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용환의 역사 토크 - 시시비비 역사 논쟁에서 절대 지지 않는 법
심용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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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이다.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린 첨예한 이슈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들을 논리적으로 꿰어내는 것이다. 물론 세상에는 그릇되거나 편향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는 데도 노하우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심용환의 역사토크'는 대화체로 역사 왜곡 세력들을 상대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가 다룬 이슈들은 여섯 가지이다. 위안부, 친일파, 식민지근대화론, 이승만, 박정희, 고대사(古代史) 등이다. 위안부 항목을 통해서는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부라는 주장에 대항할 수 있는 논리를 갖추게 될 것이다.

 

친일파 항목을 통해서는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해 나라가 제대로 서지 못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식민지근대화론 항목에서는 뉴라이트 역사관의 이치에 닿지 않는 논리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이승만 항목에서는 이승만이 우리나라가 잘못 끼운 첫 단추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박정희 항목에서는 박정희가 독재자란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고대사 항목을 통해서는 우리의 고대에 대한 바른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정신대란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에 발표된 여자 정신대 근로령에 따라 동원된 여자들이기에 일제치하에서 고난당한 우리나라 여성들의 실상을 정확히 표현하는 말이 아니다.(위안부는 144년보다 이른 1937년 중일전쟁부터 동원되었다.)

 

위안부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각각 민주화가 된 때문이다.(위안부 문제를 인정한 고노담화, 무라야마담화 등은 일본의 민주화 결과이다.) 위안부 문제는 민족주의적 관점과 더불어 인권과 여성의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 1930년대 일본은 군부 쿠데타가 많이 일어나 정부와 군부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31 페이지)

 

일본 극우 단체들은 자꾸 기록이 없고 증언은 효력이 없다고 말하지만 기록은 분명히 있고 국적을 달리하는 수많은 여성이 유사한 이야기를, 그것도 극히 모욕적인 경험을 공개적으로 했다는 것은 위안부가 일본 정부 차원에서 강제 동원되었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일제가 주도해 조직적 강제 동원을 했지만 철저하게 현장에서 민간업자들을 시켰다.

 

군인에 의해 납치된 것은 예외적이고 대놓고 강제 동원한 것은 전쟁 막바지였다.(37 페이지) 징용이나 징병이 그랬듯 위안부 역시 대부분 속여서 데리고 간 것이다. 수년간 계속된 전쟁이라는 극단적 현실, 고립된 공간에서 위안부와 일본군 몇몇이 연애를 하고 친하게 지냈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42 페이지)

 

친일파가 생존한 조건에 국제 정치적 여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58 페이지) 김구는 초기에는 이승만과 밀착해 극우의 선봉대 노릇을 했고 친일파 처단에 대해서도 소극적이었다. 그랬던 김구가 극적인 입장 전환을 한 것은 1948년이다. 저자는 이완용을 예로 들며 친일파란 기회주의자들이라 설명한다.(71 페이지)

 

우리는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탓에 고통스럽고 통탄 할 현실을 살고 있다. 친일 문제 해결은 이 땅에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이슈이다. 식민지근대화론을 다룬 장에서 저자는 수탈과 개발의 이분법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제가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데 이는 일제 시대를 미화하고 친일파를 비호하는 데로 이어진다는 데에 있다. 저자는 역사학은 상당히 포괄적인 견지에서 인간과 시간의 과정을 이해하는 인문학이라면 경제학은 사회과학적인 입장에서 역사의 특정 부문에 접근하고 특정 결론을 도출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한다. (103 페이지)

 

저자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수탈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수량과 통계를 들이대며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든지 임금이 올라가고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만을 강조하면서 결국 근대화의 좋은 측면만 부각하고 있다고 말한다.(107 페이지) 저자의 대화 상대로 나온 경제학자는 경제를 보는 시각이 너무 단순함을 지적한다.

 

가령 조선 상인들이 근대적 상회사를 세운 것은 일차적으로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데 거기에 민족적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는 것은 편협한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경제는 민족운동이 아니라 말하는 경제학자는 보안회 같은 애국 계몽 단체의 활동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라며 모든 것을 민족운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왜곡과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붇인다.(112 페이지)

 

저자는 기존의 역사학계가 조선 후기 경제가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고만 강조했다면 비판론자들은 19세기 조선 후기는 경제가 붕괴 직전이었다는 식의 주장을 한다고 비판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의 쟁점은 세 가지이다. 토지조사사업, 기업가 정신, 19세기 조선경제 붕괴론 등이다.

