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 - 삶이 이야기가 되는 365일 글쓰기 수업
수전 티베르기앵 지음, 김성훈 옮김 / 책세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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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티베르기앵은 쉰 살이 되어서야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분이다. 그녀는 글쓰기는 결국 습관이라 말한다. 우리는 지속적인 독서와 성찰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은 쉰 살에 처음 글쓰기 워크숍에 참가해 역시 예순에 처음 가르치는 일을 시작한 에이미 클램피트를 만나 하게 된 15년 동안의 교육 경험에서 12개의 강의를 선별한 책이다. 저자는 뉴턴이 말한 '거인의 어꺠'를 염두에 두고 우리는 기존 작품의 어깨를 딛고 글쓰기의 세계에 들어온다는 말을 한다.(뉴턴은 자신이 더 멀리 보았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섰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


12개의 강의는 각각 다른 영역의 글쓰기들로 채워졌다. 첫 순서는 가장 자연스런 글쓰기인 일기 쓰기이다. 그 밖에 퍼스널 에세이 쓰기, 오피니언 에세이 쓰기와 여행 에세이 쓰기, 단편소설과 초단편 소설 쓰기, 꿈을 글로 옮기기, 시적 산문과 산문시 쓰기 등이 있고 눈길을 끄는 것은 상상의 연금술이란 챕터이다. 저자는 카를 구스타프 융 센터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명심할 것은 저자가 쉰 살 이전에도 다양한 글과 기사, 일기 등을 썼다는 점이다. 그러면 그런 글들과 작가로서 쓰는 글은 어떻게 다른가?


저자는 자신이 작가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자 자신 안의 우물이 신선한 창조성으로 가득 차올랐다고 말한다, 연금술이란 말을 통해 알 수 있듯 상상의 연금술은 더욱 깊숙한 글쓰기의 세계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글을 잘 쓰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일기 쓰기는 훌륭한 연습 거리가 된다. 물론 매일 거르지 않고 쓸 필요는 없다. 일기 쓰기에서 중요한 점은 거침 없이 써내려가는 것이다. 쓰고 나서 고칠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에세이는 몽테뉴로부터 시작되었다. 귀족 출신의 은퇴한 변호사였던 그는 바쁘게 살기 위해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소재도 형식도 가리지 않았다.


당연히 에세이도 다듬기와 묵혀두었다가 고쳐 쓰기가 필요하다. 저자는 에세이를 퍼스널 에세이와 오피니언 에세이로 나눈다. 오피니언 에세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바꾸어 놓는다. 마음을 사로잡는 것에 관해서라면 여행 에세이도 독자들로부터 비슷한 기대를 받는 장르이다. 소설 쓰기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저자는 일기는 논픽션 뿐 아니라 픽션을 위해서도 모판 역할을 한다고 귀띔한다. 문장에서 주어와 동사가 필수이듯 소설에서는 등장 인물과 행동이 필수적이다. 소설이 매력의 대상인 것은 그것이 독자의 마음 속에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생생한 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저자는 단편 소설 공부를 할 때 헤밍웨이와 플래너리 오코너의 소설을 분해해 작동 방식을 이해하려 했음을 밝힌다.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꿈을 글로 옮기기'이다. 꿈은 "완전히 새로운 내면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다." 꿈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이 풍부한 이야기거리임은 부정할 수 없다. 시적 산문과 산문시 쓰기편에서 저자는 시적 산문이란 말은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그 둘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라고 설명한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9장 ‘상상의 연금술‘이다.


연금술이란 단어는 변함없이 신비롭게 들린다. 연금술이 뜻하는 것은 자신의 꿈, 기억, 환경 속에서 생생한 이미지를 찾아 그것을 글로 연결하는 것이다. 11장은 고쳐쓰기이다. 마크 트웨인은 올바른 단어와 거의 올바른 단어의 차이는 번개와 반딧불의 차이와 같다는 말을 했다. 트웨인의 말은 괜찮은 것은 참으로 좋은 것의 적(敵)이란 말(’한글 세대를 위한 불교‘ 94 페이지)을 생각하게 한다. 이 말은 불교학자 에드워드 콘즈의 말이다. 고쳐쓰기는 장르에 관계 없이 모든 글쓰기에 적용된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저절로 유려하게 글이 써지는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이라 말했다. ’집으로 향하는 글쓰기’란 마지막 장은 눈길을 끈다. 존재의 미로 속으로 들어가 그 중심에서 자신의 진정한 집을 찾는 것에 대한 장이다. 신비, 영감, 창조성에 훈련과 성찰을 더할 것을 강조하는 저자의 책은 실제적 도움을 주는 유려한 가르침이다. 하지만 하나의 책에 너무 많은 장르의 글을 담은 것은 아쉽다. 저자가 어떤 책들을 읽었고 문학 외의 장르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상술되지 않은 점과 함께 아쉬움으로 지적되어야 옳다. 물론 열정이 넘치는 저자가 정성을 다해 쓴 진실한 책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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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 안스리움(Anthurium) 사진이 올랐다. 천남성과의 정열적인 빨간 꽃. 섬천남성을 생각한다. '섬천남성은 독을 품고 있다'는 시에서 조용미 시인이 말한 꽃. 천남성이 天南星인 것은 남방에서 볼 수 있는 별인 노인성(老人星) 즉 남성(南星)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시인은 "...섬천남성이/ 사람의 몸속을 통과하고 싶은 욕망을 오래 감추고 있/ 었다는 걸 나는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시구(詩句)는 마이클 폴란의 '욕망하는 식물'을 이해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


시인은 '섬에서 보낸 백년'이란 산문집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봄풀냉이가 자신의 눈에 들어와 준 것이 고마워 한참을 애틋하게 들여다 보았다는 말을 했었다. 우리가 꽃, 별, 달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선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굴업도(掘業島) 기행을 마친 뒤 시인은 그곳이 이팝나무, 소사나무, 천남성, 왕은점 표범나비 등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한국의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그 글이 쓰인 것이 2009년이니 벌써 7년 전이다.


