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핵심 -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부를 쌓는 방법
다리우스 포루 지음, 박선령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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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부자가 되는 방법과 관련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신뢰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돈이 불어나게 하라는 것이다. 굉장히 쉬운 방법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부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더 많은 돈을 원하지만 동시에 마음의 평화도 원하는데, 이 두 가지가 항상 공존하는 것은 아니다. 돈이 많아서 생활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 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릴 수 있다. 우리는 재정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다 번영해야 한다.               p.16



부자가 되는 방법을 다루고 있는 수많은 재테크, 경제, 자기계발서들이 있지만, 이번에 만난 책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이 책의 저자인 다리우스 포루는 '투자는 이론이나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 관리의 문제'라고 말하며, 그에 대한 해답을 스토아 철학에서 찾는다. 투자 전략에 스토아 철학을 적용하면 주식시장에서도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는 거다. 스토아 철학의 기본 원칙은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에너지를 집중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면 내면이 평온해질 것이다. 그러면 일관된 태도로 투자를 계속할 수 있게 되어 돈이 복리로 불어난다는 건데, 저자는 이러한 깨달음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적용해볼 수 있도록 알려준다. 


스토아 철학이 권하는 것처럼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할 줄 알게 된다면, 균형 있는 삶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내버려두고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삶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2500년 전의 고대 그리스 철학은 당시의 사람들에게 '철학이 바로 삶'이었다. 철학으로 삶을 성찰하고, 삶으로 철학을 살았던 고대 그리스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곧 사는 것'을 의미했으니 말이다. 특히나 논리적 증명이나 토론에만 관심이 있었던 다른 철학자와는 달리 스토아 철학자들은 끊임없이 이론을 배우고, 그것을 현실에 쉴 새 없이 적용했다. 말만 번지르르한 철학과 달리, 스토아 철학은 일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삶의 기술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매일 걷는 습관을 기르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려면 날씨가 어떻든, 일이 얼마나 바쁘든 상관없이 매일 걸어야 한다. 비가 온다면 집에 있는 러닝머신 위에서 걷거나 헬스클럽에 가야 한다. 이것이 지속적인 행동으로 습관을 형성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에게는 투자 습관이 없다. 그들은 조건이 완벽할 때만 투자하고 싶어 한다... 완벽한 조건에서만 투자하고 싶다는 것은 하늘에 구름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는 29도의 날씨일 때만 산책하겠다고 말하는 것과도 같다... 습관을 형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행동을 아주 단순화해서 그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p.94~95



자, 그렇다면 스토아 철학이 알려주는대로, 어떻게 해아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될까. 어떻게 해야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장기적으로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 책에 따르면 그에 대한 대답은 3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부의 핵심 3단계로 1단계 나에게 투자하라, 2단계 손실을 받아들여라, 3단계 돈을 복리로 늘려라, 이다. 1단계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술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수입의 최소 10퍼센트는 투자에 할애해야 하며, 투자가 습관이 될 수 있도록, 일관성 있게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2단계는 단기 손실에 익숙해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가진 돈을 다 잃어서는 안되며, 탐욕을 버리고 굳건한 투자 마인드를 지켜야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3단계가 되면 돈이 돈을 버는 단계에 들어선다. 꾸준히 투자를 계속해 왔다면 돈이 스스로 일하게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판단을 믿고, 원래 세웠던 투자 전략에서 벗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삶을 즐기면서도 투자할 수 있는 시기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럴 권리가 있다.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살면서 혹시 직장을 잃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 그러한 패턴에서 벗어나야 부자가 될 수 있다. 어떤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게 습관이 된다. 저자는 단순한 행동의 반복이 투자 습관을 기른다고 말하며, 투자가 어쩌다 한 번씩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제시한 길을 따라가 보면 분명 효과가 있을 거라고, 저자는 장담한다. 처음에는 투자와 철학이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주제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대단히 실용적이고 현명한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아 철학이 알려주는 투자 테크닉이 궁금하다면, 고대 철학자들의 시대를 뛰어넘는 투자 인사이트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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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나만의 책 만들기 에디션)
고명환 지음 / 라곰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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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지금 하고 싶지 않아서 결심을 한다. 결국 미루고 싶을 때 결심하는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 자, 지금부터 절대 결심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라. 아니다. 그냥 하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면, 결심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 얼마든지 있다. 그것을 시작하고 계획을 세우라. 그리고 '문득'이 튀어나올 때까지 꾸준히 밀고 나가라. 결심 금지.               p.172



