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판구조론 이야기 그림으로 보는 극지과학 15
박숭현 지음 / 지식노마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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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의 판구조론은 물리학의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생물학의 진화론, 분자생물학에 대비될 수 있는 지구과학계의 포괄적 이론이다. 다른 말로 판구론으로 인해 지구과학은 엄격한 과학이 되었다. 이론과 법칙은 어떻게 다른가? 법칙은 엄격하고 권위가 있는 것으로 들리고 이론은 정설이 아닌 느슨한 것으로 들리는가? 그러나 법칙은 한 가지 양상에 대한 설명이고 이론은 추론, 검증된 가설 및 법칙 등 다양한 명제들을 포함한 더욱 포괄적인 설명 체계다. 판구조론은 지진, 화산활동, 산맥 형성뿐 아니라 지구환경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고, 유지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등을 알게 해주는 기초적 설명이다. 


물론 지구환경이 판구조론 하나로 다 설명될 수는 없다. 지구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질학, 해양과학, 대기과학, 생명과학의 협동 연구가 필요하지만 판구조론은 이 모든 연구에 통합적 기반을 제공한다. 지구를 다른 행성과 구별 짓는 특성으로 무엇을 들 수 있을까?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행성이라는 점, 그리고 판구조론을 들 수 있다. 태양계 내의 어떤 행성도 지구와 같은 판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판구조론에 의하면 지구의 표면은 마치 곤충이 탈피를 하듯 계속 새롭게 변하고, 지구의 안과 밖은 꾸준히 섞이며 순환한다. 판구조론은 고체 지구의 순환이론이다. 대기나 해양의 순환은 익숙할지 모르나 딱딱한 지구가 순환한다는 말은 낯설게 들린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바다 아래 놓인 긴 활화산 산맥인 중앙해령을 통해 지표로 분출된 지구 내부 물질이 기나긴 이동을 거쳐 섭입대라 불리는 깊은 바다 아래에서 다시 지구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지진과 화산 활동이 일어나고 대륙이 이동해 충돌하고 변형되고 성장하며 해수와 대기의 조성과 순환도 변한다. 판구조와 지각 – 맨틀 – 핵의 삼중구조는 서로 다른 관점으로 대하는 지구의 구조이다. 판구조는 물리적 관점의 구조이고, 지각 – 핵 – 맨틀은 화학적 관점의 구조다. 이 두 구조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각과 맨틀의 경계는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 맨틀과 핵의 경계는 구텐베르크 불연속면이라 한다. 외핵과 내핵의 불연속면은 레만 불연속면이라 한다.


대륙을 구성하는 물질의 평균적 특성은 화강암과 유사하다. 해양지각을 구성하는 물질은 현무암질이다. 맨틀 상부를 구성하는 대표 암석은 감람암이다. 감람암의 70%에 해당하는 감람석이 형태가 동글동글하고 색은 녹색이어서 올리브 열매와 유사하다. 핵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맨틀 하부는 대체로 감람암과 화학조성은 비숫하되 물리적 특성은 다른 암석으로 구성되었을 것이다. 맨틀은 부피면에서 지구의 84%, 질량면에서 지구의 60%를 차지한다. 핵은 부피로는 약 15%, 질량으로는 39%를 차지한다. 맨틀보다 훨씬 무겁다. 대륙 이동의 원동력은 맨틀 대류(對流)다. 대류는 온도차에 의한 물질의 흐름이다. 베개너가 대륙이 맨틀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모습을 상상한 반면 아더 홈즈는 움직이는 것은 맨틀이고 대륙은 그 위에 붙어서 수동적으로 움직일뿐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맨틀은 고체 상태이지만 고온, 고압에서는 액체처럼 흐를 수 있다는 것이 맨틀 대류설의 주요 근거다. 홈즈의 맨틀대류설은 대륙이동설의 난점을 극복하고 판구조론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했다. 홈즈가 제시한 모델은 식어가는 지구가 아닌 자체 열원을 가지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역동적 지구 모델이다. 맨틀의 특성은 감람암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초록색의 감람암은 검은색의 현무암, 하얀색의 화강암 등과 매우 다르다. 감람암은 비중이 두 암석보다 매우 크다. 지각 – 맨틀 구조는 비중이 큰 감람암 위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화강암과 현무암이 놓여 있는 것이다. 맨틀이 일정 깊이에 다다르면 진흙과도 같이 흐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즉 맨틀은 기본적으로 고체이지만 특정 깊이부터는 아주 높은 온도와 압력 때문에 고체이기는 하지만 흐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유리를 보자. 유리는 비정형의 고체 또는 흐르지 않는 액체다. 현대 물리학에서 고체와 액체를 나누는 기준은 구성 원자가 규칙성을 가지고 배열되어 있느냐의 여부이다. 유리는 경험상 고체이지만 원자 레벨에서는 장기적으로는 흐른다. 너무 느려 감지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맨틀 외각의 흐르지 못하는 딱딱한 부분과 그 위에 놓인 지각을 통칭해 암석권이라 한다. 암석권 아래의 흐를 수 있는 맨틀은 연약권이라 한다. 지구는 암석권이 연약권 위에 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연약권 맨틀도 흐르기는 하지만 매우 느리게 흐른다. 맨틀의 이동 속도는 연간 1~20cm이고 평균 5cm 정도 움직인다. 지구의 암석권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 이것이 지판(plate)이다. 


