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퍼 - 제14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탁경은 지음 / 사계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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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출판사에서 출간이 되었던 흥미진진한 고명섭작가님의「미궁: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 제목과 다른 느낌을 주었던 진희작가님의 「첫눈이 내려」, 제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품집 「안녕, 베타」그리고 2권으로 구성된 이금이작가님의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와 바로 앞에 읽었던 김영주작가님의 「Z캠프」까지 읽었는 데 드디어 사계절문학상 대상수상작 탁경은작가님의 「싸이퍼」를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을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고 제목만 들어봐서 실감이 잘 안나기도 하는 데, 올해가 벌써 14번째.... 그런데 대상수상작가는 이번회까지 겨우 9명(사실, 1회도 수상작품이 있었는 데 대상이 아니고 우수상이었다는... 작년 여름에 대상수상작가들이 단편을 하나씩 써서 사계절 1318문고 100번째 기념 소설집 「세븐틴, 세븐틴」을 출간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밖에 되지 않아 치열하다는 생각이 들었는 데 14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싸이퍼」는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요즘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최근 방영되고 있는 「힙합의 민족」까지 대세가 힙합이라 할 정도로 힙합을 사랑하고 힙합으로 살아남으려고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데요. 솔직하게 말해 제가 일하는 직종에 허슬(Hustle)하는 MC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힙합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가끔씩 비속어나 거친가사가 많은 힙합장르의 곡들을 들으면 저도 모르게 신경쓰이고 거슬렸어요.(다른 곳과 다르게 매장 BGM 재생방식이 매우 수동적이서 새로 신곡이 나올때마다 하나씩 다운로드하여 추가하는 방식이라 노래를 들어보지 않고 소울리버처럼 인지도가 많은 가수의 곡 위주로 다운로드해서 힙합장르의 곡들이 꽤 들어있습니다.) 이런 말을 Weird Boy인 도건과 제이제이로 불리는 정혁의 앞에서 이야기했다가는 쌍욕과 함께 꽃미남이지만 손이 매운 대진이에게 뒤통수를 맞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었어요. 힙합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서 읽는 내내 저도 모르게 이들의 대사(힙합을 사링하고 힙합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니 당연하지만)에서 리듬이 느껴지더군요.
저라면 힙합을 사랑하고 힙합으로 살아갈 자신은 회사에서 일하는 엑스나 치킨집에서 닭을 튀기는 넥타와 같이 없을 것 같지만 조금씩 좋아할 수는 있을겁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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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 캠프 사계절 1318 문고 106
김영주 지음 / 사계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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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뒷표지가 너무 섬뜩하여 과연 청소년들이 읽기에 너무 자극적이지 않을까했던 김영주작가님의 「Z캠프」를 읽어보니 솔직히 Z바이러스에 걸려 눈 앞이 캄캄하고 침을 질질 흘리고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성을 잃으면 상대방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이른바 좀비병에 걸린 아이들이 나와서 조금은 잔혹하기도 했지만 민선이가 지겹고 귀찮아서 자신을 좋아해주는 정현에게 슬쩍말하는 도담, 도담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라면 즉, 도담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고 실제로 민선이를 집단따돌림시키기 위해 자신의 패거리에 들고 싶어하는 민선의 단짝이었던 다은이를 이용하는 정현, 정현의 패거리에 들어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뻐하여 기꺼이 단짝인 민선이를 은밀하게 괴롭히는 다은이, 그런 다은이 못마땅하면서도 담임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민선이 마음에 들지 않아 민선을 괴롭히는 규리, 민선을 향한 규리의 독설이나 욕에 즐거워하며 같이 민선을 욕하고 괴롭히는 태은과 혜진, 도담을 위해 민선이를 괴롭히는 정현이를 잘 아는 정현의 이종사촌 유택, 그리고 괴롭힘을 당하던 민선이를 도와주지 않고 방관하고 외면해버리는 같은 반 친구들 속에 철저하게 혼자였던 민선이 창밖으로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자 부랴부랴 사태를 수습하려고 관련 아이들을 추궁하는 담임교사나, 아무도 없는 섬으로 민선과 관련된 아이들을 화해캠프라는 이름으로 격리시키는 학교이사장등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솔직히 좀비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하려는 양념같고 정말 작가님이 이야기하려는 것은 집단따돌림을 시키고 그 것을 방관하는 아이들과 묵인하는 어른들을 꼬집고, 더 나아가 지금 흉흉한 사회를 만들어버리고 그 것을 방관하고 묵인하는 존재들을 향해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았을 까, 한 때 집단따돌림을 겪어본 제가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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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
금태현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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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블로그에서「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의 표지를 골라달라는 글을 보았을 때 제 개인적인 생각은 이 표지가 아닌 야자수가 있는 노란색 표지였는 데 이 표지가 선택되어 출간되었습니다.
