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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산책, 자연과학의 변주곡
교양과학연구회 지음 / 청아출판사 / 2020년 11월
평점 :
‘과학 산책, 자연과학의 변주곡‘은 지구과학을 특별한 학문으로 분류한다. 하늘과 땅, 해양을 망라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지구과학은 고체 지구, 대기와 해양, 우주를 다룬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식은 체계가 잘 잡혀 있었으나 정성적인 설명만 있었고 갈릴레이는 정량적 질문을 통해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다. 창조과학은 대표적 유사과학이다. 실증적 검증을 통하지 않았거나 반증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규칙성, 원인과 효과, 규모와 비례, 시스템과 시스템의 모형, 에너지와 물질, 안정성과 변화 등은 여러 분야의 과학이 공유하는 공통 개념이다.
평형은 상태가 변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살짝 건드렸을 때 평형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지 아닌지에 따라 안정 평형과 불안정 평형으로 나뉜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변화는 섞기만 하면 일어나는 화학 변화처럼 빠른 것부터 종의 진화, 우주의 팽창 같이 매우 느린 것까지 다양하다. 세포 내의 대사 작용부터 지층의 형성, 은하의 충돌까지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는 물리학과 화학의 기본 법칙을 따른다. 짧은 시간에는 안정한 상태로 보이지만 긴 시간에 걸쳐 변화할 수도 있다. 생명체는 매일 같은 상태로 보이지만 긴 시간에서 보면 자라고 나이를 먹는다.
탄소순환은 산업혁명 이전까지 동적 평형을 유지했으나 그 이후 평형 상태가 변해 지구 온난화를 일으켰다. 과학적 소양을 갖추려면 평소 사실에 근거한 논리적 분석으로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는 두 가지 이유로 해수면을 높인다. 첫째는 육지 위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이고, 둘째는 바닷물이 온도 상승으로 인해 팽창하는 것이다. 물체의 운동에 대한 체계적인 고찰을 기록으로 남긴 첫 인물은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반복되는 천상의 운동과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지상의 운동을 구분했다. 지상 물체의 운동도 원인이 없이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운동과 원인이 있는 격한 운동으로 구분했다.
그의 운동 이론은 스승인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관찰에만 의존한 것이었고 대개 추론에 의지한 정성적 설명이었다. 갈릴레이는 실험을 통해 수직 방향으로 운동하는 물체는 모두 같은 속력으로 낙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평 방향의 운동에 대해서도 실험과 추론을 통해 물체의 자연스러운 상태는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갈릴레이의 발견을 바탕으로 뉴턴은 운동을 일으키는 원인을 힘이라 부르고 힘을 받은 물체의 운동은 가속된다는 운동 법칙을 가정했다.
물리학의 네 가지 힘 가운데 중력은 우주를 지배하는 힘이다. 전자기력은 지상을 지배하는 힘이다. 원자 안의 핵과 전자들을 꽁꽁 묶어 주는 힘이 전자기력이다. 원자핵을 묶는 힘을 강력이라 한다. 약력은 양성자를 중성자로, 중성자를 양성자로 만드는 힘이다. 양자역학의 가장 큰 성과는 원자를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解)를 파동 함수 또는 오비탈이라 한다. 전자들은 에너지가 낮은 오비탈부터 채운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양자 상태에는 하나의 전자만 있을 수 있다는 파울리의 배타원리가 작용하고 100여 종의 원소가 보이는 화학적 성질을 집약한 주기율표를 설명할 수 있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관성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성립하는 이론이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원리를 확장하기 위해 중력을 도입했다.
철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은 무거운 별이 죽으면서 폭발하는 초신성에서 생겨났다. 초신성 폭발로 핵분열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원소(방사능을 가진 원소)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원소가 중성자를 획득하면서 새로운 원소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세상의 모든 지식이 사라질 때 단 하나만을 남길 수 있다면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물은 원소가 아니라 수소와 산소라는 두 가지 원소의 화합물이고 공기는 질소와 산소의 혼합물이다. 혼합물은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각각의 성질을 잃지 않고 물리적으로 단순히 섞여 있는 것을 말한다.
탄수화물은 탄소, 수소, 산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다. 단백질은 수소, 산소, 탄소, 질소, 황 등 다섯 가지 원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다. 수소, 산소, 탄소는 단백질, 탄수화물에 모두 들어 있고 질소, 황 등은 단백질에만 들어 있다. 물질이 원래 성질을 가지고 있는 마지막 단계가 분자다. 한 모금의 물도 나누다 보면 H₂O라는 하나의 분자에 도달하고 물 분자를 분해하면 물과는 성질이 다른 수소와 탄소를 얻는다. 우주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화학 반응은 수소 분자를 만드는 반응이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인데다 수소 원자는 전자가 한 개 밖에 없어서 불안정하다. 이처럼 쌍을 이루지 않는 홑전자를 가진 수소 원자는 수소 라디칼이라 불린다. 과격하다고 할 정도로 반응성이 높다는 의미다.