지진은 암석권의 조각 즉 지판이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흔들림이다. 판구조론의 핵심은 맨틀의 순환이다. 맨틀의 순환 즉 고체의 순환과 대기의 순환, 해양의 순환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맨틀이 하부에서 대규모로 상승하는 현상을 맨틀 플룸이라 한다. 맨틀이 하강하는 현상을 섭입이라 한다. 플룸에는 깃털이라는 의미도 있다. 상승하기에 즉 가볍기에 깃털이라 한 것이 아닐까? 맨틀 플룸과 섭입은 비대칭이다. 섭입은 일정 범위의 각도를 가지고 진행되는 반면 섭입에 의해 수동적으로 발생하는 플룸은 대체로 수직방향이다. 맨틀의 상승은 주변과의 밀도 차이에 의한 양성 부력 때문에 일어나고 맨틀의 하강은 중력 때문에 일어난다. 


맨틀 대류는 지구 내부의 불균질한 에너지 분포를 해소하기 위해 발생한다. 지판은 생성되는 곳에서는 얇고, 소멸하는 곳에서는 두껍다. 지판이 생성되는 곳과 소멸하는 곳이 지판들의 경계에 해당한다. 지구과학에서는 지판들이 생성되는 경계를 중앙해령, 소멸하는 경계를 섭입대, 스쳐 지나가는 경계를 변환단층이라 한다. 판구조론에서는 수직 구조보다 수평 구조에 대한 이론이 중심을 이룬다. 중앙해령에서 지판이 형성되어 이동해가는 과정을 가래떡이 뽑아져 나오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먼저 나온 부분이 이동하면서 새로운 떡들이 연속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중앙해령에서 나오는 지판은 오래되면 두꺼워진다는 차이가 있다. 


지판이 너무 두꺼워서 그 아래 연약권이 받치고 있는 부력이 지탱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면 지판은 연약권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파고든다. 이 과정이 섭입이다. 섭입이 일어나는 곳을 섭입대라 한다. 해구(海溝)가 바로 섭입대다. 해구가 깊어진 것은 이 지역에서 지판이 연약권 속으로 파고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해령에서 형성되어 아주 젊고 얇고 뜨거웠던 지판은 점차 이동하면서 나이를 먹고 식어가고 두꺼워지다가 연약권이 무게를 감당할 수 없으면 해구를 통해 지구 속으로 침강하면서 소멸한다. 변환단층은 중앙해령과 중앙해령의 경계에 위치한다. 변환단층에서는 소멸은 없고 마찰이 있을뿐이다. 


해령이란 이름을 보면 중앙해령 전체가 육상의 산맥과 비슷한 형태일 것이라 추측하기 쉽지만 산맥, 계곡, 평지 등을 나타낸다. 중앙해령의 기능은 해양지각의 생성이다. 지각은 지구 최상층의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 암석층이고, 지판은 연약권 위에 놓인 딱딱한 부분이다. 해양지각은 연약권이 지표 가까이 상승하면서 맨틀에 용융이 일어나 분출되면서 형성된 것이다. 중앙해령에서는 상부 맨틀에서 녹아 올라온 마그마가 분출되고 고화되면서 지표의 2/3 이상을 덮고 있는 해양 지각을 만든다. 중앙해령에서 막 분출된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해양 지각의 나이를 영(零) 살이라 하면 중앙해령에서 멀어질수록 해양지각은 점점 나이를 먹어간다. 


