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강응섭의 자크 라캉과 성서 해석이 내가 읽은 첫 새물결 플러스의 책이다. 이 때만 해도 출판사 이름을 의식하지는 못했다. 당시 책을 읽은 것은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에 따른 것이었다.(강응섭의 책은 자크 라캉과 성서 해석다음으로 첫사랑은 다시 돌아온다를 읽었다


이 책 역시 자크 라캉 또는 정신분석을 알기 위해 읽은 책이다.) 그 이후 우종학의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 랠프 스티얼리 외 여러 저자의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등의 새물결 플러스 출판사 책을 읽었다


이제 새물결 플러스 출판사의 책 가운데 안용성의 현상학과 서사 공간’(2018년 출간)을 읽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2월 나온 문혜원의 현상과 언어는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오규원 시인의 시세계를 다룬 이 책은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 현상학적 독법을 접하고 익힐 수 있는 책이다


현상학이라는 어려운 분야를 다 익힐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글쓰기에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으려 한다


현상과 언어에는 어떤지 모르지만 현상학과 서사공간현상학이라는 생소한 말에 이 책을 집는 데 주저했던 독자가 있다면 과감히 책을 집고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 보라고 말하고 싶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적절한 비유와 요약 및 정리 단원은 독자들에게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서평을 믿고 도전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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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솔닛의 ‘야만의 꿈들‘은 장소성에 대해 알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솔닛은 장소 자체가 자신의 글쓰기 스승이었다고 말한다. 솔닛은 네바다 핵실험장은 자신에게 글 쓰는 법을,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희망을 품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말한다. 
솔닛에게 네바다 핵실험장은 대학교 같은 장소,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대학원 같은 장소였다. 본문에 인용된 하이젠베르크의 말이 인상적이다. 과학이란 단순히 자연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와 자연 즉 과학자와 ’우리의 질문 방법을 통해 노출되는 자연‘ 사이의 상호작용을 기술하는 학문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솔닛은 정부와 정부 소속 전략가들은 물리학자들의 발상(상보성, 불확정성원리, 상대성이론)이 아닌 발명에서 원하는 것을 취해 갔다고 말한다. 
나는 어떤 장소를 글쓰기 스승으로 삼을 수 있을까? 장단(長湍)군의 한 지역이었던 연천군 장남(長南)면의 장소들 – 고랑포구, 경순왕릉, 호로고루, 괘암, 임강서원 터 – 로부터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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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마밭이란 말은 어떤가? 채소밭이라 하지 않고 왜 채마밭이라 하는가? 라고 의아해할 수 있겠으나 채마(菜麻)는 나물 채(), 삼 마()가 만난 말로 전자는 음식 거리, 후자는 옷 재료를 의미한다. 임금이 직접 농사를 지어 보이던 친경(親耕), 왕비가 직접 양잠을 해 보이던 친잠(親蠶)을 아우르는 차원의 말이 다 들어 있다. 농사는 먹을 거리를 위해, 양잠은 옷 재료를 위해 한 것이었다


채마란 말이 의미있게 사용된 예는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아버지 가정(稼亭) 이곡(李穀)의 예이다. 그는 자신이 돌보는 채마밭에서 소출이 적게 나오자 천하의 작황을 근심했다. 풍석(楓石) 서유구의 할아버지 서명응(徐命膺)은 동쪽에 작은 채마밭을 둔 지치헌(知恥軒)이란 건물을 가지고 있었다