 

모든 학문은 논리적 정합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하는 저자는 적절한 근거와 적합한 이론이 결합된다는 점에서는 역사학 또한 예외가 아니지만 아무리 탁월한 주장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새 연구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변화는 피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의하면 다만 몇몇 신선한 연구 결과를 쉽게 일반화하는 태도는 학문 발전보다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뉴라이트의 문제는 정치적인 힘에 의지해 학문적 성과를 강요하거나 한계나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데 있다. 이승만론에서 저자는 이승만이 초기에 대단히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음을 인정하면서 그렇다고 부정적인 측면을 부정한다든지 개인의 인격에 대해 칭찬했다고 그의 역사적 책무 전체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138, 139 페이지)

 

이승만이 독립협회를 이끈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독립협회를 기획한 것은 서재필이었고 만민공동회를 이끌면서 정말 제대로 된 시민단체의 면모를 드러내는 데 일조한 사람은 윤치호이다.(139 페이지) 이승만 편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슈들도 찬성하든 반대하든 단편적인 지식에 바탕을 두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역사는 객관적으로 그 시대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하고 당대의 여러 모습을 최대한 포괄적으로 담아내야 한다고 말한다.(151 페이지) 이승만과 이승만 신드롬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이승만에 대한 최근의 긍정적인 평가는 논의할 가치도 없는 팬덤 수준에 불과하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론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기 위한 거대 장치이다.

 

이승만은 건국 대통령이 아니다. 이승만 본인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데 매진했으며 대한민국은 이승만 혼자 세운 나라가 아니다.(173 페이지) 박정희론에서 저자는 박정희 시대를 직접 겪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인생이라 말하자 그러면 왜 조선왕조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하느냐 말한다.(178 페이지)

 

또한 자신이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았았기에 더 객관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179 페이지) 저자는 5.16을 박정희의 쿠데타로 규정하며 혁명(4.19)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그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혼란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184 페이지) 또한 혼란은 이승만 독재 정권의 유산이지 4.19 혁명 자체 때문은 아니라 덧붙인다.(185 페이지)

 

또한 유신(197210)의 목적은 장기집권이었지 중화학공업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187 페이지) 저자는 모두가 잘 살면 민주주의가 저절로 되느냐?고 묻는다. 그런 논리라면 중국이나 일본은 왜 저럴까요?라고도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서구 국가들의 경우 민주화와 산업화는 전혀 별개였다.

 

영국에서 시민혁명은 17세기에 있었고 산업혁명은 18세기 후반에 있었다. 미국이나 프랑스는 18세기에 시민혁명이 있었고 산업혁명은 19세기에 이루어졌다. 전혀 다른 이유로 시민혁명이 먼저 있었고 후에 별도로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냉정히 따지면 시민혁명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나아갔기 때문에 산업혁명을 비롯해 혁신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저자는 박정희의 리더십은 인정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었는지 냉정히 평가해야지 무작정 성과를 냈다, 카리스마가 있다, 잘 살게 했다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고 말한다.(192, 193 페이지) 저자는 박정희에 따라다니는 친일파라는 수식어가 싫으면 기회주의자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라고 말한다.

 

저자는 박정희가 만주 군관학교에 있던 시절 만주는 중국공산당의 주도로 항일투쟁을 하던 지역이었기에 자연스럽게 한인들의 독립운동도 사회주의 성격을 띨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했듯 민족주의자건 사회주의자건 항일투쟁은 항일투쟁이다. 저자는 만일 박정희가 만주가 아니라 중국 남부나 충칭 인근 전투 부대에 배속되었다면 임시정부의 광복군과 싸웠을 것이라 말한다.(197 페이지)

 

박정희가 펼친 재벌의 경영권만을 보전한 노동 배제 정책 때문에 사회구조가 극도로 양극화되었다. 박정희 정권 때문에 소유는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되는 독특한 한국식 경제구조가 만들어졌다.(218 페이지) 흥미로운 것은 박정희 정권의 경제적 성과가 오히려 1960년대 즉 박정희가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 그나마 민주적인 시대에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중화학 공업을 최고의 업적인 양 강조하지만 1970년대 내내 낮은 생산성 문제로 시달렸고 1978년 전경련 자료에 의하면 246개 산업 부문 중 국제경쟁력을 갖추었던 산업은 고작 28개 부문에 그쳤다. 정부의 보조가 없었다면 수출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218, 219 페이지)