`망고스퀘어`가 필리핀 세부시티에 있는 유흥가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었고 주인공인 코피노출신 하퍼 김(Harper Kim)은 그 곳에서 화려한 볼거리에 정신이 팔려있는 관광객들의 지갑 속의 돈을 훔치거나 주로 우스꽝스러운 무언 가에 실패하는 동영상을 출처밝히지 않고 동의없이 훔쳐 유투브에 올려 돈을 벌고 있고 한국인 아버지는 죽었으며 필리핀 어머니는 일본에 나이많은 경매일을 하여 돈을 벌었던 노인과 재혼하여 살고 있어 하퍼 곁에 있는 사람들은 같이 관광객들의 지갑 속 돈을 훔치던 아이들과 손해보고 못 사는 속물에다 계산적인 JTV의 박사장과 하숙을 하는 열 살 연상의 누나뿐입니다.
그런데, 박사장이 하퍼의 약점을 이용하여 도망친 베렌을 잡아오라고 하여 베렌의 집이 있는 막탈리사이까지 가서 베렌의 엄마를 만났으나 만나지 못하고 메시지로 베렌과 연락하여 하퍼의 엄마가 살고 있는 일본으로 도피를 하게 되고 하퍼의 엄마와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뻘인 새아버지, 나중에 오게 된 베렌과 잠시 머무르면서 처음에는 박사장의 명령으로 베렌을 알게되고 잡아서 박사장에게 가려고 했으나 어느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되어 베렌에게 킨린꼬 앞에서 사꾸라 우산을 주며 프러포즈를 하는 상상도 하고 나중에 「Marry Me」라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서 프러포즈를 하려고 연습을 하는 등 베렌과 하퍼의 앞날이 밝을 것 같은 데 박사장같은 사람도 있고 베렌이 마지막으로 만난 손님과 좋지 않게 엮이는 등 뜻대로 잘 되지 않는 데요. 사실, 제가 사랑을 해보지 않아(못해본거겠지만)서 이렇게 사랑에 빠질 수도 있을 까 싶은 마음이 드는 데 저도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고 또 프러포즈를 하려 춤 연습을 하거나 프러포즈를 상상하고 마침내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프러포즈를 하고 결혼을 하여 함께 살 수도 있겠지요.
저도 제 인생에서 잘못 불리지 않고 정말 제 이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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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박사의 오류
김연경 지음 / 강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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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작가님의 소설집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몇년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봤다가 읽어보지도 않고 반납했던 기억이 나는 데, 김연경작가님은 고양이를 좋아하시나봅니다. 고양이를 닮으셨고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첫소설집인「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과 장편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을 펴내셨고 이번에 읽은 「내아내의 모든 것」이후 무려 11년 만의 소설집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의 표지에도 고양이가 쥐와 보름달이 뜨는 밤에 체스를 두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읽기 전에 다른 분들이 썼던 김연경작가님의 작품 리뷰를 보니 매우 철학적이고 난해했다는 평을 들어서 이 작품도 그렇지 않을 까 했었는 데, 철학적이긴 해도 난해하지는 않아서 읽기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 소설집엔 총 8편이 실렸는 데 1부에 실린 4편은 김연경작가님이 아이를 낳은 2011년 이후에 썼거나 발표했고 2부는 그 이전에 발표했던 작품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데, 부산에서 자라셔서 그런지 영도다리와 영락공원(섬), 부전역과 부전시장(`훈이네복덕방` 아줌마는 손이 컸다)이 소설 속에 나오니 더 친숙하게 다가왔습니다.
