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 읽기 세창명저산책 81
김철운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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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는 공자나 맹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성악설의 주창자인 순자에 대해 그 이상의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김백철 교수의 ‘왕정의 조건’을 읽고나서였다. 이 책에 의하면 순자는 인간은 악의 성향을 타고 태어났다는 성악설을 폈지만 교육에 의해 얼마든지 선해질 수 있다고 가르친 인물이다.

 

‘왕정의 조건’의 저자는 우리는 ‘순자(荀子)’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는 순자의 성악설이 사람을 악하게 본다고만 이해하는 우를 범하기 십상이라는 말을 했다.(20 페이지) 세창미디어에서 나온 <‘순자’ 읽기>(2021년 6월 3일 초판 1쇄)는 상기한 순자관(觀)에 깃든 오류를 극복할 여지를 제공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집필을 의뢰받은 지 5년이 다 되어 책을 썼다는 저자는 “자신만의 오만함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박차고 나와 사상의 깊고도 드넓은 세계를 향하여 작으나마 온 힘을 다해 기지개를 펴보려고 한다.”는 말을 했다.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순자와 『순자』, 2장 하늘을 제어하고 이용하다, 3장 후천적인 인위적 노력을 중시하다, 4장 예禮로 사회의 혼란을 막다, 5장 경제로 백성을 부유하게 하다, 6장 사람의 용모에 집착하는 행위를 비판하다, 7장 아름다움과 선함을 함께 말하다, 8장 천하 통일의 원칙과 근본을 구상하다 등이다.

 

50세 이전까지 순자가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살았고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고 50세 이후의 삶만이 ‘사기(史記)’에 기록되어 있다. 직하학궁(稷下學宮)이 있다. 제나라 수도 임치(臨淄)의 서쪽 성문인 직문(稷門) 아래에 있었던 교육 기관이다. 그 교육 기관에 속해 공부한 사람들을 직하학파라 했다. 순자가 속했던 학파다. 

 

성선설을 주창한 맹자와 성악설을 주창한 순자 사이에는 안을 지향하느냐 밖을 지향햐느냐의 차이 외에는 없다. 맹자는 도덕적 근거를 본성 안에 두었고 순자는 밖에 두었으나 궁극적으로 사람의 도덕적 선함을 발현하는 데 집중했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순자는 덕에 의한 통일을 주창했다.

 

한대(漢代)에 이르러 순자는 공자 사상을 계승한 사상가로 어느 정도 인정받았지만 다만 공자의 직계(直系)가 아닌 방계(傍系)로 분류되었다. 순자는 형식적인 면에서 공자의 사상을 이어받았으나 내용적인 면에서는 공자의 사상과는 다른 길로 갔다는 평을 받았다. 한유(韓愈)가 순자는 대체로 순수하기는 하지만 약간의 흠이 있다고 말한 것은 유명하다.

 

한유가 말한 흠이란 성악설을 가리킨다. 하지만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성악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 소동파(蘇東坡; 소식; 蘇軾)도 순자를 공자 사상을 완전히 벗어나 이설(異說)만을 좋아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송, 명대에 이르러서 순자가 공자를 계승한 사람이 아닌 것으로 취급되었지만 청대에 이르러 순자 사상은 새로운 시각으로 인식되었다. 당시 순자 사상을 무기로 정이, 주희 등을 공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현재 순자는 공자 사상의 계승자라는 틀 안에서 순자학이란 독립된 철학 체계를 가진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맹자와 순자는 동일 선상에서 다루어져야 할 사상가들이다. 이 부분에서 새길 말은 ‘두 사상가는 인간 본성 가운데 상이한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서로 다른 입장에 섰으나 인간에 관한 근본적인 생각은 많은 곳에서 일치하는 유학자였다.’(김교빈, 전호근, 김시천, 김경희 등 지음 ’동양철학 산책’ 참고)는 말이다.