당시 굴업도는 인재(人災)라 할 자연 훼손으로 우려를 자아냈었다. 잘 알려졌듯 시인은 "풍경의 저 기이한 순간들을 포착하기 위해 낯선 장소들을 자주 방문"(문학평론가 조재룡 교수의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물의 귓속말에 홀려 밤의 창가에서 붉은 눈의 새벽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그곳을 그리워하지/ 않기 위해 이곳에 다시 오지 않기 위해.."('물의 점령')라는 말을 한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다녀"본 사람만이 할 수 있을 말이다. 안쓰럽고 부럽고 대단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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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라디오를 들으려고 이어폰 잭을 꽂자 이런 자막이 뜹니다. “높은 음량으로 오랫동안 들으면 청각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불교방송에서는 생방송 버튼을 누르자 이런 자막이 보입니다. “Wi Fi에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3G 접속시 과도한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참 친절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작은 것에 감동하는 저는 정에 약한 사람일까요?

 

문제는 데이터란 생각이 듭니다. 알뜰폰 통신사의 2.5G 데이터 제공 옵션을 택한 저는 와이파이존을 찾아다녔던 지난 열흘 사이 마치 청에게 동냥젖을 물리기 위해 여기 저기 찾아 헤맨 심봉사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제는 공유기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가입 한 달을 채우면 월 5,500원 정액제인 안심옵션제에 가입할 것이고, 700M의 데이터를 제공받는 요금제로 바꿀 생각입니다. 700M 이상을 써도 요금이 더 부과되지 않지만 속도가 다소 느려진다고 하는데 게임도 하지 않고 동영상도 이용하지 않고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테마 역사 논술 팀) 정도를 하고 KBS 클래식 FM 정도를 듣고 몇몇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니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와이파이,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QR 코드, 카카오톡, 밴드 등도 전문 용어라면 전문 용어이겠는데 밖에서(가입 이전에) 듣기만 하던 그 생소한 용어들이 금세 익숙해진 것은 매너리즘에 들어선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닐지요? 첨단 기기가 제 값을 하느냐는 결국 유저들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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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으로부터 찢겨진 몸일까// 유난히 엷고 어룽진 쪽을/ 여기에 대보고 저기에도 대본다... 나희덕 님의 시 ' 흔적'을 읽으면 내 마음의 위치와 생김새를 알기 위해 책들을 찾아 다니는 내가 보인다. 그 고행 같은 길에 "변방의 시인"들을 만나곤 한다."...길을 잃고 나서야 현명해진/ 쾡한 집시 풍 여자가/ 꽁 꽁 싸매어둔 맨 몸을 내 보이게 될/ 오래 간직해온 상처의 파피루스,/ 다 버리게 될 줄도 모르고/ 천 년 같은 하루를 살다 온, 거기" 같은 시를 쓴 시인. 시력 (시를 쓰는 내공)에 비해 덜 알려졌다 뿐 이미 중심에 있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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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일 - 자정의 시작
임근희 지음 / 정오와자정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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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겨 결혼을 했지만 아내가 외국 출장을 간 사이 사고로 아이를 잃은 뒤 이혼하게 된 정신과 의사 임지훈. 그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환자들의 약을 스스로 처방해 먹는다. 판사 김은경. 그는 청각 기관들 스스로 변이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병을 앓는 딸로 인해 고통 받는다. 김승훈은 오랜 기간 기억치료제를 연구 개발해 왔다.... ‘그들의 일 자정의 시작’에는 기억과 정신 등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다수 등장한다...


기억 치료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이기에 흥미진진한 스토리 라인을 경험할 수 있는 책이 ‘그들의 일 자정의 시작’이다. 장르를 가르자면 이 책은 SF에 해당한다. 작가가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유토피아가 이루어질 경우 실제 어떤 일이 생기며, 인간이 그 목적을 수치화해 설정한 최대값에 이르게 된 상태를 유토피아라 할 수 있을까, 란 물음을 던지기 위해서라고 한다.


기억은 특별하고 독특한 위상을 갖는다. 인간은 기억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지만 고통스러운 기억은 트라우마가 된다. 우리는 아직 뇌의 신비를 다 풀지 못했다. 아니 풀지 못한 부분이 훨씬 많을 것이다. 난감한 것은 소설에서 제기된 것처럼 기억 치료를 경험한 사람들이 그 즐거움에 빠져 더 나은 상태를 갈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로부터 많은 문제들이 생긴다는 점이다.


인간은 고통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존재가 아닌지? 작가는 공들인 많은 문장들을 선보이며 장장 460여 페이지의 소설을 이끌어 나갔다. 그러나 기억 치료라는 소재는 특별히 주의를 끌 만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읽는 내내 흥미를 가질 수 있던 것은 작가의 지력(知力) 때문이라 해도 좋다. 물론 책을 전반적으로 평하라면 어렵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공학을 전공한 작가의 책이기에 인간을 기계나 물적 대상 등으로 다루는 설정이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책의 장점은 서로 무관한 듯 보이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연결되고 이어지면서 흥미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차원이지만 컴퓨터 관련 책들과 뇌 관련 책들, 그리고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책들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소설에 담아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구성은 친절하다. 미래라 했지만 나는 가령 혈액 검사로 간단하게 암을 진단하는 등 첨단 의술에 기대를 거는 한편 그런 첨단화, 고도의 집중화가 뇌나 정신 부분과 관련될 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우려하게 된다. 문장이 예쁘거나 멋이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시리즈로 이어진다니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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