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 - 기후변화, 금융위기, 인간을 이해하는 불확실성의 과학
팀 파머 지음, 박병철 옮김 / 디플롯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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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은 인생의 본질이다. 단어 자체의 어감은 그리 달갑지 않지만 우리의 삶은 불확실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다음 주에 자동차 사고를 당할지, 복권 1등에 당첨되어 팔자를 고치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멀리 내다볼수록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 몇 년 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또 찾아와서 내 투자금이 몽땅 날아가는 건 아닐까? 아니면 전 세계에 팬데믹이 닥치거나,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거나, 기후가 급격하게 변하진 않을까? 일일이 따져보면 확실한 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우리에게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p.26


우리네 인생은 꽤 무질서하고 혼란스럽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세계적으로 무슨 변화가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말이다. 불확실한 것은 우리의 삶만이 아니라 자연의 기본 단위인 입자의 기본 속성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만약 입자의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면 입자는 어떤 방식으로 움직일까? 미래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론물리학자이자 기상학자인 팀 파머는 불확실한 세계를 '예측'하고 '이해'하는 불확실성의 과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날씨 예측은 슈퍼컴퓨터와 인공 위성으로 수집한 기상 데이터를 통해 예보를 보도한다. 그런데 1987년 10월 16일, 기상 예보가 빗나가면서 그 예보를 믿었던 대부분의 영국인들이 혹독한 대가를 치뤄야 했다. 거의 300년 만에 발생한 초대형 허리케인이 잉글랜드 남부를 같아해 스물두 명이 사망하고 1500만 그루의 나무가 쓰러지는 등 총 30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기상청은 어떻게 수백 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폭풍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것은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나비효과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또한 2008년에 세계 금융시장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붕괴되었을 때, 경제학자들 역시 왜 그와 같은 일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 책은 이러한 나비 효과가 드물게 일어나는 이유부터 우리의 실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전염병의 확산 패턴과 경제 상황, 그리고 각종 갈등을 예측하는 앙상블 기술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레카를 외쳤던 순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창의력을 발휘하여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두 모드 사이에서 이루어진 미묘한 상호작용 덕분이었다. 전력집중 모드에서 발휘되는 창의력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결정적인 유레카의 순간은 주로 저전력 모드에서 찾아오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이 모드에서 뇌가 잡음에 민감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어렵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각 결정의 장단점을 빠짐없이 나열한 후 며칠 동안 그것에 대해 심사숙고 해야 한다. 이것이 유레카의 순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개개의 결정으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가능한 미래로 앙상블을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p.360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날씨 예측은 어떻게 가능해진 걸까? 우리는 미래의 어느 순간까지 예측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경제, 국가 간 충돌, 자연재해 등 감히 예측할 수 없는 것들도 예측할 수 있을까? 저자는 변화무쌍한 기상(날씨)의 모습을 최대 2주까지 확률로 표현할 수 있는 지금의 일기예보 시스템을 구축한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각기 다른 초기 조건으로 내일의 대기 상태를 50번 시뮬레이션했는데 그중 20번 비가 내렸다면, 내일 비가 올 확률은 40퍼센트가 되는 식으로 확률, 통계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은 날씨뿐 아니라 우리 삶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바이러스 감염 경로와 사망자 추이 등을 분석하고, 금융 생태계가 붕괴하는 시점을 예측하고, 전쟁과 같은 국가 간 충돌을 사전에 인지하는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를 증명해낸다. 


물리학과 기상학을 매우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데다 각종 자료와 도표들이 가득해 읽기에 수월한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불확실성의 과학은 철학적이기도, 인문학적이기도 해서 흥미로운 부분이 꽤 많았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양자역학의 수수께끼, 혼돈의 과학에 대한 사회적 해석, 비합리성이나 실패의 징후가 아닌 불확실성의 의미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철학과 과학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과, 물리학과 기상학의 색다른 콜라보(?)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블랙홀을 연구하던 물리학자에서 영국 기상청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과학 공무원의 길을 선택한 저자의 이력이 매우 독특한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케임브리지대학교 소재 호킹의 연구팀에 합류하라는 제안까지 거절하면서 기상학자가 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불확실한 세계를 예측하고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매혹적인 일인지, 저자가 들려주는 불확실성의 과학을 통해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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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요괴 2 : 조마구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어린이 부문 우수상 수상작 반려 요괴 2
김영주 지음, 밤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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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아닌 '반려 요괴'라는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면서도 귀여웠던 작품, 반려요괴 그 두번째 이야기이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던 주인공이 반려 요괴를 돌보면서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것이 주요 서사인데, 1권에서는 주희가 화단 할아버지 대신 수레지기가 되면서 끝이 났었다. 반려 요괴 수레지기는 수레 안에 사는 요괴들을 돌보고 원하는 요괴와 만나게 하는 임무를 하게 된다. 