 

‘순자’는 세 가지 핵심 주장을 담은 책이다. 1) 하늘의 직분과 사람의 직분은 아무 관계가 없고, 2) 사람은 분별력이 있고 의리가 있고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뛰어나고, 3) 사람의 본성은 악하기에 인위적 배움과 노력으로 선한 쪽으로 이끌어야 한다 등이다.

 

순자 권학(勸學)편에 청출어람이란 말이 나온다. 순자는 관상(觀相)을 비판했다. 외모가 아닌 마음 가짐을 보고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는 의미다. 순자는 하늘을 신비한 세계가 아닌 스스로 변화하는 자연세계 즉 두려워 할 필요가 없는 존재로 보았고 천인합일(天人合一)이 아닌 천인분이(天人分二)를 주장했다.

 

순자는 묵자의 비악(非樂; 음악 비난)을 비판하며 정악(正樂)과 사음(邪音)의 구별을 강조했다. 순자는 사회 혼란을 명분과 실질이 어긋난 결과로 보았다. 순자는 사람이 외부로의 확장을 꾀하는 본성을 따르면 악해지기 때문에 인위로 새롭게 변화시켜 그 선함을 드러내야 한다고 보았다.(화성기위; 化性起僞)

 

순자의 하늘관은 주나라의 천명미상(天命靡常; 한결 같지 않음) 사상과 통한다. 하늘은 어느 누구도 영원히 임금의 지위에 있도록 미리 정해놓지 않았고 때때로 새로운 명령을 내려 새로운 사람에게 명령하고 그가 덕을 잃으면 이전 임금에게 했듯 지위에서 물러나게 한다는 것이다.

 

순자에 이르러 하늘은 그 이전의 절대적이고 권위적인 존재가 아닌 것이 되었다. 순자의 하늘은 자연과학적 의미의 법칙이고 기계적 운행이다. 천재지이(天災地異)를 하늘의 경고로 받아들였던 조선시대의 가치관과 완전히 대비되는 생각이다. 순자는 하늘에 대한 모든 감정적 요인들을 배제해나갔다.

 

순자는 하늘을 알기를 구하지 않는다는 말과 하늘을 안다는 말을 했다. 전자는 형이상학적 의미의 하늘이고 후자는 자연현상으로서의 하늘을 의미한다. 순자에게 둘은 영역을 달리하는 세계가 아니다. 인간의 지능이 발달하면 형이상학적으로 받아들이던 하늘이 자연현상 또는 개조 대상으로 이해되는 것임을 고려하자.

 

순자는 사람과 하늘을 대립 관계로 놓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사람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순자에게 둘은 상호 공존하는 존재들이다. 순자가 말한 성악설은 사람의 본성이 그 자체로 악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람이 외부의 확장을 꾀하는 본성에 이끌려 가면 악해진다는 의미다. 즉 사람은 본성이 후천적으로 악해질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라는 의미다.

 

순자의 성악설을 그가 사람의 본성 자체를 악한 것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면 안 된다. 순자가 말한 본성이란 1) 감각 기관의 본능, 2) 생리의 욕망, 3) 심리의 반응이다. 순자의 관점에서 본성, 감정, 욕망은 동일한 것들이다. 본성은 타고난 것이고 감정은 본성의 본래 모습이며 욕망은 감정이 반응한 것이기 때문이다.

 

순자는 “사람의 본성은 악하다. 선한 것은 인위.”라고 주장했다. 순자가 말한 도덕이란 맹자처럼 사덕이라는 선험적인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위(인위)라는 경험적인 것에서 나오는 것이다.(‘위; 僞’는 거짓이란 의미 외에 작위라는 의미도 갖는다.) 순자는 성인의 타고난 능력(성인은 배우지 않고도 아는)을 인정하지 않았다.

