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엉덩이는 내가 책임진다 씽씽 어린이 1
강정연 지음, 차야다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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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씽씽학교 1학년 초록이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엄청 똑똑하다. 친구들 모두 초록이가 가장 의젓하고 똑똑하다고 인정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늘 당당한 초록이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있었다. 그건 바로 학교에서는 절대로 똥을 못 눈다는 거다. 그래서 아침마다 집에서 꼭 똥을 누고 가곤 했는데, 오늘 따라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아 결국 그냥 학교에 가게 되었다. 


그러다 몸놀이 시간에 드디어 올 게 왔고, 몸을 꽈배기처럼 비틀며 참아봤지만 결국 선생님께 손을 들고 화장실로 향한다. 그런데 문제는 뒷처리다. 아직 휴지로 닦아 내는 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바지를 다 벗고 물로 닦곤 했는데, 학교에서는 그럴 수가 없으니 말이다. 자, 과연 초록이는 무사히 뒷처리를 혼자 해낼 수 있을까. 




연두의 꿈은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이다. 늘 노란생 츄리닝에 빨간띠를 하고 다니는 씩씩한 연두가 오늘 좀 이상하다. 누가 말을 걸어도, 놀자고 해도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자리에 앉아 있었던 거다. 사실 연두의 앞니가 흔들리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쑥 들어갈 정도로 덜렁덜렁한 상태, 이리저리 밀면 금방이라도 빠질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된다. 


하지만 치과에는 갈 수 없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지난번 진료때 봤던 의사선생님의 긴 코털때문이다. 웃음이 나오는 바람에 이를 아주 힘들게 빼느라 고생했기 때문에, 세 번째 이는 스스로 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어쩐지 아플 것 같고, 이가 잘 빠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연두는 무사히 이를 잘 뺄 수 있을까.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같이 읽기에서 혼자 읽기로, 이 과정에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동화 시리즈 '씽씽 어린이' 그 첫 번째 책이다. 초등 학교 입학 전후의 어린이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도움 없이 혼자 해내야 할 일들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 화장실 뒷처리부터 혼자 밥을 먹고 치우거나 스스로 준비물을 챙기고 등교 준비를 한다거나 점점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일들이 생기게 되니 말이다.


