장한 인류이고 homo sapiens sapiens는 5만년전에 등장한 현생인류다. 해협 이야기를 하다가 호모 이야기를 하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천신만고 끝에 남극에 갔다 해도 전혀 쓸모 없는 땅이라는 사실에 절망했을 것이란 말을 하기 위해서다. 


빙하기란 용어는 19세기 식물학자 카를 쉼퍼가 처음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과거 260만년전인 플라이스토세부터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시기를 빙하기라 하고 상대적으로 높았던 시기를 간빙기라 한다.(1만 2천년전부터 현재까지는 홀로세이다.) 큰 기후 변화 주기 내에 작은 기후 변화들이 요동치는 것이 순리다. 빙하기와 간빙기는 전 지구적인 평균 기온 변화와 지속 시간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지속 시간은 수백~수천년이다. 최초의 빙하기는 선캄브리아기인 24억년전으로 추정한다. 지구 탄생 후 21억년이 지나서였다. 최초로 증거가 발견되었다는 뜻이지 역사상 최초라는 의미는 아니다. 


기후 지시자는 물리적으로, 화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기후에 따라 달라지는 인자들이다. 빙하 시료의 얼음 기포 내에 갇힌 온실가스가 한 예이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보유자에서 동일한 시기에 나타나는 비슷한 전 지구적 기후변화가 감지된다면 우리는 그 시기를 지구 역사에 나타난 빙하기나 간빙기로 지정할 수 있다. 


지구 궤도 변화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인은 이심률, 자전축의 기울어짐, 세차운동이다. 이런 지구 궤도의 주기적 변화는 약 23000년(세차운동), 40000만년(지구 자전축의 기울기), 10만년(이심률) 주기로 지구 기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외에 장기적 관점에서 현재와 다른 과거의 기후 변화 요인은 지각 운동과 관련이 있다. 기후는 위도에 따른 태양 복사량의 차이와 대기의 해양순환에 따라 달라진다. 


1만 2천년전부터 현재까지 홀로세 지질시대에서 소빙하기는 1350년부터 1850년 사이에 나타났다. 이때를 제외하고 나머지 시기는 따뜻했다. 소빙하기 내내 추웠던 것은 아니다. 태양에 흑점이 많으면 태양의 대류가 활발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에너지가 많아진다. 


눈덩어리 지구 가설을 보자. 지구의 해양과 대륙 모두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고 가정하는 이론이다. 탄생 이후 초기 지구가 마그마 바다로 덮여 데워진 상태에서 서서히 식어갔다고 추측하는 상황에서 눈덩어리 지구 가설은 논란을 낳았다. 암석은 지구의 역사를 담고 있는 기록자이다. 지질학자들이 눈덩어리 지구를 가정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이아믹타이트 때문이다. 각진 암석 덩어리와 자갈부터 점토까지 불규칙하게 혼합된 퇴적상을 보여주는 사암(砂巖)이다. 오직 극지역의 빙하 주변 육상과 해양 퇴적물에서 찾을 수 있다. 


육상의 지질 기록은 침식 등으로 연속적이지 않지만 해양 퇴적층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지구의 지표 환경 기록을 연속적으로 가지고 있어 암석 퇴적상을 현생 퇴적상과 서로 대조해 볼 수 있다. 유빙운반역(流氷運搬礰)도 과거 빙하기의 일면을 볼 수 있는 과학적 증거다. 높은 지대에 두껍게 쌓인 빙하는 무게에 따른 중력에 의해 낮은 지대로 흐른다. 이렇게 빙하기 이동을 하는 과정에서 육상의 암석 덩어리와 조각들은 빙하 바닥에 붙어 운반된다. 빙하 바닥의 암석은 갈려 거친 돌이 만들어진다. 


빙하가 해안가에 이르면 지반이 더 이상 빙하를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려 바다로 흘러들어 유빙이 생성된다. 다량의 유빙이 바다로 운반되어 녹을 때 유빙에 붙어 있는 암석 파편이 바다 밑으로 떨어진다. 이때 떨어진 역들이 퇴적물에 드문드문 섞여 빙하 환경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퇴적상을 만든다. 이 역들의 표면에 운반 도중 빙하가 긁고 지나간 흔적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극지환경에서만 볼 수 있는 해양지질학의 퇴적물로 생각했지만 적도 지역을 포함해 저위도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었다. 이를 근거로 과학자들은 오래전 지구에 전지구적인 얼음 세상이 존재했다는 가설을 세웠다.


다이아믹타이트, 호상 점토 퇴적물, 빙하가 녹은 물에서 생성된 하천 퇴적물, 암석 표면의 빙하 흔적에서 눈덩어리 지구의 강력한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지구과학계의 혁명과도 같은 판구조론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눈덩어리 지구 가설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판이 움직인다는 살아 있는 증거는 해저 지각에 남아 있는 잔류자기의 방향이다. 지구 자기장은 계속 변해왔다. 잔류자기는 암석이나 퇴적물에 남아 있는 과거의 지자기다. 퇴적물이 쌓이면서 잔류자기 배열이 고정된다. 지각판이 이동하면 그 암석의 지자기 방향은 점차 시간적인 자기장과 달라질 것이다. 


두꺼운 얼음으로 덮인 바다는 산소 농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 호상 철광층이 생성된 적이 있다. 세 번(24억년전, 7억 2천만년전, 6억 5천만년전)의 눈덩어리 빙하기는 발생 시기가 서로 크게 달라 각기 원인이 다를 수밖에 없다. 45억년전에서 25억년전까지 적어도 20억년 동안 지구에는 산소가 없었다. 원시 생명체는 풍부한 대기 성분을 토대로 살아야 한다. 하지만 지구가 물바다 행성으로 바뀌면서 생명체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생명체가 대기에서 수소를 만들기보다 너무도 풍부해진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그 결과물이 시아노박테리아의 출현이다. 


중요한 점은 그들이 수소를 만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광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산소라는 부산물을 만든 것이다. 갑자기 급격하게 늘어난 대기 산소가 따뜻한 기후를 유지하도록 이어주는 온실가스의 급격한 산화(온실가스 제거, 메탄 제거)로 이어져 빙하기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80 페이지) 극지방부터 얼기 시작한 지구는 얼음이 많아지면서 태양빛을 더 많이 반사해 결빙이 급격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알베도(빛 반사) 지수는 물이 0.1, 육지는 0.3, 얼음은 0.45-0.65, 신선한 눈이 약 0.9다. 지구 전체가 얼어있었다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빛은 거의 우주로 반사되기에 지구는 영원히 얼음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눈덩어리 지구 사건이 영원히 지속되지 못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지구를 덮고 있던 얼음을 녹일 수 있는 강력한 힘은 지구 내부의 뜨거운 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메탄 같은 온실가스가 영구동토층과 해양 퇴적층을 뚫고 대기로 올라와 영구적일 것 같았던 눈덩어리 지구를 사라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화산 활동으로 빙하기가 올 수 있는 주된 요소는 이산화황을 포함하고 있는 에어로졸(화산재)이다. 대기로 넓게 퍼진 분출 물질은 태양빛이 지표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해 지구 기온을 떨어뜨린다. 기온의 하락으로 고위도 빙하의 면적이 넓어지면서 알베도가 커지고 눈덩어리 빙하기가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완벽한 얼음 세상이라던 당시에 물이 순환하거나 얼음이 녹았던 활동의 증거가 일부 나타났다. 그래서 완전한 눈덩어리가 아닌 진창눈덩어리 지구(slushball earth), 눈덩어리에 가까운 지구(near snowball earth)를 제안했다. 