수소 라디칼 둘이 만나면 순간적으로 전자를 공유하면서 수소 분자를 만들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렇다고 해서 우주 공간의 모든 수소가 분자 상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수소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넓은 우주 공간에서 수소 원자 둘이 충돌할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에는 지구 탄생기의 물질이 남아 있지 않지만 태양계를 떠도는 운석 중에는 지구가 태어날 당시의 것도 있다. 이런 측정 결과들을 종합하여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가 지금으로부터 약 45억 7천만년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지름이 현재의 절반 정도였던 원시 지구에 1년에 1천 개 이상의 미행성이 충돌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격렬한 충돌로 지구의 지표가 뜨거워졌다. 미행성과 원시 지구 속에 있던 가스 성분들이 바깥으로 빠져나와 두껍고 진한 가스가 원시 지구의 표면을 덮었다. 대기는 열의 방출을 막기 때문에 지표 온도는 암석이 녹을 정도로 높아졌고 지표는 마그마로 덮였다. 우주에서 바라보았다면 지구는 시뻘건 지옥의 불구덩이와도 같았을 것이다. 원시 지구의 반지름이 현재의 20%에 이르렀을 때 미행성의 가스 성분들이 대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반지름이 현재의 45% 정도 되었을 때 지표 온도가 올라 암석이 녹아 마그마 오션을 형성했고 대기압의 증가는 절정에 올라 대기압이 100기압에 이르렀다.
철과 니켈 같이 무거운 금속은 가라앉으며 점차 중심쪽으로 낙하하여 금속 핵을 만들었다. 원시 대기, 마그마 오션, 핵으로 분리된 것이다. 지표가 매우 뜨거워서 원시 대기층에는 격렬한 대류 운동이 일어났다. 원시 지구를 덮은 수백 킬로미터의 수증기 구름 상층부에서는 태양의 강한 자외선에 노출된 수증기가 수소와 산소로 분리되고 가벼운 수소는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상층부는 저온의 우주 공간에 연결되므로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성분의 대기는 급랭하고 비가 내렸다. 그러나 비가 지표에 도달하기도 전에 고온의 마그마 오션 때문에 다시 기화되어 버렸다. 지표가 더 식으면서 300℃에 가까운 고온의 비가 드디어 지표에 폭포처럼 쏟아졌다. 이 비는 지표 온도를 급속히 낮췄고 더 많은 비가 내리면서 굳어진 마그마 오션 위로 150℃ 정도의 원시 해양이 모든 지표를 덮었다.
바다가 만들어지고 대기 온도가 100℃ 이하가 되면서 수증기가 줄어들었다. 그리하여 대기의 주성분은 이산화탄소가 되었는데 이마저도 바다에 녹아 들어가면서 대기량이 크게 줄었다. 바다에 녹은 이산화탄소가 석회암 형태로 퇴적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압력이 60기압에서 10기압으로 떨어졌다. 이제 지구의 주성분은 질소로 바뀌었고 드디어 지구가 푸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표에는 딱딱한 암석질의 현무암 지각(地殼; earth crust)이 생겼다. 이 현무암은 지하 깊은 곳에서는 다시 녹으며 화강암을 만드는 마그마가 되었다. 다른 행성에는 화강암의 지각이 없다. 화강암은 지구만의 특징이다.
지각의 암석들은 더 단단해지며 지표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는 판(板; plate)을 이루었다. 원시 지구가 탄생하고 5~6억년 안에 대기와 해양, 지각, 맨틀, 핵의 지구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아직은 무르지만 지구의 껍질과 속살이 완성된 것이다. 과거의 공기 중 산소 함유량을 아는 방법은 당시의 공기를 조사하는 것이다. 당시의 공기가 보존된 곳이 있다. 수십만년 전의 시기는 남극이나 북극의 얼음에 갇힌 공기를 분석해 알아낸다. 더 오래된 시기는 광물을 이용한다. 광물은 다양한 형태의 결정을 만드는데 작은 공간이 남는 경우가 있고 그 안에는 결정이 만들어질 당시의 공기가 들어 있다. 이 공기 방울은 광물과 함께 수십억년을 지낸다. 이 공기의 양은 아주 적지만 성분을 분석하기에는 충분하다.