서명응 일가는 조선후기 소론계열의 명문가로 노론과 남인의 당쟁에 가려 존재감 없던 소론과 소북 중에서 양명학, 수리학, 천문학, 지리학 등 출세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개방적이고 실증적인 학문을 추구한 가문 중의 하나“(김규섭)였다. 서유구의 천문, 지리에 대한 글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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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지질 글을 쓰고 며칠이 지났다. 재미 있는 글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이 말은 전공자는 물론 비전공자에게서도 받은 바다. 지구과학 전문가인 이 교수님은 매우 흥미로운 글이란 말씀을 해주시며 많은 사람에게 지구생태환경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주셨다. 덧붙여 그 분은 불교나 가톨릭과 달리 기독교는 지구생태환경이란 과학에 접근할 여유가 없는 것 같다는 아쉬움도 표하셨다.(내게 부탁하신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좋은 글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글을 쓰는 데 지질자원연구원이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주()되게 도움이 되는 원천(原泉)은 책과 각 지질 사이트 게시 글, 그리고 논문 등이다. 내가 지난 해, 올해 읽고 도움을 받은 지구과학 책은 여럿이다.


1) 새로운 지구사

2) 빙하 곁에 머물기

3) 과학의 첫 문장

4) 블루 머신

5) 지구에 관한 작은 책

6) 지구 물리학

7) 지구의 삶과 죽음

8.)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판구조론 이야기

9) 외우지 않아도 괜찮아 지구과학

10) 탄소 해양 기후

11) 비커밍 어스

12) 지구와 인류의 미래

13) 지질학(얀 잘라시에비치)

14) 지구 이야기 등이다.


물론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다. 어떤 책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읽을 책을 생각하면 마음이 설렌다.


지질자원연구원에는 지난 해 11월 처음 질문을 한 이래 올 417일까지 모두 일곱 차례의 질문을 했다. 오늘 마지막인 일곱 번째로 문의한 내용에 대한 답이 올랐다. 다른 질문들에 비해 답이 제시되는 데 두 배 정도의 시간이 걸린 셈이고 내 질문들에 비해서도 늦은 편이었다. 내 질문은 피터 워드와 도널드 브라운 리의 지구의 삶과 죽음을 읽고 드린 것이었다.


내 질문에 대해 지질자원연구원측에서는 독서를 하시면서 지구의 다양한 현상을 고민하시는 듯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주셨습니다.”란 말과 함께 질문자님의 질문 덕택에 물이 존재하는 지구의 신비로움을 한 번 더 느끼게 되었습니다.”란 소회를 덧붙였다. 특기할 것이라 해야 할지 모르지만 답의 말미에 이 외에도 궁금하신 부분 있으시면 언제든지 질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란 말이 붙었다.


질문자들과 연구원측 외에는 읽을 수 없는 비밀 글이 아닌 일반 글만을 보았기에 대표성이 있는지 장담할 수 없지만 그 글들만 보아도 언제든지 질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란 말은 찾기 어렵다. 이유가 무엇일까? 정리하면


1) “이 외에도 궁금하신 부분 있으시면 언제든지 질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과 궁금증이 이어지시길 바랍니다.”

3)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주신 질문자님께 감사드리며 궁금하신 부분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4) “궁금하신 부분 있으시면 언제든 또 말씀 주세요!” 등의 말을 나는 특별히 기억하고 싶다. 내 질문은 책 내용을 읽고 고민하며 캐낸 단편적이지 않은 질문이고 흥미로운 면도 포함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질해설사가 되기 위해 2019년 북한산 생태탐방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부터 현무암, 화강암 등의 개별 암석보다 자연의 구성 원리나 감추어진 면을 알고자 애썼다. 연천 한탄강 지질공원 해설사이지만 연천의 지질 이상으로 지질시대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한탄강은 연천만의 강이 아니지만 철원, 포천, 연천이 함께 관계해 해설사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자기 지역의 지질공원에 베이스를 두고 해설을 한다.)


나는 Story behind Scenery란 말을 좋아한다. 진기하거나 장대한 경관에 감탄하는 것 이상으로 그 경관이 왜 그런 형태가 되었는지(를 해명하는 것이)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시각으로 대상을 대할 필요가 있다.