저자는 빙하기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남극대륙이라 말한다. 남극 대륙은 지구 기후 조절 요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에 환경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곳이다. 눈덩어리 지구 이론은 가설이다. 첫 부분부터 흥미롭게 읽었지만 중반부 이후 가설 자체에 대한 논란, 해명되지 않은 부분 등이 이어져 긴장감이 덜했다. 그림으로 보는 극지과학 시리즈의 한 책으로 150 페이지 ~200 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정해져 있어 아쉬운 점도 있다. 더 상세하게 조명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저자가 추천한 ‘우리는 지금 빙하기에 산다’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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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 속에 숨겨진 진실
    문희수 지음 / 연세대학교출판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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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 속에도 진실이 숨어 있다. 자연이 기록한 이 내용물들은 좀체 지워지지 않으며 쉽게 알아보기 어렵다. 문희수 교수의 ‘돌 속에 숨겨진 진실’은 고체 지구를 구성하는 단단한 암석 속에 숨어있듯 담긴 내용을 다룬 책이다. 그랜드 캐니언편에서 인상적인 대목을 만난다. 대협곡의 맞은편은 16~29km나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이는 아프리카와 유럽 사이(지브롤터 해협)가 13(또는 14)km라는 사실과 묘하게 대조를 이룬다. 그랜드 캐니언을 만든 강은 콜로라도 강이다. 그랜드 캐니언을 최초로 탐험한 사람이 웨슬리 파웰이다. 그는 미국 지질조사소(USGS)의 창설자이기도 하다. 그랜드 캐니언의 규모는 놀랍고 시간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하는 색을 하나 꼽으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갈색을 연상할 것이다. 암석 속의 철분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런 색을 내는 철은 3가 철로 산화된 상태다. 


    오랜 지구를 관찰하면 지각은 정적이거나 안정된 대상이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랜드 캐니언이 해침(海浸)과 해퇴(海退)를 반복하던 과정을 중단하고 육지로 융기를 시작한 것은 전적으로 지판의 이동 결과다. 바로 북아메리카판이 융기한 그 시기가 그랜드 캐니언이 만들어진 시점(始點)이다. 제임스 허턴은 지층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인물이다. 시간을 발견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시간의 개념은 시간적 선후관계를 밝힌다는 의미이고 이는 성경에서 말하는 창조주에 의해 한꺼번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개념을 뒤집는 것이었다. 허턴은 인간이 관찰할 수 있는 한도에서 이 세계는 시작도 끝도 없다는 말을 했다. 이는 지층이 포함하고 있는 시간은 지금까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장구(長久)하다는 말이다. 


    많은 시간 간극(間隙)을 보여주는 말이 부정합(不整合)이다. 이는 시대가 다른 두 지층의 경계면을 나타내는 말이다. 두 지층이 시간차 없이 연속적으로 쌓인 경우를 정합이라 하며, 시간차를 두고서 퇴적된 경우를 부정합이라 한다. 경사(傾斜) 부정합은 조산운동으로 인해 지층이 기울어지고 침식 및 침강을 겪은 후 새 지층이 퇴적된 것을 말한다. 부정합면을 기준으로 상하 두 지층의 경사가 다르다. 본문에 두 개의 성론(成論)이 나온다. 화성론(火成論; Plutonism)과 수성론(水成論; Neptunism)이다. Pluto란 그리스 신화의 지하 세계의 신이고 Neptune은 바다의 신이다. 둘 다 은유(隱喩)다.(우리는 은유 없이 사유할 수 없다.) 


    수성론자들은 현무암을 가열했다가 느린 속도로 냉각시키면 유리질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유리질이 아니라 결정질 현무암이 만들어진다. '지질학 원리'를 쓴 라이엘은 허턴이 사망한 1797년에 태어났다. 허턴이 밝힌 원리를 라이엘이 확립시킨 동일과정설은 현재는 과거의 열쇠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수성론, 격변설의 잘못을 증거한다. 알프레드 하커(1859-1939)는 화성암을 지층들 사이의 의미 없는 돌덩이가 아니라 단층, 습곡과 같은 지각변형이나 지각운동 등과 밀접하게 관계되는 대상으로 해석하려고 시도했다.(71 페이지) 하커가 생각한 것은 오늘날 불의 고리 또는 안산암대(安山巖帶)다. 판구조론이 정립된 후 불의 고리에서 일어나는 화성(火成) 활동은 대륙 지각 아래로 밀려들어가는 해양지각과의 소멸경계(섭입경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임이 밝혀졌다. 


    지질시대에 따른 환경 변화는 생물종에게도 나타나게 마련이다. 화석만으로 알 수 있는 시대는 상대적인 개념의 시간으로 지층들의 선후관계를 말해줄뿐 확실한 연령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가장 신뢰할 만한 암석 연령 측정방법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반감기가 5730년인 탄소는 10만년이 넘는 대상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칼륨 40이 아르곤 40이 되는데 반감기는 12.5억년이다. 우라늄 238이 납 206이 되는데 반감기는 무려 45억년이다.(74 페이지) 이런 핵종 원소들을 이용한 방사성 시계는 오직 화성암에서만 작동한다. 화성암들은 마그마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에 결정화되는 순간에 자원소를 가지지 않아 방사성 원소를 포함하고 있는 광물들이 측정 대상들이 된다. 


    퇴적암들은 방사성 원소들을 이용해 암석의 생성연대를 측정할 수 없다. 방사성 원소들을 함유한 광물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퇴적암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퇴적암들은 다른 화성암, 변성암, 퇴적암들이 풍화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퇴적물들이 모여 고결된 암석이다. 따라서 각개 입자들은 제각기 다른 시기에, 그리고 다른 장소에서 만들어진 광물들이다. 지구의 나이가 현세에 가까워질수록 지층에 기록된(숨겨진) 정보의 양은 증가하는 것을 반영해 신생대는 기(紀)와 세(世)로 세분된다. 고제3기는 팔레오세, 에오세, 울리고세로, 신제3기는 마이오세와 플라이오세로, 제4기는 다시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로 구분된다. 


    다른 행성과 마찬가지로 초기 지구가 수많은 운석과 파편들의 충돌에 의해 오늘날의 지구 크기로 성장하는 데 약 1억년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83 페이지) 명왕누대를 헤이디언 이언(Hadean Eon)이라 한다. 지하세계를 의미하는 하데스에서 유래한 말이다. 철질 물질은 암석을 구성하는 다른 결정질 물질들보다 용융 온도가 높아 선택적으로 먼저 녹았고 비중이 높아 지구 중심으로 내려가 핵을 구성하였다. 1882년 달이 지구로부터 떨어져 나갔다는 이론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오스몬드 피셔다. 그는 아마도 태평양은 달이 지구로부터 떨어져나갈 때 만들어진 일종의 탄생흔이라고 주장했다.(91 페이지) 물론 이는 틀린 말이다. 태평양은 달과 화학적으로 다르고 훨씬 젊기 때문이다. 


