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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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아주 작은 흔적 하나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려면 얼마나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모른다. 아무리 노력해도 뭔가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사라지기 직전 전화 한 통, 가벼운 접촉 사고, 취소된 항공편, 마지막 순간의 행선지 변경 등등. 아주 작은 실마리, 이를테면 송곳이 겨우 들어갈 만한 틈새 하나면 모든 비밀을 풀기에 충분하다... 이제 시작이다. 나는 가방 어깨끈을 당겨 메고 여자가 줄을 서려고 걸어가는 보안 검색대를 향해 간다. 도망자들은 늘 앞쪽이 아니라 뒤쪽에 신경 쓰기 마련이다. 여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겠지만 이제 곧 사라진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p.8~9


클레어는 케네디 가문 만큼이나 명성이 높은 쿡 가문의 상속자인 로리를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 이후 친절하고, 배려심 많던 모습은 사라지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모든 일들을 자기 뜻대로 하려는 독재자만 남았다. 클레어의 주변에는 비서, 요리사, 가사도우미 등 늘 사람들의 눈길이 머문다. 그들은 클레어의 모든 것을 감시해 남편에게 보고하는 충성스러운 사람들이다.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클레어는 여전히 스토커처럼 자신을 감시하는 남편의 시선 아래에서 쥐죽은 듯 지내고 있다. 그나마 그녀가 사람들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장소는 체육관이었다. 비서가 유일하게 동행하지 않는 장소였기도 하고, 그곳에서 학창 시절 친구였던 페트라를 만났기 때문이다. 페트라와 만나고 나서 몇 년에 걸쳐 클레어는 자신의 실종 계획을 세워왔다. 단계별로 완벽한 타이밍에 계획대로 정확하게 진행되어야만 하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실행 당일 로리가 갑자기 클레어의 출장 장소를 바꿔 버린다.  계획이 변경되어 원래 클레어가 가야 할 디트로이트에 로리가 가고, 그녀는 갑자기 푸에르토리코에 가게 되어 버린 것이다. 어렵게 준비한 4만 달러의 도주 자금과 가짜 신분증 등 오래도록 준비한 계획이 완전히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어떻게 해서든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신없는 와중에 도착한 공항, 그곳에서 클레어는 처음 만난 이바라는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두 사람은 항공권을 바꾸기로 한다. 가방에 든 내용물까지 모두 바꿔치기하고, 겉옷까지 바꿔 입은 채 각자 다른 항공기에 오르는 두 사람. 그런데 오클랜드 공항에 착륙한 클레어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자신이 탑승하려고 했던 바로 그 항공기가 추락해 탑승객들의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뉴스 보도였다. 그리고 자신이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만큼 중대한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데, 과연 그녀는 자신의 바람대로 남편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을까. 





"이제부터 숨거나 도망치는 일은 그만둬야 해요." 리즈가 말했다. "거짓말을 또 다른 거짓말로 덮는 행위도 멈춰야해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이바가 말했다. "카스트로는 나에게 평범한 삶을 찾으라고 하더군요. 덱스가 저를 가만 놔둘 리 없는데 어떻게 평범한 삶을 찾죠? 그나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여길 떠나는 거예요. 카스트로가 덱스를 체포해 잡아넣을 수 있게 한 다음 나는 멀리 사라지려고 해요."

"당신이 말한 대로 할 경우 어떤 결론이 나오는지 지켜보기로 해요. 그나저나 어디로 갈지 정해두었어요?"            p.395


여기 두 명의 여성이 있다. 클레어는 미국 정계에서 유명한 집안에서 태어나 곧 상원의원 출마를 앞두고 있는 남편을 두었지만 그의 가스라이팅과 폭력으로 인해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이바는 버클리 대학 화학 영재였지만 남자 친구의 강요로 만든 마약이 발각되어 퇴학 당하고, 현재는 마약 조직의 일을 하는 막막한 삶을 살고 있다.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기를 갈망하는 두 여성이 우연히 공항에서 만난다. 클레어는 푸에르토리코행 항공권, 이바는 오클랜드행 항공권을 갖고 있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두 여성은 서로의 항공권을 바꿔치기하기로 한다. 낯선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길 원했기 때문이다. 과연 클레어는 남편으로부터, 이바는 마약 조직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건 모두 두려움의 뒷면에 존재한다."