올해 출간되어 아주 많은 사랑을 받은 책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를 만나보았다. 저자의 '지난 10여 년간의 인생 내공이 응축된 책'이라는 설명처럼, 그 동안의 파란만장했던 삶에 대한 이야기부터 고전을 만나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서 그려져 있는 책이다. 저자는 낮에는 MBC 개그맨으로, 옥션에서 마케팅팀 대리로 일하고, 밤에는 네다섯 군데씩 밤무대에 오르면서 8년을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 2005년에 교통사고가 났고, 당시 의사는 사흘 안에 죽을 수 있으니 유언하고 신변을 정리하라 권했다고 한다. 언젠가 있을 행복한 날을 누리기도 전에 사형선고를 받고 나니, 그제야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다행히 그는 죽지 않았고, 죽음 앞에 가서 후회가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달라지기 시작한다. 


지금 저자는 매일 아침 7만 명이 찾아 듣는 유튜브 강의를 하고, 한 달에 20여 차례 전국 강연장에서 독자들을 만나며 살고 있다. 매년 찾아오는 우울증을 떨쳐버리기 위해 시작한 '아침 긍정 확언'은 어느새 1000일에 도달했고, 올해 출간한 이 책은 말그대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이끈 것이 바로 '고전'이었다고 말한다. 수백 수천 년 동안 검증받은 비법을 담고 있는 책이 바로 '고전'이라고 말이다. 사실 시중에 '고전' 읽기를 다루고 있는 책은 굉장히 많은 편이다. 에세이처럼 풀어 쓴 경우도 있고, 인문학서처럼 비평을 하는 경우도 있고, 누구나 읽기 쉽게 리뷰처럼 쓴 책도 있다. 그런데 <고전이 답했다>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고전을 찬양하고 있다. 어떤 고전이든 '자기화' 해서 읽어내고, 삶에 직접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적당히, 대충 흘려 읽지 않고, 읽고 또 읽고, 받아 쓰고 생각하며 치열하게 읽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읽는 순간, 내 가슴속에서 늘 새롭게 태어난다면 어떤 책이든 자신의 것이 될 것이다. 그렇게 푹 빠져서 읽고, 단순히 읽는데 그치지 않고 자기화 시킨다는 것,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고전의 효과를 삶에서 고스란히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감히 애기하는데 독서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고급스러운 쾌락이다. 욕심이 사라지고 사랑이 충만해진다. 읽던 책의 한 문장을 가슴에 품고 눈을 감는다. 비유와 상징, 은유로 압축된 문장이 '나'라는 압축 해제 파일을 통해 가슴속에 알알이 다운로드된다. 그 문장들은 심장을 뜨겁게 만들어 뒤집히게 하고, 한 사람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그 순간 나에게는 시간마저 압축하는 힘이 생긴다. 그래서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산다.                p.201


이번에 새롭게 나온 버전은 '나만의 책 만들기 에디션'으로 책과 함께 나만의 책 만들기 노트로 구성이 되어 있다. 내가 저자가 된 것처럼 소개글을 적고, 쓰고 싶은 책의 소제목을 자유롭게 구성해보고, 가이드를 참고해 본격적으로 나만의 글을 적어볼 수 있는 노트이다. 내가 만든 나만의 책은 '매일 읽고 쓰는 삶'이다. 이 제목은 내 삶의 모토같은 것인데, 무슨 일이든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전이 답했다'를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얼마나 오래전에 쓰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읽고 깨달음을 얻고, 인생에 적용하고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라면, 곧 나만의 고전'이라는 저자의 말이었다. 실제로 그는 이 책에 수록된 거의 모든 고전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여 읽어내고 있었다. <변신>, <돈키호테>, <인간의 대지>, <토지>, <이반 일리치의 죽음>, <에밀>, <소유냐 존재냐>, <징비록> 등의 고전 작품들이 이 책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저 취미가 아닌 삶을 바꾸기 위한 도구로서의 독서란 이런 것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나만의 책 만들기도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로 시작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행해야 하는 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고전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자신만의 책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고전이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다면, 이 책을 읽고 나면 조금 달라질 것이다. 고전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순간, 내 삶에 비추어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을 쓴 저자가 독자들에게 가장 바라는 바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 이제 고전을 읽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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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산타 뽑기 4 - 크리스마스 축제 대소동 내 멋대로 뽑기
최은옥 지음, 김무연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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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뽑기'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내 멋대로 산타 뽑기> 시리즈가 벌써 네 번째 작품이 나왔다. 매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출간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기대가 되었다.