 

박정희 정권 기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91 퍼센트로 대단하다. 이 기간에 국내총생산의 경상가격이 131조인데 지가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은 326조였다. 의도적으로 토대를 파괴했다고 할 상황이었다. 저자는 진정 박정희 시대와 멀어질 때 박정희의 망령이 없는 세상을 꿈꿀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225 페이지)

 

고대사론에서 저자는 단군신화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시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몽골이 침입했을 때이다. 단군신화가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화된 것은 조선시대이다.(235 페이지) 저자는 역사적 맥락에 따라 사고하면서 우리 고대 문화를 현대에 잘 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동이족이나 예맥족에 대한 그럴싸한 환상(우리 민족이 옛날에는 만주와 한반도는 물론 중국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는)은 걷어내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또한 활동 영역이 곧 영토라는 식의 단순한 생각도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237 페이지) 저자는 우리 역사학계가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이라 말한다.(242 페이지) 저자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일원론적으로 민족의 발전사만 설명하고 우리가 한때 대단했고 잘 나갔다는 식에 머문다면 심각한 학문적 정체라고 말한다.(243 페이지)

 

저자는 왜 항상 자부심만 가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여러 사건에 대한 세밀한 검토, 우리의 부족함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하는 것이 자신을 비하하고 식민사관에 물든 태도인가라 묻는다.(246 페이지) 저자는 견해가 다르다고 고대사 파동의 문제를 신채호 대 이병도, 민족주의 사학 대 식민주의 사학, 애국 대 매국의 대립 구도로 선을 긋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26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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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으로 하여금 결혼과 사랑을 분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책이었다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작가 벨 훅스의 말은 다소 의외이다.(‘사랑은 사치일까?’ 참고) 책은 체험보다 더 소중한 것일까?

훅스는 타인을 향한 사랑을 통해 기꺼이 과거의 정체성을 떨쳐내고 영혼의 어두운 밤으로 들어가 우리 존재의 거대한 신비로움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는 경험을 통해서만 얻어진다는 말을 강조한다.(책과 체험을 우열을 가려야 할 대상으로 나누지 말 것.)

어떻든 그런 분리의 결과 훅스가 포기한 것은 결혼이고 떨칠 수 없었던 것은 전능한 사랑에 대한 믿음이었다고 한다.

약 2년 만에 ‘사랑은 사치일까?’를 다시 읽는 내 눈에 새롭게 들어오는 것은 사랑은 우리가 내면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을 때에만 찾아오며, 사랑의 여정은 자기인식을 감수(甘受)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다.

훅스는 미국의 정신분석가 존 웰우드의 말을 인용하는데 그에 의하면 타인과의 관계는 그저 내면의 삶의 확장에 불과하며 자기 자신과 열려 있는 관계를 맺을 때에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럴 수 있다.

이런 유의 사유를 우리는 유식(唯識) 불교의 저서인 ‘대승장엄경론(大乘莊嚴經論)’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붓다는 실로 어떤 진리도 설파하지 않으셨다. 자신의 내면에서 진리를 깨달아야 함을 통찰하셨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문제는 “당신이나 나나”(허수경 시인의 표현) ‘내면의 사랑’을 발견하고 ‘자기인식’을 감수하는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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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월 24일 선정릉(宣靖陵) 테마 해설 수업 때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선생님(반* 선생님)과 주역(周易)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 줄곧 주역을 잊고 지내다가 오랜만에 해설서를 들추어보았습니다. 여러 이야기들 가운데 ‘지지지지(知至至之) 지종종지(知終終之)’란 글에 눈길이 멈춥니다.

이를 데를 알아 이르고 멈출 데를 알아 멈춘다는 뜻이지요.

공자가, 망해가는 주(周)나라를 모델로 삼았다면 주희(朱熹)는 이미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주(周)의 봉건 제후들을 전범(典範)으로 삼았습니다.

부처 사후의 불교도들이 부재하는 부처를 예배해야 하는 어려움을 불상을 만들어 해결했듯 주희는 ‘주자가례(朱子家禮)’ - 조선이 궁궐 영건(營建)의 이상으로 삼았던 좌묘우사(左廟右祀), 전조후시(前朝後市) 등의 원칙의 출처이기도 한 - 를 저술함으로써 해결했지요.