    과학에는 정설(定設)이 제시되기 전에 많은 가설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마크 트웨인은 이를 두고 “과학에는 뭔가 매혹적인 게 있다. 한 가지 사실이라는 아주 사소한 투자 대상에서 그토록 다양한 추측들을 수익들로 거둬들이니 말이다.“란 말을 했다. 지구 역사 초기에 대양을 직접 강타한 자외선은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했다. 가벼운 수소는 우주로 날아갔고, 산소는 대기에 집적되어 양이 늘어났다.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의 등장으로 생명체로부터 배출되는 산소가 늘었다. 물속에서 만들어진 산소는 철과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켜 산화철을 대양의 바닥에 침전시켰다. 철광은 자철석과 적철석 등 철산화광물층의 층과, 철분이 결핍된 셰일이나 처트층이 띠 모양으로 반복되면서 퇴적되었다. 이를 호상철광층(縞狀鐵鑛層; Banded Iron Formation; BIF)이라 한다. 


    처트층과 철광층이 교대로 나타나는 것은 낮에는 광합성 작용으로 산소가 공급되어 철광층이 침전되고 미생물의 활동이 뜸해지는(상대적으로 산소가 부족한) 밤에는 규산이 침전되었다고 설명한다. 좀 더 두꺼운 규모로 반복되는 층은 계절적 변화로 설명한다. 여름철에는 생물체의 활동이 활발해 주로 철광물들이 침전되고 겨울철에는 생물체의 활동이 미약해 주로 처트가 생성된다는 것이다.(113 페이지) 붉게 보이는 층은 자철석 – 적철석 등으로 구성된 철 광물층이고, 밝게 보이는 층이 함철(含鐵) 처트(굳고 미세한 입자의 규암으로 이루어진 퇴적암) 층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와 리처드 포티의 대립(?)도 흥미롭다. 굴드는 생명의 역사를 담은 테이프를 버제스 셰일까지 되감은 후에 똑같은 출발점에서부터 다시 돌리면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생물이 출현하게 될 확률은 놀라울 정도로 낮다고 말했다. 리처드 포티는 버제스 셰일에서 산출되는 화석에 대한 기존 기록에 등장하는 많은 새로운 문(門) 분류는 잘못된 점이 있다는 점을 밝히고 이런 몸집이 커지고 단단한 껍질을 가진 생물종의 출현을 위한 진화적 토대는 선캄브리아 시대에 마련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밀란코비치는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 차이가 제임스 크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138 페이지) 


    고생대 데본기에 산호(珊瑚)가 번성하여 산호초(珊瑚礁)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산호는 성장을 위해 빛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물이 얕고 밝아야 한다. 따라서 퇴적물이 유입되는 양이 많은 지역에서는 수온이 높아도 살지 않는다. 산호의 폴립이 석회질 물질을 분비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산호초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산호의 성장 속도는 더디다. 산호초가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 해양의 0.17%에 지나지 않지만 전체 해양 생물종의 1/4 이상이 산호초를 중심으로 서식하기에 산호초는 해양의 열대 우림이라 불린다. 산호는 바위에 붙어 사는 동물이다. 산호 내에는 미세한 조류(藻類)인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들은 대사활동을 통해 산호에게 산소와 먹이를 제공한다. 


    백악기 말의 공룡의 절멸이 운석 충돌만의 결과로 설명하는 것에 회의적 시각을 갖는 학자들도 있다. 이 시기에 일어난 인도의 데칸 트랩을 만든 대규모 화산활동을 원인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운석 충돌이 공룡의 절멸에 더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197 페이지) 운석 충돌이 공룡을 포함한 많은 생물종들의 절멸을 일으켰지만 그런 중에도 살아남은 종들도 많다. 조류(鳥類)와 포유류(哺乳類) 등이다. 폴 스튜어트는 ‘갈라파고스; 세상을 바꿔놓은 섬‘에서 갈라파고스의 화산 분출구를 지옥의 입이라 표현했다. 지옥의 입은 맨틀 플룸이 지표에 도달하는 지점을 의미하는 열점(熱點)을 이르는 말이다.(245 페이지) 


    플룸은 거대한 에너지의 경로를 의미한다. 맨틀 플룸은 주변의 암석들보다 상대적으로 고온으로 밀도가 낮아 1년에 약 10cm 속도로 상승한다. 맨틀 플룸이 지표 가까이에 상승하면 압력이 감소하면서 플룸의 일부가 녹는다. 이런 부분 용융이 일어나는 깊이는 150km 정도다. 그 이하의 깊이에서는 온도가 암석을 녹이기에 충분하지만 압력이 높아 암석을 녹일 수 없다. 저자는 판구조론의 등장은 지질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었으며 지금까지 구차한 이론으로 설명을 시도하였거나 아예 설명하기 곤란했던 거대한 지질현상들을 명쾌하게 바라 볼 수 있는 시각을 마련해 주었다고 말한다.(269 페이지) 물론 저자가 말했듯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문제들이 일거에 해결되었다. 


    섭입대 하부에서도 부분용융이 일어난다. 염기성의 해양지각과 산성의 대륙지각이 섞이므로 중성 마그마가 만들어진다. 불의 고리를 안산암대라 한다. 용암, 화산재, 암설(巖屑) 등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화산을 성층화산이라 한다. 주의할 것은 화산재는 화산회(火山灰)가 아니라 화산재(火山滓)라는 점이다. 재(滓)는 밀가루 같은 찌꺼기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지구의 큰 주름살격인 큰 산맥들은 요즘에는 지판의 이동에 의한 조산운동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초기 지질학자들에게는 지질학적 사유가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지향사(geosyncline)라는 개념을 동원했다. 어떤 퇴적 분지에서 퇴적층이 만들어져 퇴적층이 두꺼워지면 높은 압력이 작용한다. 그 압력으로 지층은 침강하며 다른 한쪽은 융기가 일어나는데 이게 바로 산맥을 만든다는 것이다. 


    19세기 중엽 미국의 지질학자 제임스 홀과 제임스 다나에 의해 제안된 지향사 개념은 판구조론이 등장하는 이전까지 산의 형성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받아들여졌다. 지향사 이론이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대규모 산맥의 형성을 설명하는 이론으로는 결격 사유가 많은 이론이었다. 인도와 아시아 대륙의 충돌로 만들어진 히말라야 산맥은 아프리카와 유럽 대륙의 충돌로 만들어진 알프스 산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장대한 규모이고 만들어진 산들의 높이 또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 차이는 근본적으로는 인도 대륙의 북상 속도가 빠른데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물론 대륙의 이동 속도만이 높은 산을 형성한 유일한 일은 아니었지만 결정적 역할 중 하나였다. 


