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머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수학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뒤집는 학습의 과학
조 볼러 지음, 고현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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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이 수학적 사고나 개념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열린 생각을 하면서 수학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수학적 다양성은 더 많은 학생에게 수학이라는 세계의 문을 열어줄 수 있다... 수학은 비밀병기가 될 수도 있고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수학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대부분의 경우 수학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p.23


왜 그렇게 많은 학생이 수학을 끔찍이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일까. 수학을 잘하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스탠퍼드 대학교 수학교육학과 교수인 조 볼러는 수학 교육만 30년 이상 연구한 세계적 석학이다. 그는 전 세계 많은 학생이 왜 그렇게 수학을 싫어하고 쉽게 포기하는지 뇌과학, 심리학, 교육학을 넘나들며 연구해왔다. 전작인 <수학이 좋아지는 스탠퍼드 마인드셋>에서 누구나 수학을 잘할 수 있는 핵심 비결이 성장 마인드셋에 있다고 말했는데, 이번 신작 <수학 머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는 지난 30여년 간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를 크게 향상시킨 다양한 공부법들을 하나의 과학적 학습 모델로 통합해 보여준다. 


많은 학생들이 수학과 부정적인 관계를 갖는 이유는 수학 수업에서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데다, 학교에서 수학이 다른 어떤 과목보다 더 성적 중심의 과목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반적인 수학 시험은 좁은 의미의 어려운 문제들을 빠르게 풀 것을 요구하고 있으니, 수학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할 기회란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인드셋, 메타인지 같은 최신 과학을 토대로 아이의 수학 잠재력을 현실 세계의 수학 머리로 탈바꿈시켜줄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법들을 알려준다. 수학 공부에 대한 각종 오해와 편견을 뛰어 넘어 수학 잘하는 머리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말해주는 놀라운 책이었다. 특히나 '수학에 대한 이해력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며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형태의 문해력'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학생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분수에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기, 수 관계, 정신적 표현으로 이어지는 시각적, 물리적 사고에 기반한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칙이 유용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분수를 개념적으로 이해할 때까지 규칙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분수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개념적 전체로서 분수의 값에 대해 생각하는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             p.211


수학을 공부하면서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깊은 질문을 던지고, 수학 과목을 구성하는 다양한 연결을 탐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수학 교육이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으니까. 저자는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실제 수학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왜 수학은 그토록 어려울까? '수포자'라는 말이 쉽게 와닿는 이유는 그만큼 흔하게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왜 수학을 포기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 된 것일까. 우리는 학창 시절에 문제 풀이와 공식 암기가 전부인 양 공부해 왔고, 수학에 대한 트라우마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잘하는 '영재'는 타고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말한다. 수학에 대한 잘못된 신념과 수학을 어려워하고 멀리하게 만든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걸까? 수학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메타인지를 촉진하는 8가지 수학 학습 전략은 다음과 같다. 한 걸음 물러서기, 문제를 그림으로 그리기, 새로운 접근 방식 찾기, "왜?"에 대해 생각해보기, 단순화하기, 추측하기, 회의론자 되기, 그리고 더 작은 사례 시도하기이다. 이러한 여덟 가지 전략은 모든 수학 문제를 풀 때 도움이 된다. 또한 성찰과 성장 마인드셋 구축하기, 그룹 활동을 통해 메타인지를 촉진하는 법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학습 방법들에 대해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자료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특히나 그는 성장 마인드셋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살면서 애를 쓰고, 실수하고, 힘든 시기를 경험할 때 우리가 가지는 생각들'에 대한 것이다. 실수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실수를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여기라는 것이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실수와 애씀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문화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다. 또한 이 책은 수학 머리라는 것이 정말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지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 준다. 수학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수학을 재미있고, 유쾌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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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머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수학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뒤집는 학습의 과학
조 볼러 지음, 고현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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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공부에 대한 각종 오해와 편견을 뛰어 넘어 수학 잘하는 머리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말해주는 놀라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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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컴포지션 에디션) - 할 말은 많지만 쓸 만한 말이 없는 어른들을 위한 숨은 어휘력 찾기
유선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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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가 컴포지션 에디션으로 나왔다. 필사 노트의 대명사인 컴포지션 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선보이는 이번 에디션은 필사의 아날로그 감성과 디테일을 더해 더욱 소장 가치 있는 책이 되었다. 사실 필사를 다루고 있는 책은 이미 엄청나게 많이 나와 있는데, 대체 왜 이 책이 20만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필사 열풍을 몰고 온 것일까 궁금했었다. 직접 만나보니 책 자체도 예쁘고, 필사하기에 좋게 쫙쫙 잘 펴지는 양장본이라 아주 실용적이었다. 문진 없이도 필사에 불편함이 없도록 도서의 책등을 양장 커버와 분리하여 제본했다고 한다. 이러한 실용성 말고도 정말 이 책이 뛰어난 점은 그 구성에 있었다. 