남자들에게 지배당하는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찾으려는 두 여성의 이야기는 드라마틱하고, 스릴 넘치게 흘러간다. 잃어버린 삶을 되찾기 위한 그녀들의 고군분투에 박수를 보내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절망을 극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완전히 바꾼다는 것은 공포를 넘어서고, 두려움을 이겨내야만 가능한 일이다. 작가인 줄리 클라크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폭력의 사각지대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여성들이 겪고 있는 불평등과 불합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흥미로운 구성을 가진 스릴러로서도 훌륭하고,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는 여성 서사로서도 매력적인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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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말하기 루틴 만들기 66 Challenge - 패턴 + 회화 + 연습 문제로 일본어 말하기 습관 형성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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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 루틴 만들기 66 Challenge에 이어 이번에는 일본어 말하기 루틴 만들기 편이 나왔다.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66일'이라고 한다. 영국의 심리학자가 진행한 실험에 의한 것으로 동일한 행동을 평균 66일 이후부터 자동 반사적으로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크게 힘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굳어지는 것이 가장 필요할 때가 바로 외국어 학습이 아닐까 싶다. 딱 66일 동안 도전해볼 수 있는 일본어 말하기 책이라니.. 미뤄두었던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딱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두 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본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33일의 학습과 다양한 상황 속 일본인과 리얼한 롤플레잉이 가능해지는 33일이다. 매일 체크할 수 있는 일본어 학습 습관 달력도 있어 하루 학습이 끝난 뒤 체크하면 습관을 기르는 데 아주 좋을 것 같다. 


먼저 오늘의 패턴을 질문과 답변으로 배우고, 예문을 통해 학습 한 뒤 다양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살펴본다. 실제 회화를 통해 패턴을 익히고 난 뒤, 말하기 챌린지로 미니 테스트, 마지막으로 실전 문제를 통해 마무리 연습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네 단계가 딱 하루 분량으로 겨우 두 장이면 할 수 있다. 매일의 학습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아 미루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파트 1에서는 질문-답변 패턴 형식으로 기본적인 표현을 학습해본다. 일상적인 주제로 일본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바라거나 원하는 것을 묻고 답하기, 특정한 날이나 시간을 묻고 답하기, 상대방에게 의향을 묻거나 권유하는 표현, 경험 유무를 묻고 답하는 표현 등을 공부할 수 있다. 파트 2에서는 더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도록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리얼한 표현들을 만나볼 수 있다. 관심사나 취미, 취향이나 기호를 나타내는 표현, 외모나 성향, 이상형을 묻고 답하는 표현, 제안 및 권유, 그리고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 등을 연습해 본다. 


다양한 부가자료도 활용할 수 있는데, 시원스쿨 일본어 홈페이지에서 MP3음원, 단어테스트 PDF, 문장 쓰기 노트 PDF를 다운 받을 수 있다. 특히나 실전처럼 말해 볼 수 있는 무료 말하기 트레이닝 영상이 유익한데, 도서에 있는 QR코드 스캔을 통해 일본어 말하기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일본 여행을 가거나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일본어 단어들이 귀에 꽂히곤 하면, 다시 한번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자주 먹게 된다. 한때 참 열심히 학원을 다니며 공부했던 일본어인데, 손을 놓은 지 오래 되어서 히라가나부터 다시 봐야 하는 수준이 되어 버린 관계로 좀처럼 끈기 있게 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책과 함께라면 바로 여행 가서도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일본어 회화를 겨우 하루에 4페이지씩하는 것만으로 배울 수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66일만, 일본어 공부에 시간을 투자해보자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아마도 작심삼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목표나 계획이 외국어 공부일 것이다. 딱 66일 만 시간을 투자해서 나만의 일본어 말하기 루틴 만들기에 도전해보자!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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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마스터 3 - 워터 드래곤의 비밀 드래곤 마스터 3
트레이시 웨스트 지음, 그래엄 하웰스 그림, 윤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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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린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드래곤 마스터> 시리즈 그 세 번째 이야기를 읽어 보았다. 1권에서 농부의 아들인 드레이크는 양파 밭을 일구다 왕이 보낸 병사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병사들과 함께 성으로 간 드레이크는 왕의 마법사 그리피스를 만나게 된다. 그는 드래곤 문양이 새겨진 나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초록빛 드래곤 스톤을 보여주며, 드레이크가 드래곤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 준다. 그렇게 드레이크는 진짜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거대한 드래곤을 마주하게 되었다. 




