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도 전략이 필요해 - 프러포즈 기다리다 지친 그녀에게
김범준.이수빈.임회선 지음 / 이지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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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결혼은 완벽한 커플이 만났을 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불완전한 커플이 서로의 차이점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때 이루어진다.

 

이 책은 "프러포즈 기다리다 지친 그녀에게"라는 부제가 보여주듯이, 어떻게 하면 결혼하자고 말하지 않는 내 남자와 결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일종의 리얼한 보고서이다. 그러니까 연인이 없는데 결혼은 하고 싶은 이나, 모태솔로인데 결혼은 하고 싶은 사람이나, 결혼을 앞두고 티격태격하는 커플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다. 그러니까 연애를 하고 있는데 도통 남자가 프러포즈를 하지 않아서 애타는 여자들, 지금 내가 만나는 남자와 평생을 함께 해도 좋을지에 대한 확인이 없는 여자들에게는 매우 솔깃할 수 있는 책이 되겠다. 얼마 뒤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터라 결혼에 필요한 전략이라는 제목에 호기심이 생겼는데, 딱히 나 같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었단 말이다. 하지만 전직 커플매니저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실제 상황을 리얼하게 분석해서 말해주는 남자들의 속마음은 매우 흥미로웠다. 게다가 주변에 아직 솔로인 친구들이 많아서인지, 그녀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했다.

 

 

, 당신의 남자는 좋은 남자인지 체크해보라는 내용이다. 당신의 연인은 위의 <좋은 남자 체크 리스트>중에 몇 개에 해당되는가? 몇 개 해당이 안 된다면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다. 위의 10가지 항목에 모두 해당한다면 그건 '남자 사람'이 아니라, '신이 된 남자'라고. 세상에 그런 남자는 없다고 말이다.

 

연애를 할 때 남자와 여자가 다투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상대방을 나에게 맞추려고 하는 것.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상대방만 변하기를 바라는 것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착각이 바로 이것이다. '이 사람이 나로 인해 변할 수도 있다는 믿음' 말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 삼십 년을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들과 지내면서 각자의 가치관을 쌓아 구축된 인격과 성격인데, 그게 일 이년 만에 바뀔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자신이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가 아닌 줄 뻔히 알면서, 왜 내 남자는 드라마 속에 나오는 백마 탄 왕자이기를 바라는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한다면, 솔직히 연인 간에 별로 다툴 일이 없다. 부족하면 부족한 모습 그대로, 마음에 안 들더라도 있는 성격 그대로의 그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연애만 즐길게 아니라, 누군가와 가정을 이루고 결혼을 하고 싶다면 말이다.

 

 

결혼과 연애는 분명 완전히 다른 단계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그저, 결혼 적령기에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이 특별히 싫지 않으면 어쩌다 보니 하게 되는 게 결혼이라고 하기도 한다. 가슴 떨리게 좋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진저리 나게 싫지도 않은 사람이고, 내가 경제적으로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적당한 나이에 만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결혼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대목 중에 가장 공감이 되었던 것은 바로 아래 부분이다. 바로 나의 꿈을 지지해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것. 꿈을 존중해주고, 미래를 지지해주는 그런 남자는 사실 흔치 않으니까 말이다.

 

이제 여성의 시대로 돌입했다. 미래에는 여성이 사회의 반 이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그때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당신의 꿈은 반드시 간직되어져야 하고, 이루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결혼이 그것에 장애가 되어선 곤란하다. 남자는 당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일상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당신이 확인해야 할 것은 남자의 유머 감각, 패션 감각 등이 아니다. 당신의 남자는 당신의 꿈을 후원할 수 있는 '후원아티스트'인가? 지금 당장 확인해보라!