내가 쓴 지구 형성 이야기(3), 미생물과 암석의 공진화(4), 판구조론(5) 등은 지역 지질공원을 해설하는 데 특별히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알면 더욱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해설할 수 있다. 나의 직업의 이름은 지질공원해설사가 공식이다. 그러나 나는 지질해설사란 이름을 좋아한다. 지질공원해설사가 자기 영역에 국한한 해설사라면 지질해설사는 지질시대 및 지질 이론, 암석의 순환 등에 두루 바탕을 두고 해설을 하는 해설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속한 지역이나 영역을 벗어나 특별한 무엇을 할 수 있지는 않다. 지질해설사란 이름은 비공식 이름이고 지향성에 초점을 둔 이름이다.


아카넷에서 나온 고전의 유혹 2‘(2015년 발간)에 참고가 될 만한 구절이 나온다. 앙리 베르크손의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에 관한 시론을 해설한 철학자 최화의 글의 일부분이다.


베르크손은 자료 없이 혼자서 사색하는 사변적인 철학자가 아니라 사실에 바탕을 두고 그것이 그리는 길, 즉 사실의 선(ligne de faits)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철학자였다. 그러기에 그가 어떤 문제를 다룰 때에는 자기 스스로 어디로 갈지 모르는 채 탐구를 진행해 나간다고 그 자신이 여러 번 밝힌 바 있고,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물질과 기억에서 몇 쪽에 지나지 않는 실어증에 관한 부분을 쓰기 위해 5년간 실어증에 관한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그가 유독 그의 가장 중심적인 직관인 지속(持續)을 발견할 때에는 분명히 그런 길을 걸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궁극적인 지속 개념에 도달하기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분명히 방금 말한 그의 일반적 방법과는 다른 경로를 통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일종의 발견이었다. 거대한 동굴을 감추고 있는 작은 틈새처럼 처음에는 작은 의심에서 출발했으나 그것을 점점 파고들어가자 철학사 전체가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통로임이 드러난 것이다.”(197, 198페이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다. 다소 길게 인용한 것은 베르크손이 걸은 두 가지 길(길고 집중적인 독서, 명확하지 않지만 그것과 다른 길)은 물론 전체가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통로 등의 내용이 인상적이어서 그런 것이다.


연과학(공부)에 얼마나 적용될지 모르나 텍스트를 공부하는 것과 화두(話頭)를 든 수행자가 하듯 하는 생각(을 키워가는 것)이 모두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철학자 전대호가 철학은 뿔이다에서 한 작업이 생각난다. 그는 내용 없는 사상은 공허하고, 개념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라는 칸트의 말을 <데이터와 무관하게 하는 생각은 공허하고, 계산하지 않고 도출하는 데이터는 맹목적이>라는 말로 풀이했다.


풍석 서유구 선생은 임진강을 감싸는 고랑포의 양안(兩岸) 암벽을 새가 두 날개를 편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를 보며 나는 이론과 실사(實査)라는 말을 생각한다. 당연하지만 그것이 기본이다. 물론 내가 세 차례 연이어 거대 이론 이야기를 했다고 실사를 잊은 것은 아니다. 실사는 아직 필요하지 않은 것뿐이다.


이론, 실사 두 과정에 모두 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다시 한 번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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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구사
신인현 / 교학연구사 / 1996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 가나가와현립박물관(かながわ はくぶつかん; 神奈川縣立博物館)에서 펴내고 조선대 지질학 박사 신인현(申仁鉉)이 번역한 책이다. 새로운 지구사(‘あたらしい; 新しい‘ ちきゅうし; 地球史). 1996년작이다. 화산은 살아 있는 지구의 극히 일부를 보여주고 있다. 지구는 46억년전에 1억년에 걸쳐 형성되었다. 태양계를 구성하는 전 물질의 99% 이상은 태양에 집중되어 있다.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의 질량조차 태양의 1/1,000 정도이다. 그러므로 태양계 형성의 이야기도 태양의 형성을 무시하고 말할 수 없다. 태양은 거의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소가 헬륨의 3배 정도이기에 거의 수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지 지나치지 않다. 