제사의 중심을 사대부로 가져오고 범위를 4대 조상까지로 확대한 것입니다.

밝을 희(熹)자를 쓰는 주희(朱熹)가 그 밝음을 중화시키기 위해 그믐 회(晦)자를 써서 스스로 호를 회암(晦庵)이라 했다면, 세종대왕은 아들의 군호(君號)인 ‘안평(安平)’이 편안하고 태평하다는 뜻이기에 혹여 안이하고 게으른 마음을 갖지는 않을까 염려해 ‘비해(匪懈: 게을리 하지 않는다)’라는 호를 내렸습니다.

이제 5월이 되면 저는 마음으로만 그려오던 부암동 모처에서의 안평대군 강의를 들으러 갑니다.

휴일인 수요일 강의인데다가 시간이 7시에서 8시 30분까지로 잡혔기에 더할 수 없이 좋습니다.

계유정난때 형 수양대군에 의해 제거된 한(恨)의 인물인 안평은 시, 글씨, 그림, 거문고까지 두루 능했던 학자이자 예술가였지요. 이번 강의는 그런 안평의 매력에 푹 빠지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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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서로 소멸해 빛으로 바뀐다.(쌍소멸; pair annihilation)

반대로 빛에너지로부터는 질량을 가진 전자와 반전자를 만들 수 있다.(쌍생성: pair production)

짧은 시간의 속도 변화를 기술할 수 있다.(미분) 미분 방정식에서 위치와 속도를 구한다.(적분)...

이 부분들(‘헬로, 사이언스‘ 54, 55, 71 페이지)을 읽다가 생각한 것은 김혜순 시인의 시 ‘어느 별의 지옥‘의 한 구절이다.

˝...망망대해를 펼치고 오므리는/ 달을 건져 올리고 끌어당기는/....여우와 뱀이 입 맞추고/ 초록 풀 나무 덩굴이 수천 번/ 되살아나고 되지던 곳...˝

정(正)과 반(反), 출(出)과 입(入)...대칭인 삶이거나 대립인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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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사이언스 - 내일의 과학자를 위한 아름다운 과학 시간 10월의 하늘 시리즈 3
정재승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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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 현역 과학자들이 과학자가 될 청소년을 직접 찾아 과학의 즐거움을 나눈다는 뜻에서 갖게 된 10월의 하늘 특강 세 번째 책인 '헬로, 사이언스'는 정재승, 김상욱, 이정모 등을 포함한 열 다섯 명의 과학자들이 과학자들의 상상연구소, 과학자들의 서재, 과학자들의 카페, 과학 해부실험실, 과학 야외실습실 등의 큰 주제 아래에 마음, 신의 입자, 슈뢰딩거의 고양이, 빅데이터, 과학과 예술, 생명과학, 기억, 우주 등에 대해 논한 책이다.

정재승은 꼭 과학자가 되지 않더라도, 그리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결국 그것은 사람을 위한 일일 거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뇌를 이해하는 것이니 뇌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을 할 수 있다.

이식은 '슈퍼컴퓨터가 나가신다!'는 글에서 미시적 관점에서는 고체, 액체, 기체 모두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원자가 수천에서 수십만 개 존재하는 고분자나 생체 분자의 경우는 고전역학(뉴턴 역학)으로 연구하지만 원자의 개수가 적은 시스템의 경우 좀 더 정확한 양자역학적인 방법이 필요하고 입자들이 아주 빠르게 움직이거나 무게가 무거운 원자의 경우에는 상대성 이론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수식이 훨씬 더 복잡해지기에 더 큰 컴퓨터(슈퍼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33 페이지)

슈퍼 컴퓨터는 일반 컴퓨터에 비해 계산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저장 공간(메모리, 하드디스크)의 용량도 훨씬 크다.(25 페이지) 전응진은 '드디어 나타난 신의 입자'란 글에서 힉스 입자를 신의 입자로 부르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 않기도 하지만 입자 물리의 세계에서 힉스 입자가 맡고 있는 특수한 역할을 생각하면 결코 나쁘지 않은 문학적 조어라 생각된다고 말한다.(42 페이지)

힉스 입자의 존재가 예견된 것은 1964년이다. 새로운 입자에 이름을 붙일 때는 가장 먼저 발견, 예측한 사람의 이름을 따르는 것이 통례인데 힉스 입자란 이름이 붙은 것은 40대에 교통사고로 요절한, 한국인 물리학자 이휘소(Benjamin Whisoh Lee; 1935 - 1977)의 실수 때문이다. 힉스의 논문이 가장 먼저 발표된 것으로 오인해 힉스 입자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사람이 이휘소이다.