해양지각에서 관찰되는 이런 나이테의 발견은 해저확장설 나아가 판구조론의 확고한 기초가 되었다. 암석권에 적당한 온도와 압력이 가해지면 연약권이 되고 연약권의 온도와 압력이 낮아지면 암석권이 된다. 중앙해령 아래에서는 연약권 맨틀이 꾸준히 상승한다. 연약권 맨틀이 중앙해령 아래에서 상승하는 이유는 지판이 양쪽으로 멀어지기 때문이다. 지판이 양쪽으로 멀어지면 빈 공간이 생긴다. 그곳을 메우기 위해 연약권 맨틀이 상승한다. 수동적이다. 지판을 멀어지게 하는 힘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큰 것은 섭입대에서 지판이 침강하면서 당기는 힘이다. 역설적이지만 지판을 소멸시키는 힘이 지판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해령 아래에서 연약권 맨틀이 상승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맨틀이 상승한다는 것은 압력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 열이 새롭게 공급되거나 제거되지는 않는다. 맨틀이 상승해 압력이 낮아지면 팽창하게 되고 온도는 약간 떨어진다. 이 과정에서 맨틀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물질은 열을 가해 온도를 증가시켜도 녹지만 압력이 떨어져 녹는점이 낮아져도 녹는다. 맨틀이 상승하여 압력이 낮아져 녹는점이 낮아지면 맨틀은 녹을 수 있다. 감람암처럼 여러 혼합물로 이루어진 암석은 녹는 점이 한 포인트가 아니라 녹기 시작하는 온도(고상선; 固相線; solidus line)에서 완전히 녹는 온도(액상선; 液相線; liquidus line)까지로 스펙트럼이 넓다.


얼음은 1기압의 경우 0도라는 한 포인트에서 완전히 녹지만 감람암은 놓인 압력에 따라 녹기 시작하는 온도와 완전히 녹는 온도가 다르다. 감람암은 고상선에서 녹기 시작해 부분 용융 정도가 증가하다가 액상선에 다다르면 완전히 녹는다. 감람암은 완전히 녹기 전에는 아직 녹지 않은 잔류 감람암의 조성이 계속 변해간다. 감람암이 부분 용융되어 나온 액체 즉 마그마는 대체로 현무암의 조성에 가깝다. 현무암은 바로 감람암이 부분 용융되어 나온 암석이다. 중앙해령의 중심축 가까이에서 상승하는 맨틀이 가장 큰 압력 변화를 겪고 중심축에서 멀어질수록 압력변화를 덜 겪는다. 상승하는 맨틀이 특정 깊이 이상 상승하면 낮아진 압력 때문에 고상선을 통과한다. 맨틀이 상승하면서 고상선을 통과하면 부분적으로 용융하다가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지판과 평행하게 옆으로 흐르면서 부분 용융을 멈춘다. 


중앙해령 아래에서 상승하는 맨틀은 액상선에 도달할 정도의 압력까지 충분히 상승하지 못한다. 감람암에서 부분 용융되어 나온 마그마는 현무암의 조성을 나타낸다. 해양지각이 현무암 조성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해양지각은 다양한 부분 용융 마그마들이 혼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란 사실이다. 중앙해령 아래에서 마그마들이 섞이고 분출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분화를 거친다. 마그마는 녹아 나온 순간부터 식기 시작한다. 온도가 떨어지면 광물들이 정출되고 이 광물들은 중력의 힘으로 마그마에서부터 분리되어 가라앉는다. 감람석과 사장석 같은 광물은 쉬지 않고 정출되면서 가라앉거나 떠올라 마그마의 조성을 변화시킨다. 감람석에는 마그네슘 성분이 많기 때문에 감람석이 계속 정출되면 마그네슘 성분은 낮아진다. 