    지판의 섭입(소멸) 경계는 화산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지진도 일으킨다. 지진이란 지층 속에 응력이 축적되었다가 그 한계점을 지나면 단층 발생과 함께 방출되는 에너지다. 지구가 살아 움직이는 실체임을 보여주는 것은 지진만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목격할 수 있는 화산활동은 가장 역동적이며 직접적인 증거다. 지판의 소멸 경계나 열점에서만 화산활동이 수반되는 것은 아니다. 지판의 생성 경계에서도 지속적인 화산활동에 의해 새로운 지각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생성 경계는 태평양이나 대서양 등 바다 바닥에 위치해 목격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아프리카 열곡대는 아이슬란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열곡대와는 규모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아프리카 열곡대는 장대한 규모다.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인공위성으로 찍은 영상을 통해서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더 편리할 정도이다. 아프리카 대륙 동쪽으로 60여 킬로미터 연장되는 열곡대는 19세기 영국의 지질학자 죤 월터 그레고리에 의해 명명되었다. 이 열곡대는 북쪽으로는 시리아부터 시작하여 홍해를 거쳐 아덴만을 아프리카 대륙의 에티오피아를 거쳐 남쪽으로 연장되면서 서부와 동부 열곡대로 나누어진다. 아프리카 대륙이 갈라지고 있는 현장이 바로 열곡대이다. 아프리카 열곡대는 지각의 진화를 보여주는 현장이어서 중요하지만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데도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이 지역은 1500만년 전만 해도 열대우림으로 뒤덮여 있는 녹색지대였다. 열대우림의 숲이 번성할수록 나무들은 키높이 경쟁을 하는 듯 하늘로 올라가는 대신 바닥의 환경은 열악해지기 마련이다. 동물의 세계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하게 그 자신을 적응시켜야만 생존이 가능했다. 이런 숲에 적응하기 위한 생물종들이 바로 수상(樹上) 생활을 하는 고등 영장류였다. 그들은 수상 생활에 적합한 긴 팔과 손, 그리고 발을 가지고 있었으며 나무를 떠나지 않은 채 나무 열매를 먹으면서 생활하였으므로 안전한 나무 위를 떠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 지각의 진화로 인해 바로 1500만년 전을 기점으로 이 지역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바로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에 융기하기 시작하면서 고지대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새롭게 만들어진 산맥의 서쪽과 동쪽의 기후대가 달라졌다. 서쪽은 강수량이 풍부해서 열대 우림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으나 산맥의 동쪽은 강수량이 줄면서 열대 우림이 축소되어 사바나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초원지대에서는 이제 영장류들이 나무에 매달려 살기에는 부적합한 환경이 되었다. 당시 가능한 변화를 상상해보는 데에 굉장한 추리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아프리카 열곡대 동쪽은 강우량이 줄어들면서 열대 우림이 축소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숲에서 나무들의 간격이 멀어져 양장류들은 더 이상 나무와 나무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게 되었다. 고고학자 클라이브 갬블(Clive Gamble)은 이를 열대림은 마치 사바나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과 같았다고 묘사했다. 


    이런 생태계 교란은 호미니드의 출현 및 진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지금껏 이야기한 모든 지각변동 및 진화는 흙 이야기로 수렴될 것이다. 암석들이 풍화하여 흙으로 변하는 속도보다 침식되는 속도가 빠르면 문제다. 문명의 종말이 초래될 것이란 말이다. 인간의 활동이 그런 속도를 강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저자는 현대 과학이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돌 속에 숨은 진실을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감한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돌은 흥미 요소와 의미를 모두 가진 우리의 토대이자 친구가 아닌가 싶다. 저자가 제시한 이야기는 돌 속에 숨은 진실이라기보다 장대한 서사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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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권으로 끝내는 지구과학 - 극변하는 지구의 미래를 해독하자
      니나가와 마사하루 지음, 송경원 옮김 / 모스그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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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일본 도호쿠 대지진(동일본 대지진) 때 한 뉴스 캐스터가 남동풍을 남동쪽으로 부는 바람이라 생각하고 바람이 남동쪽으로 불어갈 것이라고 말해 혼란을 일으켰다는 보도를 접했다. 남동풍은 남동쪽으로 불어가는 바람이 아니라 남동쪽에서 불어가는 바람이다. 이 내용이 에피소드로 실린 한권으로 끝내는 지구과학극변(極變)하는이란 말을 했다. 극변하는 지구의 미래를 해독하자고 쓴 것이다. 극단적으로 변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기후가 극변하는 세계에서 우선 필요한 것은 과학 지식을 갖추는 것일 테다. 그 중에서도 지구를 아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지구의 모양에 대해 알아보자. 지구는 적도 부분이 극 지방에 비해 부푼 모습을 하고 있다. 지구 자전에 따른 원심력의 결과다. 그래서 적도 부분이 가장 크고 그곳은 약간 부푼 모습을 하고 있다. 지구 위의 물체에는 만유인력과 원심력이 작용한다. 두 힘을 합해 중력이라 한다. 적도에서는 만유인력과 원심력의 방향이 반대가 되어 중력이 작아진다


      지각을 구성하는 원소들을 질량비 기준으로 헤아리면 산소, 규소, 알루미늄, , 칼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순서가 된다. 맨틀을 구성하는 원소들은 산소, 마그네슘, 규소, 철 등이다.(지각 구성 원소 순서와 맨틀 구성 원소 순서가 다름에 유의하자.) 핵을 구성하는 원소들은 철, 니켈 등이다.


      대륙 지각은 상부는 화강암질, 하부는 현무암질로 이루어져 있다. 지각에 작용하는 부력(浮力)과 중력(重力)이 평형을 이루는 것을 지각평형이라 한다. 부력이 더 크면 지각이 융기한다. 빙하가 녹으면 얼음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이로 인해 중력이 줄어(부력이 커져) 지각이 상승하는 것이다. 내핵이 고체인 이유는 압력이 높으면 물질이 잘 녹지 않는 성질 때문이다


      지각과 맨틀은 구성 물질(암석)의 차이에 따라 구분하며, 암석권과 연약권은 암석의 강도 차이에 따라 구분한다.(31 페이지) 해양판이 해구(海溝)에서 섭입(攝入)될 때 해저 퇴적물 중 일부가 떨어져 나와 대륙판의 끝에 붙어 대륙판의 일부가 되는 것을 부가체(accretionary prism)라 한다.(36 페이지)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들어가는 곳을 섭입대라 하고, 대륙판끼리 충돌하는 경계를 충돌대라 한다. 이러한 판의 경계에서는 대산맥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런 곳을 조산대라 한다.(40 페이지


      지구상에는 하부 맨틀에서 상승한 고온의 물질이 상부 맨틀 중 연약권에서 마그마가 되고 지표 밖으로 나오는 화산 활동이 일어나는 곳이 몇십 군데 있다. 이런 곳을 열점이라 한다.(44 페이지) 지진 부분에서 이상한(?) 점은 전세계적으로 아직 통일된 진도의 단위가 없다는 점이다. 지진 규모(매그니튜드)1 증가하면 에너지는 약 32배 증가한다. 지하의 암반에는 판의 운동에 의해 여러 방향에서 힘이 작용하므로 암반은 팽창하기도 하고 압축되기도 한다. 이런 변형이 축적되어 한계에 이르면 암반이 깨지면서 지진이 일어난다.(53 페이지)


      암반이 깨져 생긴 면을 경계로 양쪽의 암반이 이동하여 서로 어긋나 있는 것을 단층이라 한다. 대륙판과 해양판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판 경계 지진이라 한다. 대륙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대륙판 내부 지진이라 한다. 해양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해양판 내부 지진이라 한다. 지하의 암석이 고온으로 가열되어 녹은 것을 마그마라 한다. 지하 약 100km 깊이에서 만들어진 마그마는 주위 암석보다 밀도가 낮아 위로 상승하다가 지하 10km 부근에서 고여 마그마방을 형성한다


