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 버리기 연습 - 학습당한 가짜 감정으로부터 내 삶을 되찾는 법
데번 프라이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디플롯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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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내 욕구와 감정이 과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결함을 벌충하려면 근면하고 고상하며 눈에 거슬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내가 어떤 성취를 거두거나 긍정적인 관심을 받을 때마다 내게 친숙하고 소중하며 나보다 많은 관심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너무나도 많은 친구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빈곤,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성차별로 고통받고 있다. 이 세상 어디를 돌아봐도 나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문제들이 가득하다. 내가 아무리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고 세상에 유익한 일을 하려고 해도, 좀 더 다정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도 내가 갚을 수 있는 건 미미할 뿐이고 빚은 끝없이 쌓여가는 것만 같다.                 p.17~18


장애인은 자신의 장애를 남들에게 뒤처지는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되며, 가난한 사람은 스스로 열심히 일해야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여성은 직장 내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흑인은 말투를 절제함으로써 업계에서의 인종차별을 극복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전부 사회가 떠넘긴 체제적 수치심(Systemic Shame)이다. 그에 따르면 세계적 팬데믹은 기업의 잔혹함과 정부의 태만이 아니라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발생한 것이며, 대규모 총기 난사는 백인 우월주의자나 기타 혐오자의 행동이 아니라 사악하고 정신적으로 병든 사람들이 생각 없이 저지르는 짓이다. 


이 책은 이러한 체제적 수치심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지나친 노력과 자기계발을 그만두고, 사회가 개인에게 떠넘긴 책임들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잘못이 아닌 것들로 자기 혐오와 수치심,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사회가 권하는 수치심을 튕겨내고 내 안의 회복탄력성을 길러야 할 때인 것이다. 소수자이자 사회심리학자로서 저자는 우리를 실패자로 만드는 감정들, 즉 수치심과 자기혐오, 자기비판을 내려놓고 진짜 잘못한 것들에 눈 돌리라고 말한다. '체제적 수치심'은 내가 처한 상황은 전부 내 탓이며 이런 상황을 극복할 방법은 나의 선행과 노력뿐이라는 강력한 자기혐오성 신념을 말한다. 교통사고부터 각종 전쟁, 흡연, 질병, 백신 접종과 기후위기까지 사회는 '체제적 수치심'을 자극해 개인에게 문제를 떠넘겨왔다. 이제 우리가 그러한 체제적 수치심에 맞서 싸워야 할 때인 것이다. 





하지만 ‘훌륭한 사람’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체제적 수치심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체제적 수치심은 우리가 영원히 성취할 수 없고 인정받지 못할 일에 매달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며, 남들을 평가하고 비난할 뿐 아니라 자신을 책망하게 한다. 우리는 이런 가치 체계에 의문을 던질 때 비로소 자격을 인정받는다는 것 자체가 허구임을 깨닫는다. 사랑받을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건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수용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우리에게 발견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의 엉망진창인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                         p.366~367


'수치심(shame)'이라는 단어는 '가리다, 숨기다'를 뜻하는 원시 인도 유럽어 어근 스켑(skem)에서 나왔다. 수치심이란 자신을 주변 사회로부터 분리하고 숨기는 것이다. 외면하거나, 숨거나, 남들과 거리를 두는 모습으로 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수치심은 항상 개인의 사회적 위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아이나 노예, 하층 계급 또는 카스트에 속하는 사람은 수치심을 느끼는 집단으로 묘사될 가능성이 성인이나 자유인보다 높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사회적 낙인과 수치심은 항상 연결되어왔다. 범죄자를 영원히 알아볼 수 있도록 그의 피부에 새기는 표식을 의미하는 낙인찍기는 누군가를 규칙 위반자이자 수치심을 느껴야 마땅한 사람으로 표시하는 물리적 행위였다. 인간에게 수치심이 필요하다는 믿음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지만, 기독교가 생겨나고 농업과 산업의 발달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이 책은 이렇게 역사와 사회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차근차근 수치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라이스는 우리가 최선의 선택을 했음에도 자꾸만 노력이 부족했다며 자책하고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이유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이 사회가 ‘체제적 수치심’이라는 프레임으로 움직이고 있다는데서 그에 대한 답을 찾는다. 모두가 수치심에 휘둘리는 사이, 빈곤을 낳는 사회적 구조,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는 유리천장, 기업들이 끼치는 막대한 환경 피해와 대중을 속이는 그린워싱 등 사회와 정부, 기업들의 책임은 어느새 밀려난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해야할 것은 현실을 기꺼이 직면하고 그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자문해보는 것이다. 수많은 시도 끝에 ‘해도 안 된다’는 자괴감과, 자신이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는 수치심, 노력해도 남보다 못하다는 열패감, 급기야 사회적 모순마저 개인의 탓이 되어 버린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었다. 기후변화, 소득 불평등, 사회적 인종차별, 트랜스젠더 혐오 폭력, 세계적 팬데믹 앞에서 더 이상 무기력해지거나 낙담하지 말자.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함께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어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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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모험 클래식 리이매진드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소피아 마르티네크 그림, 민지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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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는 침실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온화하고 순진한 개신교 목사의 차림새로 나왔다. 챙이 넓은 검정 모자에 헐렁한 바지, 흰 넥타이, 그리고 인정이 넘치는 미소에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하면서도 자애로운 호기심이 어린 눈빛은 존 헤어가 아니고는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였다. 홈스는 옷만 갈아입은 게 아니라 표정, 몸짓, 나아가 영혼까지 자기가 변장하고자 하는 사람에 맞춰 바꾼 것 같았다. 홈스가 범죄 전문가가 되기로 했을 때 과학계가 예리한 사고력을 지닌 연구자를 잃은 것처럼, 연극 무대는 훌륭한 배우를 잃은 것이었다.               - '보헤미아 스캔들' 중에서, p.32


