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없는 세계를 상상하려던 내 마음은 남자가 없는 세상에 도달하게 되었다. 남자 자체가 없는 세상, 늘 남자인 존재, 자신을 증명하려는 존재가 없는 그런 세상에..˝

페미니즘에 바탕을 둔 SF를 쓴 어슬러 르 귄이 ‘어둠의 왼손‘ 발간 40주년 기념 서문에 쓴 글이다.
만일이라는 가정법을 써서 현실이라 불리는 것들을 체계적으로 줄이거나 지우는 것을 ‘세계의 축소‘라 부른 프레드릭 제임슨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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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이 각각 한 가지씩 주제를 맡아 한 권의 책을 쓰는 1책 프로젝트에서 나는 직지(直指)를 맡게 되었다.

현금(弦琴), 주먹도끼, 천상열차분야지도, 수원화성 등 다른 주제들도 좋지만 현재와 연결지을 수 있는 여지가 가장 많은 직지를 맡은 것은 가장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는 글을 쓰기 전에는 알지 못하던 부분이다. 마감 시한을 이틀 남겨둘 때까지 미적거렸지만 자료는 열심히 찾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

어떻든 이틀을 남겨두고 쓰기 시작해 장담대로 글을 마쳤다. 다 쓰고 계수해 보니 10700 여 글자가 나왔다.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여덟 가지의 목차를 선정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예의이기에 기한 내에 다 썼지만 글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님을 깊게 통감했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까지 구상도 하며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미적거리더라도 쓰기 시작하면 한 번에 마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은 하고 싶다.

한 번 쉬고 다시 시작하면 갈피를 잡기도 어렵고 동력을 다시 얻기도 힘이 든다.

어떻든 내가 맡은 주제가 전기한 다른 것들이었다면 나는 아직도 글을 짜내느라 애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과제 수행으로 조금이나마 더 자료를 다루고 글을 취사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알았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자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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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 읽던 책을 집에 두고 나오는 바람에 갑자기 그 대체물을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된 ‘유토피아의 귀환‘은 미덕을 갖춘 좋은 책이다.

2.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소속 교수들의 세계문학 독서모임의 결과물인 이 책은 유토피아 상상이 그간 현실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허황된 공상이란 것과 전체주의로 귀결되는 위험한 몽상이라는 것이라는 상반되는 두 개의 반대에 직면해왔음은 물론 유토피아 사회에 대한 전망은 언젠가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것의 매력보다는 이미 이루어진 것에 대한 반감으로부터 추동력을 얻었다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지적, 동양에서 유토피아문학의 흐름이 서양에 비해 활발하지 못한 것은 가상과 허구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서사 양식 즉 소설에 대한 평가절하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 유토피아문학의 기원이면서 반유토피아문학의 씨앗을 담은 작품으로 평가받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이상주의적 상상을 무효화하기보다 유토피아에 관한 토론이 종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는 해석 등을 선보인 풍요로운 책이다.

3. 내 쓰기에도 크게 도움이 될, 영감을 주는 책, ‘유토피아의 귀환‘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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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다. 슬픔 때문이겠지만 읽고 있던 책(장 다비드 나지오의 ‘사랑은 왜 아플까?‘)을 놓고 길을 나서 급히 다른 책(강성원의 ‘시선의 정치)‘을 사러 알라딘 종로점에 들렀으나 책이 위치에 없어 시간에 쫓기듯 다른 책(이명호 외 지음 ‘유토피아의 귀환‘)을 샀다.

우울 모드 때문에 책도 놓고 오고 그 바람에 다른 책을 사려 했으나 그것이 위치를 벗어난 곳에 있거나 아예 없는 까닭에 더 좋은 책을 보고 구입하게 된 과정에 발걸음도 빨라지고 마음도 풀렸으니 다행이다.

읽어야 할 책 제쳐두고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읽는 습관은 내 기벽이고 그나마 밋밋한 삶에 생기를 주는 즐거운 일탈이리라. 다만 이제는 생산적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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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심체요절 : 금속 활자로 찍은 가장 오래된 책 신나는 교과연계 체험학습 8
김홍영.라경준 지음, 최준규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심체요절)이 본래 이름인 '직지(直指)'는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킨다는 의미의 직지인심(直指人心)의 줄임말이다. 백운화상(白雲和尙;1299 -1373)'직지'를 쓴 승려이고 초록(抄錄)이란 중요 부분만을 기록했다는 의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백운화상의 가르침을 달잠과 석찬이라는 두 제가 승려가 금속활자로 찍은 것이다. '직지'1377년 흥덕사라는 사찰에서 찍어낸 금속활자본이다. 이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다.

 

200194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학자들은 언어, , 금속활자, 컴퓨터의 사용 등을 4대 정보혁명으로 꼽는다.

 

이를 감안하면 '직지'의 가치는 가벼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직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다.(상하 두권으로 되었는데 상권은 전해지지 않고 하권은 표지와 첫째 장이 소실된 채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보관되어 있다.)

 

'직지'를 프랑스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 머물렀던 프랑스 외교관 플랑시이다. 고종황제나 대신들로부터 선물로 받았을 수도 있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손에 넣었을 수도 있다.