마그네슘이 줄어드는 방향은 온도가 낮아지는 방향이기도 하다. 즉 마그네슘의 함량이 높은 마그마가 상대적으로 낮은 마그마에 비해 온도가 높다. 감람석과 사장석에는 나트륨과 철의 함량이 낮기 때문에 마그마의 온도가 계속 낮아지면 나트륨과 철의 함량은 높아진다. 중앙해령 구간에 온도차가 있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맨틀이 부풀어올라 수심이 얕아진다. 수심이 깊으면 그 아래 차가운 맨틀이 분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수심이 얕으면 뜨거운 맨틀이 분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앙해령에서 형성되는 해양지각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바다가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다는 의미는 해양지각이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한다는 의미다.(71 페이지) 지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양지각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해양지각의 평균 두께는 5km 정도이며 두꺼운 곳도 10km를 넘기지 않는다. 해양지각의 두께 변이는 생성 당시 맨틀의 온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해양 지각을 형성한 맨틀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녹는 양이 많아지고 녹는 양이 많을 때 두꺼운 지각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대륙 지각의 두께가 100km인 것을 감안하면 해양 지각의 두께는 전체적으로 얇은 편이다. 해양지각은 지구 표면을 아주 넓고 얇게 덮고 있는 셈이다. 해양지각은 대개 3개 층으로 구성될 정도로 단순하다. 분출 현무암, 판상의 암맥층, 반려암의 층으로 구성된다. 해양지각이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지진파 탐사 결과 알게 된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각 층이 분출암, 암맥층, 반려암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육상에 노출된 해양지각의 조각인 오피올라이트를 통해서다. 


지구의 역사에서 있었던 수많은 지각 변동 과정에서 해양지각의 일부가 육상으로 올라온 결과물이 오피올라이트다. 오피올라이트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과거의 해양지각 조각과 현재의 해양 지각이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앙해령에서 해양지각 형성이 매우 장구한 시간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분출 현무암은 급격해 냉각되어 표면이 유리질이며 유리질 안의 결정도 입자가 매우 작다. 현무암 아래의 암맥층은 여러 개의 판을 평행하게 붙여놓은 형세다. 이 암맥층은 분출암과 달리 지표로 분출된 암석이 아니고 올라가는 도중 천천히 냉각된 것이어서 광물들의 크기가 분출암에 비해 크다. 심도가 깊을수록 천천히 식기 때문에 아래로 내려갈수록 입자의 크기가 커진다. 암맥층이 암석판을 켜켜이 세워 붙여놓은 형태를 보이는 것은 중앙해령의 확장 때문이다.


해령의 중심축이 벌어지면서 그 틈으로 마그마가 관입을 하기 때문에 단위가 판상의 형태를 띤다. 해양지각의 최하층인 반려암은 현무암질 마그마가 천천히 굳은 것이다. 반려암층은 전체 해양 지각의 2/3를 차지한다. 중앙해령은 열수(熱水)를 분출한다. 열수는 중앙해령 주변 해양 지각의 쪼개진 틈을 침투해 순환하던 해수가 마그마의 열기에 의해 가열되어 끓어오른 것이다. 열수는 열수 생물들에게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열수 생물을 생명의 기원으로 추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초창기 지구가 열수 환경과 유사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앙해령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지구의 온도 조절 기능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중앙해령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지판은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섭입대를 통해 지구 내부로 돌아온다. 


판구조론은 고체 지구의 거대한 순환에 대한 이론이다. 섭입대에서 지판이 지구 내부로 소멸한다는 증거는 수도 없이 많다. 거시적 증거 중 하나는 섭입대의 중력이 지구의 다른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는 것이다. 섭입대에 강력한 하강 기류가 있음을 의미한다. 무언가 이곳에서 가라앉고 있다는 의미다. 지진도 증거 중 하나다. 해구에서 멀어질수록 지진이 일어나는 깊이가 깊어진다. 지판은 중심축에서 멀어질수록 식어가며 점점 두꺼워지고 해양 지각 위의 퇴적층도 두꺼워진다. 해양 지각은 열수작용에 의해 공급된 상당양의 수분을 머금고 있다. 특정 깊이에 다다르면 주변 압력에 의해 이 수분은 주변 맨틀로 뿜어져 나온다. 


이 수분에 의해 주변 맨틀의 녹는점이 낮아져 마그마가 대량 형성되고 이 마그마가 상승하여 섭입되는 아래 지판 위에 놓인 윗 지판을 뚫고 화산으로 분출된다. 이와 같은 과정으로 형성되는 일련의 화산 활동을 호상열도 화산이라 한다. 수분 함량이 낮은 맨틀에서 형성된 중앙해령 현무암은 수분 함량이 낮은 반면 물의 추가적 공급이 결정적 작용을 하는 호상열도 화산암에는 물이 풍부하다. 이것이 중앙해령 현무암이 조용히 분출되는데 반해 호상열도 화산암은 강력하게 폭발하는 이유이다. 중앙해령 현무암과 호상열도 화산암은 화학 조성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호상열도 화산암은 대륙지각과 유사한 성분을 나타낸다. 