게다가 어린이집, 유치원과는 다르게 초등학교에서는 조금 더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기 때문에 아이들 입장에서는 두렵거나, 당황스럽거나, 고민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결국에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 책이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되어줄 것 같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초록이와 연두는 가족이면서 친구인 쌍둥이 남매이다. 어린이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라 더 친근하게 이야기를 읽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의 시선에서 그들의 고민을 풀어내고 있어 코믹하고 재미있지만 그만큼 자연스럽게 올바른 생활 습관과 두려운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한 책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스스로 이를 뺀 아이들의 에피소드나 '내 엉덩이는 내가 책임진다!'는 엉뚱하고도 귀여운 표현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초등 학교 생활에 꼭 필요한 주제로 구성되어 있어, 입학을 앞두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저학년 아이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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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 드는 존재 - 멋진 주름을 만들어 가는 여자들
고금숙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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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은퇴하고 나이 들어가는 것도 그와 비슷한 과정이 아닐까. 유동적인 경계 지대의 시간에서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엇갈리고 끝과 시작이 교차한다. 이러한 변화의 시간을 잘 통과하는 방법의 하나는 사소하더라도 매일 실천하는 과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과의 중심이 내게는 숲이지만 어머니에게는 성당에 가는 일이다. 또 어떤 누구에게는 책 읽기, 운동, 그림 그리기나 악기 연주 등 자기만의 일과를 만들어 내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매일의 과제가 거창할 필요도 없다. 좋아하는 일,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일이면 된다. 매일의 시시한 과제, 사소한 습관이 처음으로 늙어 보는 시간을 견디며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갈 마음의 근육을 키워 준다.            p.86~87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늙음'은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억력이 감퇴하고, 인지 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사람 이름이 잘 생각 안 나고, 피로하고, 주름도 많이 생기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병에 잘 걸린다. 우리 몸의 시스템은 40대 이후로 확연하게 달라진다고 하던데, 주위를 둘러보면 40대가 되면서 확실히 체력이며, 건강이 달라진 걸 느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40대가 되면 신체활동량이 줄어들면서 근육 및 근력이 저하되고 생체 효소의 활성도 떨어짐에 따라 다양한 생리적 변화가 일어난다는데.. 이는 50대, 60대가 되어가면서 점점 더 가속화 될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종종 하지만, 그렇게 나이를 먹으면서 좀더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에너지 넘치게 삶을 대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할까. '나이 드는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이 책은 평범한 우리처럼 '오늘도 하루만큼 늙어 가는' 아홉 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나이 듦을 만끽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에세이스트 김하나, 여성학자 정희진, 음악가 송은혜, 예술사회학자 이라영, 논픽션 작가 김희경, 산부인과 전문의 윤정원, 번역가 정수윤, 알맹상점 대표 고금숙, 식물학자 신혜우까지 불혹을 맞이하는 1985년생부터 예순을 앞둔 1967년생까지, 평균 나이 48세의 여성 작가들이 ‘나이 듦’을 주제로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궁금했던 책이다. 완전히 다른 장르에서 활동해온 여성들이고, 성격도, 취향도, 가치관도 달라 노년을 맞이하는 자세랄까, 앞으로를 계획하는 삶의 태도 역시 매우 다채로워서 더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이 세상에는 새로운 것들이 계속 태어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어떤 세계가 꾸준히 사라진다. 쉽게 떠나보내기 싫어서 나는 사라짐의 지도를 그리고 사라짐의 사전을 만든다는 상상을 펼친다. 해야 할 일이 끊임없이 생각난다. 어떻게 사라질지 내가 선택할 수도, 알 수도 없다. 다만 이 세상에 흔적을 새기고 살아가는 동안 안타깝게 사라지는 어떤 세계와 열심히 연결되고 싶을 뿐이며, 사라지기 직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싶을 뿐이다. 인생이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끊기더라도 덜 추해 보이고 싶어서다. 지나간 시간을 뒤지고 다니는 듯한데 희한하게도 나는 계속 새로워지는 기분이다. 몰랐던 시간을 알게 되기 때문에.                 p.202


정수윤 번역가는 매일 아침 수영을 시작한 지 5년쯤 되었다고 한다. 월화수목금 수영 강습을 듣고, 가끔 주말 자유 수영도 간다. 덕분에 허리가 강해지고 허벅지와 팔뚝에 근육이 생겼으며 어깨가 펴졌다. 거북목 증후군이 사라졌고, 군살이 빠졌으며 구부정하던 자세가 곧아졌다. 젊은 시절에는 며칠씩 밤을 새우고, 함부로 먹고, 함부로 마시며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을 무리하게 밀어붙였었다. 하지만 사십대 중반에 수영을 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몸을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수영은 젊음과 일상을, 그리고 직업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기에 잘 나이 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체력'이었기에, 매우 공감하며 읽었다. 매일 조금씩 쉬지 않고 꼬박꼬박 무심하게 앞으로 나가는 힘, 그렇게 자신의 일상을 지켜나가는 방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10년째 자신의 유언장을 쓰며, 새해마다 새롭게 죽을 결심을 하는 이도 있고, 나이 드는 사람에게 우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귀하다는 이도 있으며, 공부(工夫)가 자신의 노후 계획이라고 생각과 읽기가 아니라 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이도 있었다. 다들 어떻게 중년을 거쳐 노년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다면, 이 책에 수록된 아홉 명의 작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이들은 매일 숲을 산책하며 홀로와 함께 사이의 균형을 잡기도 하고, 평범하게 사라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기도 하며, 취약한 나를 대면하는 음악 연습으로 매일 새롭게 태어나기도 한다. 각자가 처해진 상황 속에서, 주어진 하루를 가꾸어 나가는 이들의 건강한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 동안 화제가 되었던 것이 바로 '저속 노화'이다. 자극적인 음식 대신 균형 잡힌 음식으로 노화를 늦출 수 있는 이른바 '저속 노화 식단'이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며, 건강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늙는다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즐겁고, 편안하게, 그리고 나답게 늙어 가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는 시점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나답게' 나이 드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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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크 & 피클스 - 이균 셰프가 그리는 음식과 인생 이야기
에드워드 리 지음, 정연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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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크리미하고 아삭하면서 새콤달콤한 맛. 나는 덥석 베어 물면서 생각했다. "대체 입안을 감싸는 이 맛있는 음식의 정체는 뭐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면 더 나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내 끈질긴 의심이 더욱 힘을 얻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마요네즈를 먹는 사이에 백인은 레물라드를 먹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사치스러운 무엇이 더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여기지만 나는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그런 것들이. 나는 그 이후로 한동안 매일 밤 불안하게 잠을 설쳤다. 그 작은 뇌 주름 사이 어딘가에서 무언가 철컥 소리가 났고, 나는 남은 인생을 음식이라는 유혹을 좇으며 살게 될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p.24