      마그마에는 물,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등 휘발성 성분(기체로 변하기 쉬운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압력이 높을수록 마그마에 포함될 수 있는 물이 많아진다.(72 페이지) (압력이 높은) 지하 깊은 곳에서 물을 포함한 마그마가 상승하면 얕은 지하에서는 마그마가 많은 물을 포함할 수 없게 되어 마그마에 포함된 물의 일부가 수증기로 변하여 발포(發泡)한다. 마그마는 압력이 낮아지면 기포가 생성된다는 점에서 같다. 용암(액체), 화산가스(기체), 화산쇄설물(암석 파편; 고체) 등을 화산 분출물이라 한다


      물속으로 분출한 용암은 베개용암이 된다. 화산쇄설물 중 색이 흰 것은 경석이라 하고, 검은 것은 스코리아라 한다. 폭발적 분화가 일어나 마그마가 공중으로 분출하여 식어 만들어진 독특한 모양의 화산쇄설물을 화산탄이라 한다.(77 페이지) 분화의 유형에 영향을 미치는 마그마의 점성은 마그마의 온도, 마그마에 포함된 이산화규소의 함량에 따라 달라진다. 온도가 낮을수록, 이산화규소 함량이 높을수록 점성은 커진다. 현무암질 마그마는 온도가 높고 이산화규소 함량이 낮아 잘 흐르는 성질을 갖는다


      점성이 높은 마그마는 기포가 빠져나가기 어려워 폭발적인 분화를 일으키기 쉽다. 폭발적인 분화가 일어나면 지하의 마그마가 대량으로 분출하면서 마그마 방에 빈 공간이 생기고 그 위의 산체(山體)가 함몰되어 칼데라라는 움푹 파인 지형이 형성될 수 있다.(84 페이지) 화성암에 포함된 감람석, 휘석, 각섬석, 흑운모 등 어두운 색을 띠는 광물을 유색광물이라 한다. 현무암, 반려암 등 고철질(mafic) 암석과 감람암 등의 초고철질 암석은 어두운 색을 띤다


      반면 석영, 장석, 사장석 등의 광물은 밝은 색을 띠기 때문에 무색 광물이라 한다. 유문암이나 화강암 같은 규장질(felsic) 암석은 무색 광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밝은 색을 띤다.(88 페이지) 광물이 특정 방향으로 쪼개지는 성질을 벽개(劈開)라 한다. 감람석(광물)은 벽개가 없다. 상부 맨틀은 주로 감람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감람암의 일부가 녹으면서 마그마가 생성될 수 있다. 암석의 녹기 쉬운 성분이 부분적으로 녹는 것을 부분 용융이라 한다.(91 페이지


      상부 맨틀에서 감람암이 녹으려면 상부 맨틀의 온도가 감람암이 녹는 온도보다 높아야 한다. 보통 상부 맨틀의 온도는 감람암의 용융점보다 낮아 감람암은 녹지 않는다. 그런데 해령(海嶺)이나 열점(熱點)의 아래에서는 상부 맨틀의 물질이 지하 깊은 곳에서 상승하여 압력이 감소하면 맨틀 물질의 온도가 감람암의 용융점보다 높아져 감람암의 부분 용융이 일어난다. 이때 감람암은 구성 성분 중에서 녹기 쉬운 부분만 녹는다. 이렇게 생성된 마그마는 성분이 약간 다른 현무암질 마그마가 된다


      이 마그마가 상승하며 해령이나 열점에서는 현무암질 마그마의 활동이 일어난다.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현무암질 마그마가 녹으면 철과 마그네슘 등으로 이루어진 감람석과, 사장석이 먼저 정출(晶出)된다. 그 결과 남은 광물들의 성분이 변한다. 그 결과 이산화규소 성분이 높은 안산암이 된다. 반면 일본 열도와 같은 판의 섭입 경계에서 생성되는 마그마는 해령이나 열점에서 생성되는 마그마와 생성 과정이 다르다. 일본의 지하에는 해양판이 섭입하면서 해양 지각에서 빠져나온 물이 맨틀에 공급된다


      이 물이 지하의 감람암에 포함되면 감람암의 용융점이 낮아지기 때문에 마그마가 생성되기 쉬워진다. 현무암질 마그마에서 감람석이나 사장석이 빠져나가면 안산암질 마그마가 생성된다. 안산암질 마그마에서 휘석이나 사장석이 빠져나가면 데사이트질 마그마가 생성된다. 데사이트질 마그마에서 각섬석이나 사장석 등이 정출되면 유문암질 마그마가 생성된다


      대기권은 보통 고도 500~1000km로 정의한다. 지표 부근의 대기는 수증기를 제외하면 부피비를 기준으로 질소가 약 78%, 산소가 약 21%를 차지한다. 대류권에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낮아지고 성층권(11~50km)에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높아진다. 중간권에서는 성층권과 반대로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다시 낮아지고 열권(85-500km)에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높아진다.(98 페이지) 오존층은 고도 약 20~30km 사이에 존재한다.


      한권으로 끝내는 지구과학은 지구과학의 천문, 대기, 해양, 지질 중 지질과 대기를 다룬 책이다. 해양은 7장 지구환경 편에서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이란 제목의 글로 짧게 다루어졌다. 지질은 대기 이상으로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대기와 지질은 연관되어 있다.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복사 에너지가 모두 지구에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 지구로 들어온 태양 복사 에너지 중 30%는 대기나 지표에서 반사되어 지구에 흡수되지 않고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간다


      밤이 되면 지표에 흡수되는 태양 복사 에너지가 거의 없고 지표에서는 적외선의 형태로 에너지가 방출되기에 지표 온도가 낮아진다. 이를 복사(輻射) 냉각이라 한다. 상공에 구름이나 수증기가 많으면 지표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이 구름에 의해 산란되거나 수증기에 의한 온실효과가 강해지므로 지표의 온도가 내려가는 속도가 느려진다. 맑을 때는 지표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이 우주로 방출되기 쉬워져 복사 냉각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지구 전체 규모로 일어나는 대기의 흐름을 대기의 대순환이라 한다. 저위도의 대기가 가열되면 밀도가 낮아져 상승하고, 고위도의 대기가 냉각되면 밀도가 낮아져 하강하므로 대기의 대순환은 저위도와 고위도의 온도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135 페이지) 주위보다 상대적으로 기압이 높은 곳을 고기압이라 한다. 고기압의 중심 부근에서는 하강 기류가 발달하기 때문에 구름이 잘 생성되지 않아 대체로 날씨가 맑다. 주위보다 기압이 낮은 곳을 저기압이라 한다. 저기압의 중심 부근에서는 상승 기류가 발달하기 때문에 구름이 생성되기 쉽고 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다.(138 페이지


      적도 부근의 태평양에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무역풍이 불기 때문에 해양 표층의 해수가 서쪽 방향으로 흐른다. 적도 부근의 해수는 태양 복사에 의해 뜨겁게 데워진다. 이 따뜻한 해수가 서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서부가 동부보다 높다. 적도 태평양의 동부에서는 심해로부터 해수가 올라오고 있다. 몇 년에 한 번씩 적도 태평양의 무역풍이 몇 개월에 걸쳐 약해질 때가 있다