미행성은 지구 질량의 1/100억 정도로 매우 작다. 하지만 행성을 만드는 기본 블록과 같은 것으로 현대의 생성 형성 이론에서는 아주 중요하지만 실체는 잘 모른다. 처음에는 솜사탕처럼 엉성한 것이었으나 상호 충돌, 합체를 반복하는 동안 점점 단단해져 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행성이 충돌해서 성장하여 달 정도의 크기가 되면 그 인력에 의해 주위의 수소와 헬륨이 끌어당겨져 대기를 가지게 된다. 이런 천체를 원시 행성이라 한다. 지구 질량의 열 배 정도에 해당하는 원시 행성이 생기면 주위에 수소와 헬륨가스가 그 강한 인력으로 끌어당겨져 행성 위로 떨어진다. 그 결과 대량의 수소, 헬륨을 포함한 거대한 가스 공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생기는 것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같은 목성형 행성이다. 원시 태양계 성운 내에 있었던 수소와 헬륨은 지금의 태양계 공간에는 없으며 언제 없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태양계 공간에 수소와 헬륨이 충만하지 않은 경우 현재 지구 크기가 될 때까지 약 1억 년이 걸린 것으로 생각된다. 처음에 지구는 규산염과 금속 철이 잘게 섞인 혼합물이었다. 성장함에 따라 대기가 형성되면서 보온 효과 때문에 표면이 녹기 시작하여 마그마의 바다라고 불리는 상태가 되었다. 마그마의 바닷속에서 철만이 중심으로 떨어져 가서 핵을 형성한다. 지구 형성이 끝날 때쯤 대기가 식어서 바다와 얇은 원시 지각이 생긴다. 최후에 마그마의 바다가 중심 쪽부터 굳는다. 이것이 지구 형성 기본 시나리오다. 


지구의 반지름이 현재의 반 정도인 화성 정도의 크기가 되면 지표 온도가 높아져 암석이 녹기 시작한다. 이를 마그마의 바다라 한다. 지구 환경의 특징으로서 액체의 물 즉 바다의 존재를 들 수 있다. 바다를 갖는 행성은 지구 외에는 없다. 만약 모든 해수를 증발시켜 수증기로 만든다면 지구의 기압은 270 기압이 된다. 대기압은 1기압이기에 270 기압이라면 물이 해양으로서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지구상의 퇴적암 내의 모든 탄소를 이산화탄소로서 끌어내면 60~80 기압에 상당하는 양이 될 것이라 한다. 


1972년 칼 세이건(Carl Sagan)과 조지 뮬렌(George Mullen)이 제기한 어두운 젊은 태양 역설(faint young sun paradox)이 있다. 1) 초기 지구에서 태양의 에너지 출력은 현재의 70%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라 추정된다. 2) 초기 지구에서 물은 액체 상태로 존재했다는 관찰 결과가 있다. 문제는 1)의 상태라면 2)는 나타나지 않는다(얼 수 밖에 없다). 이를 어두운 젊은 태양 역설이라고 한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지구 대기에 온실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원시 대기의 주성분인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는 아주 강한 온실효과를 갖는다. 미행성 충돌로 지표에서 해방된 열에너지는 원시대기의 온실효과로 인해 우주공간으로 도망가기 어려워 지표면 온도를 상승하게 했다.


