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의 평생을 강아지와 함께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릴 적부터 강아지와 친숙하게 지냈다. 꽤 어린 시절부터 우리 집을 거쳐간 강아지가 총 다섯 마리인데, 기간에 비해 강아지 수가 많지 않은 이유는 다들 오래 살았기 때문이다. 우선 제일 처음 키웠던 일명 '똥개' 두 마리는 황갈색 수컷 '뽀뽀'와 하얀색 암컷 '뽀미' 두 마리였는데,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항상 나를 반겨주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 이후에는 하얀 털과 브라운 털이 멋들어지게 섞여 있었던 '복돌이' 였는데, 이 아이는 애교가 넘쳐나던 아이라 너무 이뻐했었던지.. 나중에는 주인의 사랑을 지나치게 받아 비만이 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너무 좋아했던 강아지였다. 이어 장난감 인형처럼 생겼던 토이 푸들 '쪼꼬'는 너무도 똑똑해서 가끔은 얌체처럼 느껴질 정도였던 아이인데, 산책을 데리고 나가면 그 미모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꼭 한마디씩 했던 귀여운 강아지였다. 그리고 현재까지 같이 살고 있는 코카스패니얼 '토토'는 현재 13살이라 사실 할아버지 급 나이인데도 여전히 천방지축 활발하고 정신 없는 아이이다. 친구네 집에서 키우던 요크셔테리어는 12살만 되어도 느릿느릿 힘없이 정말 노인처럼 다녀서 마음이 아팠는데, 이놈은 아직도 너무 철없이 뛰어다니곤 해서 우리 가족의 활력소가 되어주곤 한다. 특히나 '토토'는 어릴 때 폐렴에 심하게 걸려서 병원에서도 거의 포기하고 안락사를 권유시켰을 정도로 많이 아팠던 아이인데, 차마 그 조그만 것을 버릴 수가 없었던 터라 온갖 민간요법을 동원해서 결국 건강을 되찼았던 슬픈 과거가 있다. 그 민간요법이란 것도 사실 지금 돌이켜 보면 말도 안 되는 건데, 예를 들자면 북어국 끓여주기, 닭발 삶아주기 등등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주고, 무더운 한 여름에 에어컨 한번 못 켜고 습도 조절을 위해 욕실에 뜨거운 물 잔뜩 받아놓고 습기 맞춰주고, 병원에서 포기한 터라 약을 못 주니 사람이 먹는 감기약을 가루로 부셔서 먹여주는 등등... 인터넷을 검색해서 어디에 도움이 된다는 건 다 해본 것 같다. 물론 너무 어릴 때부터 아팠던 지라 체력이 약해서 자라오면서 잦은 잔병치레를 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13살이 되도록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볼 때마다 대견한 놈이다.
서론이 길었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개를 보살피고, 개와 함께 생활을 했기에 그들의 언어에도 무한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정한 순간의 표정, 하나의 몸짓으로도 이 아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살펴본 경험이 있으므로 대체 개들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 그들이 보내는 언어 신호에 대해 항상 궁금했었다. 이 책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애견 언어 교과서>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개의 행동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개 심리 전문가가 그들의 언어에 대해 알려주는 작품이다.
개들이 어떤 식으로 대화하고, 인간이 보내는 신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개들이 말하는 내용을 인간의 언어로는 어떻게 번역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면, 개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것을 느끼고 있는지, 무엇을 하려는 지에 대해서 알 수 있다. 개가 온화한 표정일 때, 혹은 뭔가에 흥미가 끌릴 때, 공격의 표정이나 긴장과 불안, 공포와 복종을 나타내는 표정을 지을 때는 자세, 꼬리, 몸의 위치, 입, 발바닥, 꼬리를 흔드는 방식, 눈 위의 작은 움직임 등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실제로 개는 사람의 많은 언어를 배워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개가 사람과 마음이 통하기 쉬운 것도 바로 그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개는 사람의 지시에 따르거나 혹은 사람의 단어에 반응하여 현명하게 행동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저자는 "개가 듣고 이해하는 필수 단어 리스트"라고 간단히 정리를 해놨는데, 아마 개를 한번이라도 키워 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아는 내용 들일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저리 가:개는 뭔가를 휘젓거나 뭔가에 열중하고 있다가도 그곳으로부터 떨어진다.