2권에서는 드래곤과 드래곤 마스터의 본격적인 비행 훈련이 시작되었었는데, 그 과정에서 하늘을 날던 케프리가 추락을 하게 된다. 다행히 벌컨이 쏜살같이 날아가 케프리를 확 움켜잡은 덕분에 바닥에 추락하는 신세는 모면했지만, 케프리는 어딘가 아파 보였다. 드래곤이 아프다는 소식에 롤랜드왕은 화가 나고, 제대로 고치지 못한다면 다른 마법사를 찾겠다고 선언하는데, 그리피스 마법사와 드레이크, 그리고 친구들은 다 같이 치료법을 찾아 보기 시작한다.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웜이 능력을 발휘해 케프리를 낫게 할 치료법을 찾는 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었었다. 




3권에서는 래곤과 드래곤 마스터를 연결해 주는 신비한 돌, 드래곤 스톤을 누군가 훔쳐 가려고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지난번에도 이들을 공격한 적이 있었던 흑마법사 말드레드일까 의심하지만, 가까운 곳에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급기야 먼 나라에서 온 낯선 침입자에 의해 진짜 드래곤 스톤을 도둑맞게 되는데... 과연 드래곤 마스터들과 왕실 마법사 그리피스는 드래곤 스톤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로리와 반짝이는 빨간 비늘로 뒤덮인 드래곤 벌컨, 보와 파란 비늘의 드래곤 슈, 애나와 읜색과 노란색이 섞인 드래곤 케프리, 그리고 다리가 없어 마치 큰 뱀처럼 보이는 기운 없고 보잘 것 없는 모습이지만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드레이크의 드래곤 웜까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드래곤들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면서 이야기에 점점 더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 




이 세계의 드래곤들은 고유의 속성에 따라 나뉘며, 제각기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드래곤 마스터는 여덟 살 정도의 어린이들이며, 이들은 드래곤과 함께 훈련하며 드래곤의 능력이 잘 발휘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드레이크와 드래곤 '웜'이 주인공이지만, 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각각의 에피소드에서는 주요 인물과 드래곤이 바뀌면서 재미를 더해준다. 드래곤 마스터인 아이들의 성격도, 배경도 모두 다르고, 각각의 드래곤들도 능력과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하나씩 비밀을 만나는 듯한 느낌이다. 




<드래곤 마스터 세트> 서포터즈로 활동하게 되어 10주간 5번의 미션을 수행할 예정이다. 1주차 미션은 세트 개봉기였고, 2주차 미션은 ‘드래곤 마스터 벽걸이 장식’ 인형을 제작해보는 것이다. 드래곤 장식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벽걸이 페이퍼토이라고 해서 매우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막상 펼쳐보니 만드는 길이 상당히 험난해 보였다. 하핫. 도면들을 떼어낼 수 있게 되어 있는 게 아니라, 하나씩 전부 가위로 오려 내어야 하는데다... 접는 면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도면을 꺼내자마자 아이가 이거 내가 할래! 하고 달려 들면서 신나했는데... 역시나 쉽지 않은 지 한참 하다가 오늘은 완성 못하겠다고 포기해버렸다. 내가 만들면 빠르게 완성은 하겠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드래곤을 만드는 거라 직접 할 수 있게 천천히 시간을 주려고 한다. 드래곤 마스터 10권까지 다 읽기 전에는 완성할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자, 4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매번 각 권의 마지막에 다음 이야기가 예고가 나와있어 더욱 궁금증을 유발시키는데, 어서 빨리 4권을 만나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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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한국사 : 홍범도 Who? 한국사 47
김현수 지음, 박종호 그림 / 다산어린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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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한국사》 시리즈 마흔 일곱 번째 인물은 독립 운동가 홍범도이다. 그 동안 선사, 삼국시대부터 남북국 시대, 고려, 조선을 거쳐 근대의 인물들을 만나고 있다. '인물'을 알아야 그 시대가 보인다는 말처럼, 《who? 한국사》 시리즈는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역사의 흐름을 짚어낼 수 있도록 해준다. 