 

순자의 관점에서 성인과 일반인은 본성에서는 같고 인위 측면에서 엄연하게 다르다. 순자는 본성을 사람됨의 도리를 실천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생명의 원천으로, 인위를 그런 생명의 원천을 하나의 가치 있는 생명으로 구체화하는 핵심 근거로 설명했다.(69 페이지) 그에게 본성은 가공 이전의 재료, 인위는 가공한 완성품에 비유될 수 있다. 순자는 본성과 인위의 관계를 도공이 흙을 빚거나 목공이 나무를 깎아 그릇을 만드는 것에 비유했다.

 

순자는 마음의 인식 능력을 신뢰할 수 있으려면 도로 인도하고 청명(淸明)으로 기르라고 주장했다. 순자에게 욕망은 속성상 가득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는 것,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갈 운명 같은 것이다.(87 페이지) 그에게 욕망은 성악설의 근본이다. 순자는 사람이 타고 태어난 욕망을 어느 정도까지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자에게 예는 왕은 왕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살아가기 위한 근본 원칙이다. 순자는 현재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 역사의식과 전통의식을 부정한 사상가가 아니라 그것들을 존중하여 과거라는 반석 위에 현재를 올려놓고서 현재의 나아가야 할 지표와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상가다.(100 페이지)

 

순자는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로 물은 배를 실을 수 있고 배를 전복시킬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순자는 농업과 상공업을 긴밀하게 협조하는 유기적 관계로 정의하고 농부 수보다 상인과 장인의 수가 더 많으면 수요, 공급 구조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보았다. 순자의 절용(節用)은 농업의 증진을 위한 보조수단, 즉 임금의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절약한 것을 사회적 생산 발전을 위한 생산량 증대에 투자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럴 때 절용은 그 본래의 기능이 발휘되어 모든 사람의 삶을 향상시키는 사회의 생산 발전에 집중될 수 있다.(113 페이지) 순자가 살던 시대와 그 이전 시대는 춘추전국시대라는 혼란한 시대인 관계로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팽배해 관상술이 크게 유행했다.

 

순자는 관상술을 비판했다. 흥미로운 것은 요임금, 순임금, 공자, 주공 등은 아름답지 않은 용모에 굴하지 않고 훌륭한 인격을 갖춘 인물들이고 주(紂), 걸(桀) 등은 수려한 용모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에 안주하여 후대에 악인으로 낙인 찍힌 인물들이라는 점이다.(123 페이지) 다만 순자는 용모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았다. 그가 반대한 것은 오직 외형적인 문식(文飾)에만 치중하는 것이다.(126 페이지)

 

순자는 예를 따르면 사람의 용모는 모두 예에 합해서 아름답지만 예를 따르지 않으면 예에 합해지지 않아서 아름답지 않다고 주장했다. 순자는 산유(散儒)를 이렇게 설명했다. 다방면에서 아는 것이 많지만 자신의 생각을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는 유자 즉 아는 것을 하나로 꿰뚫는 능력이 없는 유자라고.

 

부유(腐儒)는 말은 잘하지만 도리에 맞지 않는 간교한 말만 늘어놓는 진부한 유자다. 아유(雅儒)는 후왕의 학문을 본받고 제도를 통일하고 예의를 높여 시경과 서경을 돈독하게 하며 언행이 법도에 거의 맞는 유자다. 물론 이들은 지식을 하나로 꿰뚫는 지혜가 없는 유자들이다.

 

대유(大儒)는 자신의 앞에 고달픈 삶이 펼쳐지더라도 결코 사악한 방법으로 이익을 탐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며 국가를 잘 다스리는 재능과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다. 순자는 사람의 인식 작용을 거치지 않은 아름다움은 결코 없다고 보았다.(141 페이지) 순자적 맥락에서 아름다움이란 징지(徵知) 작용 즉 마음의 판별과 실증을 통한 인식작용을 거쳤다면 아름다운 것이다.

