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맞추다 - 딱 하나뿐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
김미나 지음 / 특별한서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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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서재 출판사에서 출간된 두 번째 책인 김미나작가님이 쓰신 ‘딱 하나뿐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
「눈을 맞추다」를 읽어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소설, 그 것도 국내소설을 즐겨봤기에 그외 에세이, 산문, 시는 잘 보지 않아서 어떤 느낌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특별한서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기에 가볍게 읽어보려고 구매했더니 만년필과 눈을 맞추다에 실린 일러스트 엽서를 같이 주더군요.
특별한 너와 나 : 대체불가한 것의 품격
특별한 인생 : 삶을 헤아리는 방법
특별한 존재 : 관계의 본질
특별한 서재 : 나의 벗, 그리고 나의 스승
이렇게 4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길지는 않지만 읽어보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구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예쁜 일러스트들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김미나작가님, 고맙습니다.

일 년 삼백육십오 일 중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날이 이틀이 있습니다. 하나가 ‘어제‘이고 또 다른 하나가 ‘내일‘입니다.
그러니까 오늘이야말로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웃고, 마음껏 읽고, 마음껏 보고, 마음껏 살기에 딱 적당한 날입니다. - 특별한 인생 중 딱, 오늘 하루-

일본에서는 금이 가거나 깨진 도자기를 수리할 때 종종 금을 사용해서 그 흔적을 그대로 남긴다고 합니다. 그 흔적마저 그 도자기가 걸어온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언제 깨진 적이 있었냐는 듯 부서진 자국을 감쪽같이 지우느라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겨진 흠은 흠이 아니라 나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반짝이는 나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너와 나 중 반짝이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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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17년도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네요.
추석 연휴가 있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책을 빨리 읽게 된 것 같아요.
11월에는 이현수, 김선영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과
최은미작가님의 첫 장편, 박사랑작가님의 첫 소설집과 4.3제주평화문학상을 수상하신 손원평작가님의 작품들을 읽어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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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흑발 민음의 시 239
김이듬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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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1년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던 김이듬시인의 첫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에 교보문고에서 구매하여 읽었는 데 아마 무언가를 먹으면서 읽어서 책에 음식물이 묻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것이 아닌 게 천만다행입니다.)
그래서 김이듬시인이 시인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었는 데 이번에 민음의 시 239번째 「표류하는 흑발」로 시집을 내셔서 훑어보게 되었습니다.
「표류하는 흑발」이라는 제목만 보고 뭐랄까 멋진 구절이 가득하지 않을 까 생각을 했었는 데 예술가적이며 이국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유월인데 로스엔젤레스에 폭설이 내렸다‘(각얼음)
‘몽트뢰유에 있는 한식당 테라스에서 우리는 아래를 보고 있었다‘, ‘구석에는 튀니지에서 온 이민자가 기타를 치고 있었다‘(행복한 음악)
‘마다가스카르 섬에서는 Taratantara가 역사로 번역되더라도‘(딴따라)
같은 구절도 인상적이지만 MBC 복면가왕을 보고 쓰신 것 같은 (복면을 쓰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에 이 시집에서 손으로 쓴 시는 JTBC 한끼줍쇼가 언급되는 (여기 사람 아니죠)라는 시입니다.
사실 한끼줍쇼가 언급되어서만은 아니고 다른 시들을 보다가 택시 기사가 ‘여기 사람 아니죠?‘라고 묻는 것이 계속 머리 속에 남아서 이 시를 손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어디서 왔어요?/외투를 벗으라 하며 미용사가 물었다‘
구절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쓰며 재작년 여름에 MBC에서 맨도롱또똣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할 당시에 머리를 깍기 위해 경사진 곳에 위치하던 옆동네 미용실까지 가서 땀을 뻘뻘 흘리며 눈을 질끈 감으며 마치 인상을 쓰는 듯한 표정으로 머리 깍는 것에 임하던 제 모습을 보며 ‘어디서 왔어요?‘라고 물어보던 미용사가 생각이 났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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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벽에 붙어 잤다 민음의 시 238
최지인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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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제 또래들이 번듯한 직장에 다니거나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자신만의 성과물을 내는 것이 잘 상상가지 않았는 데 점점 제 또래들이 정직원으로 회사에 다니거나 결혼을 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것을 아주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 보게 됩니다. 어쩌면 그 만큼 시간이 많이 지났기도 해서 그것은 아주 당연한 거겠지만 말입니다.
민음의 시 238번째 주자인 최지인시인도 그렇습니다.