소소의 책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 그 네번째 작품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에 이어 <셜록 홈스의 모험>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독특한 시각적 해석을 담은 컬렉터용 하드커버 에디션이다. 원문 그대로의 고전소설을 다시 상상하기 위해 시작된 이 시리즈는 참여하는 일러스트레이터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고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 첫 번째 작품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에서는 세계적인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알려진 티나 베르닝의 강렬한 일러스트들이 텍스트에 담기지 않은 부분까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수준 높은 콜라보를 선보였다. 두 번째 작품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안드레아 다퀴노의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 연출로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났었다. 


이번 작품에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온 일러스트레이터 소피아 마르티네크가 일러스트 작업을 했다.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재탄생한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를 비롯해서 등장인물 모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 셜록 홈스의 방을 구성하는 디테일한 소품들, 단서가 되는 물품들과 사건 현장 들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의상과 건물의 분위기,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 등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금방이라도 페이지 바깥으로 인물들이 걸어 나올 것만 같은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이야기의 서사를 이끌어 가는 삽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행간의 여백을 채워주며 극을 완성시켜주는 듯한 느낌이다. 




초봄의 쌀쌀한 아침이었다. 홈스와 나는 베이커 가의 하숙집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벽난로 앞에 마주 앉아 있었다. 줄지어 있는 우중충한 집들 사이로 짙은 안개가 내려앉아 있고, 맞은편 창문에서 나오는 불빛은 안개를 뚫고 묵직한 노란색 화환처럼 뿌옇게 비쳤다. 하얀 천이 덮인 식탁 위에는 가스등 불빛이 아직 치우지 않은 식기와 식탁보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셜록 홈스는 아침 내내 말없이 신문 광고란을 뒤지다가 결국 이렇다 할 뉴스거리를 찾지 못한 채 조금 전에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괜히 언짢아진 심사로 나의 문학적 과오를 공략하는 것이었다.             - '너도밤나무 집' 중에서, p.366


<셜록 홈스의 모험>은 아서 코난 도일의 첫 번째 소설 모음집이다. 1891년 7월부터 1892년 6월까지 월간지에 매달 한 편씩 연재되었으며, 그 순서대로 한 권에 모아 출간한 것이다. 열두 편의 단편들은 각각의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되는 이야기로, 관찰자이자 서술자인 왓슨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1887년 탄생한 이래 여전히 만화, 영화, 드라마등으로 변주되며 사랑받는 고전이다. 영원히 읽히고 재창조되는 독보적인 캐릭터, 100년도 넘은 시대에 탄생했지만 여전히 동시대에 숨쉬고 있는 캐릭터, 바로 셜록 홈스이다. 그동안 수많은 셜록 홈즈 이야기를 만나왔고, 그를 소재로 변주된 또 많은 이야기를 읽어 왔지만 여전히 재미있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 없다. 




수없이 변주되는 고전 중에서도 셜록 홈스 시리즈는 정말 여러 판본으로 만나본 책이다. 대부분의 셜록 홈스 이야기를 여러 번 읽어서 전부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만난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는 정말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읽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버전의 '셜록 홈스'를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까칠하고, 안하무인에, 인간미는 없고, 사회성도 없지만,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인물이자, 100년 넘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기네스북 선정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이 다루어진 캐릭터, 셜록 홈스. 대부분 수많은 판본의 셜록 홈스를 읽어 왔고, 엄청나게 변주된 다양한 셜록 홈스를 보아 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 다시 셜록 홈스를 읽어야 하느냐에 대한 아주 신선한 대답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텍스트에 담기지 않은 부분까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일러스트들이 페이지들을 꽉 채우고 있는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로 꼭 다시 한번 셜록 홈스를 만나보길 추천한다.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를 네 작품 째 만나고 있는데,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일지, 또 어떤 아티스트가 재해석해는 작품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앞으로 이어질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의 작품들도 챙겨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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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3학년, 요약 잘하는 아이가 앞서갑니다 - 10세부터 시작하는 SKY 필승 플랜
이현실.남상욱 지음 / 북폴리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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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의 정보를 인공지능이 효과적으로 요약해주니 그런 번거로운 작업은 이들한테 시키면 될 일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용하는 챗GPT와 같은 기술도 명령어를 입력해야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고 자신의 언어로 정리한 명령어를 입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알고 싶은 핵심 내용을 간단한 구절이나 문장으로 요약해야만 인공지능에게 지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능력이 없으면 원하는 정보를 도출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효율이 높은 인공지능이라도 무용지물이 될 게 뻔하죠.             p.49