1,200도씨가 되면 지표면은 마그마의 바다가 된다. 지표면 온도가 올라가면 수증기가 녹아 그 양이 감소한다. 이에 따라 온실효과가 줄어든다.(지표 온도가 내려간다.) 온도가 내려가면 마그마 내의 수증기가 대기로 방출되어 온실효과가 생겨 지표 온도가 올라간다. 미행성의 충돌 빈도가 감소함에 따라 지표에서 해방되는 에너지도 시간적으로 감소한다. 그 결과 지표 온도가 내려가 결국 원시 수증기 대기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수증기가 응결하여 비가 되어 내린다. 바다가 탄생한 것이다. 탄소는 대기중에서 이산화탄소 형태로 존재한다. 이산화탄소는 빗물에 녹아 탄산이 된다. 탄산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지표의 암석을 녹이는 작용을 한다.(화학적 풍화작용)


질소가 지구의 역사를 통하여 비교적 일정하다면 이산화탄소는 시대와 함께 크게 감소했다. 맨틀 중 물의 총량이 현재의 해양과 같은 정도라고 말하는 연구자도 있다. 대기, 해양의 탄생과 진화는 지구 내부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작용의 결과다. 육지의 탄생과 진화도 역시 맨틀과 지각 사이의 물질이동의 결과다. 육지와 바다의 지형 차이는 우연이 아니다. 아이소스타시(지각평형설)이라는 원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각평형이란 암석의 밀도에 대응하여 육지나 해저의 높이가 변하는 중력 평형의 이상적인 상태를 말한다. 지각의 하부에 존재하는 맨틀은 지각보다 밀도가 높은 감람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에 나무조각을 띄운 것처럼 지각은 맨틀 위에 떠 있다. 수면(水面) 위에 높게 얼굴을 내밀고 떠 있는 나무 조각일수록 수면 아래에 커다란 부분이 잠겨 있다. 


해양지각은 놀라울 정도로 균질하다. 규산염이 50% 정도 차지하는 현무암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해양지각은 마그마가 해수로 분출하여 만들어진 특이한 베개용암과 마그마가 지하에서 천천히 굳어 생긴 반려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모두는 현무암질 마그마에서 생긴 화성암이다. 대륙지각은 아주 다양한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성암인 현무암과 화강암이 많지만 그 외 퇴적암이나 변성암들도 있다. 가장 오래된 대륙지각은 약 40억년전의 것으로 현재까지 대륙은 면면히 만들어지고 있다. 대륙지각은 화학적으로도 불균질하며 복잡하다. 대륙지각은 화강암과 현무암의 중간 조성을 가지고 있다. 


화강암에는 규산염이 70% 정도 들어 있기 때문에 대륙지각의 평균조성은 규산염이 60% 정도 된다. 안산암으로 하얀 암석인 화강암과 검은 암석인 현무암의 중간인 회색을 띠는 암석이다. 대륙지각의 생성과정은 맨틀로부터의 마그마의 이동 작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대륙을 특징 짓는 화강암의 생성방법에는 퇴적 작용이나 변성 작용 등도 큰 역할을 하며 복잡한 물질 순환을 통해 대륙은 진화한다. 하천으로 운반된 토사는 대륙에서 해양지각으로의 물질이동의 사례다. 대기에 의한 물질의 이동도 해당한다. 이렇게 해양에 쌓인 물질은 해양판의 섭입에 의해 다시 맨틀로 돌아간다. 대륙지각에서 맨틀로 직접 물질이 이동하는 딜라미네이션으로 불리는 메커니즘도 있다. 


두 개의 대륙지각이 충돌하면 지각이 아주 두꺼워진다. 이때 지각 하부의 암석은 높은 압력 때문에 광물이 변화하며 주위의 맨틀물질보다 고밀도의 광물조합을 이룬다. 그렇게 되면 지각 심부의 물질은 자신의 무게로 맨틀 속으로 잠긴다.(52 페이지) 마그마가 발생하려면 온도가 오르든지 압력이 낮아지거나 물이 유입되어야 한다. 얼음은 0도씨 이상에서 녹지만 암석은 어떤 온도에서 일시에 녹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어떤 조건이라도 감람암 맨틀의 부분융해에 의해 현무암 조성의 마그마가 만들어지지만 특수한 암석은 예외로서 현무암보다 규산염의 성분이 많은 대륙지각을 특징 짓는 화강암 조성의 마그마는 생성되지 않는다.(54 페이지) 