 

물론 마음은 하나에 갇혀서 전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텅 비우고, 하나로 하고, 고요하게 하는 마음공부다. 사물의 아름다움은 반드시 사람의 인위적 노력을 거쳐야 한다. 순자의 아름다움관은 사물에 대한 감정의 수준을 넘어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궁극 목적을 두고 사람의 본질과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사회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근거가 된다.(146, 147 페이지)

 

순자에게 중화(中和)에 바탕을 둔 음악은 자연 중의 조화 이외에 사람 상호 간의 조화와 경제, 사회생활의 조화까지 지향한다. 순자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욕망을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예로 어느 정도는 길러주는 것을 권했다.(152 페이지) 관건은 그런 결과가 오직 예 자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의 강박성을 완화해주는 음악과의 상호 조화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순자가 내세운 천하통일은 부국강병을 위한 힘의 논리가 아니라 민심의 귀복을 위한 덕행 즉 백성들에 대한 임금의 도덕적 실천 의지로 실현하는 것이다.(158 페이지) 순자가 채택한 천하통일은 힘이나 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덕에 의한 것이다. 순자에게 대형(大形)의 세계란 지극히 공평한 세계로 남으로부터의 구속이나 지배를 받지 않고 사회에서 맡은 직분을 스스로 해 나가거나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사회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을 스스로 풀어나가면서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는 유기적 세계다.

 

이렇듯 순자는 여러 모로 마음에 드는 사상가다. 성악설이 오해받고 있음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후천적 노력을 강조한 그의 면모가 마음에 든다. 하늘에 대한 관점도 참 설득력 있다. 관상을 비판한 것도 그렇다. 자주 읽어야 할 텍스트가 ‘순자(荀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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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7-07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좋은 밤 되세요.

벤투의스케치북 2021-07-08 09:27   좋아요 0 | URL
아., 네..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7-08 0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벤투의스케치북 2021-07-08 09:28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좋은 날 맞으시기 바랍니다.
 
지금 너에게 필요한 말들 - 막막한 10대들에게 건네는 위로·공감·용기백배
정동완 외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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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와 멘토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 잘 생각하지 않는 궁금증이다. 꼰대는 자신이 경험한 세계만을 강요하는 사람, 멘토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까지 안내해줄 수 있는 사람..이것은 ‘지금 너에게 필요한 말들’에 나오는 말이다. 책의 저자는 다섯 명. 누구든 경험은 제한적이기에 혼자만으로는 좋은 멘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저자들의 말이다.

 

진로상담교사, 인성 및 생활 교육 담당자, 학습 코칭 강의자. 진로상담전문위원, 생물 교사 등으로 이루어진 저자들이 함께 쓴 이 책 ‘지금 너에게 필요한 말들’은 막막한 10대들에게 건네는 위로. 공감, 용기백배라는 부제를 가진 책이다. 책 가운데 “행복하니?”란 말이 나온다. 사실 잘 쓰지 않는 말이 아닌가.

 

위로. 공감, 용기백배라는 말에 걸맞게 보석보다 원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삶 자체는 선택의 연속이고 그 과정에 고민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 고민을 해결하는 데 멘토의 조언이 필요하다. 지금의 10대는 앞으로 올 1인 3~4개의 직장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걱정이 클 것이다. 그에 맞춰 공부도 해야 할 것이고.

 

본문에는 “사회라는 낯선 세계에 진출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정답이 없어.”란 말이 나온다. 이 말과 어울리는 말이 “꼭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것만이 경험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는 말이다. 한 저자는 방황과 탐색의 차이를 설명한다. 탐색하는 사람은 이리저리 많은 것들을 해 보고 생각하지만 방황하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하고 싶은 것만 반복하면서 생각의 필요를 굳이 느끼지 않는다.

 

책은 하나의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정답이 아니라 각자의 답이 있는데 그것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는 것이다. “자신만의 기준점을 찾을 수 있기를 응원해!”...