1권에서는 선물 배송 업무 없이 편하게 쉬고 싶은 ‘툴툴 산타’가 자신의 일을 대신 해 줄 특별 산타를 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었고, 2권에서는 악동 너구리를 비롯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노리는 범인 찾기 이야기를, 3권에서는 무더운 정글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는 아이의 소망을 이뤄 주기 위해 벌이는 스노 박스 특급 작전이 펼쳐졌었다. 




이번에 나온 4권에서는 장난꾸러기 모자 삼총사와 선물을 노리는 악동 너구리, 그리고 1권에서 산타 후보였던 곰까지 등장해 크리스마스 축제를 둘러싼 대소동이 펼쳐진다. 마을에서 크리스마스 축제가 벌어지는데, 그 중의 하나로 '크리스마스트리 경연 대회'에 아주 푸짐한 상품이 걸려 있었다. 광고지를 보던 툴툴 산타가 대상 상품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자신도 대회에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던 산타가 받고 싶었던 선물의 정체는 뭘까? 과연 툴툴 산타는 크리스마스트리 경연 대회에 나가서 멋지게 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한편, 선물을 가로챌 계략을 꾸미고 있는 너구리는 여자 친구에게 차여서 울고 있는 곰을 이용해 새로운 작전을 세우기 시작한다. 과연 그들은 선물 창고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 시즌에 읽기 딱 좋은 이 시리즈는 1권부터 순서대로 봐도 좋고, 마음에 드는 제목을 골라서 읽어도 좋다. 같은 주요 등장 인물이 스토리를 이끌어 가고 있기는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따로 읽어도 상관없으니 말이다. 


'내 멋대로 뽑기' 시리즈도 열 권 정도 나왔는데, 아이가 좋아해서 한 권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 친구, 아빠, 동생, 반려동물, 행운, 선생님, 초능력 등등 다양한 소재로 아이들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잘 빚어내는 최은옥 작가님 덕분에 아이의 최애 시리즈이기도 하다. 내 멋대로 뽑기 시리즈와는 다른 방식으로 내 멋대로 산타 뽑기 시리즈도 재미를 주는데, 이 시리즈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산타의 존재를 믿든 안 믿든, 크리스마스 시기가 되면 아이도, 어른도 같은 소망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받고 싶은 선물, 먹고 싶었던 음식, 그리고 함께 하면 즐거운 이들과의 추억 만들기 등등...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하는 마법의 주문이니 말이다.


이번 이야기를 읽으면서 산타클로스에게도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는 상상이 너무도 귀엽게 느껴졌다. 어른도 가끔은 아이처럼 설레이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산타에게도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는 게 당연한 건데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툴툴 산타가 꿈꾸는 선물의 정체는 이 책을 직접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악동 너구리가 애타게 찾아 다닌 산타 본부의 위치도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고 말이다. 자, 이 사랑스러운 책과 함께 이번 크리스마스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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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없는 밤
서한나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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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사이의 공간이다. 밤은 세계가 벌이는 까꿍 놀이, 세계와 인식의 좁힐 수 없는 간극, 세계고의 원천이다. 악마들은 이곳에서 암약하며 취약한 영혼을 노린다... 세계가 부재하는 밤의 공간, 불확정성의 공간, 그 미정의 공간을 우리 자아의 창조물로 채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공간을 장악하면 수동성의 모멸감이 사라지고 드디어 의도성의 세계가 열린다. 생애 서사를 주도적으로 다시 쓰는 일이 트라우마 치유의 핵심인 이유다. 나이와 상관없이 그때 비로소 우리는 어른이 된다.               p.57~58