Who?시리즈는 한국사 뿐만 아니라, 인물 중국사, 아티스트, 인물 사이언스, 세계 인물, 그리고 스폐셜, K-pop라는 다양한 카테고리로 위대한 인물들을 소개해왔다.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라 방학때부터 한국사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래서인지 이번 책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지난 2021년 8월 15일 광복절 아침, 카자흐스탄으로부터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식이 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조국 해방을 불과 2년 앞두고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숨을 거둔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장군의 유해가 28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귀환했고, 대한민국 정부는 건국훈장 중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추서하고, 유해는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자, 그럼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최대의 승전을 기록한 걸로도 유명한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만나보자. 




1868년 10월 12일 평안도 평양, 훗날 독립운동의 전설적인 영웅이 될 아이가 태어난다. 어머니는 출산으로 쇠약해진 몸을 추스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아홉 살 때 아버지마저 고된 머슴살이로 인해 병들어 세상을 떠나고 만다.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된 홍범도는 숙부의 집에서 살아가며, 마을 지주의 농지에서 소작하는 일을 부지런히 도왔다. 하지만 지주를 비롯해 가진 사람들의 천대와 억압은 끊이지 않았고, 홍범도는 가진 게 없다는 이유로 천대하고 억압하는 세상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공고를 보고 군인이 된다면 최소한 신분 때문에 차별 받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에 군대에 지원하게 된다. 나팔수로 근무하기 시작했지만, 뛰어난 사격 실력을 보여 파견 병력에 차출되어 서울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군 생활을 하는 4년 동안 보고 겪은 것은 군대 내부의 부패와 차별, 잦은 구타였고, 더 이상 부당한 차별에 굴하며 구차하게 살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홍범도는 군대를 떠나기로 한다. 




이후 황해도에 있는 제지소에서 근무하며 종이 만드는 기술을 익히고, 금강산을 유랑하다 사찰에 가게 되어 승려의 길을 걷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인근 사찰에서 수행 중인 여승을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사람은 아이가 생겨 사찰을 떠나기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건달패들을 만나는 바람에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이후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깊은 산골에서 살던 홍범도는 우연히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듣게 되고, 의병 운동에 뛰어 들게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군에 맞서 활약하는 홍범도의 면모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의병의 길은 험난했고, 이후 시간이 더 흘러 의병 항쟁은 독립 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국내외로 독립의 정서가 뜨거워지는 정세 속에서 홍범도는 대한독립군을 창건했고, 약 3백 명에 달하는 대한독립군을 이끌고 독립 전쟁의 시작을 알리게 된다. 홍범도는 수많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면모를 보여왔다. 평생 고단한 투쟁을 해오며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것에 굴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항쟁을 이어갔다. 이것은 후대에 그의 이름이 오래도록 기억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딱딱한 역사도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도록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학습 만화로 풀어내고 있어 한국사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에피소드 중간 중간에 '한국사 흐름 잡기'라는 코너를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자세한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있어 더욱 깊이 있는 독서가 되도록 도와준다. 