 

본문에는 진지함과 투머치(토크)가 같은 선상에 놓인다는 말이 있다. 삶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면 결국 난 무엇을 사랑하는가로 귀결된다.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투머치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가장 반가운 글은 ‘쓸모없는 지식은 없다’는 말이다. 이 제목의 글에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지식은 지금 알고 이해하는 모든 것에 한정되어 있지만 상상력은 온 세상을 포용하고 그 모든 것은 우리가 앞으로 알고 이해하는 무언가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은 평생 학습시대다. 책은 저자들의 실제 경험이 친근하게,

 

그리고 일상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글이라기보다 대화를 하듯 설명하는 책이다. 한 저자는 누군가에게서 열심히 하는 활동이 자신의 보잘것없음을 감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냥 열심히 사는 것인데..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핵심은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한 저자는 초조한 마음으로 진로를 결정하지 말라는 말과 진로는 다양하게 가져도 좋다는 말을 한다. 지금은 개성 있는 사람을 존중하는 시대다.(170 페이지) 그렇기에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인상적인 말은 네 안의 열등감을 내려놓으면 자존감이 생긴다는 말이다.

 

이해가 된다. 강하게 공감하게 되는 말은 스스로 건네는 위로에는 강한 힘이 있다는 말이다. 이 제목의 글에는 이상하게 우리는 자신을 인정하는 일에 몹시 인색하다는 말이 나온다. 맞다. 자기를 인정하는 것은 곧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고 세상을 잘 살아가는 길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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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책을 보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희열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지난 해 지질공원(철원 지역 한탄강)에서 평화에 대해 말하라는 미션(세상에 지질공원에서 평화에 대해 이야기 하라고 하다니..)을 부여받았을 때도 책으로부터 결정적 도움을 받았고 최근 산 평화 관련 책으로부터도 향후 일정에 큰 도움을 받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잘못된 정보도 포함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이 책에 신뢰할 만한 정보는 서울 관련 정보고 상식에 반하는 정보는 내가 사는 연천에 대한 정보다.(물론 서울 정보는 더 찾아보고 연구해야 한다.) 지난 달 종로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뒤 타고나온 마을 버스에서 바라본 서대문역까지의 마을과 거리는 풍경이기보다 해설해야 할 자료로 다가왔다. 


상기한 책 내용과 종로도서관에서 나올 때 버스에서 본 대상을 하나로 수렴하는 읽기, 그리고 해설을 해야겠다.해설에도 낯설게 하기란 말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런 심정으로 하고 싶다.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설명하는 것도 흥미를 끌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흥미를 끄는 것은 기존 코스에서 숨겨지듯 있었던 곳을 이야기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곳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제 움직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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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글쓰기를 잘하려면 기승전결을 버려라 - 실험보고서에서 「네이처」논문까지
강호정 지음 / 이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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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글쓰기에 대한 바른 생각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환경공학자 강호정 교수다. 과학 글쓰기는 글의 형식이나 전개 방식에 있어서 다른 글쓰기와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인문학적 글쓰기 방식으로 과학 글쓰기를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과학자, 하면 실험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지만 과학자가 가장 많이 하고 있고 중요한 것은 글쓰기다.

 

“과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항시적으로 과학 글쓰기에 대한 요구와 압박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20 페이지) 글을 씀으로써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개별 사실에서 개념을 도출하거나 추상화하는 작업 등 과학에서 요구하는 일반적인 활동들이 가능해진다. “과학 글쓰기는 문학 작품과 달리 창의적인 문체와 같은 필력에 의존하는 글이 아니”라 “ 정해진 원칙과 규칙에 맞추어 쓰는 글이다.”(24 페이지)

 

저자는 과학 글쓰기의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누가 읽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2) 글의 내용은 전문성을 살리되 읽는 이가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한다. 3) 과학적 양식에 맞춰 글을 써야 한다. 4)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내용의 글을 써야 한다. 5) 과학 글쓰기라 하더라도 수사학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1)은 일반 독자들도 읽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2)는 물론 무조건 글의 모든 내용을 쉬운 말로 써야 하는 것은 아님을 의미한다. 전문성을 살리되 읽는 이가 이해하기 쉽게 쓰려면 a) 문장 구조를 단순하게 유지하고, b)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구조가 균형이 잡히도록 해야 하고 c) 용어 사용은 명확하고 통일성 있게 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