작년 한해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다시금 셰프들의 인기가 높아졌는데,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사람이 바로 에드워드 리, 이균 셰프가 아닐까 싶다. 흑백요리사의 우승자보다 더 주목받고, 사랑받는 준우승자라니, 재미있는 일이다. 그는 이민자로서 미국 남부 요리와 한국 전통 음식을 결합하여 독창적인 요리 세계를 보여주었는데, 요즘은 자유로운 스타일과 위트있는 말솜씨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흑백요리사의 인기로 인해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예능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가 시즌 2로 다시 돌아온 것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먹방과 쿡방의 인기를 주도했던 프로그램이었기에 새롭게 출연하는 셰프들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기대가 되었고 말이다. 에드워드 리 셰프를 비롯해서 흑백요리사에서 활약했던 셰프들이 방송에 나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당분간은 셰프들의 전성시대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국내에는 흑맥요리사로 알려졌지만, 2010년 <아이언 셰프>라는 프로그램의 우승자로 여러 유명 요리 대회와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미국의 스타 셰프이다. 2019년에는 요리계의 노벨문학상이라 불리우는 제임스 비어드 상을 수상했고, 백악관 만찬 셰프이기도 하다. 요리 레시피와 함께 에세이 형식으로 전개되는 그의 첫 번째 요리책 <스모크 & 피클스>가 이번에 출간되었고, 곧 이어 <버터밀크 그래피티>와 <버번 랜드>도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특히 <버터밀크 그래피티>는 제임스 비어드 수상작이기도 하고, 미국에서 접한 새롭고 다양한 이미자들의 요리와 레시피에 대한 사유를 담아 표현한 에세이라고 하니 궁금하다. <버번 랜드>는 미국인의 소울이 담긴 버번 위스키에 대한 에드워드 리의 러브 레터라고 하는데, 역시나 기대가 된다. 




지금은 음식계에서 모든 일이 엄청난 속도로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스페인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획기적인 일이 루이빌의 뉴스를 장식한다. 세상은 140자의 텍스트와 요리 쇼의 DVR 메뉴로 압축되어 있다. 주방에는 값비싼 일본 칼을 든 잘생긴 젊은 셰프가 가득하다. 우리는 당근 하나를 가져다가 해체하고 다시 조립해서 음, 어쨌든 당근 맛이 나도록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지구 구석구석의 음식을 맛보고 먹을 수 있어 다소 지친 양가감정을 가지고 그에 반응한다. 무언가에 대한 검증이 더없이 공개적이고 세밀하면서도 공격적인 시대다. 스포츠로서의 요리는 계속될 것이다... 지금은 셰프에게 귀속된 세대다.              p.148~149