이는 대륙지각이 호상열도 암석이 형성되는 것과 유사한 메커니즘을 통해 형성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판구조론에서 다루는 많은 현상들이 지구의 최상부층에 주로 분포한다고 해서 판구조가 지구 내부의 운동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지판의 상승은 맨틀 상부에서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지구과학자들은 지판은 호상열도 화산활동을 일으킨 후에도 계속 지구 내부로 하강하여 맨틀과 핵의 경계에까지 다다른다고 생각한다. 맨틀 플룸은 중앙해령과 호상열도 – 배호(背弧)분지 화산활동과 독립되어 나타나는, 지판 내부의 화산활동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맨틀의 상승 운동이다. 


맨틀 플룸은 열점(hot spot)이라고도 불린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지판 아래 맨틀의 어떤 고정점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맨틀 상승을 의미한다. 지판 내부의 화산활동 중 가장 유명한 예가 하와이 섬들이다. 화산섬들이 지판의 이동 방향과 평행하게 배열되어 있다. 지판은 계속 움직이는 데 비해 맨틀 플룸은 상대적으로 고정된 장소에 자리하고 있어서 지판이 이동해도 같은 자리에서 화산활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맨틀 플룸에 의한 화산활동은 중앙해령에서의 화산활동, 호상열도 화산활동에 이은 세 번째 타입의 화산활동이다.


1) 중앙해령에서의 화산활동 즉 해양지각의 형성과정에서 일어나는 화산활동은 지판의 이동에 따른 연약권 맨틀의 수동적 상승에 의해 수반되는 압력 강하에 의한 부분 용융 때문에 일어난다. 2) 섭입대의 호상열도 화산활동은 섭입 지판에서 주변 맨틀로 물이 공급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부분 용융에 의해 일어난다. 3) 맨틀 플룸에 의한 화산활동 즉 맨틀의 부분 용융과 마그마 생성은 부력에 의한 맨틀의 상승 즉 맨틀의 능동적 상승에 의한 압력 강하로 인해 일어난다. 


670km 깊이를 경계로 맨틀의 밀도가 불연속적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맨틀도 깊어질수록 밀도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670km가 문제인 것은 맨틀의 주 구성 광물인 감람석 계열의 광물이(이 깊이 직전에는 링우다이트라는 광물로 존재) 페르보스카이트라는 밀도가 매우 높은 광물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이 깊이를 경계로 맨틀의 물리적 성질이 달라진다. 이 깊이를 기준으로 윗부분은 상부 맨틀, 아랫부분은 하부 맨틀이라 한다. 현무암이 변성되어 만들어지는 에클로자이트는 하부 맨틀에서도 계속 하강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섭입 지판이 지구 심부로 내려가 맨틀 플룸과 함께 다시 지상으로 돌아온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판 내부에서 분출된 화산암을 분석해보면 지판을 구성하는 부분들에서 기원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판구조론은 맨틀 순환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맨틀의 순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맨틀의 화학적 과정과 물리적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맨틀의 순환을 연구하는 전문 분야를 화학동력학(Chemical Geodynamics)이라 한다. 판이 이동하면서 대륙이 이동하고 대륙의 위치가 변하면 해류가 변하고 지구가 태양빛을 반사하는 패턴이 변하며 이에 수반하여 기후가 변하고 생물들이 진화하고 변화한다. 


대륙은 약 2억 5천만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이 여러 개의 대륙이 아닌 판게아라는 하나의 대륙으로 뭉쳐 있었다. 북반구에 로라시아 대륙이 위치 했고 남반구에 곤드와나 대륙이 자리했다. 아직 많은 논란이 있지만 곤드와나 대륙이 쪼개진 것은 맨틀 플룸의 힘이라고 주장한다. 맨틀 플룸이 상승하면서 대륙 하부를 때려 균열을 일으켜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판게아가 하나의 대륙이었다면 대양 역시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 거대한 바다 이름이 판달랏사였다. 태평양의 전신이다.