무엇이든 실제보다 좋게 느껴지게 만드는 술의 거짓말은 신데렐라의 마법처럼 유효기간이 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밤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무언가를 잊어 버리기 위해,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상대와 친해지기 위해,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맨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행동을 후기 위해 술을 마신다. 이 책은 작가, 번역가, 싱어송라이터, 영화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6인이 통과한 술 없는 밤을 그리고 있다. 술을 즐기는 이도 있고, 그저 취한 사람들과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도 있고,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는 이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밤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이들은 매일 당연하게 찾아드는 그 시간을 술이 있거나 없는 상태로 보낸다. 누군가는 술을 마시고, 누군가는 마시지 않는다. 처음 봤을 때 호감을 갖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 타입의 남자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단 한 명의 인간이 되기도 하고, 술은 한 잔도 먹지 않는 나에게 자꾸만 술을 권하는 이들에게 거절을 늘어 놓기도 하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 술자리에 있는 것을 좋아해 그 이유를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술이 없어 불안이 증폭되기도 하고, 술에 취해 맨정신을 챙기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술 있는 밤이 구체적일수록 술 없는 밤의 형체는 모호하게만 느껴지는데, 이 책은 바로 그 모호함과 구체성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 




'관계의 진정성'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어떻게 쌓아갈 수 있을까. 그 순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마법으로도 돈으로도 할 수 없다(되는 듯 사실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술을 택한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택한다. 그건 마치 흑마술 같다. 이 신비한 음료를 너와 내가 같이 마시면 우리의 관계에는 진정성이 생겨난단다. 우리는 덜 어색해지고, 우리는 속 얘기를 더하게 되고, 우리는 친밀감을 더 느끼게 될 것이란다. 하지만 흑마술에는 대가가 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내게 일어났던 비극이 그것이었을 것이다.                 p.139~140


개인적으로는 수록된 글 중에 문학평론가 김선형의 작품이 매우 아름답고 유독 인상깊었다. 유달리 밤을 무서워하는 아이였던 유년의 밤들이 춥고 막막하고 헛것들로 가득했는데, 책이 구명줄인 양 매달리며 헛것들을 쫓다 지쳐 잠이 들었다는 이야기부터 자신과 세계 사이의 인식의 괴리를 잊기 위해 술로 도망친 수많은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매혹적인 밤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는 '밤이 내리면 세계는 소망과 두려움의 영역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에는 꾸며낸 이야기가 난무하며 문명과 야만의 거점은 안팎의 경계를 무화한다'고 썼다. 그리하여 '어떻게든 밤을 감당할 자원을 제 안에서 발견하지 못한 자들은 정량의 광기를 외부에서 조달해 혈류에 주입해야 한다'고 말이다. 햄릿과 보르헤스, 스티븐 킹,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그리고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사유하면서 그렇게 밤의 시간이 시처럼 펼쳐진다. '밤에 걸쳐진 환상의 베일, 불안을 벗어던진 향연의 약속, 불투명한 지금 여기를 견디'게 해주는 글이었다. 책 자체가 판형이 작고, 굉장히 짧은 문량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유독 짧아서 아쉬웠던 작품이다. 


술은 마시지 않지만, 취한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오지은 작가의 글도 어딘가 사랑스러운 면이 있었다. '주책맞고, 다정하고, 잘 웃고, 굳이 한마디 더 하고, 농담을 4절까지 잇고, 누군가를 더 잘 좋아하게 되고, 할까 말까 고민되는 행동은 그냥 해버리는 사람들', 그러니까 주정뱅이들과 친해졌기 때문에, 술자리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글이었으니 말이다. 술을 전혀 좋아하지 않아도 술 있는 밤을 이렇게 좋아할 수도 있구나, 싶은 마음도 들었고, 타인을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에 담긴 온기가 참 좋았던 작품이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분량이 작아서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몇몇 글들은 이렇게 여러 번 읽고 싶고, 또 읽고 싶은 책이기도 했다. 자, 이 책과 함께 권태와 고독, 불안 그리고 해방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밤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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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윤성희 외 지음, 강미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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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해 보는 도전이나 시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후회나 두려움처럼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었다. 처음 해보는 것이지만 여러 번 해 본 사람처럼 능숙하게 하고 싶다는 사춘기적 마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해야할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 엉뚱한 짓을 해서 우스꽝스러워지고 싶지 않다는 절박한 마음 같은 것. 때문에 뭔가를 한다는 건 정말이지 부담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재인은 '한다'와 '하지 않는다' 사이에서는 '한다' 쪽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무조건 남는 게 있다고 믿는 편이었다.             - 김화진, '근육의 모양' 중에서, p.80



