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9급 관원들’의 저자 김인호 교수의 정도전(鄭道傳) 강의(2018년 5월 24일 동작평생학습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방원과 정몽주의 관계, 정도전의 ‘맹자(孟子)’ 탐독이다. 달리 표현하면 이방원 – 정몽주 관계, 정몽주 – 정도전 관계가 관심을 끈다는 말이 된다.
이방원은 정몽주를 사살한 사람이기도 하고 그를 필요에 의해 숭앙(崇仰)한 사람이기도 하다. 어제 강의뿐 아니라 대개가 그렇지만 중요한 자료들을 공개하는 데에 강사들은 별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이방원이 정몽주를 사살한 뒤 필요에 의해 숭앙(崇仰)했다는 내용은 어제 강의에서 나온 말이다.
그 내용을 더 알 수 있는 책이 있는지 묻지는 못했다. 단 강의 종료 후 정도전에 대해 일반인들이 읽으면 좋을 것이 있는지 물어 조유식의 ‘정도전을 위한 변명’이라는 답을 들었다.
장인용은 유가(儒家)의 이념으로 실제 혁명에 성공한 역사상 유일한 사례로 이성계와 정도전의 조선 건국을 들었다.(‘주나라와 조선’ 참고) 정도전이 ‘맹자’를 탐독했는데 그런 그에게 ‘맹자’를 전해준 사람이 정몽주이다.
최연식 교수의 ‘조선의 지식 계보학’을 읽으면 이방원 – 정몽주 관계, 정몽주 – 정도전 관계를 잘 알 수 있으리라. 이 책은 고려 말, 조선 초의 지식과 (정치) 권력의 관계를 밝힌 역작이다. 조선의 기틀을 세운 정도전은 문묘(文廟)에 종사(從祀)되지 못했고 조선 개국에 반대했던 고려의 충신 정몽주는 종사되었다. 정치적 결정이다.
최혜영은 ‘그리스 비극 깊이 읽기’(2018년 5월 19일 출간)에서 그리스 비극에 나오는 헬렌의 위상 변화를 추적한다. 처음에 헬렌은 ‘아주 나쁜, 창녀 같은 여성’이었다가 갑자기 ‘가장 정숙한 여신격 여성’으로 위상이 바뀌었다.
그리스 비극은 문학 작품으로만 이해해서는 제대로 된 의미를 알 수 없고 정치적·종교적·역사적 콘텍스트에 충실해야 알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유연과 융통성 등과 관계 없는 정치를 보면 옛 그리스, 그리고 조선의 지식 계보학적 진실이 떠오르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