보이지 않는 고체 지구의 거대한 순환이 우리 삶의 조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흥미롭게도 남북극에 중앙해령이 다수 분포한다. 열수 분출구는 해저의 간헐천 또는 온천과 같다. 지각판이 벌어지는 중앙 해령을 따라 마그마가 상승하고 식어서 새로운 지각과 화산 산맥을 형성한다. 해수는 지각 깊숙이 순환하며 뜨거운 마그마에 의해 과열된다. 압력이 높아지고 해수가 따뜻해지면 미네랄을 용해하고 지각 표면으로 상승하기 시작한다.


미네랄이 풍부한 뜨거운 물이 해양 지각을 빠져나와 위의 차가운 해수와 섞인다. 분출구 미네랄이 식어서 미네랄 침전물로 굳으면서 다양한 유형의 열수 분출구 구조를 형성한다. 맨틀은 직접 채취가 어렵기 때문에 주로 중앙해령에서 암석을 채취하여 분석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연구한다. 저자는 대기나 해양의 순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과되고 있는 고체 지구의 순환에 대한 심도 연구가 없다면 지구 환경 이해의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될 것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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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전쯤 나온 이은희의 엄마 생물학은 세 아이의 엄마인 저자 자신의 임신, 출산 경험을 하나의 기둥으로 삼아 논문과 책의 정보와 융화시켜 쓴 책이(라고 한). ‘그 책을 읽으면 어떤 생생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읽을 책이 많아 후일을 기약한다. 하라하라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그의 책 가운데 내가 읽은 것은 하리하라의 눈 이야기단 한 권이니 언젠가 그의 다른 책을 읽기로 한다면 흥미진진할 것으로 기대되는 엄마 생물학1순위이다


    안과전문의인 이창목의 내 눈이 우주입니다도 읽고 생물학 전공자인 이은희의 하라하라의 눈 이야기와 비교해보고 싶다. 눈에 대한 책과 지구과학 책에 모두 나오는 인물이 영국의 물리학자 로드 레일리(Lord Rayleigh; 1842 - 1919). 그는 지진의 표면파, 레일리 산란(散亂) 현상을 발견한 인물이다. 이 부분에서 생각나는 글이 과거에 소리와 색은 비교 불가능한 대상이었지만 파동(波動)의 개념이 확립되면서 소리와 색은 파동의 상이한 종류로 파악되기 시작했다. 이질적 존재들이 기저 공간에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이런 공통의 척도가 요청된다.”란 글(이정우 지음 인간의 얼굴‘ 289 페이지)이다.지진파도 파()고 레일리 산란 역시 파()인 빛의 산란이다.


    물리학자 서민아 교수의 빛이 매혹이 될 때에서도 로드 레일리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아보기 위해 몇 년만에 책을 다시 뒤졌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 대신(?) ‘양자화(量子化)된 세계의 단면을 떠올리게 하는 그랜드 캐니언이란 내용을 만났다


    저자는 콜로라도 강의 급류가 깎아낸 불연속적 계단 모양이 양자화된 세계의 단면을 떠올리게 하지만 너무 험준해 인간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을 듯 하고 그곳을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는 존재는 빛이 유일하지 않을까?란 말을 한다. 그랜드 캐니언에 가고 싶지만 역시 책으로 대신해야 하리라. 양승훈의 그랜드 캐니언 정말 노아 홍수 때 생겼을까?‘를 마저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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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이공계 연구원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개설한 바 있다.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졌던 자연과학과 공학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느끼는 한편 연구원들의 창의적 상상력 계발과 정서 함양을 위해 충남대학교 인문대학과 공동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이공계쪽 사람이 아니지만 지질공원해설사인 관계로 자연과학자들의 강의를 듣거나 관련 책을 자주 접하는 편이다. 자주(frequently)는 아니고 자연과학자들의 설명이 좀 더 정교해지고 인문학적 비유도 세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내가 공부에 많은 부분 도움을 받은 이정우 교수님은 학부에서 섬유고분자 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릴레오 비교 연구로 석사 학위를, 푸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분이다. 내 글쓰기의 기본은 이분의 이력으로부터 시사를 많이 얻은 바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글도 내게 많은 지향점이 되었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학문과 생애를 다룬 리처드 요크의‘과학과 휴머니즘‘에 이런 글이 있다. 읽고 쓰는 능력은 기호적 표상을 이해하는 뇌, 예리한 눈, 그리고 솜씨 좋은 손 등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들 특성 중 어느 하나도 읽기와 쓰기를 위해 진화하지 않았다. 그것은 겨우 수천년 전에 출현한 능력이며 인구의 상당 부분에 걸쳐 널리 사용된 것은 100년 남짓에 불과하다.“ 