 

후원아티스트란 바로 나의 꿈을 후원할 수 있는 남자란 뜻이다. 이제는 여자의 사회적 진출과 행복한 일상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남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곧 결혼할 나의 남자도, 가장 든든한 점이 바로 그거였다. 바로 내 꿈을 믿어주고, 지지해준다는 것이다. 지금은 현실 없어 보이고, 아득히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내가 언젠가는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주기 때문에 나도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물론 누군가 에게는 결혼을 결심할 수 있는 남자의 조건이 배경일수도, 학벌일수도, 외모일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 한번의 선택으로 나의 앞으로 남은 일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이 책을 통해서 좀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결혼상대를 선택하고, 자신 있게 그에게 프러포즈를 요구하고, 여자가 결혼을 주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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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4 2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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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8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젤롯 -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 20년간의 연구로 복원한 인간 예수를 만나다
레자 아슬란 지음, 민경식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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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말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나사렛 예수' , 역사적 인물로서 중점을 두는 연구와 신앙의 대상으로 받드는 '그리스도 예수' 연구이다. '나사렛 예수'에도 예수를 윤리적 교사, 사회 개혁가, 정치적 혁명가, 심지어 마술사나 퇴마 사로 보는 등 여러 가지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예수를 '정치적 의식이 투철한 유대 혁명가'라고 말한다. 저자의 시각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기독교를 믿는 아니든 간에 이 책 속에서 그려지는 역사적 예수의 모습은 매우 흥미롭다. 무엇보다 종교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억지가 없어서, 비 기독교인인 내가 읽기에도 크게 무리가 없었다.  예수에 대한 역사적 주장이 잘 검증되고 세밀하게 연구되고 어마어마하게 권위가 있다 하더라도, 그 주장에 반박하는 반대편 주장 역시 똑같이 잘 검증되고 세밀하게 연구되고 권위가 있다는 말로 서두를 시작하는 것만 보아도, 저자의 시각이 편협 되지 않았음을 잘 보여준다 하겠다.  

 

 

1부에서는 로마 제국의 통치와 귀족 대제사장들의 탐욕으로 민중들의 신음소리가 높았던 시대가 그려진다.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할 것이라는 과거의 예언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스스로 계시를 받은 메시아임을 자처하는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여 반란을 일으켰던 혼란스러운 시대의 모습이다. 1세기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상황을 훑으며 메시아들 중 하나로 등장했던 예수의 모습이 어떠했을 지를 짐작할 수 있도록 보여준다. 2부에서는 예수에 관련된 주요 사건들이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성전 정화 사건을 비롯해서 본격적인 선교에 나서는 모습과 나병 환자 등을 치유해주었던 일화 등 역사적 사실관계를 비롯해서 예수가 꿈꿨던 세상이 점차 구체화되어 보여진다. 이어지는 3부는 예수 십자가 처형 이후, 예수의 동생 야고보를 중심으로 예루살렘을 근거지로 한 유대 파와 주로 로마에서 활동했던 바울의 헬라 파로 나뉘어 진행된 예수 운동을 그려진다. 예루살렘 함락 이후 기독교가 로마의 시민을 대상으로 포교되었으며, 로마의 정권 교체 속에서 박해 받았다 다시 국교로 인정되고 그렇게 현재 기독교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 보여지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서 그 동안은 예수의 모습이 로마에 사는 초기 기독교인들을 선교하기 위해 혁명가와는 거리가 멀게 그려졌다는 것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마치 역사소설인 것처럼 스펙 타클하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는 논픽션으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고 있다. 20년에 걸친 학술적인 연구와 토론을 밑바탕으로 그려진 나사렛 예수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예수 그리스도와 전혀 같지 않다. 저자의 설득력 있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로마 제국이 위세를 떨치던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초기 기독교 형성 과정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이슬람교도에, 이란 출신의 저자가예수에 관해 연구한 작품을 발표했다는 데 심기가 불편해진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미디어인 폭스 TV가 저자를 불러놓고 공격적으로 인터뷰한 걸로 유명하다. 누가 봐도 명백히, 미국 내 반 이슬람 감정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에 이런 편견이 없는 진실을 추구하기를 바란다는 대답으로 오히려 반 이슬람 감정에 대한 반성과 종교 다원주의에 대한 논쟁의 기회를 열었다고 한다. 그만큼 논쟁을 불러일으키지만,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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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크라이 카오스/레너드 로젠/알에이치코리아(RHK)