 

3)은 IMRAD(Introduction, Materials and method, And Discussion)을 의미한다. 과학적 양식에 익숙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관련 분야의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이다. 4)는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글이라는 의미다. 그러려면 글의 내용이 독창적, 창의적이며 이전에 보고된 바 없는 새로운 정보를 포함해야 하고, 글 속에 풍부한 정보가 들어 있어야 하고, 글의 각 구성 요소들이 엄밀한 논리적 연결성을 가져야 하고, 다루는 내용의 세세한 부분까지 근거가 명확하고 오류가 없어야 한다.

 

5)는 문장 자체도 수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통일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부정적 평가를 받는 글의 대부분은 통일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응집성이 있어야 한다. 응집성은 글의 덩어리들이 논리적, 시간적, 공간적으로 적절한 순서를 이루고 결합되어야 확보될 수 있다. 때로는 관계사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강조는 저자의 중심적 논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보이는 것이다. 글의 서두나 마지막에 위치시키고 분량도 상대적으로 길게 써야 한다. 정의(定義)는 사전적 의미, 문장에서의 의미, 확장된 의미, 역사적으로 변천해온 의미들을 제시하는 것도 포함된다. 과학 글쓰기에서 기승전결 구조는 잘못이다.

 

전(轉)은 기(起)나 승(承)에서 언급된 적이 없는 새로운 내용이 갑자기 나타남으로써 독자의 흥미와 감동을 일으키는 부분이지만 과학 글쓰기에서는 글 전체에서 동일한 메커니즘과 논리적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맞지 않는다. 기승전결 구조는 결론이나 핵심 부분을 의도적으로 글의 뒤쪽에 배치하는 글 구조다. 과학 글쓰기에 반전이나 극적 결말은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과학 글쓰기에서는 저자가 논리적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언급이 서론부터 시작하여 방법론, 결과의 의미 해석 등이 논문의 부분 부분에 적절하게 나타나야 한다. 서론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주제가 결과나 토의 부분에서 언급되면 안 되고 반대로 서론에서 언급한 문제에 대해서는 결과나 토의 부분에서 자세하게 논증해야 한다.

 

과학 글쓰기가 제대로 안 되는 대표적 이유는 시간에 쫓겨 글을 쓰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충분한 시간을 갖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61 페이지) 미국 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이 시험지 답안지에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을 넓은 의미의 표절로 보거나 좋은 연구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도 획득된 정보를 자신의 머리에서 가공하여 새로운 정보로 재생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70 페이지)

 

한 번 발표한 논문을 다른 언어로 다시 발표하는 경우도 표절이다. 기존 논문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보충 자료를 추가하여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에는 표절로 간주하지 않는다. 자신이 작성한 회색 문헌(grey literature)이라 불리는 준학술적이고 비공식적 성격의 글을 학술지에 다시 투고하는 것은 표절이 아니다. 표절 시비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용 부분의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과학이라는 학문의 출발점은 선행연구들에서 제시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평가하고 반추하여 기존 연구에서 검토되지 않은 질문이나 부족한 연구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다.(77 페이지) 저작권은 글이나 창작물에 대한 상업적 소유권과 관련된 것이다. 저자권은 누가 저자에 참여하고 복수 저자의 경우 순서는 어떻게 정할 것이며 누가 이것을 결정할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다.

 

자연과학 분야의 학문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이어서 전 과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진행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초기에 마련한 가설에 따라 실험디자인이 결정되며 그 실험디자인과 가설에 따라 연구자가 의도한 방향으로 실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한 실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이론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86 페이지)

 

이런 연구자의 주관적 사고의 개입이 과학 발전에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거나 순수하지 않은 의도와 연결될 때는 자료 조작이라는 형태로 변질하기도 한다. 자료 조작은 크게 위조와 변조로 나뉜다. 위조는 없는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변조는 얻어진 결과를 임의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변조는 윤리적인 판단이 쉽지 않다.