마그마의 규산염 농도가 화강암처럼 높아지면 저어콘이 생성된다. 규산 농도가 감람암이나 현무암과 같이 낮은 경우는 바델리아이트라는 광물이 생기기도 한다. 안산암이나 화강암은 대륙지각에 많이 존재하고 해양지각에는 많지 않다. 현무암으로 구성되어 있는 해양지각에는 저어콘이 생길 수 없다. 저어콘은 대륙지각에서 생기기 쉬운 광물이다. 마그마(맨틀이 녹아 만들어진)가 지각으로 공급되는 과정에서 맨틀에서 지각으로 공급되는 것은 규산염이 약 50%인 현무암질 마그마다. 화강암질 마그마는 맨틀로부터 직접 형성되지 않는다. 맨틀에서 대륙지각을 만드는 과정에는 한 가지의 완충작용이 필요하다.


화강암질 마그마나 형성되려면 세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1) 현무암질 마그마가 변화하여 화강암질 마그마가 되는 과정, 2) 대륙지각 심부를 구성하고 있는 현무암이 녹아 화강암질 마그마가 생기는 과정, 3) 해양판의 섭입에 수반하여 현무암질의 해양지각이 녹아 마그마가 생기는 과정 등이다. 현무암이 부분융해하면 압력이 높은 심부(深部)에서는 마그마와 공존하는 잔류결정에는 석류석이 존재하고, 압력이 낮은 천부(淺部)에는 사장석 결정이 존재한다. 생물학은 우주 어느 곳에서나 성립되는 학문은 아니다. 이는 화학, 물리학과 다른 면이다. 생물학은 지구에서만 성립하는 특수한 학문이다. 우리는 우주 생명체에 대한 정보가 없다. 


미국 국립공원의 팜플렛에는 Story behind the scenery라는 문구가 있다. 진귀한 또는 장대한 경관에 감탄하는 것 이상으로 그 경관이 왜 그런 형태가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판(地板)은 해구(海溝)에서 섭입(攝入)하지만 판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700km까지이므로 판이 지배하는 세계는 심도 700km까지다. 더 깊은 곳의 구조는 판구조론이 아니고 플룸 구조론이 지배하고 있다. 플룸 구조론은 지구 표층뿐 아니라 지구 내부의 맨틀, 핵 등 모두를 통일적으로 설명하는 전 지구 구조론의 중핵을 이루고 있다. 판구조론의 영향은 표층에서 고작 700km까지다. 그보다 아래 또는 맨틀 전체 등 지구 대부분은 플룸 구조론이 지배하는 영역이다. 


판을 전부 벗겨내 버리면 플룸 구조론의 세계가 된다. 플룸은 원통(圓筒) 모양이다. 맨틀 대류의 상승류는 원통(플룸) 모양이다. 아주 두꺼운 원통으로 방출되는 물질은 지표 근처까지 우산처럼 사방으로 퍼져 다시 맨틀 내부로 섭입해 간다. 새로운 지각은 핫 플룸에서 생겨나 아메바상으로 360도 사방팔방으로 펴져나간다. 플룸 구조론에서는 암권이 고온이기 때문에 강체가 아니므로 변환단층은 생길 수 없다. 판의 중요한 정의는 판이 강성체라는 점이다. 지구 내부를 토모그래피라는 방법을 이용해 조사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생물의 절멸(絶滅)이나 화성(火成) 활동 등 지구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판구조운동 뿐 아니라 플룸구조운동으로 더욱 통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한 셈이다. 


