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꼬미 동물병원 4 - SBS TV 동물농장 X 애니멀봐 공식 동물 만화 백과 쪼꼬미 동물병원 4
권용찬 지음, 이연 그림, 최영민 감수 / 서울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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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SBS TV 동물농장 X 애니멀봐>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 하나인 '쪼꼬미 동물병원' 그 네 번째 책이다. 여러 동물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사람과 동물의 세계를 더 가깝게 연결해준다는 컨셉으로 병원을 찾은 소동물 친구들의 치료 이야기를 담고 있고 있다. 


1권에서는 펫테일 게코,와 고슴도치를 시작으로 미어캣, 골든햄스터 등 10종의 동물 친구들이 등장했고, 2권에서는 역대급 예민킹 쪼꼬미인 다람쥐 '짱아'를 시작으로 아마존 청머리 앵무새, 엄청나게 작은 비어디드 드래곤, 돼지코거북, 피치스롯도마뱀, 슈가글라이더 등 10종의 소동물 친구들이 나왔었다. 




3권에서는 다리가 부러진 참새 '콩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기니피그, 토끼, 모란앵무, 상자거북, 아홀로틀, 해달까지 10종의 동물 친구들을 만났었다. 이번 4권에서는 아주 특별한 이색 동물들이 잔뜩 등장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남아메리카에 사는 설치류인 데구가 발가락을 다친 상태로 등장했고, 차코뿔개구리, 오란다, 페넥여우, 주머니여우, 피그미하마, 왈라비, 레서판다 등 10종의 동물 친구들이 등장했다. 피그미하마인 하미가 제일 인상적이었는데, 외모는 새끼같은데 실제로는 새끼가 아닌 하마였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하마와는 완전히 다른 동물이라고. 하마와 비슷하지만 하마와 다른 점도 많은데, 피그미하마가 정말 신기했다. 




쪼꼬미 시리즈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습 만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어 더 친근하게 동물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되는 동물의 사연이 학습만화로 소개되고, 각 장의 마지막에 해당 동물에 대한 실제 사진과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만화로 꾸민거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만화 자체도 재미있지만, '하루'의 쪼꼬미 일지가 이 시리즈의 백미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렇게 작은 동물이 있구나 싶어서 놀라기도 하고, 이런 동물도 있었구나 배우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아이와 함께 장수 풍뎅이 한 쌍을 키우기 시작해 알과 애벌레, 번데기 과정을 거쳐 성충이 되는 단계까지 지켜보기도 하고, 물고기들도 몇 마리 키우고 있고, 도둑게라고 불리는 스마일크랩도 꽤 오래 키웠다. 달팽이 한 쌍과 햄스터 두 마리를 키웠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여러 동물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더 생겨 쪼꼬미 시리즈는 나올 때마다 아이와 함께 챙겨보는 책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이 중에서 반려동물로 키우기 적합한 동물과 적합하지 않은 동물엔 무엇이 있을까.  우리에게 친숙한 개나 고양이 말고도 특별한 동물을 식구로 맞을 순 없을까 궁금했다면, 쪼꼬미 시리즈가 아주 도움이 되어 줄 것 같다. 특별한 동물과 가족이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정보가 후반부에 수록되어 있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동물을 사람과 동등하게 바라보고, 생명으로서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을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정보와 병원 이야기를 만화로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 아이들이 자연스레 귀여운 쪼꼬미 동물 친구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곤충과 동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 덕분에 다양한 반려동물들과 함께 해왔는데, 사실 관련 정보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특히나 소동물들에 대한 정보는 딱히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쪼꼬미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 매번 재미있게 읽고 있다. 다음 번에는 또 어떤 쪼꼬미들이 등장할 지,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길 고대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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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몬스터 1~2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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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피아는 조수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딘지 모르게 아름답게 들리네."

"코란에 쓰여 있는 수라 중 하나인데, 번역은 대략 다음과 같아요. '고의적 살인의 경우에는 보복하는 것이 의무다. 자유인에게는 자유인, 노예에게는 노예, 여자에게는 여자.'"