2권에서는 주희가 본격적으로 요괴들을 돌보는 과정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요괴 방을 청소하고, 식성에 맞게 먹이도 채우고, 간지러운 곳도 긁어 주고, 상처 난 곳에 약도 발라주고, 떼쓰는 요괴들을 달래주기도 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요괴의 반려를 찾아주는 일을 맡게 된다. 과연 주희는 첫 번째 과제를 잘 해낼 수 있을까.




귀여운 강지처럼 생긴 조마구는 자신의 반려 인간을 찾아 달라고 주희에게 부탁한다. 조마구는 자신의 반려로 화가 많지만, 친구들 앞에서는 화를 잘 안 내는 남자애를 찾아 달라고 말한다. 착하고 순한 아이라고 알려졌어야 하고, 나이는 열살, 엄마랑 둘이서 살면 좋겠고, 물건을 집어 던지면 더 좋고, 먹는 걸 좋아해야 한다는 등등 조건이 너무 많았다. 조마구의 말을 들으면서 주희는 생각한다. 저런 조건에 딱 들어맞는 아이를 찾으려면 천 년은 걸릴 것 같다고 말이다.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온 주희는 친구인 해진이와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같은 반 친구인 동구를 발견한다. 귀여운 남자가 이상형인 해진이가 두어 달 전부터 관심을 가진 아인데, 한 달 전에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엄마랑 둘이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우연히 화장실에 갔다가 주희는 동구가 혼자 화를 내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조마구에게 데려가보기로 한다. 




동구를 요괴의 길로 데려가 조마구를 보여주는 주희는 마음에 든다면 조마구를 데려가 함께 살아도 된다고 말해준다. 작고 귀여운 데다 첫눈에 시선을 확 끄는 조마구가 마음에 들었던 동구는 조마구를 집에 데려가기로 한다. 주희는 동구에게 '만약 네가 저 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다면 무서운 일이 일어날 거야.'라며 주의 사항에 대해 알려주지만, 동구는 조그맣고 순하고 약해 보이는 조마구에게 당할 만큼 자신은 약하지 않다고 생각해 무시한다. 과연 조마구가 찾던 반려 인간이 동구가 맞을까?


귀여고 사랑스럽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조마구는 설화 속에서 형제의 어머니를 해치는 것으로 나오는 존재이다. 혹시 전설처럼 조마구가 동구의 엄마를 잡아먹지는 않을지 걱정하며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요괴는 인간의 화를 먹고 자라서,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마구는 더 이상 품에 쏙 안길 만큼 작지 않았고, 동구에게 엄마의 앞치마를 하고 요리를 해주기도 한다. 대체 동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반려 요괴’ 시리즈는 우리 설화 속 인물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삼는 것이 색다른 재미 요소인데, 이번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소문을 가진 조마구가 등장해 요괴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극에 몰입감을 더해준다. 세상의 어떤 생명체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누군가를 돕고, 도움을 받고,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 동물도, 친구도, 가족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반려'의 의미란 무엇인지, 반려가 된다는 것에는 어떤 책임감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다. 옛이야기와 현대 이야기를 색다르게 조합해 요괴와 인간이 서로의 반려가 되는 따뜻한 판타지 동화가 탄생했다. 100% 어린이의 선택으로 최종 수상작을 결정한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우수상 수상작답게 어린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사려 깊은 동화이기도 하다. 엉뚱하고 매력 넘치는 요괴들과 함께 환상적인 반려 요괴들의 세계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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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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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일 중요한 요소는 루마니아어에 관해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일본 서점에는 관련 서적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대학에서도 전문적으로 배울 곳이 없었다. 애초에 루마니아어 자체를 아는 사람이 적었다. 같은 로망스어군, 위에서 언급한 두 언어나 프랑스어와 비교하면 지명도가 천지 차이다. 세계적으로 봐도 그랬다. 아무도 루마니아어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나는 이런 생각에 도달했다. 마이너한 언어를 배우려는 나, 완전 힙해…. 이렇게 나는 루마니아어라는 드넓은 바다로 헤엄쳐 나갔다. 루마니아어로 시작한 나의 언어 학습은 극에 달했는데, 결과로 말하자면 지금은 완전한 어학 오타쿠다.                 p.58~59


