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열한시쯤 버스 회사 사무실에 들러 어제 53번 버스(선사 박물관이 있는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에서 양주시 덕정까지 운행하는...)에 놓고 내린 책을 찾아왔다. 오고 가고 삼십 분 정도가 걸렸다.

소요산에서 서울로 가는 전철을 타기 위해, 그리고 가까이 있는 미용실과 세탁소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서는 것 말고 이렇게 오래 그것도 낮 시간에 전곡 거리를 걸은 것은 참 오랜만이다.

나로서는 낯선 감정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렇게나 자주 찾던 도서관에도 이제 가지 않는 내가 이곳 전곡에서 전기한 두 곳(미용실, 세탁소)에 갈 때 말고 집 밖을 나서게 될 일은 급히 병원이나 약국에 가야할 때일 수밖에 없겠다.

이제 내게 이곳 전곡은 자고 먹고 서울행을 준비하는 곳처럼 되었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노원에, 14시부터 15시 30분까지 마포 망원역 인근에, 그 이후 16시까지 마포 광흥창역 인근에, 그 이후 19시까지 양재에, 그 이후 22시까지 혜화에 있었던 어제의 내 행적이 요즘 나의 일반적 모습이다.

어제 나는 늘 그렇듯 배낭을 멘 데다가 아홉 권의 책을 에코백에 담아 든 채 양재에서 140번 버스를 타고 안국동에서 내려 저녁 식사를 하고 이틀 후 예정된 탐방 코스(윤선도 시비, 학림다방, 동양서림, 장면 전 총리 가옥, 빈빈책방, 한무숙문학관, 송시열 옛 집터, 한양도성 혜화 전시센터 등)를 사전 답사했다.

짐을 메고 들어야 했기에 무릎이 아팠지만 탐사 하루 전에 서울에 다시 나오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그제 내 잠실 동기는 자기 집 방 하나를 나에게 세줄까보다란 말을 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종로 기준) 오고 가고 네 시간 이상 소요되는 서울에 자주 드나드니 피곤하지 않냐고 묻는다.

그러나 특별히 그런 생각이 들지 않고 차를 타는 시간이 힘들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피곤하면 자고 말짱하면 책을 읽으니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운전을 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세월이 간다. 오늘은 2018년의 2/3가 지나는 8월의 마지막 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ll but dissertation...논문 말고 나머지는 다 한(논문만 쓰면 되는).. 이런 상황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한 이십 여년 전 김승희 시인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해 방 하나 얻어드리고 싶은 간절함을 하늘 한 모금만 있으면 좋겠다는 시로 표현했지요..

70여 년 전에 타계한 버지니아 울프는 여자가 픽션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 연 500파운드의 돈,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지요..

all but dissertation이든 하늘 한 모금이든 연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과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이든 모두 간절함의 표현일 것입니다..

아침 잠이 덜 깨 보조 배터리를 챙기지 않은 탓에 배터리의 하찮은 잔량을 눈치 보며 글을 쓰려니 발자크의 인간희극에 나오는 소원을 이루는 만큼 수명이 줄어드는 주인공 생각이 납니다..

지금 이 순간 저의 진실한 사변입니다.. so long..감사와 함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잠이 덜 깼기 때문인지 소요산 역 가는 버스에 책(오형엽 교수 지음 ‘문학과 수사학‘)을 놓고 내렸다.

집에서는 보조 배터리를 챙겨 나오지 않았다. 7시 40분에 내린 버스에서였으니 이른 시각이 아니지만 쌓인 피로 때문에 실수했다고 생각한다.
버스 회사에 전화해 승차 시간과 지점, 하차 시간과 지점 등을 알렸으나 12시 40분 현재 연락은 오지 않았다.

책이 흔하지만 한 권의 책도 잃어버리면 슬픈 이별을 한 듯 마음이 아프다. 세컨드 옵션으로 가방에 넣고 나온 책이 없었다면 어떻게 할 뻔했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시장 접근성과 업체간 긴밀한 협력을 위해 노후한 골목에서 집적 경계지역을 형성하고 있는 을지로 인쇄업소 부분에서 옛 생각 아니 옛 책 생각을 한다.

최윤 작가의 단편 ‘회색 눈사람‘이 그 책이다. 얼마 전 끝난 을지로의 인문 책쓰기 모임에서도 나는 ‘회색 눈사람‘ 이야기를 했다.

(자세한 내용 소개는 생략. 분위기 좋은 소설이고 짧은 소설이지만 요약하기는 쉽지 않은 책...)

내 추억이라도 되는 듯.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내게 있어 많은 궁리가 보람도 없이 무성의하고 의례적인 결정으로 낙착되는 것이 글 제목 선정이다.

본문을 함축하는 짧고 핵심적인 제목을 짓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내용도 좋고 제목도 좋게 글(또는 책) 제목을 짓는 경우이다.

그래서 때때로 다른 사람들이 쓴 책의 목차나 제목을 눈여겨본다.

한동안 읽지 않다가 요즘 문학평론집들을 다시 읽는다. 장석원, 조강석 평론가의 강의가 계기가 되었다.

장석원 교수의 강의는 지난 토요일 이미 들었고 조강석 교수의 강의는 이번 주 토요일 예정되어 있다.

관련 책을 찾다가 구입한 뒤 꽂아 두고만 있었던 오형엽 교수의 책 ‘문학과 수사학‘을 찾아냈다.

저자의 다른 책들을 검색하니 이런 책들이 딸려 나왔다. ‘한국 모더니즘 시의 반복과 변주‘, ‘주름과 기억‘, ‘신체와 문체‘, ‘현대문학의 구조와 계보‘, ‘환상과 실재‘, ‘현대시의 지형과 맥락‘ 등이다.

공통점이 있다. 모두 A and B의 형식이라는 점이다. 지금 읽고 있는 ‘문학과 수사학‘까지 일곱 권 모두 같은 형식이다.

흥미롭다.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겠고 의도의 산물일 수도 있겠다.

제목의 이런 형식적 통일성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언제나 그렇듯 관건은 좋은 내용이고 의미 있는 현실 연관성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설사가 된 이래 내가 처음으로 해설한 곳인 종묘(宗廟)는 그 만큼 남다르다.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가 리움 미술관 초청으로 한국에 왔으나 실상 그는 종묘 정전(正殿) 그것도 일반 관람객이 없는 이른 시각에 자신의 일행만 입장하는 오롯한 시간의 종묘 정전 관람에 더 큰 관심을 가졌었다.

 

이 내용은 작고한 구본준 저자의 세상에서 가장 큰 집에서 보았다. 그 이후 종묘에 대한 일반적 컨텐츠 외에 게리의 사례 같은 내용을 플러스 하면 삼박한 해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희생(犧牲)과 궤식(饋食)처럼 대립(?)하는 두 사례의 비교에 더 관심을 두었다.

 

서울 스토리란 책에서 바로 그 종묘 관련 내용을 새롭게 접했다. 현재의 시() 개념과 유사하게 사용된 단어가 읍()이고 도읍(都邑)은 읍 중에서 대표적인 곳으로 도()와 읍()은 종묘의 유무에 따라 나뉘는 바 종묘가 있는 곳은 도읍, 없는 곳은 읍이다.

 

도읍에 성이 들어서면 도성(都城)이라 한다.(47 페이지) 내가 거행한 첫 해설지라는 이유 말고 내가 궁궐보다 종묘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의식 차원일 수도 있을까? 계속 공부해야 하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