"흐음. 구약성서와 비슷하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가 보복하고픈 욕구를 지녔던 것도 이해할 만하네. 피아가 안전벨트를 매고 말을 이었다.              - 1권, p.240


지난 며칠 세차게 내린 눈으로 거리는 온통 눈밭이었고, 갑작스러운 한파까지 닥치고 있었다. 일요일 아침이었고, 피아는 개와 느긋하게 산책하려고 집을 나서는 참이었다. 하지만 곧 본부에서 전화가 걸려왔고, 슈발바흐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려준다. 아마도 어제 실종 신고가 들어온 열여섯 살 여자의 시신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저녁때 남편 크리스토프와 중요한 만남에 동행한 예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취소하고 현장으로 향한다. 소녀의 목 졸린 시신은 교회 근처에서 밤새 내린 눈에 덮인 채 발견된 상태였다. 그리고 소녀의 몸과 옷에서 나온 수많은 유전자 흔적 중 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것이 발견된다. 하필 그는 작년에 성폭행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변호인 항소로 1년 넘게 미결 구금되었다가 사흘 전에 석방된 상태였다. 허가 없이 거주지를 이탈해선 안 되었던 그는 사라진 상태로, 수배를 하기도 전에 언론에 그의 이름이 새어 나간다. 난민 통합 정책과 법체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수사는 좀처럼 진전이 없었다. 


약국에서 근무하는 안나는 남편과 인공수정으로 힘들게 얻은 딸 리시를 애지중지 키워왔다. 그런데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겠다던 딸이 테니스클럽 근처 성모상 처소 뒤편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열여섯 살이지만 여전히 순진하고, 어린아이같았고, 삶이 가져다줄지도 모르는 잔혹함에 전혀 준비되지 않은 딸이었다. 16년 동안 일어나서부터 자러 갈 때까지 딸이 생활의 중심이었던, 그들은 행복한 가족이었다. 딸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모두 알았고, 함께 여행을 떠났고, 파티를 준비했고, 눈물을 닦아주고, 눈물이 날 정도로 함께 웃었다. 부족한 것 없이 완벽했던 그 삶에 다시는 치유될 수 없는 구멍이 뚤렸다. 남겨진 그들의 삶은 이제 절대 전과 같아질 수 없을 것이다. 용의자가 있었지만, 종적을 감춘 상태였고, 살인범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 딸의 목숨을 빼앗은 살인자를 직접 죽일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한다면 어떨까. 내 딸은 죽어서 다시 살릴 수 없는데, 범인이 경찰에 체포되더라도 어차피 언젠가 다시 자유의 몸이 된다면, 이게 정당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방금 보덴슈타인이 한 말 중에 뭔가가 그녀의 아픈 곳을 건드린 것이다. 

“당신들은 괴물이에요. 도덕과 양심이라고는 없는 이기적인 괴물.” 그가 쇳소리를 냈다.

“아니에요!” 그녀가 벌컥 화를 냈다. “우리가 아니라,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그들이 괴물이에요!”                - 2권, p.197~198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열한 번째 작품이다. 2006년에 첫 작품이 나왔으니, 벌써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시리즈 중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작품이 처음 소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덕분에 다른 독일 작가들의 작품까지 덩달아 출판되는 등 많은 이슈를 몰고 왔었다. 이 작품은 최근에 동명의 국내 드라마로 방영이 되기도 했다. 타우누스 시리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타우누스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남자 형사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과 남다른 직관력의 여자 형사 피아 산더 두 사람을 중심으로, 호프하임 경찰서 강력11반의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타우누스 지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범죄 미스터리다.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미덕과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흡인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한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기대가 되었다. 


우리는 사적 제재로 누군가를 처형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은 법치국가에 살고 있지만, 사법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빠져나가는 가해자들과 어처구니없는 판결 결과에 분노를 터뜨릴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넬레 노이하우스는 이번 작품에서 법이 아닌 개인이나 사적 단체가 범죄자를 벌하는 ‘사적 제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람들을 지켜줘야 할 법이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법정은 이기는 것만 중요한 게임이 되어 버렸다면, 정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스스로 사형집행이 된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만약 내 가족이 범죄 피해자가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품 속 피해자 가족들의 어리석은 선택보다 이들 가정에 벌어진 비극 그 자체가 너무 마음 아파 먹먹해졌다. 왜냐하면 도처에 발생하는 폭력과 점점 사라져가는 정의는 비단 작품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도 현실 속에서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 말이다. 누구나 정의를 원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 속에서 누가 진짜 괴물인가. 벌써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즈답게 이 작품은 탄탄한 구성과 인간적이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긴장감 넘치는 플롯으로 탁월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다. 밤잠을 설치며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마성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타우누스 시리즈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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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헬레네 플루드 지음, 권도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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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가 범인일까? 만일 그렇다면 그는 재능이 아주 뛰어난 배우다. 나는 양팔로 내 몸을 감싼 채 생각한다. 당신은 이웃을 위해주는 역할을 연기한다. 그것이 당신이 하는 일이다. 사랑이 가득한 부부, 행복한 배우자. 인내심 많은 부모. 그들이 커튼 뒤에서 몰래 훔쳐보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신은 무슨 일이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완전한 타인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친구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아주 친밀하다. 우리 모두에게 최선은 서로의 겉모습이 완전하고 진실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p.184