각각의 챕터는 양과 휘파람, 소와 클로버, 돼지와 도축장, 피클과 결혼, 채소와 자선... 이런 식으로 주제가 되는 식재료와 그것을 둘러싼 에드워드 리의 인생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가족들에 대해서, 음식과 요리하는 기쁨에 대해서 풀어내고 있는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레시피와도 연결이 된다. 에세이로 포문을 열고 폴드 양고기 바비큐, 시나몬 허니 양다리 로스트, 단호박 만두 사골국, 닭고기 미소 조림 등 다양한 레시피들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덮밥' 레시피가 아주 많이 등장한다는 것인데, 소박하고 일상적인 식사의 상징인 밥에 현대적인 기술과 세계 각국의 풍미, 독특한 조합 등 에드워드 리가 익혀 온 모든 것의 총합을 더한 레시피이기에 매우 익숙하면서도 창의적이라 만들어 보고,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에드워드 리의 개인적인 성장 과정과 요리 세계가 확장되는 여정을 따라 소, 돼지, 양, 해산물, 피클, 버번에서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가정에서 다룰 수 있는 모든 식재료를 소개하고 있다. ‘요리’가 단순한 조리 행위가 아닌 문화와 정체성, 가족, 인간관계를 탐구하는 방식이자 자신의 뿌리와, 딛고 사는 터전에 대한 사랑이라는 그의 철학이 페이지마다 담겨 있어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문학을 전공해서인지 글솜씨도 유려한데, 그의 독창적인 요리 레시피만큼이나 에세이도 반짝이는 영감으로 가득하고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는 피클 챕터에서 소개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김치 레시피’를 소개하는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김치'라는 단어를 명사보다는 동사라고 생각한다며, 양배추, 오이, 무, 굴, 심지어 과일까지 무엇이든 김치로 만들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여러 재료로 김치를 만들어 왔는데, 책에 수록된 것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김치 만드는 법 네 가지라고 한다. 겨울의 적양배추 베이컨 김치, 봄의 녹색 토마토 김치, 여름의 흰 배 김치, 가을의 매운 배추 김치는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 책에 수록된 모든 레시피들이 가정에서 만들 수 있는 계량과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어 셰프의 요리는 어렵고 복잡할 거라는 편견을 가뿐하게 넘어서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레시피마다 에드워드 리 셰프의 경험담이 담긴 짧은 글들이 함께 곁들여져 있어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게 만들어 준다. 그가 '수없이 실패를 거듭한 끝에 최적의 방법을 찾아낸' 레시피들을 이렇게 책을 읽는 것만으로 알게 된다는 기쁨도 있다. 요리로 표현된 그의 진심을 누구나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자 특권이다. 스타 셰프들과 미식의 전성시대가 다시 돌아온 지금, 그 중심에 서 있는 에드워드 리 셰프의 이 특별한 책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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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필
요한 하리 지음, 이지연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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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혈관 속에 신종 비만 치료제가 흐르는 사람들이 내 주위를 오가고 있었다. 불확실성에 가득 찬 내 마음은 그들에 대한 응원과 회의 사이에서 널을 뛰었다. 체중을 확실히 빼고 그대로 유지시켜주는 이런 약을 정말로 우리가 먹기 시작한다면 개인의 삶과 건강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정말로 이들 약이 구원자가 되어줄까? 그동안 식품업계가 우리를 어떻게 망쳐놓았는지 따져 묻는 일은 그만두어도 되는 걸까? 이제 더 이상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걸까?                p.17


미국 성인의 약 70퍼센트, 유럽 인구의 절반이 과체중 문제를 경험하고 다이어트 시도의 80퍼센트가 실패로 끝나는 오늘날, 6개월 만에 체중의 4분의 1을 감량해주는 신종 비만 치료제가 등장했다. 누구나 큰 노력 없이 날씬한 몸을 갖게 해준다는 이 약은 과연 인류의 오랜 숙원을 풀어줄 마법의 약일까? <도둑맞은 집중력>의 요한 하리는 현대 의학이 만든 기적의 신약을 직접 체험하며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에서 시작해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신약을 개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과학자들을 비롯해 식품 산업의 핵심 관계자 등 100명이 넘는 전문가를 인터뷰해 체중 증가의 진짜 원인과 신약의 잠재적 이점과 위험에 대해 과학적 사실과 사회적인 논쟁까지 폭넓게 살펴본다. 


살면서 다이어트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요즘은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모두 체중 감량 강박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정상 체중인데도 다이어트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너무 많고, 반복해서 굶고 폭식하며 다이어트와 요요를 오가는 사람들도 많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고 생각한다면, 다이어트를 결심해도 돌아서면 자꾸 과식하게 된다면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습관적으로 먹을 거리를 찾거나, 몸무게 숫자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초조해진다면, 살을 빼긴 하지만 다시 요요가 온다면... 요한 하리의 이번 신간을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계획하지만 거의 대부분 실패하고 마는 것, 바로 다이어트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의지가 부족해서? 방법이 잘못되어서? 요요로 인해 다시 돌아가서? 뭐 사람마다 방법이 다른 것처럼, 상황도 이유도 다를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날씬해지는 세상이 열린다니, 그야말로 놀라운 일 아닌가. 





