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바느질하는 여자

바느질하는 여자
김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2월

최수철작가님의 [침대]이후 약 4년만이에요. 이렇게 긴 장편을 읽은 게, 쪽수로만 따지면 [바느질하는 여자]가 가장 긴 책이에요. 제가 읽었던 단권의 장편소설중에서는. 누비바느질이라하여 단순하면서도 반복되고 한땀이라도 허투루 뜨면 망치기 쉽고 끝이 없어 한 평생을 누비옷을 만드는 데 손과 온몸의 에너지를 쓰는 먼저 죽은 언니의 이름과 나이로 살아가는 수덕과 누비바느질을 죽은 사람의 옷인 수의를 만들며 수덕에게 가르쳐주었고 금택을 돌보던 부령할매. 친 자매사이가 아닌 수덕의 친 딸인 화순에게 질투를 느끼고 누비옷을 한 땀 두 땀 자신의 손으로만 뜨는 수덕을 무서워하는 동시에 닮아가고 싶은 욕망을 지닌 체 우물집을 떠나지 못하는 금택. 그리고 수덕의 친딸이 자신이 아닌 금택일 것이라는 생각에 금택을 경계하며 늘 변함없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누비옷을 만드는 수덕을 질려하며 우물가를 자꾸 벗어나는 화순. 이 세 모녀의 이야기를 실처럼 엉켜버린 채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바느질하는 여자]라는 제목답게 바느질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데 음식이나 사물. 그리고 구름이나 먼지등 자연적인 현상을 옷의 원단으로 표현하거나 다양한 색깔들로 표현한 게 마음에 들었어요. 예를들어 몽고반점색. 소뼈우린색. 수탉벼슬색. 우물가이끼색. 같은 표현이나 바람에 이는 먼지도 투박하고 거친 광목흙먼지나 빳빳하고 깔깔한 생명주흙먼지, 짜임이 성기고 부드러운 갑사흙먼지등 다양한 표현들도 있었지만 어머니 손에 있는 북두칠성같은 흉터까지도 닮아가고파 손을 흉터를 내는 금택의 욕망에 섬뜩함을 느꼈어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한 땀 한 땀 수놓는 수덕처럼 한 자 한 자 글을 쓰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어요. 너무 좋았어요.

[마이리뷰] 두 얼굴의 사나이

두 얼굴의 사나이 ㅣ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2
강태식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2월

드디어 나왔습니다. 제가 서유미작가님의 [틈]리뷰를 쓸 때 남편인 강태식 작가님이 쓰신 소설이 언제 나오나
올해안엔 보고 싶다고 했는 데 이렇게 나왔어요. [두 얼굴의 사나이]. 제목도 [13인의 아해, 질주의 끝]에서 [질투의 끝] 으로 얼마전 이영훈작가님의 [연애의 이면]에선 [미행]으로 바뀌었는데 최종적으로 이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표지도 한 번 바뀌었어요. 그래서 기대를 많이 했었고요. 읽어보니 다른 건 몰라도 이 대사만큼은 제 머리 속에 자리잡을 것 같아요 .
˝......죽게 될 테니까.˝ 두병의 또 다른 인격이자 밤에만 나오며 도박실력, 싸움 실력, 나머지 하나는 민망하지만 성적테크닉도 좋은 두병이 경찰이었으나 불의의 사고로 모든 것을 내려 놓게 된 종현에게 자신의 또 다른 인격인 낮의 술주정뱅이에다 유괴범에게 사랑하고 소중하던 아들을 빼앗기고 그 충격으로 아내까지 잃어 거의 자신을 포기해버린 두병을 감시하고 미행하도록 시키는데요 어머무시한 액수의 돈에 흔들려 밤의 두병의 제안에 거절하지 못하고 낮마다 두병을 감시하고 미행합니다. 처음엔 돈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두병에게 쥐도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할 수 도 있다는 (실제로 두병의 아들을 납치한 유괴범과 두병을 의심하던 박형사를 쥐도새도 모르게 처리를 했기 때문에) 사실에 공포를 느낍니다. 밤의 두병은 낮의 두병을 가두어 놓고 필요할 때 풀어주라고 하는 데 정말 섬뜩했어요.
˝......죽게 될 테니까.˝라는 말 한마디가 종현에게 공포를 주듯이 읽은 저에게도 동일한 공포를 주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커서 서원이가 이 책을 본다면 작가님에게 조금 실망할 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마이리뷰] 타임슬립 1932