“존 르 카레가 움베르토 에코를 만났다.” 라는 홍모 문구 하나로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

 철학과 수학, 종교와 세계경제, 국제 미스터리가 정교하게 응축된 최고의 지적 스릴러라고 한다. 데뷔작의 수준을 넘어선 독창적 소재와 이야기 구성력, 그리고 완성도 높은 캐릭터들의 구축과 빼어난 문장까지 갖추었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세계적인 수학자의 증손자이자, 학구적이고 내성적인 인터폴 형사 앙리 푸앵카레가 폭발 테러로 암살당한 천재 수학자의 살인 사건에 대한 단서를 추적한다. 완전 기대되는 작품이다.

 

 

 

 

저지대/줌파 라히리/마음산책

 

퓰리처상을 수상한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의 2013년 최신작이라고 한다. <축복받은 집>, <이름 뒤에 숨은 사랑>, <그저 좋은 사람>으로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선 줌파 라히리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자 통산 네 번째 책이다. 단편집인 전작 <그저 좋은 사람> 이후 5년 만의 신작이라고 하니 반가운 마음부터 든다.

 

서로 다른 성격, 서로 다른 선택으로 판이한 삶을 살아가는 두 형제와 가족의 70여 년간의 일대기라고 하는데, 줌파 라히리 특유의 문체와 행간의 여백과 분위기가 매우 기대된다.

 

 

 

 

 

 

오리지널 오브 로라/블라디미르 나보코프/문학동네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남긴 미완성 유작이다. 그는 독특하게도 원고지가 아닌 인덱스카드에 초고를 집필했다고 한다. 카드 뭉치를 항상 들고 다니면서 문장을  고치거나 순서를 재배치하는 식으로 글을 수정하다가, 원고 정리가 끝나고 나면 초고를 전부 불태워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나보코프는 죽기 전 원고를 모두 불태우라는 유언을 남겼다.

 

아들 드미트리는 오랜 고민 끝에 작품을 출간하기로 결정했고, 원고는 나보코프가 세상을 떠난 지 32년 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나보코프의 창작 현장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창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설레이고, 매혹적인 책이 아닐까 싶다.

 

 

인간 짐승/에밀 졸라/문학동네

 

<테레즈 라캥>. <목로주점>에 이은 에밀 졸라의 충격적인 문제작이라고 한다.

 

죽음이 난무하는 잔혹성과 외설적인 성 묘사,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을 수호하는 고위 관료들의 부패상, 그리고 먹잇감 앞에서 가차없이 육식 본능이 작동하는 야수와도 다름없는 인간 짐승들의 음험하고도 치밀한 범죄 심리를 정교한 서사를 통해 보여주어 출간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문제작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문구를 보아하니, 어쩐지 놓쳐서는 안 될 것만 같은 작품!!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김중혁/문학과지성사

 

독보적인 상상력을 자랑하는 김중혁 작가의 세번째 장편소설이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딜리터deleter' 혹은 '딜리팅'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의 비밀을 탐정에게 의뢰해 세상에서 지워지게 하는 소재라고 하니 더욱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게다가 이 매혹적인 제목이라니, 어쩜 제목을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이라고 기막히게 지었을까.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제목때문에 꼭 보아야할 책 리스트에 올려두고 싶은 책이다. 힘 있는 재력가와 그의 추악한 비밀을 차지한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래. 그리고 그들로부터 비밀을 지워달라는 딜리팅 요청을 받은 구동치 탐정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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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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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소설 원작을 읽기 전에 스티브 매퀸 감독의 영화를 먼저 보았다. 인상적인 장면이 꽤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여운이 남았던 장면은 솔로몬이 만난 여러 주인 중에 온정적인 주인이었던 포드의 아래에 있었을 때의 한 씬 이었다. 자신을 무시하고 농장주의 환심을 샀다고 분노하는 백인 감독이 플랫에게 시비를 걸다 그에게 두들겨 맞자, 동료들을 데려와 그를 나무에 목 매달아 죽이려고 하는 장면이다. 다행히 감독보다 윗사람인 감독관이 재산보호 차원에서 그를 막아 목숨은 건지게 되지만, 농장주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는 그대로 나무에 묶여 있어야 했다. 그 장면은 꽤 긴 롱 테이크로 이어지는데, 솔로몬은 다리가 간신히 발끝만 땅에 닿은 채 목이 매달려 버둥거린다.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는 그 불편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렇게 애처롭게 그의 목숨이 매달려 있는 동안 다른 노예들은 일상의 일과를 그대로 이어가고, 그의 등 뒤로 아이들은 천진하게 뛰어 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선한 농장주의 호의를 받으며 잠시나마 자유인으로의 복귀를 꿈꾸는 솔로몬의 의지가 완전히 꺽어버리는 장면이기도 하고, 한 쪽에서는 이렇게 끔찍한 노예제도가 자행되고 있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너무도 평화로운 일상이 펼쳐지고 있던 세계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여전히 나는 한낮의 태양 아래 서서,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낡이 밝기 훨씬 전부터 빵 한 조각도 먹은 게 없었다. 통증으로, 또 갈증으로, 또 배고픔으로 정신이 혼미해져 왔다......