      그러면 평소에는 서쪽에 몰려 있던 따뜻한 해수가 동쪽으로 밀려나며 퍼진다. 적도 태평양 동부에서는 심해에서 차가운 해수가 올라오는 용승 현상이 약해진다. 이에 따라 적도 태평양 동부의 해수면 온도는 평상시보다 높아진다. 적도 태평양 동부의 월평균 해수 온도가 평상시보다 0.5°C 이상 높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엘니뇨 현상이라 한다.(156 페이지


      적도 태평양의 무역풍이 몇 개월에 걸쳐 강해지기도 한다. 그러면 적도 태평양의 따뜻한 해수가 서쪽으로 더 많이 운반되므로 적도 태평양 서부의 따뜻한 해수층의 두께가 평상시보다 두꺼워진다. 적도 태평양 동부에서는 심해에서 차가운 해수가 올라오는 용승이 강해진다. 이에 따라 적도 태평양 동부의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보다 더 낮아진다. 적도 태평양 동부의 월평균 해수 온도가 평상시보다 0.5°C 이상 낮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라니냐 현상이라 한다.(158 페이지이처럼 해양도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한권으로 끝내는 지구과학은 상세하고 쉬운 방식으로 지구과학의 핵심 내용들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덧붙이면 다른 내용들을 담은 지구과학 책들로 계속 관심을 이어가게 하는 책이다. 그런 면에서 한권으로 끝낸다는 말은 일정 단계의 내용에 대해 그렇게 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게 되면 제목을 수식하는 슬로건처럼 지구의 미래를 해독(解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해독은 곧 예측(豫測)이고 전망(展望)이다. 공부의 목적은 현재에 대해 설명하는 것, 나아가 전망하는 것이다. 그 길로 함께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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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지구사
      신인현 / 교학연구사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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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가나가와현립박물관(かながわ はくぶつかん; 神奈川縣立博物館)에서 펴내고 조선대 지질학 박사 신인현(申仁鉉)이 번역한 책이다. 새로운 지구사(‘あたらしい; 新しい‘ ちきゅうし; 地球史). 1996년작이다. 화산은 살아 있는 지구의 극히 일부를 보여주고 있다. 지구는 46억년전에 1억년에 걸쳐 형성되었다. 태양계를 구성하는 전 물질의 99% 이상은 태양에 집중되어 있다.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의 질량조차 태양의 1/1,000 정도이다. 그러므로 태양계 형성의 이야기도 태양의 형성을 무시하고 말할 수 없다. 태양은 거의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소가 헬륨의 3배 정도이기에 거의 수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지 지나치지 않다. 


      미행성은 지구 질량의 1/100억 정도로 매우 작다. 하지만 행성을 만드는 기본 블록과 같은 것으로 현대의 생성 형성 이론에서는 아주 중요하지만 실체는 잘 모른다. 처음에는 솜사탕처럼 엉성한 것이었으나 상호 충돌, 합체를 반복하는 동안 점점 단단해져 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행성이 충돌해서 성장하여 달 정도의 크기가 되면 그 인력에 의해 주위의 수소와 헬륨이 끌어당겨져 대기를 가지게 된다. 이런 천체를 원시 행성이라 한다. 지구 질량의 열 배 정도에 해당하는 원시 행성이 생기면 주위에 수소와 헬륨가스가 그 강한 인력으로 끌어당겨져 행성 위로 떨어진다. 그 결과 대량의 수소, 헬륨을 포함한 거대한 가스 공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생기는 것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같은 목성형 행성이다. 원시 태양계 성운 내에 있었던 수소와 헬륨은 지금의 태양계 공간에는 없으며 언제 없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태양계 공간에 수소와 헬륨이 충만하지 않은 경우 현재 지구 크기가 될 때까지 약 1억 년이 걸린 것으로 생각된다. 처음에 지구는 규산염과 금속 철이 잘게 섞인 혼합물이었다. 성장함에 따라 대기가 형성되면서 보온 효과 때문에 표면이 녹기 시작하여 마그마의 바다라고 불리는 상태가 되었다. 마그마의 바닷속에서 철만이 중심으로 떨어져 가서 핵을 형성한다. 지구 형성이 끝날 때쯤 대기가 식어서 바다와 얇은 원시 지각이 생긴다. 최후에 마그마의 바다가 중심 쪽부터 굳는다. 이것이 지구 형성 기본 시나리오다. 


      지구의 반지름이 현재의 반 정도인 화성 정도의 크기가 되면 지표 온도가 높아져 암석이 녹기 시작한다. 이를 마그마의 바다라 한다. 지구 환경의 특징으로서 액체의 물 즉 바다의 존재를 들 수 있다. 바다를 갖는 행성은 지구 외에는 없다. 만약 모든 해수를 증발시켜 수증기로 만든다면 지구의 기압은 270 기압이 된다. 대기압은 1기압이기에 270 기압이라면 물이 해양으로서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지구상의 퇴적암 내의 모든 탄소를 이산화탄소로서 끌어내면 60~80 기압에 상당하는 양이 될 것이라 한다. 


      1972년 칼 세이건(Carl Sagan)과 조지 뮬렌(George Mullen)이 제기한 어두운 젊은 태양 역설(faint young sun paradox)이 있다. 1) 초기 지구에서 태양의 에너지 출력은 현재의 70%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라 추정된다. 2) 초기 지구에서 물은 액체 상태로 존재했다는 관찰 결과가 있다. 문제는 1)의 상태라면 2)는 나타나지 않는다(얼 수 밖에 없다). 이를 어두운 젊은 태양 역설이라고 한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지구 대기에 온실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원시 대기의 주성분인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는 아주 강한 온실효과를 갖는다. 미행성 충돌로 지표에서 해방된 열에너지는 원시대기의 온실효과로 인해 우주공간으로 도망가기 어려워 지표면 온도를 상승하게 했다.


      1,200도씨가 되면 지표면은 마그마의 바다가 된다. 지표면 온도가 올라가면 수증기가 녹아 그 양이 감소한다. 이에 따라 온실효과가 줄어든다.(지표 온도가 내려간다.) 온도가 내려가면 마그마 내의 수증기가 대기로 방출되어 온실효과가 생겨 지표 온도가 올라간다. 미행성의 충돌 빈도가 감소함에 따라 지표에서 해방되는 에너지도 시간적으로 감소한다. 그 결과 지표 온도가 내려가 결국 원시 수증기 대기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수증기가 응결하여 비가 되어 내린다. 바다가 탄생한 것이다. 탄소는 대기중에서 이산화탄소 형태로 존재한다. 이산화탄소는 빗물에 녹아 탄산이 된다. 탄산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지표의 암석을 녹이는 작용을 한다.(화학적 풍화작용)


      질소가 지구의 역사를 통하여 비교적 일정하다면 이산화탄소는 시대와 함께 크게 감소했다. 맨틀 중 물의 총량이 현재의 해양과 같은 정도라고 말하는 연구자도 있다. 대기, 해양의 탄생과 진화는 지구 내부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작용의 결과다. 육지의 탄생과 진화도 역시 맨틀과 지각 사이의 물질이동의 결과다. 육지와 바다의 지형 차이는 우연이 아니다. 아이소스타시(지각평형설)이라는 원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각평형이란 암석의 밀도에 대응하여 육지나 해저의 높이가 변하는 중력 평형의 이상적인 상태를 말한다. 지각의 하부에 존재하는 맨틀은 지각보다 밀도가 높은 감람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에 나무조각을 띄운 것처럼 지각은 맨틀 위에 떠 있다. 수면(水面) 위에 높게 얼굴을 내밀고 떠 있는 나무 조각일수록 수면 아래에 커다란 부분이 잠겨 있다. 