이 책의 원제는 <지바에서 거의 나가지 않는 히키코모리인 내가 한 번도 외국에 가보지 않고 루마니아어 소설가가 된 이야기>이다. 한국어판은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라는 제목에다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라는 부제를 붙였다. 그런데, 루마니아어라니... 대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희귀 언어를 홀로 독학해서 그 언어로 소설을 써서 발표하는 일이 가능한 걸까. 


이 거짓말같은 이야기가 실화라니 뭔가 비현실적인 농담같았다. 하지만 일본인 히키코모리 루마니아어 소설가는 실존하고 있으며, 이 책에 쓰인 모든 이야기는 진실이라는 것! 개인적으로 이 책을 쓴 작가처럼 어학 오타쿠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히키코모리에서 시작해 수천 편의 영화를 보고 글을 쓰다, 루마니아 영화에 나오는 루마니어와 사랑에 빠져 홀로 독학을 하게 된 과정이 정말 드라마틱했다. 특히나 루마니아어가 완전히 마이너한 언어라 정보가 너무도 없었는데, 페이스북에서 루마니아인 3,000명과 친구가 되고, 인터넷 뉴스 기사로 각종 슬랭과 문법을 공부 하는 등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독학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그 언어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 더할나위없이 즐겁게 느껴졌다. 





나는 루마니아'어'로 이민하는 것이다. 어떤 인터뷰에서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외국어를 할 때 원어민 같은 완벽함을 추구하는데, 내 목표는 그게 아니다. 나는 외부인이기에, 언어 이민이기에 할 수 있는 것으로 한 방 먹이고 싶다. 완벽함 같은 것은 오히려 내다 버렸다. 나만의 루마니아어를 만들고 싶다.

이 여정은 아마도 평생이 걸려도 끝나지 않겠지.

그러니까 굉장히 두근거린다.               p.197


사실 어학을 배운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꾸준하고 고독한 일이다. 중도포기하거나, 의욕을 잃어버리거나, 좌절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이다.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은 어학 공부의 경우 더 그렇다. 희귀언어, 소수언어를 배운다면 고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고독이 가르쳐주는 것은 당신이 혼자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이다.'라는 문장처럼, 오히려 그걸 즐긴다면 그 언어가 자신만의 독특한 무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사이토 뎃초처럼 말이다. 돈 없고, 직업 없고, 친구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히키코모리였던 그가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나는 일본인입니다. 그렇지만 루마니아어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소설도 씁니다. 정말 악마적으로 멋있지 않습니까?" 라는 문장에 담긴 의지와 자기애가 정말 근사하게 느껴진 것은,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학을 좋아해서 뼛속까지 어학 오타쿠라고 스스로 말한다. 노르웨이 영화와 인도네시아 영화에 빠졌을 때는 노르웨이어와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하고, 프랑스인과 데이트했을 때는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자신의 소설이 라트비아어로 번역되었을 때는 라트비아어 교재를 사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어학 참고서들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제는 공부용이 아니라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되어 몇 번이나 들춰본다고 하니, 정말 제대로 된 어학 오타쿠구나 싶었다. 그러니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든, 낯선 어느 곳의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뭐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뭔가가 되긴 하는 것이다. 그저 멈춰 있지 말고,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있기만 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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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루나파크 일력 (스프링) - 매일매일 심력 충전
루나(홍인혜)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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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지니 이제 슬슬 내년 일력을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시인으로 글을 쓰고, 만화가로 말풍선을 채우며 여러 분야를 넘나들어온 루나(홍인혜) 작가의 첫 일력이 나왔다. 수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던 루나파크 명문들을 한데 모아 보고 싶다는 팬들의 성원으로 만들어진 일력이라 루나파크 캐릭터를 좋아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아이템이다. 