일요일 늦은 저녁, 외출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집 주변으로 경찰차가 세 대나 서 있는 게 보인다. 주변에 구급차와 정복을 입은 경찰들도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이 생겼냐는 물음에 한 경찰이 대답한다. "아파트에서 시신이 발견됐습니다."라고. 시신은 맨 위층, 오른쪽 집에서 발견되었다고 했고, 그곳은 요르겐 부부의 집이었다. 리케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인 다른 이웃들과는 또 다른 이유로 충격에 휩싸인다. 사실 리케는 요르겐과 불륜 관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죽기 전 요르겐은 리케에게 주말 내내 혼자 있을 거라고 문자를 보냈었고, 그를 만나기 위해 집에 들어가보기까지 했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예감에 닫힌 서재 문앞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와버렸지만, 아마도 그날 요르겐이 어떤 상태였었는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의 죽음이 너무도 끔찍하고 슬펐지만, 문제는 그의 죽음으로 인해 리케는 경찰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요르겐과의 관계를 밝힐 수밖에 없게 되었다. 


리케와 오스먼드는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고, 평생 서로밖에 없었다. 서른아홉이 된 지금 두 사람은 열세 살이 된 딸과 네 살 아들을 두고 있다. 남편 오스먼드는 여전히 자상하고 아내에게 헌신적이다. 얼마 전 혼자가 되신 뒤로 부쩍 아들을 찾는 시어머니에게도 한없이 다정다감한 아들이라는 점만 빼면, 리케는 남편에게 큰 불만이 없다. 최근 동네에 누군가 고양이들을 죽이고 다니는 사건이 있어 시끄럽긴 했고, 사춘기에 들어선 딸이 이유 모를 반항을 시작한 것 외에는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는 나날이었다. 그런데 아파트 위층 이웃이 살해된 채 발견되었고, 하필 그는 자신의 내연남이었고,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았던 비밀을 전부 털어놓게 된 것이다. 게다가 경찰은 외부 침입이 아니라 이곳에 사는 주민들 중에 범인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웃들 모두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게 된 상황에서, 리케는 자신을, 가족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웃 중 대체 누가 요르겐을 죽였을까? 왜 그를 죽인 것일까? 리케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것인가.   





“사람들은 누구는 벌레 한 마리 못 죽인다고 말을 하죠. 그럼 나는 말합니다. 기회와 강력한 동기만 있으면 우리는 누구나 살인자가 될 수 있다고요. 만일 누군가 자기 아이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그들을 죽이지 않을까요? 살인은 우리들 중 몇명과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도시의 특정 지역에 사는 사람들, 이를테면 마약과 절도를 이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마약과 절도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한패인 사람들이 있죠. 그런 부류는 경찰이 지켜보는 사람들, 적어도 지켜봐야만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이외의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그들을 가까이 하지 않는 거죠. 그렇지만 나는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p.433


<테라피스트>라는 놀라운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 헬레네 플루드의 두 번째 작품이다. 작가인 헬레네 플루드는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심리학자이기도 하다. 전작인 <테라피스트>는 2019년 런던 도서전의 최고 화제작으로 요 네스뵈와 스티그 라르손의 편집자가 '수많은 원고 더미에서 만난 놀라운 선물 상자'라고 극찬하며 자품을 출간했었다. '심리학자가 쓴 심리스릴러'라는 점 때문에 여타의 심리스릴러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작품이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서스펜스로 가득하고,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며, 대단히 우아하고 뛰어난 문장으로 쓰인 작품이었다. 이번에 나온 <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는 그 후 2년 만에 출간된,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국내에는 <테라피스트> 이후 4년 만에 신작이 나온 거라 굉장히 설레이는 마음으로 읽어 보았다. 