그날처럼 태양이 하늘에서 그렇게 느리게 움직인 적이 없었고, 그날처럼 태양이 그렇게 뜨겁고 사나운 햇살을 퍼부은 적이 없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때 내가 무슨 생각-혼미한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밀려왔다-을 했는지 말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긴긴 하루 동안, 자기 주인 밑에서 먹고, 입고, 채찍질당하거나 보호받는 남부의 노예들이 북부의 자유로운 흑인들보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만 말해 두겠다.

 

이 작품은 자유로운 뉴욕 시민이자 바이올리스트였던 솔로몬 노섭이 워싱턴 시에서 1841년 납치되어 루이지애나의 레드 강 근처 한 목화 농장에서 1853년 구출되기까지의 12년 동안의 일을 담고 있다. 단순히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노예의 수난만 다룬 게 아니라, 당시 미국 사회의 단면들을 보여 주는 풍부한 소재와 묘사들이 넘쳐 소설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 게다가 최근에 국내에서도 비슷한 뉴스가 한동안 화제가 되었었다. 지난 2월 전남 신안군에 있는 외딴 섬에서 현대판 노예인 일명 '섬 노예' 2명이 구출되는 일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지적 장애가 있는 장애인이었다는데, 국민들의 분노가 더욱 심했었다. 지적 장애인인 채 모씨는 10여 년을 넘게 공사판에서 일일 노동자로 일을 하고 노숙생활을 하다가 직업소개소 고씨의 꾀임에 넘어가 신안 염전에서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염전 주인인 홍씨는 5년을 넘게 그에게 월급은 한 푼도 주지 않은 채 쇠파이프로 구타하기도 하는 등 매일매일 노예처럼 부렸다고 한다. 다른 한명인 김모씨는 카드 빚 때문에 노숙생활을 하던 중 역시 고씨의 꾀임에 넘어가 섬으로 왔고, 그들은 탈출을 시도할 때마다 번번히 실패했다고 한다. 19세기 초의 노예제도가 비단 옛날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21세기에도 버젓이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니, 뉴스를 보면서 더욱 솔로몬 노섭이 겪었던 경험들이 생생하게 다가와 분노를 금할 수가 없었다.

 

불행한 삶을 살아오면서, 여러 번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지상의 슬픔이 끝나려 할 때 죽음에 대한 명상-지치고 힘든 몸을 위한 안식처로서의 무덤에 대한 명상-이 편안하게 느껴져서 자꾸 거기에 빠지게 되는 순간들 말이다. 그러나 그런 명상은 위기의 순간에는 사라진다. 죽을힘을 다하는 사람은 무시무시한 <죽음의 대왕>앞에서 두려움 없이 버틸 수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게 생명은 소중하다. 땅바닥을 기어가는 벌레도 생명을 위해 싸운다. 그 순간 나에게, 노예가 되어 학대 받는 나에게 생명은 소중했다.