박스 패키지를 열면 주7일 무사기원 부적 포토카드 7종과 오늘이 행복해지는 4컷 만화 스티커 1종, 루나파크 손편지(인쇄) 1종과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로 스프링 제본된 일력이 나온다. 뜯어서 버리는 일반적인 일력 형식이 아닌 튼튼한 스프링 제본으로 되어 있고, 사이즈도 콤팩트해서 탁상형 일력으로 사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원하는 곳 어디에 두어도 자리를 많이 차지 하지 않아 실용적이다. 


일력에는 루나파크 미공개 일러스트가 373개나 수록되어 있고, 일과 여행, 직장생활과 집순이 라이프, 인간관계와 성취, 우정과 사랑, 술과 음식 등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것들을 만화와 글에 담아 선보인다. 위트 있는 말과 격조 높은 농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사람들을 사로잡아온 루나 작가의 글들을 일력을 통해서 만나게 되면 매일이 행복해질 것 같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 것 같다. 그리고 크고 작은 행복들이 차곡차곡 쌓여 마음이 단단해 질 것만 같다. 매일 매일 아침마다 하루의 마음을 다잡는 목적으로 한 장씩 넘겨 본다면 2025년의 매일은 조금 더 특별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늘 반복되는 일상이 허무한 날이 있는가 하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날도 있을 것이다.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그 일상들 속에 따뜻함도, 뭉클함도, 서글픔도, 쓸쓸함도 다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니 그렇게 하나뿐인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내야 하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테니 말이다. 무심코 지나치는 매일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종종 잊어 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바로 그 사소한 일상들이 쌓여,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어 나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일상을 지키는 데 가장 필요한 힘은 뭘까? 체력? 능력? 모두 중요하지만, 루나 작가는 마음의 힘이 있어야 다른 모든 힘이 의미 있어 지기 때문에 '심력'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일력 속에 심력 충전을 위한 365개의 응원을 담았다. 루나파크 일력과 함께 매일매일을 잘 넘기며, 마음에 마음을 쓰는 한 해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사치스럽게 낭비합시다, 날 고용한 당신은 인복에 겨운 사람입니다, 과도한 책임감 금지, 집단 식사의 의무에서 벗어나보자, 혼술이 별것 아님을 체험해보자, 좋아함은 귀하고 소중해서 아껴줘야 해, 마음을 닳아 없어지게 하는 사람과는 멀어질래... 등등 하루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마음의 힘을 키워주는 문구들을 만날 수 있다. 마음에 힘이 되어주고 싶은 가족과 친구에게 선물하기에도 너무 좋고, 마음 충전이 필요한 스스로를 위해 준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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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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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경고한다. 이 책에는 사나운 글들이 모여 있다. 여성 독자라면 각오를 하시길. 고삐는 단단히 매셨나? 신경질은 가라앉혔고? 남편에게 허락은 구했는지? '라는 강렬한 서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에는 불안과 공포마저 스스로의 힘으로 여기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인 19세기 말에도 독서가 여성에게 해로울 수 있다는 관념이 꽤 흔했을 정도니, 경고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는 이 서문을 읽고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무럭무럭 솟아 올랐다. 




추라일은 가부장제의 희생자로 남자들에 대한 복수를 시행하는 여자야, 내가 말했다. 일종의 페미니스트 아닌가?

하지만 사악한 정령이잖아, 제이나브가 말했다. 성적 자제력을 모르고 매혹적이니까 사악하지.

가부장제의 죄책감이 구현된 존재야, 내가 말했다.

죄지은 남자들이 자신들을 피해자로 투사할 수 있게 해주지, 제이나브가 말했다.                - 카밀라 샴지, '보리수나무의 처녀귀신' 중에서, p.68~69


첫 번째 이야기 주자인 마거릿 애트우드는 그리스 신화 속 존재인 사이렌을 소재로 선택했다. 상반신은 여자, 하반신은 물고기의 몸을 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뱃사람들을 유혹해 죽였다는 존재. 세이렌은 아름답지만 위험한, 유혹적인 여자라는 의미의 '요부' 혹은 '경보음'의 의미로 쓰인다. 