재인은 다이어리에 꼭 해야 할 것들 혹은 해본 것 리스트를 적는다. 논술 학원 아르바이트, 원 나잇, 양다리, 전액 장학금, 절교, 독립 등 그리고 이제 그 리스트에 파혼과 필라테스, 담배가 기록되는 중이다. 서른두 살의 겨울, 결혼 이야기가 오가던 남자친구와 이별했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과 해치는 일을 동시에 해보기로 한다. 해가 갈수록 안 하던 뭔가를 한다는 게 어렵고 생각만으로 마음이 바빠졌으나, 그럼에도 언제나 '한다'와 '하지 않는다'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경우 재인은 '한다' 쪽을 선택하곤 했다. 무슨 일이든 무조건 남는 게 있다고 믿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은영은 대기업에 다니다 그만두고 필라테스 강사가 된 지 사년 차였다. 대기업 신입 사원 때 받던 월급을 사년 차 강사 때 받고 있었지만, 은영은 이 일을 좋아했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반쯤은 관상쟁이가 된다는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얼굴에 깃든 표정을 살펴보는 일은 좋아했다. 1회 체험 수업을 마치고 곧바로 등록한 재인의 얼굴에서 은영이 읽은 것은 기분이나 감정이 흐르지 않게 단단히 걸어 두려는 의지였다. 마음이 약해서 단단하게 걸어 잠그는, 그런 얼굴과 마주할 때마다 은영은 이상하게 마음이 기울곤 했다. 재인은 재인은 왠지 모르게 축났던 몸을 회복하기 위해 시작한 필라테스를 통해 자신을 상처 입힌 경험들마저도 잃은 것이 아니라 얻은 것이라는 발견을 하게 된다. 독립, 절교, 파혼, 끊어진 관계들의 기록들이 흉터가 아니라 근육이라고, 누가 날 해쳐서 남은 흔적이 아니라 내가 사용해서 남은 흔적이라고 말이다. 김화진의 <근육의 모양>은 아쉬웠던 경험조차 실패가 아니라 '해 본 것'이라고 이름 붙이며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의지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런 마음이라면 어떤 일이든 시작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오래전, 스스로 너무 늙었다고 느꼈지만 사실은 아직 새파랗게 젊던 시절에 할머니는 늙는다는 게 몸과 마음이 같은 속도로 퇴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몸이 굳는 속도에 따라 욕망이나 갈망도 퇴화하는. 하지만 할머니는 이제 알았다. 퇴화하는 것은 육체뿐이라는 사실을.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어김없이 인간이 평생 지은 죄를 벌하기 위해 신이 인간을 늙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음은 펄떡펄떡 뛰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데 육신이 따라 주지 않는 것만큼 무서운 형벌이 또 있을까? 꼼짝도 못 하는 육체에 수감되는 형벌이라니.              - 백수린, '흑설탕 캔디' 중에서, p.231


창비교육의 테마 소설 시리즈 열두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현직 교사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제자들을 걱정하며, 앞으로의 사회생활에 지표가 되어 줄 작품들을 선별해서 엮어 왔다. '우정'을 소재로 함께 걷는 소설, '가족'을 소재로 끌어 안는 소설, '노동'을 주제로 땀 흘리는 소설, '이별'을 주제로 손 흔 드는 소설 '재난'을 테마로 기억하는 소설, '환경'을 테마로 숨 쉬는 소설 등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었다. 이번에 나온 <시작하는 소설>은 '시작'을 테마로 한 7편의 단편 소설을 묶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이미 다른 지면을 통해서 발표가 되었던 소설들이라, 처음 만나는 작품도 있었지만 이미 읽었던 이야기들도 많았다. 하지만 분명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느 때 읽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또한 소설이다. 그래서 더욱 앤솔로지 형태로 묶인 테마 소설 시리즈가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윤성희, 장류진, 조경란, 김화진, 정소현, 박형서, 백수린 작가가 그려내는 이야기들은 10대 청소년의 ‘성장’과 ‘우정의 시작’부터 20대의 ‘첫 출근’, 70대에 시작한 ‘사랑’까지 삶에서 마주할 법한 시작의 장면을 연령대별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시작'과 마주하게 된다. 학교에 입학할 때, 친한 친구가 생기고, 연애를 하고, 대입을 치르고, 직장에 입사하고, 결혼을 하는 등 누구나 사는 건 처음이기에 시작의 순간들을 겪게 된다.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고,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말이다. 꼭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큰 변화가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시도하는 모든 것들이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결코 쉽지 않고, 부담스럽기도,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시작들이 쌓여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이 책은 그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응원을 건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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