 

자유인 솔로몬과 노예 플랫이라는 두 사람의 삶을 살았던 한 흑인 남자의 마치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그렇게 '실화'라는 임팩트 만큼이나 문학적인 가치를 남겨준다. 솔로몬은 일자리를 구해준다는 두 명의 백인에게 속아 워싱턴으로 갔다 납치되어 노예상에게 팔린다. 그리고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12년간 노예라는 굴레가 씌어진 채 살게 된다. 물론 악덕 백인 주인들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온화하고 인정 많은 포드 주인 밑에서도 있었으나, 결국 그도 솔로몬을 지켜주지는 못한다. 그 역시 독자인 우리처럼 무기력한 역사 속의 방관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노예 주인들이 모두 악한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선한 사람도 노예제 아래에서 무책임한 절대 권력을 가지게 되면 얼마든지 악인이 될 수 있고, 악한 사람이라고 종교적 혹은 도적적 감화에 따라 선인으로 거듭날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우리 모두 플랫을 비롯한 흑인노예들의 고통에 대해 안타까워하지만,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그렇고, 소설을 읽으면서도 역시 등장인물들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기 보다는, 그들의 고통을 그저 지켜보는 방관자의 느낌이 크게 들어 더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물론 우리가 이 작품을 만나기 전에,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그가 다시 자유인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알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천신만고 끝에 플랫이 솔로몬 노섭의 이름과 신분으로 가족에게로 돌아가는 고통을 탈출에 있지 않다. 왜냐하면 현실은 그것으로 그저 해피 엔딩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로몬은 뉴욕으로 다시 돌아와 노예상인들을 법정에 고소했지만, 그들은 솔로몬이 자유인 신분임을 몰랐다고 변명함으로써 무혐의로 풀려난다. 이후 솔로몬은 노예제 폐지 운동가로 강연과 연설을 하던 중 행방 불명 되었다고 한다. 결국 그의 사망 연도나 원인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간과하면 안 되는 부분은, 한 사람의 드라마틱한 삶과 탈출 서사가 아니라, 끝없는 고통을 견디며 노예로 살았던 이들에 대한 관찰자로서의 무능, 방관자로서의 부끄러움이 아닐까 싶다. 과연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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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 세계 50개 기업에 대한 윤리 보고서
프랑크 비베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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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홍콩에 갔을 때의 일이다. 토스트와 우유 푸딩으로 유명한 디저트 카페에 갔는데, 사람이 워낙 많았던 터라 겨우 현지인들과의 합석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직원이 가져온 메뉴 판을 보니, 사진도 없을 뿐더러 죄다 한자 투성이였다. 대부분의 다른 식당에선 사진이 있거나, 영어로 표기가 되어 있어서 주문하기가 수월했었는데,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일행과 한동안 주문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가지고 있던 아이패드를 꺼내 들었다. 아이패드 속에 있는 메뉴를 가리키며, "디스 원..."이라고 겨우 주문을 했는데,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직원,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그렇다고 대답하자 우리에게 "와이 샘성??"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직원의 영어 발음도 서툴었거니와 갑자기 무슨 소리지 싶었는데, 직원이 가고 나서야 의미를 깨닫고는 웃었던 기억이 난다. 왜 한국인인데 삼성 제품을 쓰지 않고 애플 제품을 쓰냐고 묻는 거였다. 그들에게 '코리안 = 삼성' 이라는 수식이 무의식적으로 박혀 있었나 보다. 이런 게 바로 기업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삼성보다는 애플을 사랑해서, 아이팟부터, 아이폰, 맥북 에어까지 사용 중이지만, 가끔 해외에서 만나는 삼성 대리점이나 제품들을 보면 반가운 게 사실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이 <세계 50개 기업에 대한 윤리보고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기에, 바로 삼성과 애플이 어떻게 평가되었는지 부터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평점 별 세 개를 받았다. 두 기업간의 치열한 특허 전쟁은 매우 복잡했고, 지리멸렬하게 길게 이어졌었다. 저자는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전자 산업과 자동차 분야에서 기새를 더해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기존에는 소니가 세계를 매혹시키는 브랜드였다면, 지금은 삼성전자가 선두로 올라섰다고 말이다. 물론 사업 방식과 관련해서 삼성에게 가해지는 몇 가지 비난은 있지만, 저자는 긍정적인 면을 더 보고 있다. 삼성은 제품의 90퍼센트 이상을 자체에서 생산하면서, 하청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낮은 편이다. 이것은 애플보다 노동 조건에 대한 감독이 더 잘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애플은 중국에 생산 공장이 있고, 따라서 기업이 성장할수록 중국 직원들이 행복하게 웃을 수 있다. 애플은 하청 업체들을 상대로 무척 자주 교육과 감독을 실시하고, 감독 결과에 대해서도 숨기지 않고 자세히 보고 한다. 예를 들어 중국 내 하청 업체에서 법적 최소 연령인 16세 이하 어린이를 고용한 곳과는 결국 관계를 끊었다. 기업은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만, 문제점들에 대한 보도는 끊이지 않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저자는 팀 쿡이 하청 업체 명단을 전부 공개함으로써, 민간단체들이 더욱 강력하게 조사를 할 수도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으므로 별 점 세 개를 받아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유일하게 저자에게 평점 별 점 다섯 개를 받은 기업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이다. 그리고 이 평가는 기업 자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빌과 멀린다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재단에 대한 평가라고 덧붙이고 있다. 이 재단은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이자 대주주로 일하면서 벌어들인 개인 재산으로 운영이 되는데, 일단 규모 면에서 다른 모든 재단을 압도한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에서 질병과 빈곤 퇴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각종 연구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새로운 백신 개발에 투자, 농업 분야의 발전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물론 때로는 격렬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저자는 이 재단이 하고 있는 훌륭한 사업에 더 주목한다.