신종 비만 치료제의 잠재적 위험 요소와 계속 비만으로 살 경우의 위험성을 비교해보는 내내 나는 이런 질문을 하는 것부터가 내가 바보라는 증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명백히 더 나은 해결책이 있고 나는 그걸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친구와 저녁을 먹고 있었다. 친구는 치킨 슈니첼(커틀릿 종류)을 입에 퍼 넣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해가 안 가. 왜 정상적으로 살을 빼지 않는 거야? 식단이랑 운동을 하면 되잖아?" 늘 마음 한 쪽에서 내가 고민하고 있던 질문을 친구가 대신 물어주었다. 이렇게 잠재적인 위험성을 가진 약을 왜 사용하려는 거야? 그냥 의지력을 좀 발휘하면 되잖아?               p.163


요한 하리는 오젬픽이라는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고 6개월 동안 9.5킬로그램이 빠졌다. 체질량지수 그래프에서 비만(주황색)에서 과체중(노란색) 중간 지점까지 옮겨갔으며, 몇 달 후 7킬로그램이 더 빠져 결국 정상 체중(녹색)의 끄트머리에 도착했다. 체지방률은 32퍼센트에서 22퍼센트로 떨어졌다. 그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빠르고 극적인 체중 감소였다. 몸이 가벼워지고 발걸음이 빨라졌으며, 자신감도 올라왔고, 사람들이 그의 몸의 변화에 대해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 그는 짜릿한 기분이 들었고, 이게 바로 자신이 원했던 것임을 깨닫는다. 그런데 동시에 불안하고 불편한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원하던 걸 얻었는데, 건강도 좋아지고 자존감도 올라갔는데, 대체 왜 걱정이 깊어지고 긴장이 되는 등의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꼈던 걸까. 그래서 그는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초에 우리는, 우리 문화는 짧은 기간에 왜 이렇게 엄청나게 뚱뚱해졌을까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은 가공식품과 식습관, 과체중과 다이어트, 비만과 몸, 의지력과 정신 건강에 대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만든다. 각종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가공식품으로 인해 우리의 식습관이 형편없이 망가졌고, 그것이 우리를 비만과 과체중으로 이끌었다. 신선한 자연식품에 비해 초가공식품들은 우리의 포만감을 훼손시켜 먹을수록 더 먹고 싶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신종 비만 치료제가 바로 그 초가공식품의 원리와 반대로 극도의 포만감을 선물하는 호르몬을 활용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포만감을 훼손하는 식품 첨가물로 가득한 음식을 먹어왔는데, 이제 반대로 포만감을 되찾아줄 또 다른 화학물질인 약을 먹게 되었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요한 하리가 실제 투약한 비만 치료제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을 자극해 단 며칠 만에 식욕을 80퍼센트 이상 억제하고 체중을 감소시키는 기적을 보여준다. 약간의 메스꺼움과 소소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고,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약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놀라운 신약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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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곁에 머물기 - 지구 끝에서 찾은 내일
신진화 지음 / 글항아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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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일 아침은 냉동고에서 샘플을 자르는 일로 열었다. 자르기 전 빙하 시료를 매만지면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나는 내가 들고 있던 샘플이 지금으로부터 19만 년 전에 만들어졌구나, 14만 년 전에 만들어진 빙하였구나 하면서 우리가 갈 수 없는 지구를 상상하며 과거를 여행했다. 찰나의 시간 여행을 마친 후 냉동고에서 샘플의 모든 표면을 1센티미터 정도로 잘라 오염된 부분을 제거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과거 대기를 맡을 수 있을까 싶어 샘플을 자르고 재빨리 코를 가져다 대기도 했다.                p.72~73


지구과학의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빙하로 과거 기후를 연구하는 '빙하학'이라는 건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국내에서 유일한 여성 빙하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빙하는 눈이 내리는 당시의 기후와 환경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일종의 기후 유언장 같은 존재이다. 만들어진 당시의 대기가 보관되어 있는 빙하에 대해 빙하학자들은 '냉동 타임캡슐'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빙하를 이용하면 대기의 상태, 화산활동과 같은 과거 기후와 환경 자료를 복원할 수 있다. 