광물 안에 들어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분석하면 광물이 만들어진 시기를 알 수 있다. 약 25억년 전 바닷속 산소의 양이 급증했고 산소는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금속 원소를 산화시키는 데 사용되었다. 바닷물에는 여러 가지 금속 원소가 녹아 있었는데 철이 가장 많았고 산소와 결합한 철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층층이 쌓여 호상철광층이 되었다. 이 철광층은 현대 인류에게 철을 제공하는 주요 자원이다. 그 형성에 생물의 진화가 관여한 것이다. 딱딱한 지각 아래는 고체이긴 하지만 오랜 세월 조금씩 움직이는 맨틀이 있다.
내부의 핵에서 전달하는 열에너지는 맨틀을 움직이며 살아 있는 지구를 만든다. 짧은 시간 동안 사는 우리가 그 변화를 직접 볼 수 있는 현상은 화산과 지진 정도이지만 지구는 대륙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역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 지구 내부는 화학적 조성과 물리적 상태에 따라 지각, 상부 맨틀, 하부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성되었다. 지각의 판은 중앙 해령(海嶺)에서 태어나 수평 방향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해구(海溝)에서 상부 맨틀 속으로 섭입한다. 이를 슬랩이라 한다. 하부 맨틀로 들어가지 못하는 슬랩은 계속 모여 커다란 덩어리를 만들고 덩어리가 충분히 커지면 하부 맨틀로 진입한다.
하부 맨틀로 이동한 저온의 상부 맨틀은 계속 아래로 내려가 위에까지 도달한다. 이를 차가운 플룸이라 한다. 상부 맨틀로 이동한 고온의 하부 맨틀 물질은 압력이 낮아져서 녹는 점도 내려가고 부분적으로 녹아 마그마로 변한다. 녹아서 가벼워진 마그마는 계속 올라가는데 이를 뜨거운 플룸이라 한다. 약 27억 년 전 이런 일이 시작되면서 상부와 하부 맨틀 각각에서 일어나던 대류가 맨틀 전체에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플름은 독립적으로 발생하지만 서로 근접하는 여러 개의 플룸이 합쳐져 19억 년 전부터는 거대한 수퍼플룸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플룸은 주로 맨틀에서 활동하지만 지구 표층의 판구조론과 핵 운동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1980년대 인체 단층촬영의 원리와 비슷한 지진파 토모그래피가 실용화되어 초거대 플룸과 해구에서 가라앉은 슬랩 덩어리가 촬영되면서 플룸의 존재가 밝혀졌다. 판구조론 이후 살아 있는 지구를 이해하는 플룸 구조론이 탄생한 것이다. 지구는 거대한 공간으로 뻗어나가는 자기장을 가진다. 이 자기 장은 지구를 향해 날아와 생명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우주선(宇宙線)을 밴앨런대에 가두어 막아준다. 이 고마운 자기장이 생긴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존재하지만 유력한 이론은 플름 구조론이 설명하는 외핵의 다이나모 이론이다.
지구 자기장은 가끔 남북이 바뀌었으니 지구 중심에 고정된 거대한 영구 자석이 있을 가능성은 없다. 지구 반지름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은 외핵과 내핵으로 구성된다. 지진파 연구에 따르면 외핵은 횡파가 전달되지 않지만 내핵에서는 전달된다. 횡파는 고체에서만 전달되므로 외핵은 액체이고 내핵은 고체다. 내핵과 외핵의 주성분은 철과 니켈이다. 무거운 철과 니켈로 이루어진 핵은 맨틀보다 밀도가 커서 핵과 맨틀 사이에는 물질의 교환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플룸을 발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외핵의 경계에 도달한 낮은 온도의 슬랩이 높은 온도의 외핵에 도달하면 외핵 일부가 냉각된다. 차가워진 곳은 밀도가 높아져서 더 아래로 내려가고 이에 밀려난 내부의 뜨거운 곳은 위로 올라간다.
다이나모 이론은 이 대류 운동이 플룸 때문에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액체 상태인 외핵에서 이러한 교란이 일어나면 외핵에는 격렬한 흐름이 생길 것이다. 이 흐름에 이온화된 원자들이 있다면 커다란 전류를 일으킬 것이고 그 전류가 지구의 자기장을 만든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지구 자기장 기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35억 년 전에 생긴 자기장은 강도가 매우 낮았지만 약 27억 년 전 플룸이 생긴 이후 급속도로 강해져 현재의 값과 가까워졌다. 지구가 식어가면서 고체 상태의 지각이 만들어졌지만 초기에는 육지가 없었다. 지구 내부의 용암이 약한 지각을 뚫고 위로 올라와 다른 곳보다 높은 곳을 만들면서 육지와 대륙이 나타났다.