이번 작품 역시 탄탄한 구성과 섬세한 심리 묘사로 차곡차곡 긴장감을 쌓아 나가며 매혹적인 서사를 완성시켰다. 헬레네 플루드는 평범한 일상에 욕망이 생기기 시작한 순간부터, 불안과 강박으로 인해 점차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과정, 진실과 거짓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혼란과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휩싸이게 되는 광기에 이르기까지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고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인물들이 겪는 죄책감과 수치심에 대해 독자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솜씨는 두 번째 작품에서 더욱 무르익어 빛이 난다. 누구나 가끔 자기 곁에 있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은, 때로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 이는 내가 상대에게서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기대하는 바가 상대를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스릴러 장르에 적용되는 법칙이 있다면 바로 이것 아닐까. 어쩌면 그는 당신이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작품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실이 거짓이 되는 순간, 진실에 관한 모순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놀랍도록 섬세하게, 고요하면서도 불안하게, 서늘한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면서. 수준 높은 심리 스릴러 장르의 정수를 만나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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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논쟁을 벌여봅시다 - 12명의 천재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물리학 이야기
후위에하이 지음, 이지수 옮김, 천년수 감수 / 미디어숲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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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미시 구조 탐구는 탐정이 범죄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과 비슷하다. 탐정이 먼저 한 용의자를 지목했는데 그 사람은 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고, 곧이어 또 다른 의심스러운 용의자를 찾지만 얼마 후 그 사람보다 더 의심스러운 용의자가 나타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현재까지 과학자들은 물질을 이루는 가장 최소 단위의 구성이 무엇인지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톰슨이 아침 식사로 빵을 먹는 장면을 다시 생각해 보자. 얼핏 톰슨이 아주 큰 덩어리의 빵을 먹은 것 같지만 원자 내부의 텅 비어 있는 공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먹은 양은 겨우 0.001%밖에 안 된다. 더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정도면 생략해도 무방한 양이다. 그렇다면 과연 톰슨은 빵을 먹은 걸까?                  p.28


같은 대학에 다니는 소피아와 톰슨은 친구 사이다. 소피아는 수학과, 톰슨은 물리학과로 두 사람은 2학년 개강 하루 전날 9시 정각에 교문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약속 당일 소피아는 제 시간에 도착했지만, 톰슨은 30분이나 지나서야 어슬렁어슬렁 약속 장소에 나타난다. 화가 잔뜩 난 소피아에게 톰슨은 '기차에서 시간이 느려져서 늦었어.'라고 말한다. 무슨 그런 이상한 핑계를 대느냐는 소피아에게 톰슨은 농담이 아니라 고속으로 움직이는 기차 안에서는 정말 시간이 느려진다고 설명한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소리일까? 정말 톰슨의 말처럼 특정 상황에서 시간이 느려진다는 것이 사실일까? 


자, 여기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한다. 서양 과학계에서는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누구도 시간과 공간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공간을 말 그대로 비어 있는 곳으로 이해했고, 세상의 각종 물리 현상들이 기량을 뽐내는 거대한 무대 같은 것이라 생각했으며, 시간이란 영원히, 일정한 속도로 흐르는 강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이처럼 원시적이고 단순한 시공간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통해 공간의 길이가 변할 수 있고, 시간 역시 상대적으로 빨라질 수도, 느려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상대성 이론이라고 하니 너무도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시간의 흐름은 사람 혹은 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세상에는 절대적인 혹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공간이나 시간은 없다. 즉,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그래서 톰슨과 소피아의 대화는 어떻게 되었냐고? 정말 소피아의 시간과 톰슨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서 약속 시간에 늦은 거냐고? 궁금하다면 이 책을 직접 읽어 보시라. 