이야기는 '경계의 존재들 뜨개질 모임'에 관한 것이다. 이 모임이 존재하는 이유는 다른 모든 연맹, 클럽, 분과, 조합, 협회, 표준, 정체성, 문화적 틈새, 분류에서 대개 제외되어온 이들을 위해서, 기존에 인정받는 집단에 혹은 학문적 범주에 들어가지 못했거나 순응하기를 거부한 이들을 위해서이다. 또한 이 뜨개질 모임은 '여성으로 상정되는 이들'을 위한 곳이다. 모임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무시당하고, 추방당하고, 따돌림당하거나 공포의 대상이 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세이렌이 화자가 되어 서양 신화와 민담 속 괴물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그 중 누구를 모임에 끼워줄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아주 임팩트 있는 첫 이야기였다. 




이 책은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가 더 많은 독자에게 닿기 바라는 마음으로 1973년에 설립된 영국 ‘비라고 출판사’ 5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작품이다. ‘비라고virago’는 영웅적이고 호전적인 여성을 일컫지만, ‘말참견 잘하고 어디서나 문제를 일으키는 드센 여자’를 뜻하는 멸칭으로 주로 쓰인다. 50주년 기념 작품집을 위해 현대 문학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를 비롯해 앨리 스미스, 엠마 도노휴, 카밀라 샴지, 키분두 오누조, 헬렌 오이예미 등 다양한 국적과 인종, 성적 정체성과 문화를 가진 여성 작가들이 모였다. 




시간이 흘러 소녀에서 여자가 되어가자 또다시 나는 잘못되었다. 남자들이 나를 욕망하면 그건 내 잘못이었다. 그들이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은 내 잘못이었다. 그들이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은 내 잘못이었다. 내가 너무 욕망의 대상이 된 것은 내 잘못이었다. 나는 열세 살이었다. 그럼에도 어쩐지 내 잘못이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어른 여성이 되어서 아무리 착한 여자가 되려고 노력해도 그들의 선함을 내 진실과 결합시킬 수 없었다. 결국 노력에 지친 나는 한계에 다다랐고 더 이상 속박될 수 없었다. 내가 입을 벌리자 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울려 나왔다. 그리고 진실은 선이었다.              - 스텔라 더피, '용 부인의 비늘' 중에서, p.360


50주년 기념 기획을 위해 모인 작가들은 사이렌, 추라일, 웬치, 허시, 버튜퍼레이터 등 여성에 대한 멸칭 하나씩을 선정해 작품의 제목으로 삼고 각각 새로운 작품들을 썼다. 19세기에 여성으로 태어났던 남자, 2차 대전 당시 하녀로 일했던 여성 등 실존 인물을 소재로한 이야기도 있고, 오랜 서양 신화와 민담 속 괴물들과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여자가 귀신이 되어 나타나는 이야기도 있다. 호흡이 짧은 단편 소설이라 가독성도 좋고, 다양한 구성과 문체를 통해 여러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각각의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각각의 소재가 된 여성에 대한 멸칭들을 만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대부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였기 때문이다. '정화되지 않은 넋'이라는 뜻의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의 전설 속 악령인 추라일, 표독하고 거만하며 잘 싸우는 여자를 뜻하는 테머건트, 촌색시, 시골 계집, 시골 처자 같은 옛날 느낌의 단어이며 성매매 여성을 가리키는 속어로도 쓰이는 웬치, 제멋대로 놀아나는 닳고 닳은 여자, 즉 화냥년, 헤픈 년, 바랑둥이의 뜻을 가진 허시, 남의 흠을 들추어 헐뜯거나 욕을 해댄다는 뜻의 버튜퍼레이터, 마귀할멈, 노파, 할망구 등 나이가 들어서 사납고 보기 흉해진 여자라는 뜻의 해러던 등... 단어 자체는 낯설지만, 뜻은 우리말에도 비슷한 것들이 있어 익숙한 단어들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 속 이야기들은 그러한 멸시와 편견의 언어들을 비틀고 파괴하고 전복하며 읽는 쾌감을 안겨주었다. 


‘여성의 글쓰기’로 시작해서 ‘우리의 이야기’로 향하고 있어 더욱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넘어지고 일어서며 나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상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 바깥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었다.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여성들을 가두고 핍박해온 단어들이 어떻게 해방시키는 열쇠가 되는지, 유머와 휴머니즘으로 직조해낸 새로운 신화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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