이야기가 다 끝이 난 뒤에는 독해 워크북을 통해서 한국사와 국어 실력도 쌓을 수 있다. 매일 1장씩, 하루 15분정도 시간을 내어 7일 동안 해볼 수 있는 독해 활동 워크북은 만화를 통해 알게 된 인물에 대해 더욱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식의 글과 문제를 수록하고 있다. 뉴스, 강연록, 일기, 편지, 체험 학습 보고서 등 지루할 틈없이 한국사 공부를 할 수 있어 아주 유용했다. 《who? 한국사》 시리즈를 통해 역사와 문해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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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제닝스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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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자가 언제까지 살아 있을까? 새뮤얼의 집, 새뮤얼의 카펫 위에 얼마나 오랫동안 누워 있게 될까? 새뮤얼은 테이블에 대고 손가락 장단을 치다가 한 손으로 얼굴을 부드럽게 쓸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게 되려나. 그치지 않는 이 움직임이 계속 집 안을 채우게 될까. 20년 넘게 새뮤얼 혼자 고독을 지키던 이 집에서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려나. 작은 오두막을 점령하며 바닥과 벽으로 스며든 이 숨결, 이 맥박, 이 젊음, 이 생명. 새뮤얼은 숨이 막히고 내면의 공포에 질려 숨을 헐떡였다.           p.25



스스로의 선택으로 고립된 삶을 살고 있는 일흔 살 노인 새뮤얼. 그는 23년 동안 등대지기로 일해 오며 홀로 섬에 살고 있다. 2주마다 공급선이 오는 것 외에는 전혀 세상과 교류하지 않은 채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작은 섬에 의식을 잃은 한 남자가 파도에 실려 온다. 처음에는 시신이라고 생각했다. 23년 동안 그가 발견한 시신은 모두 서른두 구였고, 처음에는 공무원들이 섬에 와서 조사를 하기도 했지만 점차 관심이 없어졌고, 대부분 새뮤얼이 스스로 처리해야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한 남자는 살아 있는 것이 분명했고, 그로 인해 오랜 세월 공고하게 쌓아온 새뮤얼의 고립과 평화가 부서지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낯선 남자가 표류해 온 날 아침부터 나흘 동안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난민임이 분명한 그 남자를 먹이고 보살펴주는 과정은 새뮤얼로 하여금 잊고 살았던 과거를 회상하게 만든다. 새뮤얼의 나라는 식민지 시대, 부패정권, 군부독재로 이어지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그는 동지들과 연대해 민주화 운동에 나섰다가 체포되어 23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었다. 독재자가 실각한 뒤 자유의 몸이 되어 등대지기에 자원했고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가 캐런 제닝스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통해 아프리카의 격동적인 역사를 들여다본다. 





처음 섬에 들어왔을 때 가장 무서웠던 건 마구 구르고 뒤채고 휘도는 파도였다. 고립보다도, 길들지 않는 땅보다도, 다른 무엇보다도 무서웠다. 그럼에도 새뮤얼은 싫은 내색 없이 파도를, 그리고 섬을 둘러싼 거대한 바다를 경외하려 애썼다. 그가 계속 무너지고 또 무너지는 돌담을 쌓은 건 아마도 물살의 공격에서 땅과 자신을 지켜내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해안을 흐트러뜨리고 어지럽히는 파도가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초목은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고 모든 걸 숨 막히게 만든 질식초도 다룰 수 있었다. 그가 길들이고 싶은 것은 바다였다.                 p. 254~255



작가인 캐런 제닝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나 현재는 브라질로 이주해 살고 있다. 이 작품은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브라질에서 집필되었는데,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고 팬데믹이 선언되며 도시가 봉쇄되었던 당시에 쓰였다. 브라질에 사는 외국인으로 완전히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며, 외딴섬에서 홀로 살아가는 새뮤얼만큼이나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글을 썼다고 작가는 말한다. 일흔 살 노인의 지독한 고독을 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상당히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이 작품은 2021 부커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는데, '비범하고 웅장하며 매혹적'이라는 심사평을 받았다.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임에도 밀도 있는 이야기가 꽉 차 있어 숨죽이며 읽게 되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그야말로 숨이 턱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한데, 과거가 현재를 어떻게 잠식하는지, 폭력이 어떻게 또 다른 폭력을 낳는지... 서늘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었다. 특히나 연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방인은 얼마나 쉽게 배척되는가에 대한 사유가 탁월해 나와는 다른 존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나와 생김새가 다르고,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고 해도, 하나의 인격적 존재로서는 나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만들어 준 작품이었다. 폭력과 야만의 역사는 여전히 어딘가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런 작품을 바로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식민지 시대 이후 아프리카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 이야기는 아픈 역사를 지닌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로 읽힐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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