      해양지각은 놀라울 정도로 균질하다. 규산염이 50% 정도 차지하는 현무암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해양지각은 마그마가 해수로 분출하여 만들어진 특이한 베개용암과 마그마가 지하에서 천천히 굳어 생긴 반려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모두는 현무암질 마그마에서 생긴 화성암이다. 대륙지각은 아주 다양한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성암인 현무암과 화강암이 많지만 그 외 퇴적암이나 변성암들도 있다. 가장 오래된 대륙지각은 약 40억년전의 것으로 현재까지 대륙은 면면히 만들어지고 있다. 대륙지각은 화학적으로도 불균질하며 복잡하다. 대륙지각은 화강암과 현무암의 중간 조성을 가지고 있다. 


      화강암에는 규산염이 70% 정도 들어 있기 때문에 대륙지각의 평균조성은 규산염이 60% 정도 된다. 안산암으로 하얀 암석인 화강암과 검은 암석인 현무암의 중간인 회색을 띠는 암석이다. 대륙지각의 생성과정은 맨틀로부터의 마그마의 이동 작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대륙을 특징 짓는 화강암의 생성방법에는 퇴적 작용이나 변성 작용 등도 큰 역할을 하며 복잡한 물질 순환을 통해 대륙은 진화한다. 하천으로 운반된 토사는 대륙에서 해양지각으로의 물질이동의 사례다. 대기에 의한 물질의 이동도 해당한다. 이렇게 해양에 쌓인 물질은 해양판의 섭입에 의해 다시 맨틀로 돌아간다. 대륙지각에서 맨틀로 직접 물질이 이동하는 딜라미네이션으로 불리는 메커니즘도 있다. 


      두 개의 대륙지각이 충돌하면 지각이 아주 두꺼워진다. 이때 지각 하부의 암석은 높은 압력 때문에 광물이 변화하며 주위의 맨틀물질보다 고밀도의 광물조합을 이룬다. 그렇게 되면 지각 심부의 물질은 자신의 무게로 맨틀 속으로 잠긴다.(52 페이지) 마그마가 발생하려면 온도가 오르든지 압력이 낮아지거나 물이 유입되어야 한다. 얼음은 0도씨 이상에서 녹지만 암석은 어떤 온도에서 일시에 녹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어떤 조건이라도 감람암 맨틀의 부분융해에 의해 현무암 조성의 마그마가 만들어지지만 특수한 암석은 예외로서 현무암보다 규산염의 성분이 많은 대륙지각을 특징 짓는 화강암 조성의 마그마는 생성되지 않는다.(54 페이지) 


      마그마의 규산염 농도가 화강암처럼 높아지면 저어콘이 생성된다. 규산 농도가 감람암이나 현무암과 같이 낮은 경우는 바델리아이트라는 광물이 생기기도 한다. 안산암이나 화강암은 대륙지각에 많이 존재하고 해양지각에는 많지 않다. 현무암으로 구성되어 있는 해양지각에는 저어콘이 생길 수 없다. 저어콘은 대륙지각에서 생기기 쉬운 광물이다. 마그마(맨틀이 녹아 만들어진)가 지각으로 공급되는 과정에서 맨틀에서 지각으로 공급되는 것은 규산염이 약 50%인 현무암질 마그마다. 화강암질 마그마는 맨틀로부터 직접 형성되지 않는다. 맨틀에서 대륙지각을 만드는 과정에는 한 가지의 완충작용이 필요하다.


      화강암질 마그마나 형성되려면 세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1) 현무암질 마그마가 변화하여 화강암질 마그마가 되는 과정, 2) 대륙지각 심부를 구성하고 있는 현무암이 녹아 화강암질 마그마가 생기는 과정, 3) 해양판의 섭입에 수반하여 현무암질의 해양지각이 녹아 마그마가 생기는 과정 등이다. 현무암이 부분융해하면 압력이 높은 심부(深部)에서는 마그마와 공존하는 잔류결정에는 석류석이 존재하고, 압력이 낮은 천부(淺部)에는 사장석 결정이 존재한다. 생물학은 우주 어느 곳에서나 성립되는 학문은 아니다. 이는 화학, 물리학과 다른 면이다. 생물학은 지구에서만 성립하는 특수한 학문이다. 우리는 우주 생명체에 대한 정보가 없다. 


      미국 국립공원의 팜플렛에는 Story behind the scenery라는 문구가 있다. 진귀한 또는 장대한 경관에 감탄하는 것 이상으로 그 경관이 왜 그런 형태가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판(地板)은 해구(海溝)에서 섭입(攝入)하지만 판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700km까지이므로 판이 지배하는 세계는 심도 700km까지다. 더 깊은 곳의 구조는 판구조론이 아니고 플룸 구조론이 지배하고 있다. 플룸 구조론은 지구 표층뿐 아니라 지구 내부의 맨틀, 핵 등 모두를 통일적으로 설명하는 전 지구 구조론의 중핵을 이루고 있다. 판구조론의 영향은 표층에서 고작 700km까지다. 그보다 아래 또는 맨틀 전체 등 지구 대부분은 플룸 구조론이 지배하는 영역이다. 


      판을 전부 벗겨내 버리면 플룸 구조론의 세계가 된다. 플룸은 원통(圓筒) 모양이다. 맨틀 대류의 상승류는 원통(플룸) 모양이다. 아주 두꺼운 원통으로 방출되는 물질은 지표 근처까지 우산처럼 사방으로 퍼져 다시 맨틀 내부로 섭입해 간다. 새로운 지각은 핫 플룸에서 생겨나 아메바상으로 360도 사방팔방으로 펴져나간다. 플룸 구조론에서는 암권이 고온이기 때문에 강체가 아니므로 변환단층은 생길 수 없다. 판의 중요한 정의는 판이 강성체라는 점이다. 지구 내부를 토모그래피라는 방법을 이용해 조사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생물의 절멸(絶滅)이나 화성(火成) 활동 등 지구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판구조운동 뿐 아니라 플룸구조운동으로 더욱 통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한 셈이다. 


      토모그래피를 이용하여 플룸의 분포와 심도를 상세히 살펴보자. 플룸은 400km 깊이에서 발생하는 것과 2,900km 깊이에서 발생하는 것의 두 종류가 있다. 두께 4,000km 정도의 원통이 한 가운데에서 두께 1,000km 정도로 조여지고 표층 근처에서 다시 넓어진다. 상부 맨틀에 도달하면 플룸은 여러 개로 갈라진다. 갈라지는 형태는 상당히 자유로우며 갈라진 플룸의 두께는 400km정도나 된다. 이들이 더욱 상승하여 판의 하부에 도달하면 그 중 몇 개가 갈라진 판의 틈을 타고 판의 내부로 상승하여 지구의 표면에 도달한다. 1차 플룸(깊이 2,900~700km), 2차 플룸(깊이 700~100km), 3차 플룸(깊이 100~0km)임을 알 수 있다. 