단순히 좋은 문구들만 모아서 베껴 쓰는 개념이 아니라, 필사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단계별로 제시되어 있다. 먼저 어휘와 친해지는 단계에선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하는 글들과 언어적 직관을 터득하는 방법, 그리고 승자독식의 어휘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어휘들이 담긴 글들을 만나 본다. 그리고 어휘력을 기르는 비결로 관심, 관찰, 묘사의 단계별로 글들을 소개해준 뒤, 어휘가 주는 힘을 보여주는 글들이 이어진다. 공감력, 이해력, 통찰력, 자기조절력, 표현력으로 구분해 저자가 엄선하여 고른 작품들을 눈으로 읽고, 손으로 필사해보는 것이다. 


동서고금의 아름답고 지혜로운 문장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선물같은 시간을 선사한다. 박경리 <토지>, 프랑수아즈 사강 <패배의 신호>,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한강 <희랍어 시간>, <전혜린 <긴 방황>,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루이제 린저 <생의 한가운데>, <이청준 <이어도>,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헤르만 헤세 <데미안>, 헤닝 만켈 <이탈리아 구두> 베르톨트 브레히트 <나의 어머니> 등 저자가 고심해서 고른 문장들을 꾹꾹 손으로, 마음으로, 눈으로 담다 보니 너무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유선경 작가는 30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으며, 1993년부터 라디오 방송에서 글을 썼고, 일주일에 5권 이상 책을 읽는 다독가이기도 하다. 또한 중학생 때 처음 필사하기를 시작했고, 열아홉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노트에 옮겨 써서 그 분량만 10포인트로 1,500매에 달한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노하우와 데이터를 저자는 아낌없이 이번 책에 담았다. 저자의 어휘력 관련 책들을 몇 권 읽었었는데, '인간뿐 아니라 낱말 하나도 소우주'라는 저자의 말이 매우 인상깊게 남았었다.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어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따로 어휘를 외운다든가, 어휘력을 키우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어휘력은 감정과 말, 행동을 해석하고 싶은 욕구만큼, 그래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 는다고 한다. 그러니 부단히 관심을 갖고 뭔가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어휘력이 늘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아는 사람인데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고, 아는 글자로 이루어진 텍스트인데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게 마련이다. 바로 그래서 어른들에게 이 책이 꼭 필요한 것이다. 필사를 통해서 어휘력을 늘리고,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표현력도 기를 수 있도록 말이다. 




이따금 빤히 아는 낱말인데 소리 내어 말하거나 손으로 쓸 때 새삼 낯설게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는데 막상 말이나 글로 사용하려니 어색하다면 듣고 보기는 했어도 입이나 손과 같이 몸을 써 사용한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이 책과 함께 문장을 눈으로 읽고, 그 문장으로 입으로 소리 내 다시 읽어 보자. 종이에 옮겨 쓸 때는, 쓰고 있는 글자를 동시에 나지막이 소리 내면서 필사하면 더 좋다. 어감을 익히는 데 말소리만큼 좋은 것이 없으니 말이다. 또한 이 책은 새롭게 읽고 필사한 문장에서 발견한 어휘를 재료로 자기만의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지면도 마련되어 있고, 각주에 달린 유의어 등을 본문에 대입해 읽을 수도 있도록 되어 있어 활용도가 높다. 필사하기 딱 좋은 계절, 읽고 쓰는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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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
히라오 마사히로 지음, 최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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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말하자면 도덕과 윤리는 공기와도 같습니다. 눈에도 안 보이고, 있는 것이 당연하며, 딱히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없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공기가 없으면 우린 바로 죽을 것입니다. 도덕이 없으면 바로 죽지는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온전히 살아갈 수 없습니다. 반대로 지금 내가 인간으로서 온전히 살아가고 있다면 이미 우리 주변에는 도덕, 윤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p.31~32