슈퍼마켓에서 카트를 밀 때, 조금만 힘을 주어 밀면 카트는 저절로 앞으로 움직인다. 이것은 손이 카트에 힘을 가하고, 카트는 힘의 영향을 받아 운동 상태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해하기도 쉽다. 그러나 자연계에서 힘의 작용은 '비접촉성'인 경우가 더 많다. 태양과 지구는 1억 5천만 km나 떨어져 있지만, 지구는 태양 주위를 '착싫' 돌고, 서로 10mm 정도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자석은 중간에 어떤 연결 고리 없이도 서로를 끌어당기거나 밀어낸다. 또 원자핵 내부의 입자들은 서로 가까이 붙어 있지 않아도 강한 힘에 의해 한데 단단히 묶여 있다. 이처럼 대자연의 힘은 강력하고 신비한 마법처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물질들도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준다.                p.253


이 책은 12명의 천재 물리학자들의 물리학 법칙 및 이론에 대해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이제 막 이공계 대학의 신입생이 된 톰슨이 자신의 전공인 물리학을 공부하며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보여주고, 수학과에 다니는 친구 소피아와 함께 토론하며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이다. 미시 세계의 문을 활짝 열었다고 평가받는 영국의 물리학자 러더퍼드와 아침을 먹고, 수학자 망델브로와 해안선의 길이를 측정해보며, 아인슈타인과 논쟁을 벌이고, 슈뢰딩거와 그의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저자는 복잡한 수식과 어려운 설명 대신 우리 주변의 사물과 관련된 물리법칙을 통해서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주요 이론들을 풀어내고 있다. 뉴턴의 고전 역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슈뢰딩거의 고양이, 하이젠베르크, 망델브로, 리만, 힉스, 앨런 구스 등 세상을 뒤집은 12명의 거장들을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200년 물리학의 진화를 책 한 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풍부한 사례와 생생한 묘사를 통해 다양한 시대에 걸쳐 일어난 물리학의 주요 사건들과 인물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과학과 친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저자의 친숙한 설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알고 싶다는 강렬한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는 봤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했던 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 끈 이론 등 유명한 물리학 이론들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 교양 과학서로서도 매우 훌륭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어렵고 복잡한 물리학과 수학의 개념을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그림 등을 이용해 설명하고, 과학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그만큼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이라, 누구나 읽다 보면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내용, 더 알고 싶고, 찾아보고 싶은 내용이 생기게 될 것 같다.  12명의 물리학자들과 함께 재미있는 물리학 여정을 따라가보자. 물리학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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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관찰 - 곤충학자이길 거부했던 자연주의자 장 앙리 파브르의 말과 삶
조르주 빅토르 르그로 지음, 김숲 옮김, 장 앙리 파브르 서문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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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그 어떤 것도 사소하지 않았다. 세상이 비웃거나 조롱하는 것도 현자에게는 사색과 성찰의 양식이 될 수 있다. "자연의 커다란 문제에서 사소한 것은 없다. 실험실의 수족관은 비가 웅덩이를 가득 채우고 생명체가 그곳을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웠을 때 노새의 발굽이 진흙에 남긴 자국보다도 가치가 없다." 그리고 완전히 짓밟힌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작은 사실 하나가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광활한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자연의 모든 것은 난해한 암호의 표본 같은 상징이며, 모든 문자는 어떤 의미를 숨기고 있음을 기억하자... 파브르는 이 놀라운 박물관의 문을 여는 황금열쇠를 우리 손에 쥐어준다.              p.150


대부분 어린 시절에 파브르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것이다. 나 역시 어린이 버전으로 출간된 <파브르 곤충기>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 출간되었던 <파브르 식물기>를 통해서 파브르가 곤충에 관련된 책을 출간하기 전에 식물에 관한 책을 먼저 썼으며, 식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식물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파브르 곤충기> 역시 전체 10권으로 저술된 방대한 분량의 책이었다고 하니, 내가 알고 있던 파브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 파브르의 말과 삶을 담은 평전이자 회고록이 나온다고 해서 읽어 보게 되었다. 저자인 조르주 빅토르 르그로는 1년에 두 번 이상 아르마스를 방문해 파브르의 말년을 함께 보냈으며, 이 책은 파브르가 모든 문장을 검토한 생애 마지막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표지 이미지이기도 한 검은색 펠트 모자는 파브르가 항상 착용하던 거였다고 한다. 그는 일관된 복장을 입고 다녔는데, 곤충을 연구할 때 특유의 옷차림으로 종종 길가에 엎드려 있느라 주위 사람들로부터 광인 취급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강한 턱과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깔끔한 얼굴을 면도하고 검은색 펠트 모자를 쓴 정장 차림은 외출할 때 뿐 아니라 집 안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의 삶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사진과 편지, 연보가 수록되어 있다. 그의 집이자 연구실인 아르마스에서 흉상 제작에 참여 중인 사진에서는 파브르와 이 책의 저자인 르그로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파브르가 풍요로운 자연에 결정적으로 푹 빠질 수 있게 한 운명의 장소였던 코르시카섬의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오늘날까지 보존된 파브르의 작업실 사진도 수록되어 있다. 그의 집 아르마스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방 중앙의 탁자 위에는 다양한 도구가 놓여 있고, 뒤로 보이는 대형 진열장에는 1,300여 점의 특별한 물건과 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그가 나방을 부화시킬 때 사용했던 종 모양의 철망 덮개를 비롯해, 그가 그린 화경버섯의 놀랍도록 정교한 수채화 그림도 만날 수 있었다.



