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말하기 루틴 만들기 66 Challenge - 패턴 + 회화 + 연습 문제로 일본어 말하기 습관 형성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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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 루틴 만들기 66 Challenge에 이어 이번에는 일본어 말하기 루틴 만들기 편이 나왔다.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66일'이라고 한다. 영국의 심리학자가 진행한 실험에 의한 것으로 동일한 행동을 평균 66일 이후부터 자동 반사적으로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크게 힘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굳어지는 것이 가장 필요할 때가 바로 외국어 학습이 아닐까 싶다. 딱 66일 동안 도전해볼 수 있는 일본어 말하기 책이라니.. 미뤄두었던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딱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두 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본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33일의 학습과 다양한 상황 속 일본인과 리얼한 롤플레잉이 가능해지는 33일이다. 매일 체크할 수 있는 일본어 학습 습관 달력도 있어 하루 학습이 끝난 뒤 체크하면 습관을 기르는 데 아주 좋을 것 같다. 


먼저 오늘의 패턴을 질문과 답변으로 배우고, 예문을 통해 학습 한 뒤 다양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살펴본다. 실제 회화를 통해 패턴을 익히고 난 뒤, 말하기 챌린지로 미니 테스트, 마지막으로 실전 문제를 통해 마무리 연습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네 단계가 딱 하루 분량으로 겨우 두 장이면 할 수 있다. 매일의 학습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아 미루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파트 1에서는 질문-답변 패턴 형식으로 기본적인 표현을 학습해본다. 일상적인 주제로 일본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바라거나 원하는 것을 묻고 답하기, 특정한 날이나 시간을 묻고 답하기, 상대방에게 의향을 묻거나 권유하는 표현, 경험 유무를 묻고 답하는 표현 등을 공부할 수 있다. 파트 2에서는 더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도록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리얼한 표현들을 만나볼 수 있다. 관심사나 취미, 취향이나 기호를 나타내는 표현, 외모나 성향, 이상형을 묻고 답하는 표현, 제안 및 권유, 그리고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 등을 연습해 본다. 


다양한 부가자료도 활용할 수 있는데, 시원스쿨 일본어 홈페이지에서 MP3음원, 단어테스트 PDF, 문장 쓰기 노트 PDF를 다운 받을 수 있다. 특히나 실전처럼 말해 볼 수 있는 무료 말하기 트레이닝 영상이 유익한데, 도서에 있는 QR코드 스캔을 통해 일본어 말하기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일본 여행을 가거나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일본어 단어들이 귀에 꽂히곤 하면, 다시 한번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자주 먹게 된다. 한때 참 열심히 학원을 다니며 공부했던 일본어인데, 손을 놓은 지 오래 되어서 히라가나부터 다시 봐야 하는 수준이 되어 버린 관계로 좀처럼 끈기 있게 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책과 함께라면 바로 여행 가서도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일본어 회화를 겨우 하루에 4페이지씩하는 것만으로 배울 수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66일만, 일본어 공부에 시간을 투자해보자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아마도 작심삼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목표나 계획이 외국어 공부일 것이다. 딱 66일 만 시간을 투자해서 나만의 일본어 말하기 루틴 만들기에 도전해보자!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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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마스터 3 - 워터 드래곤의 비밀 드래곤 마스터 3
트레이시 웨스트 지음, 그래엄 하웰스 그림, 윤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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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린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드래곤 마스터> 시리즈 그 세 번째 이야기를 읽어 보았다. 1권에서 농부의 아들인 드레이크는 양파 밭을 일구다 왕이 보낸 병사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병사들과 함께 성으로 간 드레이크는 왕의 마법사 그리피스를 만나게 된다. 그는 드래곤 문양이 새겨진 나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초록빛 드래곤 스톤을 보여주며, 드레이크가 드래곤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 준다. 그렇게 드레이크는 진짜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거대한 드래곤을 마주하게 되었다. 