정식 명칭은 BEH(브라우트 - 앙글레르 - 힉스) 입자이다. 신의 입자가 모습을 드러낸 무대는 CERN(유럽 공동 실험 무대)이다. 이 곳에서 인류 최대의 실험 장치인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 large hardron collider)가 건설되었다. LHC는 양성자 두 개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 충돌시켜 아직까지 도달해보지 못한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현상을 관찰하려는 실험 장치이다.(47 페이지)

CERN은 인터넷의 대명사인 www의 탄생지이다. CERN1995년 반양성자와 반전자를 결합해 반수소 원자를 최초로 만들었다. 이로써 반물질 폭탄의 과학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46 페이지) 슈뢰딩거 방정식은 입자의 파동적 성질을 나타내는 방정식으로 양의 전하를 가진 무거운 원자핵이 만들어낸 전기장 속에서 (빛의 속도에 비해)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전자의 운동을 기술하는 방정식이다.

시간과 공간이 특수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는 동떨어진 비상대론적 방정식이다.(52, 53 페이지) 전자와 반전자가 만나 소멸(pair annihilation)하여 빛이 된다면 빛 에너지로부터 질량을 가진 전자와 반전자를 만들 수 있을까?(55 페이지) 그렇다. 이를 쌍소멸, 쌍생성(pair production)이라 한다. 이를 완벽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디락 방정식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양자장론이 필요하다.

양자장론이라는 언어로 자연계의 세 가지 기본적인 힘인 전자기력, 약력, 강력에 대해 기술한 것을 게이지이론이라 한다.(56 페이지) 게이지 대칭성의 원리에 따라 구성된 이론이다. 전자와 반전자, 광자의 상호작용을 기술하는 양자장론 방정식 속에 게이지 대칭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1940년대에 널리 알려졌다. 게이지 대칭성의 주요 결론 중 하나는 광자는 질량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대칭성이 깨진 진공상태를 만들어주기 위해 가상으로 설정한 것이 힉스입자이다.(58 페이지) 디락이 문을 열어 놓았던 상대론적 양자역학의 세계는 게이지 대칭성과 그 자발적 깨짐의 원리에 따라 강력, 전자기력, 약력이 지배하는 기본 입자의 현상을 완벽하게 기술하는 표준모형의 완성으로 마무리되었다.(59 페이지)

김상욱은 뛰어난 물리학자라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무언가의 운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68 페이지) 운동 즉 움직이는 것은 공간에서 위치가 변하는 것을 말한다.(69 페이지) 시간의 함수로 위치를 나타내면 운동이 완벽하게 기술된다. 어느 주어진 순간 모든 것의 위치와 속도를 알면 우주는 스스로 굴러간다.

자연의 법칙은 속도가 일정한 운동은 자연스럽다는 말로 설명 가능하다. 관성의 법칙이다. 속도가 변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두 개의 구멍이 뚫린 벽에 전자를 날려보내는 실험을 하면 두 개의 줄이 아니라 여러 개의 줄이 생긴다. 전자가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난다고 해야 한다.

파동은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는데 각 구멍을 지나온 파동들이 다시 퍼지며 서로 겹친다. 그래서 복잡한 간섭무늬를 만드는 것이다. 전자가 간섭무늬를 만들었다면 무언가와 간섭을 해야 한다. 물리학자들은 고민 끝에 전자는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갔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 전자가 두 구멍을 지나는지 확인(관측)하면 하나의 구멍만을 지난다.

물론 이 때 스크린을 보면 두 개의 줄이 나타난다. 입자처럼 행동한 것이다. 관측하지 않으면 스크린에 복잡한 간섭무늬가 나타난다. 쳐다 보면 두 개의 줄이 나타난다.(입자처럼 행동), 안 보면 여러 개의 줄이 나타난다.(파동처럼 행동) 두 개의 구멍 실험에서 전자는 두 구멍을 파동처럼 지나가는데 스크린에 부딪힐 때는 입자가 된다. 그래서 스크린에는 수많은 점이 찍히는 것이다.