표제작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의 교수임용의 압박 속에 죽고 싶어도 쉽게 죽지 못하는 세상에 정말로 죽어버린 시간강사 최승휴나, 주5일 근무지만 상사의 경조사나 외국바이어의 방문에 일주일 내내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영업사원(우연론과 인과론)처럼 현실이나 소설이나 암울한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주로 많습니다만, 어디에도 속하지도 못하고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이른바 깍뚜기라는 별명을 끝내 벗어나지 못한 막내 이정애(깍뚜기)나 집에서 기르던 돼지 꿀꿀이를 잡아먹었다는 충격으로 구토를 달고 사는 민영(구토 혹은 청춘의 기록)과 시체를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트림을 하고 입에 토사물이 흘러나오는 시체의 얼굴을 본 이후 자신의 배를 꾹꾹 눌러 트림을 하는 악몽을 꾸는 동훈(아지랑이)이 각각 병원에 입원하고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일종의 트라우마가 해소되는 모습들도 있어서 읽는 내내 씁쓸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해주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소설이라 허구의 이야기겠지만 정말로 부전시장에 `성득상회`나 `뭉치슈퍼`, `익돌이피아노`에서 `예쁘제머리방`으로 바뀐 그 장소(`훈이네복덕방` 아줌마는 손이 컸다)가 실제로 있는 지 가보고 싶어요.
만약에 정말로 있으면 `성득상회`나 `뭉치슈퍼`에 있을 `훈이네복덕방` 아줌마가 남기고 간 검은색 소파에 아주 오래 앉아 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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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5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불운과 친해지는 법
방현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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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읽었던 김이은작가님의 「11:59PM 밤의 시간」과 같이 「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에 연재를 하셨던 방현희작가님의 「불운과 친해지는 법」은 앞에 읽었던 「11:59PM 밤의 시간」과는 표지부터 사뭇 다른 밝은 소설이 되지 않을 까 싶었는 데 읽어 보니 밝으면서도 제각각 사연이 있는 인물들이 형진이 세를 놓은 사과나무가 있는 집에 같이 살면서 서로에게 엮이게 되는 이야기더군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아들 형진에게 잔소리를 퍼붓던 엄마 또한 세상을 떠나며 사과나무가 있는 집을 남겨 주신 것과 동시에 친구처럼 가족처럼 지내던 장씨아저씨와의 의문을 남겨 줬는 데 그 의문을 알고 싶지도 않고 그 의문이 풀려남으로 알게 되는 진실에 대해서도 알고 싶지도 않은 형진이 혼자 있는 집에 세를 놓아 대기업에 다니는 언니 혜진과 경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는 동생 수진, 안정적이지 않은 계약직인 민규와 자유로운 영혼의 음악하는 정우, 그리고 수의사이지만 어딘가 안정적이지 않은 호준과 같이 딸려온 아픈 기억이 있는 고양이 3마리 슈레, 딩거, 까망이. 사실, 저는 표지에서 봤을 때 7명이길래 다 읽으면서도 조금 의아해했는 데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알겠더군요. 호준에게 딸려온 또 하나의 존재를...
저도 지금, 호준처럼 밥과 맛있는 요리를 주지는 않지만 여러 사람과 한 곳에서 살고 있는 중인데 같이 엮이면서 위로해주고 웃겨주고 같이 있어 힘이 되고 애정이 생기는 이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형진에게 찾아 온 행운의 여신이자 이들의 보금자리를 한층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준 강지우와의 밀고 당기는 관계도 부러웠습니다. 제게도 그런 존재가 있을 지, 있으 려면 전문적인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할텐 데 제게는 별 다른 지식이 없는 것 같아 힘들겠습니다. 이참에, 형진처럼 요리라도 배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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