2권에서는 드래곤과 드래곤 마스터의 본격적인 비행 훈련이 시작되었었는데, 그 과정에서 하늘을 날던 케프리가 추락을 하게 된다. 다행히 벌컨이 쏜살같이 날아가 케프리를 확 움켜잡은 덕분에 바닥에 추락하는 신세는 모면했지만, 케프리는 어딘가 아파 보였다. 드래곤이 아프다는 소식에 롤랜드왕은 화가 나고, 제대로 고치지 못한다면 다른 마법사를 찾겠다고 선언하는데, 그리피스 마법사와 드레이크, 그리고 친구들은 다 같이 치료법을 찾아 보기 시작한다.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웜이 능력을 발휘해 케프리를 낫게 할 치료법을 찾는 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었었다. 




3권에서는 래곤과 드래곤 마스터를 연결해 주는 신비한 돌, 드래곤 스톤을 누군가 훔쳐 가려고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지난번에도 이들을 공격한 적이 있었던 흑마법사 말드레드일까 의심하지만, 가까운 곳에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급기야 먼 나라에서 온 낯선 침입자에 의해 진짜 드래곤 스톤을 도둑맞게 되는데... 과연 드래곤 마스터들과 왕실 마법사 그리피스는 드래곤 스톤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로리와 반짝이는 빨간 비늘로 뒤덮인 드래곤 벌컨, 보와 파란 비늘의 드래곤 슈, 애나와 읜색과 노란색이 섞인 드래곤 케프리, 그리고 다리가 없어 마치 큰 뱀처럼 보이는 기운 없고 보잘 것 없는 모습이지만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드레이크의 드래곤 웜까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드래곤들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면서 이야기에 점점 더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 




이 세계의 드래곤들은 고유의 속성에 따라 나뉘며, 제각기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드래곤 마스터는 여덟 살 정도의 어린이들이며, 이들은 드래곤과 함께 훈련하며 드래곤의 능력이 잘 발휘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드레이크와 드래곤 '웜'이 주인공이지만, 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각각의 에피소드에서는 주요 인물과 드래곤이 바뀌면서 재미를 더해준다. 드래곤 마스터인 아이들의 성격도, 배경도 모두 다르고, 각각의 드래곤들도 능력과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하나씩 비밀을 만나는 듯한 느낌이다. 




<드래곤 마스터 세트> 서포터즈로 활동하게 되어 10주간 5번의 미션을 수행할 예정이다. 1주차 미션은 세트 개봉기였고, 2주차 미션은 ‘드래곤 마스터 벽걸이 장식’ 인형을 제작해보는 것이다. 드래곤 장식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벽걸이 페이퍼토이라고 해서 매우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막상 펼쳐보니 만드는 길이 상당히 험난해 보였다. 하핫. 도면들을 떼어낼 수 있게 되어 있는 게 아니라, 하나씩 전부 가위로 오려 내어야 하는데다... 접는 면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도면을 꺼내자마자 아이가 이거 내가 할래! 하고 달려 들면서 신나했는데... 역시나 쉽지 않은 지 한참 하다가 오늘은 완성 못하겠다고 포기해버렸다. 내가 만들면 빠르게 완성은 하겠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드래곤을 만드는 거라 직접 할 수 있게 천천히 시간을 주려고 한다. 드래곤 마스터 10권까지 다 읽기 전에는 완성할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자, 4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매번 각 권의 마지막에 다음 이야기가 예고가 나와있어 더욱 궁금증을 유발시키는데, 어서 빨리 4권을 만나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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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한국사 : 홍범도 Who? 한국사 47
김현수 지음, 박종호 그림 / 다산어린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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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한국사》 시리즈 마흔 일곱 번째 인물은 독립 운동가 홍범도이다. 그 동안 선사, 삼국시대부터 남북국 시대, 고려, 조선을 거쳐 근대의 인물들을 만나고 있다. '인물'을 알아야 그 시대가 보인다는 말처럼, 《who? 한국사》 시리즈는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역사의 흐름을 짚어낼 수 있도록 해준다. 