토모그래피를 이용하여 플룸의 분포와 심도를 상세히 살펴보자. 플룸은 400km 깊이에서 발생하는 것과 2,900km 깊이에서 발생하는 것의 두 종류가 있다. 두께 4,000km 정도의 원통이 한 가운데에서 두께 1,000km 정도로 조여지고 표층 근처에서 다시 넓어진다. 상부 맨틀에 도달하면 플룸은 여러 개로 갈라진다. 갈라지는 형태는 상당히 자유로우며 갈라진 플룸의 두께는 400km정도나 된다. 이들이 더욱 상승하여 판의 하부에 도달하면 그 중 몇 개가 갈라진 판의 틈을 타고 판의 내부로 상승하여 지구의 표면에 도달한다. 1차 플룸(깊이 2,900~700km), 2차 플룸(깊이 700~100km), 3차 플룸(깊이 100~0km)임을 알 수 있다. 


플룸의 형태는 여럿이다. 심부 맨틀의 플룸과 해령(海嶺)은 무관하다. 대서양과 같이 가장자리에 해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반드시 플룸 위에 중앙해령이 있다. 인도양은 북쪽 가장자리에 태평양과 같이 해구가 있고 남쪽 가장자리에는 대서양처럼 해구가 없다. 이 경우 심부 맨틀의 플룸과 중앙해령 사이에는 직접적 관계가 없고 해령은 맨틀 심부에 대해 북쪽으로 움직인다. 일본 열도에는 약 6억년 전에 생긴 암석인 오피올라이트가 있다. 오피올라이트는 해양지각의 단편(斷片)이 육상으로 올라온 것이다. 약 4억년을 주기로 해양의 일생이 끝난다. 이를 윌슨 사이클이라 한다. 


1억년전에는 심해까지도 수십도의 고온이었다. 판의 생산속도가 아주 빨랐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중앙해령에서 탄산가스가 대량으로 생산되어 기온이 올라가 빙하가 생길 수 없었다. 판의 생산속도가 느려지면 기온이 내려가 거대한 빙하가 발달한다. 이는 대략적으로 초대륙이 생기는 무렵과 일치한다. 초대륙이 갈라지기 시작할 때 즉 맨틀 상부에 고여 있던 판의 잔해가 대량으로 맨틀 하부로 낙하하면 그 낙하운동에 대한 상승운동 즉 수퍼플룸이 상승해온다. 그리고 해령의 활동이 활발해져 대량의 탄산가스가 맨틀로부터 대기로 방출되어 지구 표면은 따뜻해진다. 기온이 상승하면 빙하가 녹아서 생긴 찬물이 심해로 유입된다. 그 물은 밀도가 크기 때문에 안정 밀도성층이 되어 심해에서 냉수 덩어리가 되어 정체 상태로 고인다. 이것이 심해의 산소 부족 현상을 초래한다. 


대빙하가 녹았던 시기 가령 고생대가 끝날 무렵에 심해저에는 산소가 거의 없어진 이상사태가 발생하여 바다 서식 생명이 대량 절멸했다. 지구 역사의 어느 시기에서 처음으로 판이 태어나는 운동 즉 플룸구조운동에서 판구조운동으로 변환된 사건이 일어났다. 그 변환기는 지구에 처음으로 원시해양이 생겼을 때일 것이다. 구조운동의 형태가 플룸인가 판인가는 맨틀의 점성 차이에 의존한다. 점성은 온도에 의해 변화한다. 원시대기는 불과 탄산가스를 주성분으로 했다. 온실효과를 가진 탄산가스가 대량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초기 지구는 모포로 둘러싸인 것과 같은 상태였다. 이로 인해 지구의 열은 우주로 도망갈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일단 바다가 생기면 바다 속으로 대량의 탄산가스가 녹아들어 온실효과를 초래한 대기중의 탄산가스 농도가 급격히 감소한다. 그러면 지구 내부의 열이 우주공간으로 도망갈 수 있게 된다. 해수의 양이 점점 증가하고 대기중 탄산가스 양이 적어지는 과정은 폭주적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즉 순간적으로 지구 표면 온도가 내려갔을 것이다. 이러면 지구 표층에 지각이 생긴다. 해령에서 새 판이 생겨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린랜드의 이스아 지역을 보자. 이곳에 세계 최초의 해양이 존재했음을 증거하는 것이 있다. 베개용암이다. 역암 아래에 갈색을 띤 하얀 석영이 풍부한 사암과 검은색의 이암이 교호(交互)로 퇴적된 지층이 있다. 터비다이트(turbidite)라는 것으로 해구에서 퇴적되는 지층이다. 