'이 버튼을 누르면 1억 엔을 드립니다. 버튼을 누르면 당신이 모르는 사람이 어딘가에서 죽습니다. 버튼을 누르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치자. 버튼을 누르고 싶은 마음도 들긴 하는데 뭔가가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1억 엔이나 준다니 고민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윤리학이 문제로 삼는 것은 누르냐 안 누르냐가 아니라 '인간이 그런 짓을 해도 되느냐, 안 되느냐'이다. 이 두 가지 질문은 완전히 다르다. '누르고 싶은지'는 마음, 감정, 욕구와 같은 심리적인 원인의 문제지만, '눌러도 되는지'는 도덕, 윤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윤리 철학의 핵심 원리에 대해 이렇게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독자들이 직접 생각하고 선택해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윤리와 도덕이 나와 아주 먼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 있는 한 모든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 물 흐르듯이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저자는 윤리의 영역을 사회의 정의, 개인의 자유, 타인과의 사랑이라는 세 가지로 나눠서 살펴본다.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사회의 작동 원리로서의 정의, 의무와 자율을 통해 완성되는 궁극적 해방인 개인의 자유, 나의 자유를 완성하는 타인과의 독특한 관계를 의미하는 사랑, 이렇게 세 가지 기둥이 세상 모든 사람을 철학자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성실하고 고지식한 사람일수록 정의는 없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 말했습니다. <데스노트>의 주인공 야가미도 사실은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살인을 저질러도 처벌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가 되었거나 범인이 도망쳐버린 경우 등이죠... 우리는 최대한 정확하게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을 모두 처벌하는 건 불가능한 이상에 가깝고, 우리도 어쩌다 우연히 죄를 범하거나 연루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실 크고 작은 것을 모두 포함해 단 한 번도 위법 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p.281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윤리학이란 무엇인가. 윤리학은 인간이 하는 행동에 대한 도덕적인 가치판단, 즉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여러 문제와 규범을 연구하는 학문을 말한다. 윤리는 인간이 하는 일, 행위에서 생기는 선악의 규범을 뜻한다. 우리가 하는 행동은 선하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윤리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따로 생각한 적이 없고 의식한 적이 없었을 뿐, 우리는 항상 무언가의 규범을 따르면서 살고 있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무엇을 윤리, 도덕으로 생각하는지는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정리하기 위해 윤리학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 두 가지 질문이 있다. 만약 당신이 어느 시의 시장인데, 한 건설업자가 찾아와 이번에 하게 될 중요한 건축 공사의 시공사로 자신의 회사를 지명해달라며 답례로 1억 엔을 주겠다고 제안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만약 당신이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위중한 병에 걸려 아이도 낳을 수 없고, 일상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답변을 고를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고르든 제대로 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학에서 중요한 것은 답을 도출하는 것뿐 아니라 그 이유를 말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현실 속 일상부터 픽션 세계에 이르기까지 윤리 및 도덕에 관해서는 설명하기 힘든 일이 많이 있다. 이렇듯 이 책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지식으로 풀어내고 있어 윤리학 전반을 쉽게 아우르면서도,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으로 보여주고 있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더 나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리고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답을 찾으며, 가장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윤리 철학의 세계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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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 1~10 세트 - 전10권 - 클래식 블랙 리미티드 에디션 캐드펠 수사 시리즈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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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죽음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네." 마크 수사를 지켜보던 캐드펠이 말했다. "작년 여름 마을에서 아흔다섯 명이 죽었지. 살인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그저 편을 잘못 들었다는 이유로 죽은 게야. 죽음은 전쟁 중엔 죄 없는 여인들에게 떨어지고, 평화로울 땐 악인에 의해 저질러지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선한 일을 하며 살아온 노인들에게, 잔인하고 무분별하게 떨어진다네. 하지만 저세상에는 균형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흔들려선 안 돼. 자네가 보는 건 완벽한 전체에서 부서져 나온 조각에 불과하네."                - 4권, <성 베드로 축일> 중에서, p.257~258


18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완성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 총 21권 중에 먼저 1~5권이 나오고, 이번에 6~10권이 나왔다. 10권의 책을 한 꺼번에 보관할 수 있는 한정판 박스세트로도 구성되어 있는데, 낱권으로 구매하는 것도 ‘클래식 블랙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구매하는 것이 20%된 가격이라 구매를 미루었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특히나 이 시리즈는 책 등이 예쁘게 디자인되어 있어 박스 세트로 담아 놓으면 정말 근사하다. 블랙 컬러의 케이스에 실버 컬러의 문구만 심플하게 새겨져 있고, 측면을 비스듬히 깎아 더욱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박스 커버다. 


원작의 시리즈 완간 30년을 기념해 전면 개정된 버전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 입고 출간되지 않았더라면, 미처 만나지 못하고 지나갔을 텐데 리커버 버전이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정말 시공간을 뛰어 넘어 여전히 심금을 울리는 보물 같은 작품들이니 말이다. 