첫 시집인 「나는 벽에 붙어 잤다」라고 하는 데 처음에 훑어볼 때에는 「나는 벽에 붙어 잤다」라는 제목이 (이후)라는 시에서 ‘너와 나는 하루씩 번갈아 가며 벽 쪽에 누워서 잤다‘라는 구절에서 온 것인 줄 알았으나 해설을 읽고 다시 보니 (비정규)라는 시에서 왔더군요.
이 시에서는 아버지는 가양동 현장에서 일하셨다/오함마로 벽을 부수는 일 따위를 하셨다/세상에는 벽이 많았고/아버지는 쉴 틈이 없었다 ••••••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잠잘 때 조금만 움직이면/아버지 살이 닿았다/나는 벽에 붙어 잤다라는 구절을 눈으로 보며 어렸을 적 세상에 집을 옮기는 사람들이 많아 쉴 틈이 없이 이삿집 현장일을 하시던 아버지와 둘이 살았던 기억이 되살아나더군요. 아버지가 늦게까지 집에 돌아 오지 않아 오실 때까지 오셔서 잠이 들때까지 잠을 자지 않아 매번 지각하는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대학에서 극작을 전공하셔서 그런지 (기이한 버릇을 가진 잠과 앙상한 C씨) 같은 시들이 인상깊었고
(리얼리스트), (인간의 시), (이력서) 같이 청년들의 불안한 현실을 보여주는 시들도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이번에 손으로 쓴 시도 불안한 현실과 희망적이 않는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데 바로 (한 치 앞)이라는 시입니다.
이 시에서는 아내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잖아 나/그만둘까 해‘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젊은 남편이 등장하는 데요.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면/아낄 수 있는 교통비로
집에 쌓인 책들은 박스에 담고/어떤 책은 넣었다 빼기도 하며//가늠해 본다라며
재계약을 앞두고/별의 별 생각을 하는 남편이
네가 좋아하는/카레 해 뒀어라고 하는 구절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쓰며 입술으로 중얼거리며 현실 속에서도 아등바등거리며 살아가는 청년들, 그들 중 하나인 제 모습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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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03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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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시인의 이름은 익히 들어서 시인이라는 것과 인지도가 매우 높은 시인이라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이병률시인의 작품을 접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9월에 출간된 신작 시집이자 5번째 시집인 「바다는 잘 있습니다」의 제목만 봤을 때 그동안 접했었던 시집에 실렸던 시들 보다 뭔가 부드럽고 따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는 데 훑어보니 예감이 확신이 되었습니다.
시집을 시집에 실린 시를 평소에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시집을 읽고 리뷰하시는 북플친구들처럼 멋지고 훌륭한 리뷰를 쓰지는 못하지만 (소설을 읽고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쓰면서 이때 이런 책을 읽었구나 하며 추억할 수 있어서 묵묵히 꾸준하게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바다는 잘 있습니다」에 실린 시 제목들만 봐도 따뜻한 느낌이 가득한 것 같아요.
(그 사람은 여기 없습니다), (왜 그렇게 말할까요), (사람의 자리), (사는 미안하고 잘못뿐인 것 같아서)같은 단순히 제목만 봤을 때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는 데 시어들도 따뜻한 느낌이 가득하네요.
제일 처음에 실린 (살림)만 봐도
오늘도 새벽에 들어왔습니다/일일히 별들을 둘러보고 오느라구요 •••••• 오늘은 별을 두 개 묻었고/별을 두 개 캐냈다고 적어두려 합니다
같은 시어를 눈으로 보며 시집 제목 「바다는 잘 있습니다」의 모티브가 된 (이별의 원심력)에서도 따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더군요.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대해/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당신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거짓이/세상을 덮어버릴까 두려워서입니다 •••••• 눈보라가 칩니다/바다는 잘 있습니다/우리는 혼자만이 혼자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것입니다
(이별의 원심력)이라는 제목에 맞게 이별을 이야기하지만 순전히 제가 이 시를 눈으로 볼 때는 그 것마저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가득하네요.
그래서 이병률시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데 시를 어떨 때 쓰시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제 물음에 답하시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독자분들이 저와 같은 질문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그 질문에 대한 시가 있더군요. 바로 제가 이번에 손으로 쓰게 된 (시를 어떨 때 쓰느냐 물으시면)입니다.
시는 쓰려고 앉아 있거나 오로지 시를 생각할 때만 쓸 수 있거나 단순히 조용하기만 해서는 시가 써지지 않고 고양이가 창문 밖으로 휙 하니 지나가거나 냉장고가 용도를 멈추거나 저녁 바람이 몇 단으로 가격할 때 그때
멀거니 멈추거나 흘린 것을 감아올리고 그것을 움푹한 처소에 담아둘 때 그때 시를 쓰는 시인의 모습이 바로 제 눈 앞에 나타나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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