그 아래에 처어트가 있고 그 아래에 깨끗한 베개용암이 있다. 베개용암이 바로 바다가 있었음을 증거한다. 38억년전이다. 그 아래에는 반려암이 있고 더 아래에는 감람암이 있다. 이들은 38억년전의 해양 맨틀의 파편이다. 중앙해령에서 생겨난 판은 1억년 정도 후에 일본열도의 하부로 섭입하여 일생을 끝낸다. 그 1억년 동안은 육지와 완전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육지의 점토나 모래가 쌓이지 않고 주로 생물의 유해가 퇴적하여 처어트(chert)라는 암석이 생긴다. 아이슬란드는 열점의 화산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바로 중앙해령상에 있다. 여기에서는 마그마의 생산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해양지각의 두께가 20km를 넘는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아이슬란드의 화산암은 태고대에 중앙해령에서 산출되는 화산암의 화학조성과 아주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스아 지역의 처어트는 아주 검은 색이다. 서부 호주의 35억년전의 처트는 적색, 흑색의 비율이 현재의 비율과 아주 흡사하다. 이 사실은 산소농도는 38~35억년전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산소는 6억년전에 급격히 증가했다는 지금까지의 상식과 다르다. 인도 대륙은 곤드와나 대륙에서 1억년 전에 갈라져 북상하여 4,500만년전에 아시아 대륙에 붙었다. 이 때문에 1억~4500만년전에 걸쳐 인도 대륙과 아시아 대륙 사이에 있었던 테티스해(海)의 해양판은 아시아 대륙 아래로 잠입했다. 2억년전에 있었던 테티스해라는 커다란 바다는 대륙 이동과 더불어 점차 줄어들어 현재는 지중해가 되었다. 


생물의 진화를 이용하여 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좋은 지구 측정 방법이다. 화석은 과거의 생물이 토사(土砂)에 매몰되어 석화(石化)한 것이다. 방사성원소라 불리는 모든 원소가 방사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일부의 동위원소만이 방사능을 가지고 있어 방사성동위원소라 불린다. 방사성동위원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정 비율로 별개의 안정된 동위원소로 변한다. 이를 방사성 붕괴라 한다. 원래 있었던 방사성동위원소의 양이 붕괴에 의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반감기라 한다. 반감기는 지구상의 어떤 조건에서도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 방사성동위원소마다 고유한 반감기를 갖는다. 


지층 속에 화석이 있다는 사실을 기록한 사람은 기원전 4세기의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러나 화석을 지층 속에 남겨진 기록으로 최초로 의식한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다. 그는 젊어서 토목기사로서 관개용수 공사에 종사하며 용수구의 단면에 조개 화석이 있음을 알았다. 그는 아주 옛날 그 아래는 바다의 지면이었으며 당시 바다에 살던 조개가 지층 속에 파묻혀 이윽고 육지화하여 조개화석이 되었다는 과학적인 화석관을 기록했다.


화석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이 깊어져 지층과의 관계가 점차 밝혀지면 화석을 이용하여 지층을 구분하고 화석이라는 시간의 척도를 갖는 시계를 사용하여 지구의 역사를 해명하고자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층을 기초로 하여 지구의 역사가 꾸며질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실증한 사람은 영국의 측량기사 윌리엄 스미스였다. 지구는 고체 부분만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해양이나 대기와 함께 진화해 왔다. 현재의 지구과학에서는 화성, 금성 등과 같은 다른 태양계 행성들과 비교가 이루어지고 지구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태양계 전체 또는 은하계, 우주까지도 포함한 시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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