Who?시리즈는 한국사 뿐만 아니라, 인물 중국사, 아티스트, 인물 사이언스, 세계 인물, 그리고 스폐셜, K-pop라는 다양한 카테고리로 위대한 인물들을 소개해왔다.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라 방학때부터 한국사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래서인지 이번 책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지난 2021년 8월 15일 광복절 아침, 카자흐스탄으로부터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식이 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조국 해방을 불과 2년 앞두고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숨을 거둔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장군의 유해가 28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귀환했고, 대한민국 정부는 건국훈장 중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추서하고, 유해는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자, 그럼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최대의 승전을 기록한 걸로도 유명한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만나보자. 




1868년 10월 12일 평안도 평양, 훗날 독립운동의 전설적인 영웅이 될 아이가 태어난다. 어머니는 출산으로 쇠약해진 몸을 추스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아홉 살 때 아버지마저 고된 머슴살이로 인해 병들어 세상을 떠나고 만다.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된 홍범도는 숙부의 집에서 살아가며, 마을 지주의 농지에서 소작하는 일을 부지런히 도왔다. 하지만 지주를 비롯해 가진 사람들의 천대와 억압은 끊이지 않았고, 홍범도는 가진 게 없다는 이유로 천대하고 억압하는 세상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공고를 보고 군인이 된다면 최소한 신분 때문에 차별 받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에 군대에 지원하게 된다. 나팔수로 근무하기 시작했지만, 뛰어난 사격 실력을 보여 파견 병력에 차출되어 서울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군 생활을 하는 4년 동안 보고 겪은 것은 군대 내부의 부패와 차별, 잦은 구타였고, 더 이상 부당한 차별에 굴하며 구차하게 살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홍범도는 군대를 떠나기로 한다. 




이후 황해도에 있는 제지소에서 근무하며 종이 만드는 기술을 익히고, 금강산을 유랑하다 사찰에 가게 되어 승려의 길을 걷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인근 사찰에서 수행 중인 여승을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사람은 아이가 생겨 사찰을 떠나기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건달패들을 만나는 바람에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이후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깊은 산골에서 살던 홍범도는 우연히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듣게 되고, 의병 운동에 뛰어 들게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군에 맞서 활약하는 홍범도의 면모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의병의 길은 험난했고, 이후 시간이 더 흘러 의병 항쟁은 독립 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국내외로 독립의 정서가 뜨거워지는 정세 속에서 홍범도는 대한독립군을 창건했고, 약 3백 명에 달하는 대한독립군을 이끌고 독립 전쟁의 시작을 알리게 된다. 홍범도는 수많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면모를 보여왔다. 평생 고단한 투쟁을 해오며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것에 굴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항쟁을 이어갔다. 이것은 후대에 그의 이름이 오래도록 기억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딱딱한 역사도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도록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학습 만화로 풀어내고 있어 한국사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에피소드 중간 중간에 '한국사 흐름 잡기'라는 코너를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자세한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있어 더욱 깊이 있는 독서가 되도록 도와준다. 


이야기가 다 끝이 난 뒤에는 독해 워크북을 통해서 한국사와 국어 실력도 쌓을 수 있다. 매일 1장씩, 하루 15분정도 시간을 내어 7일 동안 해볼 수 있는 독해 활동 워크북은 만화를 통해 알게 된 인물에 대해 더욱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식의 글과 문제를 수록하고 있다. 뉴스, 강연록, 일기, 편지, 체험 학습 보고서 등 지루할 틈없이 한국사 공부를 할 수 있어 아주 유용했다. 《who? 한국사》 시리즈를 통해 역사와 문해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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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제닝스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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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자가 언제까지 살아 있을까? 새뮤얼의 집, 새뮤얼의 카펫 위에 얼마나 오랫동안 누워 있게 될까? 새뮤얼은 테이블에 대고 손가락 장단을 치다가 한 손으로 얼굴을 부드럽게 쓸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게 되려나. 그치지 않는 이 움직임이 계속 집 안을 채우게 될까. 20년 넘게 새뮤얼 혼자 고독을 지키던 이 집에서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려나. 작은 오두막을 점령하며 바닥과 벽으로 스며든 이 숨결, 이 맥박, 이 젊음, 이 생명. 새뮤얼은 숨이 막히고 내면의 공포에 질려 숨을 헐떡였다.           p.25