이 점들의 패턴이 여러 개의 줄무늬를 만드는 것이다. 전자가 동시에 두 개의 구멍을 지난다는 말은 어느 구멍을 지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어느 구멍을 지나는지는 확률적으로 정해진다.(고전역학의 결정론 포기) 이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76 페이지)

유석재는 '과학과 예술, 만나다'에서 과학과 예술, 과학자의 예술가의 공통점을 논한다. 필자에 의하면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이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재능은 상상력이다. 전통적 시각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필요하다.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듯 과학자들도 상상력을 펼치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열 명의 시인이 같은 풍경을 보고 시를 쓸 경우 서로 다른 시를 쓴다면 열 명의 과학자는 같은 주제를 연구해 같은 결과를 내놓겠지만 결과를 내놓는 방법은 다 다를 것이다.(141 페이지)

스페인의 화가 호안 미로는 작업을 할 때 처음에는 자유롭지만 두 번째 단계는 신중하게 계산한다는 말을 했다.(142, 143 페이지)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전혀 다른 도구를 가지고 일하지만 그들은 이제까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위해 자유로운 상상력을 이용해 창조성을 발휘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148 페이지)

전자음악가로 활동하는 박승순은 '음악가가 바라본 우주'에서 우주는 늘 자신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학자와 예술가를 비교하는 필자에 의하면 한 가지 답을 증명하기 위해 객관적 사실과 현상 등을 분석하는 것은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이다. 과학자의 사고 방법이다.

반면 한 가지의 답을 정하지 않고 다양하고 새로운 생각들을 제시하는 것은 발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의 사고 방법이다. 이 두 유형의 사고 방법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이 창의적 사고(creative thinking)이다. 필자는 우주는 생명의 음악을 기술하는 악보라는 칼 세이건의 말을 인용한다.

필자는 들뢰즈가 '천의 고원'에서 언급한 어린아이가 어둠 속에서 노래를 부르며 안정을 취하려는 노력 자체를 코스모스가 아닐까, 말한다.(158 페이지) 필자는 음악이 바로 미지의 우주를 사람의 감각으로 탐사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며 결국 우주를 탐구하는 것이 곧 예술이자 과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160 페이지)

송영한은 '생명과학으로의 초대'에서 모든 학문이 그렇겠지만 생명과학도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질문도 할 수 없다. 무언가 알고 있는데 더 관찰하고 공부하다 보니 또 다른 질문이 생기는 것이다.(167 페이지) 최유정은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일으키는 문제'에서 바다가 대기 중에 늘어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180 페이지)

하지만 바다는 그렇게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한다. 이산화탄소 때문에 수소이온농도인 ph가 떨어지는 것이 해양산성화(Ocean Acidification)이다. ph는 용액의 성질 중 산성과 염기성을 나누는 기준이다. ph가 높으면 염기성, 낮으면 산성이다. 0에서 14까지 중 중간 값인 7을 기준으로 낮으면 산성, 높으면 염기성이다.

바닷물은 ph가 약 8.2로 염기성이었는데 지금은 8.1로 떨어졌다.(182 페이지) 해양학자들은 2100년에는 바닷물의 ph7.8에서 7.9까지 떨어질 것이라 예측한다. ph0.3 떨어진다는 것은 바닷물의 산성도가 100에서 150퍼센트 증가한다는 의미이다. 바닷물의 산성화란 말은 바닷물이 산성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ph가 낮아졌다는 말이다. 육지 생물이든 해양 생물이든 ph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서울은 '기억과 학습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에서 우리 몸의 컨트롤 타워인 신경계에 대해 설명한다. 중추신경계는 뇌와 척수(spinal cord), 말초신경계는 체성신경계(somatic nervous system)와 자율신경계(automatic netvous system)로 이루어져 있다.(193 페이지)

'우주의 크기를 느껴보자'란 글을 쓴 김형진은 한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에 지원했다가 정밀신체검사에서 아깝게 떨어진 과학자이다. 현재 서울대 과학교육과 박사 과정 이수중이다. 필자는 우리가 원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우주로 나가야 할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241 페이지)

'헬로, 사이언스'는 여러 필자가 참여해 모두 열 다섯 개의 이슈들을 설명한 책이다. 편식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나의 경우 입자물리학, 우주론, 뇌과학, 과학과 예술 또는 과학과 문학의 관계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생명과학, 지구과학, 화학, 수학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러 강의가 고루 좋았지만 김상욱 교수의 이중 슬릿 부분이 특히 좋았다. 물론 신의 입자에 대한 내 이해력 부족은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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