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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격차 - 읽지 않는 아이는 어떻게 읽지 못하는 어른이 되는가
김지원.민정홍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은 좀 억울할 것 같다. 여전히 재미있는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게임기가 없던 시절, 수업 시간에 숨죽여 무협지나 로맨스 소설을 읽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그때의 책들은 정말 재미있었다. 선생님들께는 죄송하지만 교과서보다 압도적으로 재미있지 않았나? 달라진 건 '우리'다. 책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이 나타났다. 그것들은 무척 재밌지만 안타깝게도 그 재미는 인간의 집중력을 노린다. 어느새 짧아진 우리의 집중력이 책의 재미를 미처 느끼기 전에 흩어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사라지는 집중력의 문제는 단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문제에 가깝다. p.119~120
읽긴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거나, 예전보다 책도 잘 읽히지 않고 이해력이나 집중력 같은 것들이 현저히 떨어진 것 같아 고민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켜켜이 쌓인 보고서 뭉치와 씨름하고 꼬리에 꼬리를 문 이메일을 훑어 내려가도 읽고 있는 글이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게 머릿속에 잡히지 않는다면, 열심히 밑줄을 긋고 책장 모서리를 접어도 그것이 무슨 뜻인지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우리는 왜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고, 같은 글을 다르게 이해하는 걸까. 문해력은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인 요즘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책맹이 증가하고 문해력 저하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인류의 읽기 능력 자체가 위협 받는 시대인 것이다. 스마트폰, TV, SNS 등으로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완전히 바뀌었고, 다양한 매채렐 통해 생산되고 소비되는 데이터의 양은 점점 더 늘어만 간다. 디티럴로 읽기가 일상화되면서 우리는 점점 더 긴 글을 읽을 때 산만해지고, 집중력은 줄어들고, 읽기 능력은 떨어져가고 있다. 이 책은 대한민국에 문해력 열풍을 불러온 EBS ‘문해력 시리즈’ 〈당신의 문해력〉 〈책맹인류〉 등 을 연출해온 두 PD가 7년여 간의 취재,와 실험, 국내외 주요 연구와 교육 정책 등을 토대로 쓴 것이다. 왜 문해력 격차가 만들어지고 심화되는지, 왜 누구는 잘 읽고 누구는 읽지 못하는지, 우리가 놓치고 있던 문해력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신의 문해력>이란 프로그램이 방송된 이후 ‘문해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고, 덕분에 문해력 학원과 교재가 넘쳐나지만, 여전히 읽고 쓰기 어려워하는 아이들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어른들이 늘어 나고 있는 요즘 꼭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읽지 않는 아이는 읽지 못하는 성인이 된다. 문제는 읽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여전히 문자로 되어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때문에 읽지 못하는 아이를 최대한 빨리 돕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이는 우리 사회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왜 우리는 읽지 않을까?', '왜 문해력이 떨어졌을까?'에 대한 분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든 즐겁게 읽고 이해하고 원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분석이나 비판, 토론과 소통이 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격차는 반드시 줄여나가야 하는 시대적 과제라는 점이고, 문해력은 격차 그 자체이자 우리 사회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p.285~286
아무도 제대로 읽고 쓰지 않는 시대, 그러다 보면 사람들은 차라리 안 읽고 안 쓰는 무리수를 둔다. 문해력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능력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라고 한다. 한글이 워낙 배우기 쉽기 때문에 한국에서 문맹은 거의 사라졌다고 여겨졌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글자를 읽는 행위를 '당연히' 할 수 있는 거라고 믿어 왔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읽기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다. 세계적인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인 매리언 울프도 자신의 책에서 독서가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수십만 년에 이르는 현생인류의 기나긴 역사에서 독서가 시작된 시기는 불과 몇천 년 전에 불과하고, 읽기란 인간이 후천적으로 익힐 수 있는 기술에 가깝다는 거다. 그러니 읽기란 원래 힘든 것이고, 생존과 직결된 읽기 능력을 배우고 발전시켜서 완성해야만 하는 것이다.
어크로스의 300P CLUB을 통해 2주간 읽기와 문해력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문해력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그리고 문해력 격차를 이기는 구체적 대안까지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재미없어 하고, 어른들도 두꺼운 책을 쉽게 설명해주는 요약 영상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읽는 것은 귀로 듣거나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과정을 거친다. 뇌의 활동이 다르고, 기억력뿐만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에도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아무리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가 되더라도 '읽기'라는 행위가 인간에게 주는 장점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는 이유이다. 한번 떨어진 문해력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격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빨리, 많이 읽기를 재촉하는 문화와 질문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이 문해력 격차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해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6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문해력에 고민이 많았다면 동기, 보상, 레벨, 상호작용, 디지털 문해력, 사회적 독서 등의 키워드를 직접 실천해보며 한걸음씩 문해력에 대한 불안을 해소해 보면 어떨까. 우리는 지금 읽기와 문해력이 위기에 빠진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책이 누구나 읽고 이해하고 소통하는 사회로 향하는 발걸음이 되어 준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