손 줘: 이 말을 들으면 개는 한쪽 앞발을 올린다. 발톱을 자르거나 마른 타월로 씻거나 할 때 유용하다.
쫓아가: 놀 때 사용하는 단어로, 개는 내가 던진 것을 자유롭게 쫓아 간다.
안 돼: 이 말을 들으면 개는 항상 크고 날카로운 소리를 지른다. 목적은 개에게 모든 동작을 멈추고 가만히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명령은 개에게 말썽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데 아주 유용하다.
기다려:"멈춰"보다 훨씬 느슨한 명령이다. 이 말을 들으면 개는 지금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그 자리에서 나로부터 눈을 떼지 않고 다음 지시를 기다린다.
이것들은 우리가 평소에 흔히 쓰는 단어들이고, 어릴 적부터 어떻게 훈련을 시키느냐에 따라서 주인과 개 사이에 소통할 수 있는 꺼리 들이 더 많아진다. 특히나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훈련시킨 단어에 따른 행동 말고, 개가 자신의 이름에 반응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개가 자신의 이름을 인식한다는 것만 봐도 그들이 언어에 반응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개 언어를 이해하려면 우선 그들이 말하는 방식부터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세히 들어보면 개들마다 짖는 소리도 미묘하게 다르다. 저자는 개가 말하는 방식을 얼굴 표정, 귀, 눈, 꼬리, 몸, 성적인 행동, 냄새 등으로 구분해서 그들이 말하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개 언어는 동작이나 몸의 자세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결코 조합될 수 없는 소리와 자세가 있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점이다. 예를 들어, 사지를 뻣뻣하게 경직시킨 자세로, 콧소리나 높은 톤으로 칭얼거리는 개는 없다. 이 자세를 취할 때는 대개 으르렁거림을 동반하고, 때로는 경고의 짖는 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꼬리의 움직임과 소리의 조합에도 규칙적인 점이 있다는 것이다.
"저 여기 있어요" 하고 개의 잠자는 소리는 말한다. "함께 이 세상을 헤쳐나가요. 짐승이나 침입자가 당신을 덮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제가 여기서 당신의 눈이 되고 귀가 될게요. 염려 마세요. 제가 곁에 있으면서 당신을 따뜻하게 하고, 필요하면 당신을 지킬게요...우리는 이제 모두 아이는 아니지만 함께 놀아요. 운이 나빠서 당신이 탄식할 때는 제가 위로해 드릴게요. 당신은 이제 혼자가 아니에요. 약속할게요. 당신의 개로서 제가 그렇게 약속할게요. 매일 밤, 이 숨소리로 그 약속을 당신에게 전합니다."
나는 잠든 우리 집 개들의 편안한 숨소리에서 그런 말들을 읽는다. 그리고 선조들과 마찬가지로 그 말을 이해하고 위로 받는다. 비록 개들이 한정된 단어로 그것밖에 전2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개의 언어 능력은 두 살짜리 아이와 유사하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사람의 언어로 개에게 '명령'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건네야'한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말을 걸 때와 마찬가지로 개에게 말을 거는 것은 대부분 대답을 기대하지 않고 독백형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개 언어 소사전"이라고 해서 개가 의사 전달에 사용하는 주된 신호들을 모아 정리해놓은 부분이 있다. 소리에 의한 신호, 시각적인 신호로 구분되어 개가 사람에게 전하려고 하는 바를 알아듣기 쉽게 표핸해두었다. 이 책이 당신과 당신의 개 사이에 더욱 깊은 이해와 소통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