 

이러한 경쟁 체제에서는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고객의 습관의 힘과 그로 인한 결과다. 다시 말해 다수의 고객을 차지한 기업이 시장의 표준이 되고(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 프로그램_, 표준이 된 기업이 다수의 고객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게이츠 재단의 재산이 결국 게이츠가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거둔 천문학적인 수익에서 비롯되었다는 비난은 맞다. 그러나 독점적 지위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규모가 작을 뿐이다. 게다가 다른 기업은 그렇게 번 돈을 재단에 기부하지도 않는다.

 

그 외에 또 좋은 평가를 받은 기업으로 별 점 네 개를 받은 구글과 레고가 있다. 구글 만큼 세상을 변화시킨 회사는 별로 없다는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지식을 제공하고, 그런 지식 제공을 구글 만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기업은 없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구글의 자회사인 유튜브도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레고는 세상 어느 기업보다 지속 가능성의 원칙을 충실히 지키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레고 제품은 굉장히 오래 사용할 수 있는데, 회사 측에서는 50년 넘게 그런 제작 원칙을 고수해 오고 있다고 한다. 많은 가정에서 오래된 레고 블록들은 거의 파손되지 않은 채 세대를 거쳐 전해진다. 이런 생산 방식은 새 제품과 시스템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구제품은 최대한 빨리 <낡은 것>으로 인식되게 하려는 전자오락의 발전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바람직한 대척 점을 보여 준다.

 

기업이 얼마나 윤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은 결국 우리가 얼마나 도덕적인 소비자인가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왜냐하면 '기업의 윤리성'을 논할 때에는 누구나 딜레마에 빠지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것이 도덕적으로는 옳지만, 그렇게 실험을 하지 않은 채로 중병을 고치는 약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대안이 없다면, 그래도 과연 실험을 반대만 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아동 노동에 대해서도 어린 아이를 그런 환경에 내던지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위지만, 그 아이에게서 노동을 하지 못하게 했을 때, 그 가족 자체의 생계가 막혀버린다면 과연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말이다. 물론 이 책에서 보여지는 기업에 대한 모든 평가는 저자 개인의 판단이기 때문에 절대적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별 점 개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준다는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기업이란 없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회피하거나 숨기려 하지 말고, 그것을 개선하려고 노력할 수록 완벽한 기업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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