타임슬립 1932
이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11월

처음엔 이 소설의 제목을 제대로 알지 못해 찾는데 조금 애먹었어요. 타임캡슐, 타임라인... 등등 [타임슬립 1932]를 오늘 바로 방금전에 읽었는데 재밌어요. 그리고 역사를 바탕으로 아빠가 차린 사양길인 DVD대여점에서 밀린 연체금 받기 위해 빌려갔던 사람들에게 독촉전화하고 가게를 보며 부업으로 조선 예술을 통해 영화엑스트라도 가끔씩하는 전율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데요. 바로 옛날 물건 그러니까 역사적인 현장이 담긴 물건을 만지면 그 시대로 순간이동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왜적과 싸우는 장면에서 옛 검을 잡고 내리치려다 순간 이동이 되어 촬영을 망치게 됩니다.
그리고 어릴때 친하게 지넸던 지현아가 율의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면서 러브라인(?)이 급물살을 타지만 현아가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하여 의식불명의 상태가 되고 현아가 증조할머니이자 1932년 상하이의 루쉰공원에서 도시락폭탄을 던진 윤봉길과 연관이 깊은
아사꼬이며 증조할아버지는 그로부터 10년전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으며 시체역할의 엑스트라로 감옥에 갇혀 있을 때 만난 지남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상하이에서 촬영 하는 일에 따라가게 됩니다. 의식불명인 현아가 1932년에 증조할머니인 아사꼬에게로 의식이 갔다는 것을 알고 폭탄투하를 막기 위해 현아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시간여행을 하는 전율이 성공할 수 있을지 저는 이미 알고 있지만 이야기하진 않겠습니다. 스포일러니까요. 그런데 작가의 말을 읽어봤는 데 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있었어요. 역사가 단순히 과거의 일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소한 삶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그래야 자신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고 기억해야 서로를 더 사랑할 수가 있다 그리고 지나간 어제를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을 끌어안고 다가오는 내일을 기대하는 일이 바로 시간 여행의 열쇠다.라는 말. 시간 여행을 하지 않더라도 이 말을 제 마음 속에 꾹꾹 눌러 쓰며 새겨가고 싶어요. 작가님, 감사합니다.

[마이리뷰] 보건교사 안은영

보건교사 안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역시 정세랑작가님의 작품들은 명랑하고 밝은 느낌만 가득한 것 같아 항상 흐뭇해지는데 이번에 읽은 [보건교사 안은영]또한 밝았어요. 평범한 보건교사가 아니라 귀신이나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보고 퇴치하는 퇴마사역할도 하는 조금 기이할 수도 있지만 명랑하고 밝은 매력을 가진 여자라는 것을 한문교사이자 학교재단의 손자 홍인표도 아는 데 읽어가는 저도 모르진 않았고 읽어보시거나 읽어 볼 예정인 분들도 안은영이 얼마나 매력적인 여자인가를 알 수 있을겁니다. 보건교사인 안은영이 사립 M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스멀스멀 학교로 확산되는 악의기운을 감지하여 한문교사 홍인표와 함께 해결한다는 것으로 정리를 할 수 있겠네요. 젤리피시 = 해파리로 불리는 혜연을 사랑하게 된 승권, 졸업하고도 간간히 안은영이 있는 보건실로 찾아오는 혜연. 옴을 먹으면서 옴을 퇴치하며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혜민, 절도가 습관이지만 한번도 걸린 적 었는 럭키라 부르는 지형. 혼란에 자주 빠져 혼란이라 부르는 민우. 유명가수인 아버지 조슈아 장을 따라 가수가 된 래디.
불순한 원어민 교사 메켄지와 그를 남몰래 좋아하게 된 유정. 그리고 안은영에게만 보이던 어린시절 함께 놀았던 정현과 그림을 잘 그리던 김강선등 독특하지만 개성뚜렷한 인물들이 안은영곁에 있으니 안은영 입장에선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이지만 읽은 제겐 완.소.(완전 소중한)존재라는 것을 비록 악역이라 해도 밉지 않다는 것을... 보고 싶어요. 전작인 [재인.재욱.재훈]처럼 실제 존재하는 작가님의 주변 인물들의 이름을 그대로 혹은 한글자씩 바꿔서 등장시켰다는 것에 너무 좋았어요. 물론 성격까지 옮겨놓은 건지 몰라도 저도 작가님의 주변사람들을 만나보진 못했지만 왠지 이 소설을 통해 알아가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마지막 인표와 은영이 힘을 합쳐 학교를 혼란의 카오스로 만들어 버릴 뻔 한 용을 무찌르고 나랑 같이 있어달라며 인표가 고백하고 포옹하는 부분(정확하게는 둘이 힘을 합쳐 악을 무찌르는 부분)에선 작가님이 의도하신 쾌감을 느꼈어요. 저도 안은영같은 여자가 제 곁에 있다면 제가 몸이 불편하다 한들 지켜주고 싶고 안아주고 함께 있고 싶어요. (작가님은... 어떠세요? 별뜻은 없어요.)