스스로의 선택으로 고립된 삶을 살고 있는 일흔 살 노인 새뮤얼. 그는 23년 동안 등대지기로 일해 오며 홀로 섬에 살고 있다. 2주마다 공급선이 오는 것 외에는 전혀 세상과 교류하지 않은 채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작은 섬에 의식을 잃은 한 남자가 파도에 실려 온다. 처음에는 시신이라고 생각했다. 23년 동안 그가 발견한 시신은 모두 서른두 구였고, 처음에는 공무원들이 섬에 와서 조사를 하기도 했지만 점차 관심이 없어졌고, 대부분 새뮤얼이 스스로 처리해야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한 남자는 살아 있는 것이 분명했고, 그로 인해 오랜 세월 공고하게 쌓아온 새뮤얼의 고립과 평화가 부서지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낯선 남자가 표류해 온 날 아침부터 나흘 동안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난민임이 분명한 그 남자를 먹이고 보살펴주는 과정은 새뮤얼로 하여금 잊고 살았던 과거를 회상하게 만든다. 새뮤얼의 나라는 식민지 시대, 부패정권, 군부독재로 이어지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그는 동지들과 연대해 민주화 운동에 나섰다가 체포되어 23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었다. 독재자가 실각한 뒤 자유의 몸이 되어 등대지기에 자원했고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가 캐런 제닝스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통해 아프리카의 격동적인 역사를 들여다본다. 





처음 섬에 들어왔을 때 가장 무서웠던 건 마구 구르고 뒤채고 휘도는 파도였다. 고립보다도, 길들지 않는 땅보다도, 다른 무엇보다도 무서웠다. 그럼에도 새뮤얼은 싫은 내색 없이 파도를, 그리고 섬을 둘러싼 거대한 바다를 경외하려 애썼다. 그가 계속 무너지고 또 무너지는 돌담을 쌓은 건 아마도 물살의 공격에서 땅과 자신을 지켜내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해안을 흐트러뜨리고 어지럽히는 파도가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초목은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고 모든 걸 숨 막히게 만든 질식초도 다룰 수 있었다. 그가 길들이고 싶은 것은 바다였다.                 p. 254~255



작가인 캐런 제닝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나 현재는 브라질로 이주해 살고 있다. 이 작품은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브라질에서 집필되었는데,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고 팬데믹이 선언되며 도시가 봉쇄되었던 당시에 쓰였다. 브라질에 사는 외국인으로 완전히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며, 외딴섬에서 홀로 살아가는 새뮤얼만큼이나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글을 썼다고 작가는 말한다. 일흔 살 노인의 지독한 고독을 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상당히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이 작품은 2021 부커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는데, '비범하고 웅장하며 매혹적'이라는 심사평을 받았다.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임에도 밀도 있는 이야기가 꽉 차 있어 숨죽이며 읽게 되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그야말로 숨이 턱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한데, 과거가 현재를 어떻게 잠식하는지, 폭력이 어떻게 또 다른 폭력을 낳는지... 서늘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었다. 특히나 연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방인은 얼마나 쉽게 배척되는가에 대한 사유가 탁월해 나와는 다른 존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나와 생김새가 다르고,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고 해도, 하나의 인격적 존재로서는 나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만들어 준 작품이었다. 폭력과 야만의 역사는 여전히 어딘가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런 작품을 바로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식민지 시대 이후 아프리카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 이야기는 아픈 역사를 지닌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로 읽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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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 신화에 가려진 여자
제시 버튼 지음,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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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설명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명료하게 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다. 머리카락이 뱀이건 아니건, 우리는 모두 너무도 복잡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왜 이런 모습인지, 어떤 삶의 굴곡을 겪었는지 힘들이지 않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올림포스 산의 이편에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왜 허니 케이크보다 무화과 케이크가 좋은지, 왜 그의 친구가 아닌 그와 사랑에 빠졌는지, 왜 한밤중에 우는지, 혹은 왜 아름다운 것을 보고 우는지, 왜 아무 이유 없이 우는지.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다.               p.77