 

Introduction은 서론, Materials and method는 재료와 방법, Discussion은 토의다. References는 참고문헌이다. 서론에서는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배경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자신의 논문과 연관되어 있는 배경 정보를 얼마나 밝힐 것인가를 한정지어야 한다. 본 연구와 관련된 선행연구에 대해 소개한다. 서론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연구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채택한 방법론은 무엇인지 간략하게 언급한다.

 

토의 부분은 얻어진 결과를 해석 및 분석하고 그것에서 파생하는 여러 가지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창의성과 논리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초록(抄錄; abstract)과 결론(結論; conclusion)에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균형 있게 파악해야 한다. 학위논문은.. 정해진 시간 안에 써야 한다. 저자는 단 한 명이다. 학술지 논문이나 실험 보고서 등에 비해 양이 많고 내용이 자세한 편이다. 제한된 독자에게만 이용된다. 학위 논문은 일반적으로 매우 긴 글이기에 몇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1) 각 부문마다 제목, 부제목 등을 적절하게 붙여서 논문의 논리적 구성, 내용의 중요도 순서 등을 표현해야 한다. 2) 어떤 양식이든 각 장의 마지막에 독자의 이해를 돕는 요약을 첨부한다. 3) 몇 가지 간단한 편집디자인 효과를 주면 좋다. 각 페이지 옆에는 꼬리말이나 머리말 형식으로 각 장에 대한 제목을 달고 쪽 번호는 오른쪽 상부에 둔다. 좋은 연구 계획서는 잘 조직되어서 읽는 사람이 쉽게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내세우는 바를 잘 강조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은 부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논의 전개는 깔때기를 통과하듯, 즉 개괄적인 연구 배경으로부터 점점 구체화해 다루고자 하는 핵심 내용으로 좁혀간다. 연구계획서의 주요 내용에 논지의 초점을 맞추어 그것에 대해 자세히 논의한다. 연구 제목과 내용은 구체적이면서 학문적 조류(潮流)에 부응하는 연구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선행연구와의 연계성을 강조하는 것, 적정한 수의 가설과 목적을 제시하는 것, 다년간에 걸쳐 진행할 연구과제의 경우 그 필요성에 대해 설득력 있게 자세히 언급하는 것, 공동연구의 경우 각 연구자의 임무와 책임을 설정해 명시화해야 한다. 과학자가 대중을 위해 쓰는 글은 과학자들간의 의사소통과는 다른 글쓰기 방법이 필요하다. 저자는 publish or perish 대신 publish and prosper이라는 말을 새롭게 제시한다.

 

미국 대학 교수들이 학생들이 시험지 답안지에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을 넓은 의미의 표절로 보거나 좋은 연구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구절을 보고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 지금껏 서평을 거의 요약, 정리 차원에서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옮겼다. 하지만 요약은 짧게 하고 내 문제의식으로 정리하고 변형해 풀어쓰고 내 생각을 많이 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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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다리미다.“. 영화 기생충의 대사라고 한다. 내가 스스로 깨달은 내용도 아니고 영화를 직접 보고 알게 된 정보도 아니다. 강수돌 교수의 책에서 읽은 저 내용은 돈은 인생의 주름을 펴주는 다리미 같은 것이라는 의미다. 딴지를 거는 것 같아 저어되지만 잘못되는 다림질도 많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인생이 아니라 다림질에서 주름을 잡아야 할 때도 있다. 4각의 단조로운 손수건 같은 것은 그저 펴기만 하면 되지만 바지는 줄을 잡아야 한다. 몇 줄씩 주름을 가게 만들기도 하고 잘못해 옷을 태우기도 하는 것이 다림질이다. 삶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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