      플룸의 형태는 여럿이다. 심부 맨틀의 플룸과 해령(海嶺)은 무관하다. 대서양과 같이 가장자리에 해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반드시 플룸 위에 중앙해령이 있다. 인도양은 북쪽 가장자리에 태평양과 같이 해구가 있고 남쪽 가장자리에는 대서양처럼 해구가 없다. 이 경우 심부 맨틀의 플룸과 중앙해령 사이에는 직접적 관계가 없고 해령은 맨틀 심부에 대해 북쪽으로 움직인다. 일본 열도에는 약 6억년 전에 생긴 암석인 오피올라이트가 있다. 오피올라이트는 해양지각의 단편(斷片)이 육상으로 올라온 것이다. 약 4억년을 주기로 해양의 일생이 끝난다. 이를 윌슨 사이클이라 한다. 


      1억년전에는 심해까지도 수십도의 고온이었다. 판의 생산속도가 아주 빨랐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중앙해령에서 탄산가스가 대량으로 생산되어 기온이 올라가 빙하가 생길 수 없었다. 판의 생산속도가 느려지면 기온이 내려가 거대한 빙하가 발달한다. 이는 대략적으로 초대륙이 생기는 무렵과 일치한다. 초대륙이 갈라지기 시작할 때 즉 맨틀 상부에 고여 있던 판의 잔해가 대량으로 맨틀 하부로 낙하하면 그 낙하운동에 대한 상승운동 즉 수퍼플룸이 상승해온다. 그리고 해령의 활동이 활발해져 대량의 탄산가스가 맨틀로부터 대기로 방출되어 지구 표면은 따뜻해진다. 기온이 상승하면 빙하가 녹아서 생긴 찬물이 심해로 유입된다. 그 물은 밀도가 크기 때문에 안정 밀도성층이 되어 심해에서 냉수 덩어리가 되어 정체 상태로 고인다. 이것이 심해의 산소 부족 현상을 초래한다. 


      대빙하가 녹았던 시기 가령 고생대가 끝날 무렵에 심해저에는 산소가 거의 없어진 이상사태가 발생하여 바다 서식 생명이 대량 절멸했다. 지구 역사의 어느 시기에서 처음으로 판이 태어나는 운동 즉 플룸구조운동에서 판구조운동으로 변환된 사건이 일어났다. 그 변환기는 지구에 처음으로 원시해양이 생겼을 때일 것이다. 구조운동의 형태가 플룸인가 판인가는 맨틀의 점성 차이에 의존한다. 점성은 온도에 의해 변화한다. 원시대기는 불과 탄산가스를 주성분으로 했다. 온실효과를 가진 탄산가스가 대량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초기 지구는 모포로 둘러싸인 것과 같은 상태였다. 이로 인해 지구의 열은 우주로 도망갈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일단 바다가 생기면 바다 속으로 대량의 탄산가스가 녹아들어 온실효과를 초래한 대기중의 탄산가스 농도가 급격히 감소한다. 그러면 지구 내부의 열이 우주공간으로 도망갈 수 있게 된다. 해수의 양이 점점 증가하고 대기중 탄산가스 양이 적어지는 과정은 폭주적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즉 순간적으로 지구 표면 온도가 내려갔을 것이다. 이러면 지구 표층에 지각이 생긴다. 해령에서 새 판이 생겨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린랜드의 이스아 지역을 보자. 이곳에 세계 최초의 해양이 존재했음을 증거하는 것이 있다. 베개용암이다. 역암 아래에 갈색을 띤 하얀 석영이 풍부한 사암과 검은색의 이암이 교호(交互)로 퇴적된 지층이 있다. 터비다이트(turbidite)라는 것으로 해구에서 퇴적되는 지층이다. 


      그 아래에 처어트가 있고 그 아래에 깨끗한 베개용암이 있다. 베개용암이 바로 바다가 있었음을 증거한다. 38억년전이다. 그 아래에는 반려암이 있고 더 아래에는 감람암이 있다. 이들은 38억년전의 해양 맨틀의 파편이다. 중앙해령에서 생겨난 판은 1억년 정도 후에 일본열도의 하부로 섭입하여 일생을 끝낸다. 그 1억년 동안은 육지와 완전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육지의 점토나 모래가 쌓이지 않고 주로 생물의 유해가 퇴적하여 처어트(chert)라는 암석이 생긴다. 아이슬란드는 열점의 화산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바로 중앙해령상에 있다. 여기에서는 마그마의 생산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해양지각의 두께가 20km를 넘는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아이슬란드의 화산암은 태고대에 중앙해령에서 산출되는 화산암의 화학조성과 아주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스아 지역의 처어트는 아주 검은 색이다. 서부 호주의 35억년전의 처트는 적색, 흑색의 비율이 현재의 비율과 아주 흡사하다. 이 사실은 산소농도는 38~35억년전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산소는 6억년전에 급격히 증가했다는 지금까지의 상식과 다르다. 인도 대륙은 곤드와나 대륙에서 1억년 전에 갈라져 북상하여 4,500만년전에 아시아 대륙에 붙었다. 이 때문에 1억~4500만년전에 걸쳐 인도 대륙과 아시아 대륙 사이에 있었던 테티스해(海)의 해양판은 아시아 대륙 아래로 잠입했다. 2억년전에 있었던 테티스해라는 커다란 바다는 대륙 이동과 더불어 점차 줄어들어 현재는 지중해가 되었다. 


      생물의 진화를 이용하여 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좋은 지구 측정 방법이다. 화석은 과거의 생물이 토사(土砂)에 매몰되어 석화(石化)한 것이다. 방사성원소라 불리는 모든 원소가 방사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일부의 동위원소만이 방사능을 가지고 있어 방사성동위원소라 불린다. 방사성동위원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정 비율로 별개의 안정된 동위원소로 변한다. 이를 방사성 붕괴라 한다. 원래 있었던 방사성동위원소의 양이 붕괴에 의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반감기라 한다. 반감기는 지구상의 어떤 조건에서도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 방사성동위원소마다 고유한 반감기를 갖는다. 


      지층 속에 화석이 있다는 사실을 기록한 사람은 기원전 4세기의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러나 화석을 지층 속에 남겨진 기록으로 최초로 의식한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다. 그는 젊어서 토목기사로서 관개용수 공사에 종사하며 용수구의 단면에 조개 화석이 있음을 알았다. 그는 아주 옛날 그 아래는 바다의 지면이었으며 당시 바다에 살던 조개가 지층 속에 파묻혀 이윽고 육지화하여 조개화석이 되었다는 과학적인 화석관을 기록했다.


      화석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이 깊어져 지층과의 관계가 점차 밝혀지면 화석을 이용하여 지층을 구분하고 화석이라는 시간의 척도를 갖는 시계를 사용하여 지구의 역사를 해명하고자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층을 기초로 하여 지구의 역사가 꾸며질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실증한 사람은 영국의 측량기사 윌리엄 스미스였다. 지구는 고체 부분만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해양이나 대기와 함께 진화해 왔다. 현재의 지구과학에서는 화성, 금성 등과 같은 다른 태양계 행성들과 비교가 이루어지고 지구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태양계 전체 또는 은하계, 우주까지도 포함한 시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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