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실에 다녀왔다. 잠실 교보문고에서 지인을 만났는데 나는 잠실에 교보문고가 있는 줄 몰랐다. 지금껏 잠실에는 몇 번 갔었다. 알라딘의 잠실롯데월드타워점이나 잠실새내점에 책을 사러 가기 위해서였다. 1960 1980년대 서울은 주택 및 시설 수요를 위해 연탄재를 이용해 한강변의 저습지를 매립해 택지를 조성했다.

 

청담동, 압구정동, 잠실, 방배동, 장안동, 구의동 등이 그런 과정을 거쳐 택지로 조성된 곳들이다.(‘서울 스토리’ 119 페이지) 나는 구의동이 지난 4월에서 8월 사이 심리상담을 받기 위해 갔던 뚝섬에서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도 책을 통해 확인했다.

 

잠실(蠶室)을 생각하면 누에를 생각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습관이었으나 이제는 연탄재를 생각할 법도 하지만 그런 점을 생각하기에 잠실(만이 아니고 전기한 모든 곳)은 너무 복잡다단하고 화려하다.

 

관련 내용이 책의 다른 부분에 있다. 우리 나라가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이유에 대한 글이다. 사람은 많고 공간은 부족하니 집을 고층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경제성장이 근대화였던 시대에 대량의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실현시킬 목적으로 아파트가 선택되었다는 것이 맞다.

 

더욱 단기간 대량 건설의 부담과 시장 형성 가격보다 싸게 책정해야 하는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하에서 아파트가 표준화, 획일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주목할 거리이다.(145 페이지)

 

수요자 측의 아파트 단지 선호의 사연도 들어볼 만하다. 사람이 많은 쪽에 서야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그간의 정치사회적 현실을 학습한 결과이다.(147 페이지) 서울을 하나 하나 알아가는 것이 재미 있다. 내일은 서촌 순례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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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자료 찾고 찾은 자료들 정리하고 글 구상하느라 정신 없는데 전화가 왔다.

도서관에서 도서관에 관한 글을 쓰는 나에게 혹 딴 도서관에서 전화를 한 걸까,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며 빠른 발걸음으로 로비로 나가 전화를 받으니 중요 정보라며 평택에서 너무 싸게 땅이 나왔으니 사라고 한다.

그제서야 전화의 목소리가 누구이며 그젠가 한 번 같은 번호의 전화를 받은 것이며 등의 사실들이 두루 떠올랐다.

전화 받기 전에 읽고 있던 것은 기원 전 2600년경 수메르에서 쐐기 문자로 기록한 점토판 문서를 보관한 수장고 형태의 건축물이 원시 도서관의 시초였다는 부분이었다.

허수경 시인의 ‘모래 도시를 찾아서‘란 책에 인류 최초의 기록은 금전출납 기록이었다는 글이 있다. 수메르의 그 점토 기록도 금전출납부였을까?

아니 허수경 시인이 바로 그 수메르의 점토판을 말한 것일까? 서재에 가서 정확한 내용을 찾아 봐야겠지만 이런 암중모색 스타일의 상상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점토를 주무르듯 자료들을 잘 빚어 예쁘고 보기 좋은 글을 써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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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음악을 profound & prolific이라 표현한 적이 있다. 깊고(음악성) 다산(多産)(곡수)이라는 의미. 이는 바흐(Bach)란 단어는 시냇물을 뜻하지만 그의 음악성은 바다 같다는 베토벤의 말을, 바흐란 단어는 동유럽 방언으로 순회음악가를 뜻한다는 말로 물리친(?) 폴 뒤 부셰의 말과 함께 의미 있게 보아야 할 규정이다.

 

바흐를 규정할 말은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다리는가 아닌가의 여부이다. 슈베르트나 휴고 볼프, 브람스 등은 영감이 생길 때까지 기다렸지만 바흐는 기다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표현했다(강일구 지음 바흐, 신학을 작곡하다’ 29 페이지)

 

이것이 바흐가 1080 곡이 넘는 많은 곡을 지은 작곡가가 된 비결 가운데 하나이다. 무신론자 니체가 바흐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금주에 바흐의 거룩한 마태수난곡을 세 번째로 들었다. 매번 말할 수 없이 감탄하는 마음으로 그 음악을 듣곤 한다.’