 

'직지'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내용이 있다."승고선사는 항상 여러 사람들에게 권하기를 <불법을 배우려 하지 말라. 다만 스스로 깨우치려고 노력해라. 슬기로운 사람은 한나절만에 해탈할 것이며 어리석은 사람도 3년이나 5년만에 해탈할 것이나 아무리 길어도 10년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 했다."

 

직지 편찬의 동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왕실과 결탁해 돈과 명예만을 좇는 불교계를 개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직지'의 닥나무로 만든 전통 한지에 인쇄되었다. 황백, 치자 즙 등으로 염색해 썩지 않게 한 것도 특징 중 하나이다.

 

구멍을 다섯 개 뚫어 붉은 실로 묶은 '직지'의 제본 방식을 오침안정법이라 한다.(중국과 일본은 사침안정법이다.)

 

'직지'가 공식적으로 세상에 소개된 것은 1972년이다. 박병선 박사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박 박사는 '직지'가 목판본이 아닌 활자본임을 밝혀냈다. 활자본은 삐뚤어진 글자들이 있고 글자가 시커멓거나 흐리고 아래, 위가 뒤집힌 글자가 있다. 또한 다른 면에 똑같은 모양의 글자가 있다.

 

금속 활자는 나뭇결이나 칼자국이 없고 글자의 획에 기포 흔적과 티가 있다. 1968년 프랑스 국립 박물관에서 일하면서 '직지'를 발견한 박 박사는 1972년 세계 도서의 해 전시회에 '직지'를 출품해 전 세계에 알렸다.

 

'직지'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본보다 70년이나 앞선 책이다.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된 것은 200194일이고 94일이 '직지의 날'로 선정된 것은 2003년이다. 금속 활자 시대 이전에 필사 시대가 있었다. 필사 시대 이후 목판 인쇄술 시대가 열렸고 그 이후 금속 활자본 시대가 열렸다.

 

목판 인쇄술은 나무판에 글자를 새겨 먹물을 발라 종이에 찍는 방식의 인쇄술이다.(팔만대장경은 대표적인 목판인쇄본이다.) 나무판에 전체 내용을 새기는 목판 인쇄술은 책이 달라지면 판을 새로 짜야 했기에 힘이 많이 들고 보관에도 어려움이 큰 단점이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글자를 한 자씩 따로 만드는 활자 인쇄술이다. 활자 만들기는 까다로운 반면 만들기에 성공하면 필요한 책을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목판 인쇄술은 700년경 중국에서 처음 발명되었지만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은 신라시대인 751년경에 인쇄된 우리나라의 '무구정광 대다라니경'이다.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불교의 경전을 담았듯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는 선사의 가르침을 담았다. 조선 시대는 금속활자 인쇄술의 전성기였다. 금속활자로 글자를 인쇄하려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종이의 대량 생산, 활자 인쇄에 필요한 기름기 먹물, 금속을 다루는 기술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금속을 다루는 기술이다.

 

금속 활자 제조에는 놀라운 비밀이 있다. 바로 밀랍이다. 밀랍은 꿀벌이 벌집을 만들기 위해 내는 물질인데 이것을 솥에 넣어 끓인 후 찌꺼기를 걸러내면 밀랍을 얻을 수 있다. 밀랍은 굳어 있어도 딱딱하지 않아 세밀한 글자를 새기는데 유용하다. 밀랍으로 만든 글자를 고운 황토로 싸서 불에 구우면 밀랍은 녹아서 나오고 밀랍이 있던 자리는 텅 빈 상태가 된다.

 

그 빈 곳에 쇳물을 부으면 안에서 금속활자가 만들어진다. 쇳물이 식으면 흙을 부수고 금속활자들을 떼어내 다듬으면 된다. 우리나라와 독일의 금속활자 인쇄술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활자 위에 종이를 덮고 문질러서 찍었고 독일은 인쇄기로 종이를 강하게 찍었다.

 

우리나라의 종이(한지)는 얇아 인쇄기로 강하게 누를 필요가 없었던 반면 독일은 양가죽을 두드려 만든 양피지나 두꺼운 종이였기에 강하게 눌러 찍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책을 지식전달의 수단으로 보았는데 비해 독일은 상품으로 보았다는 차이도 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보고서는 성경을 비롯햐 종교 서적, 로마시대의 고전문학 등과 함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로 인쇄된 주요 성과들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16세기 초에 일어난 종교개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에 목판인쇄술을 전한 중국은 인구가 많아 같은 내용이라도 많이 인쇄해야 했다. 그래서 한 번 새긴 목판으로 계속 찍어내는 목판인쇄술을 선호했다. 일본은 1592년 전쟁(임진왜란)을 일으켜 우리의 금속활자를 빼앗아 가 많은 책을 찍었다.

 

1925년 토마스 카터가 쓴 책에 의하면 종이 만드는 법과 목판 인쇄술이 중국에서 유럽으로 전해졌다. 구텐베르크는 동서양의 물건들이 모이는 프랑스의 도시인 스트라스부르에서 10년 동안 금은 세공술을 익힌 뒤 고향인 독일 마인츠로 돌아가 곧바로 금속활자를 발명했다.

 

'직지'는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되었다. 현재 이를 기념하기 위해 흥덕사 옆에 청주 고인쇄 박물관이 세워졌다. 1985년 흥덕사 터가 발견된 덕이다. 청주 고인쇄 박물관은 인쇄문화 전문 박물관이다. 서양의 인쇄문화 구역에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와 인쇄기, '42행 성경'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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