엘리스 피터스는 움베르트 에코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작가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12세기 수도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장미의 이름>에 비견되기도 한다. 직접 만나보니 움베르트 에코보다는 루이즈 페니의 중세 버전같은 느낌이 더 들었지만 말이다. 시리즈의 주인공인 캐드펠 수사는 십자군으로 전쟁에 출정했었고, 바다에 나가서도 10년 동안이나 해적선을 격파했던 거친 과거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수도원에 귀의해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중이고, 관심사는 오로지 식물의 탄생과 성장과 번식에 관한 것뿐이었다. 허브밭을 가꾸며 신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의 주변에 사건이 일어나고, 그가 '탐정'이 되어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이 이 시리즈의 주요 서사이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치열한 전쟁터에서 보냈지만, 지금은 허브밭을 가꾸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캐드펠 수사. 그는 베네딕토회의 계율과 아무런 마찰도 빚어내지 않되 자신의 욕구에도 멋지게 들어맞는 일상의 규율을 마련해 충실히 지켜오고 있었다. 늘 아침기도가 시작되기 전 허브밭에서 두어 시간 밭일을 하고 대회의실에 가면 가장 어두컴컴한 구석의 기둥 뒤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것이 일종의 루틴인데, 이렇게 인간적인 면모가 가득한 캐릭터라 더욱 공감되고 매력적이다. 캐드펠은 참전 군인으로 살았던 거친 과거를 묻어둔 채 수도원에 귀의해 평화롭게 살아가는 친절한 노수사로 등장하는데,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그의 과거 속 인물이 등장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조금씩 비밀이 드러나면서 재미를 더해준다. 




그러나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한 연중의 농사, 철이면 철마다 해야 하는 쟁기질과 써레질,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고, 수확하는 일도 계속되어야 하는 법이었다. 영혼의 씨앗을 뿌리고 잡초를 뽑고 수확하는 이곳 수도원과 교회의 일상도 마찬가지였다. 캐드펠 수사는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고작 인간에 불과한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벌일 수 있겠는가.          - 6권, <얼음 속의 여인> 중에서,  p.17


이 시리즈에는 매번 끔찍한 살인사건이 등장하지만, 작품마다 한 쌍 이상의 연인을 통해 사랑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보여주었다. 격렬한 사랑, 풋풋한 사랑, 아낌없이 퍼주는 사랑, 멀리서 지켜주는 사랑, 이별 후 재가 되어버린 사랑, 죽음을 앞둔 불꽃같은 사랑 등... 사랑의 온도도 다르고, 배경도, 방식도 제각각이다. 인간은 아주 사소한 일로도 살인을 저지를 수 있지만, 사랑 때문에 죽음도 불사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앨리스 피터스는 이러한 삶에 대한 아이러니를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추리소설의 품격을 한 단계 높여 주었다. 


매 작품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대단히 생동감있고, 매력적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어 준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각 권은 독립된 이야기로 읽어도 무방할 정도로 완결성을 가지고 있는데, 주요 서사 외에 차곡차곡 쌓이는 배경과 인물들이 빚어내는 하모니가 정말 조화롭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도, 원하는 이야기만 골라서 읽어도 훌륭하다. 드라마틱한 서사를 담백하게 풀어내는 방식, 군더더기 없는 분량, 다양한 인물 군상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쓰인 통찰력있는 문장까지... 추천해주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은 시리즈이다. 대부분의 시리즈물이 그러하듯이 이 작품 역시 이야기가 거듭되면서 캐릭터의 매력이 더해지면서 깊이 있는 서사를 보여주고,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점이 줄 수 있는 차별화된 매력 또한 다음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더해주는 마성의 시리즈로 완성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나왔던 1~5권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번 6권에서는 유리처럼 반짝이는 얼음 속에서, 얼음처럼 찬 시체가 되어 발견된 소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귀족 가문의 남매와 그들을 안내하던 어린 수녀가 사라졌고, 캐드펠 수사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산속에서 사라진 이들을 찾다가 피살당한 ‘얼음 속의 여인’을 발견하게 된다. 차디차게 죽어 있는 소녀에게 얼음이 관이 되었고, 그녀의 육신은 살인을 고발하기 위해 죽었을 때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대체 어린 소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계절적 배경이 지금과 딱 맞아 떨어져서 서늘한 겨울의 풍경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캐드펠 수사는 얼음 속에 갇힌 시신이 단순 강도 살인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작품 역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각자의 의무감과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데, 덕분에 살인 사건은 한층 더 복잡하게 뒤얽히며 미스터리와 긴장감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작가가 살아온 세월만큼의 깊은 통찰력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온 연륜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야기에 애정을 느끼게 된다. 총 21권이나 되는 긴 시리즈라서 좋은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도 내가 읽지 않은 작품들이 많이 남았다는 것, 그래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아껴가며 충분히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매혹적인 중세 역사 미스터리를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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