극지역 빙하를 활용하면 약 46억 년이라는 지구의 긴 역사 중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가장 유사한 지난 80만 년의 연속적인 기후 데이터를 복원할 수 있어 지구를 진단하고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빙하학자들은 남극대륙, 그린란드 등 두툼한 빙하가 뒤덮고 있는 극한의 환경에 가서 오염되지 않은 시료를 채취한다. 인간의 접근이 제한된 곳까지 들어가볼 수 있다는 점은 커다란 매력이지만,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남겨둔 빙하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빙하학자들은 지질학자가 지층에 새겨진 역사를 읽듯이 수십만 년 전에 생성된 빙하의 층서를 읽는다. 그렇게 누적된 단서들을 조합해 당대 기후 사건을 해석하고 지구 역사를 파헤친다. 그리고 이는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데에도 주요한 기초 자료로 쓰인다. 저자는 녹아서 층서가 뒤죽박죽 섞인 빙하를 연구하다가 심전도 모니터의 일직선이 그어지는 듯한 위기를 감지하기도 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현장에서 제외되거나 아시아인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모욕적인 일을 겪기도 하며 쉽지 않은 여성 빙하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현장 경험 없이는 탁상공론에 그치기 쉬워 악착같이 현장을 자청한다. 그렇게 2012년부터 지금까지 빙하만 연구했고 2023년 6월에는 그린란드 국제 심부 빙하 시추 프로젝트에 국가대표로 참여했다.




나는 그린란드 빙하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전 생을 마감하는 빙하를 직접 보고야 말았다. 만약 우리가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면 그린란드 빙하는 더 빠르게 후퇴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빙하가 얼마나 급속도로 녹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 빙상을 감상하고 있는 참여자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모두 조용히 깨진 빙상을 응시하고만 있었다. 빙상의 후퇴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는 신기함과 기후변화의 흔적을 직접 목격했다는 공포감이 동시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감정에 사로잡힌 채 우리는 다시 임시 캠프로 돌아갔다.                  p.142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점점 녹아서 북극곰들이 먹이를 구할 데가 없어지고 있다. 작은 빙하 위에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는 북극곰의 모습은 환경 다큐멘터리, 동화책 등으로 자주 보았을 것이다. 지구의 온도가 점점 높아지면 생태계 환경이 변하게 되고, 그로 인해 많은 생물들이 멸종하게 된다.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 것은 사람들이고, 결국 그 영향은 고스란히 우리에게로 올 수밖에 없다. 




이 책이 지구과학 영역에서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을 보여주는 것도 매우 흥미로웠지만,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준다는 점에 있어서 더욱 의미있는 책이었다. 이미 전 세계의 많은 빙하가 녹기 시작했고, 기후변화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생각지 못한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위협해오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80만 년을 기억하는 남극 빙하 코어는 기후위기 시대의 책임자로 빙하는 인류를 지목했다. 우리가 그동안 살아온 방식을 고수하면 언젠가 지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지금의 인류처럼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급격한 속도로 배출했던 존재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2100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800피피엠을 웃돌 것이고 그 수치는 3390만 년 전 그린란드에 빙하가 없었던 때와 맞먹는다. 그야말로 지구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물론 기후 회의론자들은 지구의 수십억 년 역사를 들먹이며 지구란 원래 뜨거워지기도 차가워지기도 했다며 지금은 다섯 번째 빙하기를 지나는 중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기후휘기란 별거 아니라는 소리다. 하지만 우리가 매년 체감하는 기록적인 폭염과 이상기후에 따른 징조, 재난의 풍경은 그들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가 빙하학자의 시선으로, 더 치밀하고 적확한 분석과 현장에서 밝혀낸 사실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여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빙하학'을 통해 우리의 지구를 조금 더 다정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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