대륙이 천천히 이동한다는 대륙이동설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독일의 알프레트 베개너였다. 그는 여러 대륙에 분포하는 양치식물의 화석, 남북 대륙에서 발견된 석탄, 인도와 아프리카와 오스트레일아에서 발견된 진화에 의한 침식 지형,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해안의 일치와 같은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1915년에 출간한 ’대륙과 해양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대륙이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륙의 이동을 포함한 지각의 지질학적 현상을 10여 개의 판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판구조론이다. 판구조론은 지질학 연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이론은 화산, 대양 중심의 중앙 해령, 심해 해구와 같은 지형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실마리를 제공했다. 거대한 대륙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대륙의 이동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 지진과 화산, 대양, 해저 지반의 변화, 암석에 기록된 지자기의 방향 분포, 대륙간 거리의 미세한 변화 등을 관측하면 답을 알 수 있다. 맨틀의 주성분은 암석인데 상부 맨틀 맨 위쪽의 얇은 층은 지각과 온도도 비슷하고 매우 단단하다. 이 얇은 층과 지각을 합쳐 암석권이라 하고 그 아래 하부 맨틀까지는 부드러운 연약권이라 한다.
맨틀은 기본적으로 지진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체지만 연약권은 긴 시간에 걸쳐 대류가 일어나는 유체의 성질도 있다. 연약권에서는 높은 온도의 물질은 위로 올라가고 낮은 온도의 물질은 아래로 내려가는 대류가 서서히 일어난다. 상하로 움직이는 대류는 수평의 움직임도 수반하는데 이 수평 운동이 암석권을 옆으로 밀어 지각의 판을 움직인다. 판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면 판이 멀어지는 곳도 있고 가까워지는 곳도 있고 옆으로 밀리는 것도 생긴다. 이러한 판의 경계에서는 다양한 지질 현상이 일어난다. 암석권의 아래에 있는 연약권의 수평 방향 움직임이 암석권을 움직이는 것은 확실하지만 큰 규모에서 어떤 작용이 있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플룸 구조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핵으로 섭입한 슬랩이 하부 맨틀로 하강하는 차가운 플룸은 주변의 다른 플룸과 결합하면서 하부 맨틀 전체에 몇 개의 커다란 하강류를 만들어낸다. 이런 거대한 하강류에는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힘이 생기고 그 상부에 있던 맨틀은 한 장소로 모이게 된다. 현재 지구에는 세 개의 수퍼 플룸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뜨거운 수퍼 플룸은 남태평양과 아프리카의 아래에 있고 차가운 수퍼 플룸은 아시아 아래에 있다. 뜨거운 수퍼 플룸은 주변 일대에 마그마를 공급한다. 남태평양 아래의 뜨거운 수퍼 플룸은 거대한 태평양판을 서쪽으로 밀고 화산섬으로 연결된 하와이 열도 생성에도 관계한다.
아프리카 아래의 뜨거운 수퍼 플룸은 동아프리카 열곡대(裂谷帶)라는 거대한 계곡을 만들며 장래에 아프리카의 동쪽을 대륙에서 떼어낼 것이다. 아시아 아래의 차가운 수퍼 플룸은 주변 대륙을 끌어당기며 4~5억년 이내에 지구의 모든 대륙을 끌어와 하나의 거대한 초대륙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내부의 수퍼 플룸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지구 표면을 바꾸는 원동력이라고 해석된다. 화석 연구의 권위자였던 프랑스의 박물학자 조르주 퀴비에는 지질층별로 다른 화석 구조를 발견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물이 멸종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지층별로 다른 생물들이 있는 이유는 커다란 천변지이(天變地異)에 따른 결과라는 격변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퇴적암층이 형성된다는 사실과 함께 방사성 동위 원소의 사용으로 지층과 화석의 연대 측정이 가능해지면서 화석에 대한 다른 해석이 제기되었다. 최근 지층의 생물들이 이전 지층의 생물들보다 현존하는 생물들과 더 비슷한 점, 화석들의 변화 정도, 비슷한 종류의 생물들이 비교적 일정한 지역에서 발견되는 점 등을 포함한 많은 관찰결과가 격변보다는 점진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주장을 더 뒷받침한다.
책 말미(末尾)의 표현을 음미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의미있게 여겨진다. “질적으로 다양한 정보들 사이의 정합성과 논쟁점을 찾아내고 신뢰할만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판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런 의미로 이해된 과학 리터러시가 21세기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시민에게 필요한 것이다.” 본문을 읽으며, 그리고 이 글을 읽으며 지질공원 해설사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은 물론 발전된 덕목들을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