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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어원 사전 - 이 세계를 열 배로 즐기는 법
덩컨 매든 지음, 고정아 옮김, 레비슨 우드 서문 / 윌북 / 2024년 6월
평점 :
아이슬란드는 어느 면으로 보아도 평범하지 않은 나라다. 화산과 유황이 넘쳐나는 풍경에는 얼음과 불뿐 아니라 장대한 폭포, 구릉진 초원, 먹빛 해변, 발광하는 지열 웅덩이도 있다. 국토가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 판에 걸쳐 있고, 그로 인해 생겨난 독특한 지리와 지질은 아이슬란드만의 거칠고도 환상적인 아우라를 만들어냈다. 이토록 극단적이고 외딴 섬이라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곳에 토착민은 없다. 이들 역사에는 서기 800년 무렵부터 강인한 부족들이 와서 얼마간 살다가 떠나는 일이 거듭되었다... 덕분에 아이슬란드는 복잡한 명명의 역사를 갖게 되었고, 그 과정에 어원과 관련된 몇 가지 멋진 이야기가 남았다. p.98~99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은 미지의 대양을 항해하고 미답의 봉우리를 오르는 것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일이다.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옥스퍼드 오늘의 단어책>, <미식가의 어원 사전>, <수상한 단어들의 지도> 등 윌북에서 출간된 단어와 어원에 관련된 책들을 재미있게 읽어 왔다. 이번에는 각 나라의 이름에 숨은 어원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려 주는 <여행자의 어원 사전>을 만나 보았다.
이 책의 저자인 덩컨 매든은 지난 20년간 6개 대륙, 65개 나라를 여행하며 그곳에 얽힌 어원들을 조사하고 수집해왔다. 단어 하나에는 오래전에 사라진 문화, 민족 이동, 종교, 언어, 갈등, 정복, 지형, 지도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떤 이름은 단순하게 침략자의 이름을 따거나 주요 지형에서 오기도 하지만, 어떤 지명은 수많은 이야기와 수수께끼가 뒤얽힌 판도라의 상자가 된다. 달의 배꼽에 있는 나라라는 뜻을 가진 멕시코, 수수께끼의 유령 섬에서 비롯된 브라질, 고대 스칸디나비아어로 얼음 나라라는 뜻의 아이슬란드, 자유롭다는 뜻의 고대 프랑스어와 중세 라틴어에서 온 프랑스, 모가디슈 항구로 착각해 탄생한 이름 마다가스카르 등 각각의 나라 이름에는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가 녹아 있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베리아반도의 태양을, 그리고 토끼를 즐겼다면 이 기회에 긴 육상 국경을 넘어 똑같이 강렬한 햇빛이 가득한 이웃 나라를 방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잉글랜드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맹을 이룬 나라, 탐험가와 어부로 이루어진 바다의 민족, 대항해시대의 선구자. 바로 포르투갈이다. '바다가 가꾼 정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나라는 어원부터 풍부하고 다문화적인 역사를 잘 반영한다. 포르투갈Portugal이라는 이름은 다른 많은 경우처럼 한 언어의 단어가 시간에 따라 변화 발전하는 과정에서 다른 언어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태동 시점부터 두 언어가 합쳐진 것이기 때문이다. p.155~156
언어가 변천해온 모습을 통해서 과거를 살펴보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다. 단어란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무의미한 소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역사이자 미래이기도 한 것이니 말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별 생각없이 사용하는 모든 것들에는 각각 이름이 있게 마련이고, 그 이름에는 긴 역사가 서려 있다. 익숙한 나라의 이름들에 숨겨진 배경과 사연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책을 통해 어원 여행을 하다 보면 거의 모든 국명의 어원이 네 갈래 중 하나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요 지형, 위치나 방향, 민족, 유명하거나 중요한 인물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해와 착각이 놀라울 만큼 큰 역할을 하는데, 바로 그 지점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각각의 나라마다 지도가 함께 표기되어 있어 위치에 대한 부분이 바로 눈에 들어오고, 군데군데 깨알같은 틈새 정보도 재미를 더해준다. 지구를 원통형으로 가정해서 만든 지도인 메르카토르도법의 문제, 맥도날드 해피밀의 원조가 미국이 아니라 과테말라였다는 사실, 코스타리카의 주민들이 사용하는 '푸라 비다'라는 스페인어의 뜻, 아단나무 잎으로 만든 파나마 모자는 실제 파나마에서 만들지 않는 다는 정보, 베네수엘라에 있는 세계 최고 높이의 폭포의 진실, 스페인의 세계적 수출품 중의 하나인 츄파춥스의 초현실적인 이야기, 아프리카의 비밀스러운 종교인 부두교에 관한 오해 등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정보들이 가득 담겨 있다.
세계지도를 보면서 나라의 이름은 어떻게 정해진 걸까, 궁금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이 그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해결해 줄 것 같다. 덩컨 매든이 수집한 각 나라의 이름에 깃든 이야기들은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도 한층 더 넓게 만들어 준다.
나라 이름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들 속에는 미스터리한 전래 동화 같은 어원도 있었고, 혼란과 투쟁의 역사가 깃든 이름도 있었으며, 거대한 전설에서 비롯된 나라도 있었고, 어이없는 실수가 더해져 오늘날의 이름이 된 곳도 있었다. 단어의 어원을 따라가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기존에 알고 있던 나라들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이야말로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언어의 마법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