 

바흐의 곡을 기악곡 위주로 듣다가 성악곡들과 함께 듣게 된 지 10년이 넘었다. 그 결과 정서(情緖)를 나타내는 단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사랑하는, 아름다운, 즐거운 등..물론 고통스러운 단어들을 만나게 되는 곡들도 듣는다. 눈물, 탄식, 근심, 두려움 등의 단어가 들어 있는 칸타타 12번이 대표적이다.

 

바흐 음악 듣기 좋은 가을이 왔다. 성악곡들에 기악곡들 특히 내가 6일무(佾舞)로 표현하곤 하는 첼로 모음곡 가운데 2(여성적)5(남성적)을 더하면 더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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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읽는 옛집’(함성호 시인/ 건축가), ‘풍경의 감각’(티에리 베제쿠르, 이나라 공저), ‘미술관에 간 붓다’(명법 스님), ‘뮤지엄 스토리’(송한나), ‘미술관의 입구’(신승수, 신은기, 최태산).. 흔히 말하듯 영감도 주고 열등감도 자극하는 책들을 읽는다.

 

이 책들을 통해 일본의 수학자 오카 기요시의 지론을 생각한다. 기요시는 수학 문제는 머릿속에서 충분히 정리한 후 답을 한 번에 써내려가는 것이 좋다고, 일단 연필을 들면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수학자의 공부’ 77 페이지)

 

머릿속으로 문제를 충분히 생각해 대략의 과정을 헤아려 답을 파악한 뒤 연필을 들어야 하고 든 뒤에는 답을 한 번에 써내려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기요시의 지론은 글쓰기보다 책쓰기에 더 적용된다. 큰 틀에서 아이디어가 충분히 정리되어야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요즘 내 관심은 주로 글쓰기와 책쓰기의 차이에 가 닿아 있다. 그러나 지금 현안(懸案)은 도서관 관련 글 작성이다. 희귀본 연구자이자 출판 역사가인 스튜어트 켈스의 더 라이브러리’(2017년 원서 출간, 2018830일 번역 출간)에서 내가 읽은 내용이 있다.

 

바티칸 도서관의 장서 목록이 최근에야 완성되어 학자와 사서는 이곳에서 언제나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글이다.(173 페이지) 바티칸 시티의 문서 수장고에서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왕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1,333)를 발견한다는 우리 영화 직지코드의 설정도 이런 배경 하에 나왔으리라.

 

의지가 있다면 어디에서나 발견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수학적 발견은 어떤가? 앞서 말한 오카 기요시는 수학적 발견의 기쁨을, 너무도 간절하게 잡고 싶어 온 들판을 헤매게 한 아름다운 나비를 포착한 것에 비유한다.

 

이런 수학적 발견은 아무나 쉽게 얻을 수 없으리라. 물론 그렇다면 수학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발견의 기쁨을 누리면 된다. 내게는 도서관이란 주제가 바로 그런 발견의 기쁨을 주는 매개가 되리라 기대한다.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거리는 폭풍 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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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Bereite dich, Zion, mit zärtlichen Trieben

2. 칸타타 198Doch Königin Du stribst nicht

3. b 단조 미사 Qui sedes ad dextram patris

4. 마태수난곡 Erbarne dich, mein Gott

5. 칸타타 78번 소프라노, 알토 아리아 Wir eilen mit schwachen, doch emsigen Schritten

6. 칸타타 12번 알토 아리아 Kreuz und kronen sund verbunden.

7. 칸타타 80번 소프라노 아리아 Komm in mein Herzenshaus

8. 칸타타 147Bereite dir, Jesu, noch itzo die Bahn

9. 칸타타 180번 소프라노 아리아 Lebens Sonne, Licht der Sinnen

10. 칸타타106번 베이스 아리아 Bestelle dein Haus

11. 칸타타 127번 소프라노 아리아 Die Seele ruht in

12. 부활절 오라토리오 Seele deine spezereien

13. 칸타타 33번 알토 아리아 Wie furchtsam wankten meine Schritte ...

14. 칸타타 58번 소프라노 아리아 Ich bin vergnügt in meinem Lei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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