    리처드 요크가 말한 요건들(기호적 표상을 이해하는 뇌, 예리한 눈, 그리고 솜씨 좋은 손)은 필요 조건이고 충분 조건은 분야를 넘나드는 다독(多讀)이다. 다독해야 할 부분은 좁게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이고, 넓게는 천문학, 물리학, 지구과학, 생물학, 역사, 사회학, 지리, 문학 등이다. 단 무분별에 가까운 독서 시대를 지났기에 분야를 좁혀 고전역학 & 양자역학, 지구과학, 생명과학, 철학, 역사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리처드 요크가 정리한 바에 따르면 굴드는 과학과 인문학이 모두 위대한 전통이며 각기 독립적인 영역을 갖지만 경계를 접하고 서로 보완해 준다고 말했다. 어제 더칼럼니스트 사이트에 내 글‘창백한 푸른 점 지구에 색(色) 역사가 있다’가 실렸다. 자연 칼럼니스트란 이름으로 올린 첫 글이다. 자연이란 말은 워낙 역사적 의미가 담긴 말이지만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의 저자 트리스탄 굴리로부터 영향을 받은 결과 채택한 이름이다. 


    세계적인 탐험가인 굴리는 자연에서 얻은 단서들을 활용해 길을 찾아나가는 자연항법(natural navigator)전문가다. 내게 부족한 점은 자연에서 단서를 얻는 것이기에 나는 그런 점을 지향하고 배우고자 자연 칼럼니스트란 이름을 설정했다. 다행히 어제 오른 글에 대해 호평이 넘쳐 기쁜 한편 새로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지구과학 전공자들께서 날카로운(전문가적 시각으로) 평으로 내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창백한 푸른 점 이전 지구가 보였던 색(色)에 초점을 맞춘 것이 기발하거나 탁월하거나 감동적이라는 평들이 그것이다. 모두 감사하다. 다시 신발끈을 단단히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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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과 자연을 아우르는 지질해설사라고 자부해 왔지만 지질 글 연재 청을 받고 전공자가 아닌데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하루만에 쓰겠다고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지 20여일만에 완성해 어제 송고했다. 오늘 편집을 거쳐 글이 게시되었다. 제목은 ‘창백한 푸른 점 지구에 색(色) 역사가 있다‘다. 나에게 지질을 가르쳐 주시는 지구과학자 이 교수님, 지질 전공의 지질해설사 박 선생님을 비롯 많은 분들께서 호평을 해주셨다. 


    이 교수님은 “정말 훌륭하고 멋진 글입니다. 딱딱한 전문용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저에게 긴 지구의 역사를 파노마라차럼 색이라는 주제로 표현해 주시니 정말 감동입니다. 일반 대중은 물론 지구과학교육자들도 큰 도전을 받을 글입니다. 장구한 시간을 거쳐 오늘의 지구 모습으로 변천해온 지구의 세계를 대중에게 소개해 주심에 다시 한 번 더 감사드립니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이 말씀에 나의 글의 성격과 위상, 의미 등이 모두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생태를 전공한 한 분께서는 ”제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 깊은 피드백은 어렵지만 색상으로 이야기를 푸셔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일 수 있을 듯 합니다. 다만 시리즈로 발간이 된다면 간단한 주제설명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한번 잡아주셔도 좋을것 같습니다.“란 피드백을 주셨다. 나 역시 어떤 성격의 글을 쓸지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지질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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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오(深奧)한 앎, 부박(浮薄)한 삶‘(철학자 김영민 교수의 표현)란 말은 경쾌하면서 깊이감이 있다. 각각 이론과 실천을 상징하며 대비되는 앎과 삶이란 단어를 배치했을뿐 아니라 앎은 심오하고 삶은 부박하다니 깊이와 경쾌함은 더욱 그렇다. 위의 지적 놀이는 감람암(橄欖巖)처럼 세 음소가 모두 ㅏ음이 있고 ㅁ받침이 있는 단어를 음미하는 나의 놀이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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