파브르의 초상화나 그를 묘사한 글에서 파브르는 단순하고 정확하며 타고난 다정함으로 가득했다. 파브르는 자신이 관찰한 작은 생명체를 살아 움직이는 그림으로 재현할 수 있을 만큼 적절하게 말을 다뤘다. 작은 생명체들의 사랑과 싸움, 교활한 책략, 먹이를 쫓는 행동 등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을, 모든 곳에서 창조의 고통을 동반하는 그 어마어마한 드라마를 해석할 방법을 찾을 때 파브르의 표현법은 더 높은 수준에 닿아 색채를 띠고 상상력은 풍부해졌다. 특히 파브르는 과학이 시에 제공할 수 있는 심오하고 무궁무진한 자원이 무엇인지, 아직 탐험이 이루어지지 않은 심오한 지평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p.275


파브르에 대한 가장 심도 있고 생생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이 책은 파브르 저작의 핵심적인 부분을 충실하게 인용한 덕에 그의 아름다운 문장 또한 엿볼 수 있었다. 1851 8 11, 파브르는 만년설이 잔뜩 쌓인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서 서리 내린 에델바이스 이파리 몇 장을 떼어다 동생에게 편지와 함께 보낸다. 파브르의 동생은 그가 사랑했던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그 편지에는 "이 이파리를 책 속에 끼워두면 책장을 넘기며 불멸의 존재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에델바이스가 자생하는 장소의 아름다운 장관을 꿈꿀 수 있는 구실을 네게 선사할 거야."라는 섬세하고 낭만적인 문장이 쓰여 있었다. 너무도 근사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파브르를 예술가, 혹은 시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파브르는 곤충, 동물에 대해 묘사할 때 매우 생생하고도 아름다운 표현들을 사용했다고 한다. 작고 연약한 곤충의 알을 설명하기 위해 반짝이는 작은 진주, 호박이나 니켈로 만든 멋진 상자, "요정의 찬장에서 훔친 것만 같은" 반투명의 설화석고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화분 등 온갖 표현을 찾아내 사용했다고 하니 말이다. 저자는 '파브르의 세심한 기록은 마음의 눈을 얼마나 생생하게 감동시키는지, 기억 속에 얼마나 확고하게 자리 잡게 하는지!'라고 표현했는데, 이 책에 수록된 몇몇 사례들만 보더라도 파브르의 문장과 묘사는 정말 시적이고, 근사했다.


파브르는 늘 자신은 곤충학자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부인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를 박물학자, 혹은 생물학자라고 지칭했다. 곤충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를 전체적으로 연구했고, 관찰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파브르의 책에는 현대물리학의 모든 발상이 담겨 있었다. 호랑거미의 거미줄을 놀라운 방식으로 설명하며 최고의 수학적 지식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작은 생명체들의 사랑과 싸움, 교활한 책략, 먹이를 쫓는 행동 등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을, 모든 곳에서 창조의 고통을 동반하는 그 어마어마한 드라마를 해석할 방법을 찾을 때 파브르의 표현법은 선명한 색채를 띠고 상상력은 더 풍부해졌다. 모든 면에서 검소했고, 모든 말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집에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던 파브르이지만, 그의 천재성은 가족 모두에게 영감을 불어넣었고,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이 그만큼이나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 이 책은 섬세하고도 사려 깊게 자연을 관찰해온 파브르의 삶을 정확하고도 섬세하게 고스란히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누구나 생명의 경이를 느끼게 되고, 동물과 식물을 비롯해 세상의 모든 생물들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파브르의 정신을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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