신의 분노로 머리카락이 뱀으로 바뀌는 형벌을 받게 된 메두사는 외딴 섬에서 언니 둘과 사 년 째 숨어 살고 있다. 물결처럼 길게 늘어졌던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없고 형형색색의 뱀들의 요람이 되어 버렸으니, 누구 앞에도 나설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외지고 아름다웠으며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인 섬은 메두사와 언니들이 선택한 영원한 유배지이기도 했다. 영원처럼 긴 시간을 보내며 미쳐버릴 것 같은 날도 있었지만, 점차 외로움에 익숙한 삶이 이어지고 있었다. 동굴과 어둠에 숨어 사는 반쪽짜리 삶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잃은 젊은 남자가 섬에 도착한다. 외로움에 지친 메두사는 자신의 모습은 바위 뒤에서 감춘 채, 그에게 말을 건넨다. 두 사람은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며, 서로의 비밀을 나누고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그는 제우스의 아들 페르세우스였고, 그가 섬에 온 목적이 메두사의 목을 베는 거라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메두사는 자신의 흉측한 모습을 그가 감당할 수 있을 지 두렵고, 아테나의 저주로 그가 화를 입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라면 우리는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겠지만, 제시 버튼에 의해 현대적 관점으로 다시 쓰인 메두사의 이야기는 우리의 예상을 훌쩍 뛰어 넘으면서 펼쳐진다. 




신들이 내게서 앗아간 행복과 기적을 되찾을 실낱같은 희망을 그에게서 본 걸까? 마른 가지는 불꽃이 있어야 불이 붙는다. 이 불은 페르세우스 혼자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나는 오랫동안 나의 내면을 외면하라고 배웠다. 나 자신의 불을, 누군가가 들어주길 원하는 나의 목소리를 외면하라고 배웠다. 그런데 이제 때가 되었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빛이 있어 세상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만큼, 빛이 있어 이제 더는 숨을 곳도 없었다. 그를 향한 강렬한 감정이 두려웠고, 그 감정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 두려웠다.               p.142



머리에 뱀이 득시글거리는 괴물, 눈빛만으로 숨통을 끊는 살인자, 자애로운 신에게 저주받은 자, 메두사.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 혹은 괴물로 지칭되는 메두사는 그 얼굴을 보기만 해도 돌로 변해버리게 하기에 두려움의 존재처럼 여겨진다. 미모가 출중해 포세이돈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아테나 여신의 분노를 사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하나하나 뱀으로 변하는 저주에 걸렸다. 하지만 사실 메두사는 무고한 피해자였고, 그녀를 억지로 갖고 싶어 한 포세이돈은 가해자임에도 벌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메두사가 남성의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죄를 범했다는 식으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사실 성폭력 피해자가 도리어 괴물로 변해야만 하는 상황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가해자인 남성이 아니라 피해자인 여성이 벌을 받게 되는 상황 또한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도 익숙한 것이니 말이다. 피해자임에도 가해자로 변해 홀로 고통을 감내해야했던 메두사의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 또한 바로 그러한 기시감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러한 남성 중심의 서사를 뒤집어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신화를 재해석한다. 남성의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죄를 범했다고, 그 다음에는 남성을 무력화하는 괴물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대상이 되어 버린 메두사의 시점을 통해 다시 쓰여지는 이 이야기는 여성의 불안과 처벌의 정당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다. 남성에 의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제도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신화를 제대로 뒤집어 보는 것이다. 


이 도발적인 이야기를 한층 더 살려 주는 것은 강렬한 터치와 색감이 인상적인 풀컬러 일러스트들이다. <신비한 동물 사전> 등을 작업한 세계적 일러스트레이터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은 메두사의 감정과 신화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니어처리스트>, <뮤즈>, <컨페션> 등의 작품으로 만나온 제시 버튼은 여성의 삶과 내면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작가답게 메두사라는 캐릭터를 섬세하고 독창적으로 재탄생시켰다. 가장 현대적인 감각으로 쓰인 메두사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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