[마이리뷰] 앵두를 찾아라

앵두를 찾아라
배혜경 지음 / 수필세계 / 2015년 11월

저는 소설 그것도 한국소설만 주로 읽었다가 며칠 전 북플 친구인 프레이야님이 첫 수필집 [앵두를 찾아라]를 출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구매하여 읽어보았습니다. 중.고등학교 다닐때 도서관에서 표지가 좋아 빌려서 본 게 다였던 수필이나 산문집이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다닐때도 이렇게 책을 구매할때에도 산문이나 수필집은 구매는커녕 읽어볼생각조차 안 해봤는데 읽어보니 좋았어요.(｀사실은｀이라는 말을 쓸까하다 작가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그냥 안쓸까합니다.)소설만 읽다보니 왠지 강박관념을 주게 만드는 자기계발서나 유명인들이 책을 쓰는 그런 책들 아님 여행기나 수필ᆞ산문은 읽기엔 좋은 데 읽고 나서의 생각을 정리하기엔 좀 어려워서 기피했었기도 했지만 구매하여 읽기엔 부담이 되어서(장르의 문제가 아닌 단순히 책값의 문제) 시도하진 않았습니다. 읽는 내내 부산점자도서관에서 10년동안 무료낭독을 해주셨다는 작가님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듯하였습니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3장 (즉경)에선 주로 제주도나 마라도로 여행을 떠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그런데 즉경이 3장의 메인타이틀인데 책 밑에 쪽수를 표시할때는 오지 않을 그대에게가 표시되어 있네요.) 4장 (당신을 위한 파이)에선 작가님이 보았던 연극이나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들이 고스란히 전해있었어요.
(제가 본 건 건축학개론과 만추밖엔 없네요. 라이프 오브 파이와 시는 들어는 봤는데 쿠바의 연인과 사랑을 카피하다는 읽어보고 영화로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 5장은 작가님의 본받고자 했던 [혼불]의 작가 최명희, 요산 김정한, 나림 이병주문학관을 다녀오면서 그들의 작품세계를 이야기해주시는데 다른 건 몰라도 남산동에 있는 요산문학관에 한 번 가봐야겠어요. (너무 전형적인 다짐인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작가님의 수필집에서 유독 색의 대한 표현이 많았어요. (블랙),(붉은꽃)에서도 나왔지만 자주색 교복, 노란색 수선화등 다양한 색깔을 지닌 사물들이 등장하여 저의 눈길을 사로잡았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남자의 방문)이었는 데 뭐랄까? 다양한 생각을 했었죠. 첫사랑이나 뭐, 작가님을 사모하는(너무 멀리갔죠?) 그런 좋은 이미지였는데 알고보니 친구에게 돈 빼앗은 강도였다는 게 기억이 남네요. 죄송해요. 너무 엉망진창이 되었네요. 좋은 말만 쓰고 싶고 뭔가 고급스러운 표현을 쓰고 싶었는데 비빔밥처럼 뒤죽박죽되어버렸네요. (덮밥과 비빔밥)에서 비빔밥을 표현해주시는 대목엔 저도 모르게 군침이 나는 거 있죠? 아무튼 프레이야님이 첫수필집을 출간하셔서 기쁜마음으로 읽었는데 표현을 한다고 했는데 정말 죄송해요. 그래도 너무 좋았어요. 이 말은 진심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