SNS의 발달, 숏폼 콘텐츠의 유행으로 사람들의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깊이 있게 사고하고 이해하지 못한 채 수동적으로만 정보를 받아들이는 습관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글밥이 긴 책 읽기는 고사하고 두 시간짜리 영화도 집중해서 끝까지 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책 읽기란 고역에 가까운 일이다. 짧은 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의 빠르게 대충 읽는 습관은 아이들의 전반적인 언어 능력 발달을 저해하고, 생각하고 되새기는 힘도 키우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수동적 독해가 아닌 주도적 독해를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학교에서 본격적인 읽기 교육이 시작되는 초등 3학년부터 요약력의 기본을 다져야 한다고 말한다. 요약은 단순히 정보를 압축하는 작업이 아니라 정보의 본질을 파악해 중요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개념화된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정교한 사고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변화하는 현재의 입시 환경에 맞춰 요약력을 키우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 준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대로 '읽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각 과목 교과서 본문을 포함, 다양한 종류의 텍스트를 수록해 학부모와 아이들이 직접 연습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매우 실용적인 부분이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이런 요약 능력을 바탕으로 지식을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요약한 정보를 잘 정리해두면, 소중한 지식 도서관이 됩니다. 이 지식 도서관은 정보의 창고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학습과 성장을 돕는 도구가 됩니다. 이제 그 지식 도서관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함께 알아보려 합니다. 이것은 마치 아이의 방을 함께 정리하는 것과 비슷해요. 옷은 옷장에, 장난감은 상자에 넣듯이, 요약한 정보도 그 특성에 맞게 분류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p.324


많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다양한 독해 문제집을 풀고 논술 수업과 국어 학원을 다니는데, 왜 독해력과 문해력은 점차 떨어지는 걸까. 문제는 '수동적인 독해'와 '주도적인 독해'의 차이점에 있다. 문제집을 풀면서 어휘력을 키우고, 글의 구조를 파악하고, 비판하며 생각하기를 배울 수는 있지만, 스스로 핵심어와 주제, 중심 문장을 찾고, 어휘를 선택해 정리하는 경험은 생략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짧은 쇼츠와 SNS 영상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의 뇌가 수동적으로, 편향적으로 만드는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맥락을 이해하는 훈련부터 해야 한다. 긴 글을 읽거나 기승전결이 있는 긴 영상을 보고 요약하는 훈련을 하게 되면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요약하며 읽기'를 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요약력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변화하는 입시와 미래에 꼭 필요한 통합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시대상에 발맞춰 아이들의 ‘요약력’을 향상시켜줄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준다.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입시는 물론이고, 미래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약력’의 중요성과 이를 키워내는 방법을 차근차근 안내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각각의 챕터가 끝날 때마다 요약력 키우기 워크북이 수록되어 있다. 페이지의 컬러가 달라서 바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워크북에는 글의 의도 파악하기, 중심 내용과 뒷받침 내용 찾기, 핵심어 찾기의 달인 되기, 사실과 의견 구분하기 등 다양한 연습을 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독한 후에 푸른색 페이지로 된 이 워크북만 찾아서 따로 연습해도 좋고, 읽어나가는 과정에 중간중간 워크북을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삼색 펜 독서법 실천하기, 밑줄과 동그라미를 활용한 독서법, 포스트익 요약법, 인덱스를 활용하여 요약하기 등 지금 바로 해볼 수 있는 실용적인 팁들이 많아 아이와 바로 실천해보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30년 가까이 아이들의 논술 및 국어를 지도해온 베테랑 교육전문가와 함께 ‘요약력’의 중요성과 이를 키워내는 방법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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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멸종할까 봐 - DNA로 파헤친 꿀벌 실종 사건의 진실 최고의 선생님 1
김영호 지음, 이수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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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꽃과 벌집 사이를 하루에도 수천 번씩 오가던 꿀벌들이 사라졌어. 한 마리도 아니고 수백억 마리가 싹 사라졌지. 길을 잃는 법이 없던 꿀벌들이 어디로 갔을까? 왜 집을 다시 찾아오지 못했을까? 꿀벌들이 길을 잃은 이유에 관해서도 수많은 추측들이 나왔어... 과학적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는 호기심 가득한 어떤 추측도 가능해. 그러나 과학과 근거 없는 소문은 달라. 소문은 상상일 뿐이지만, 과학은 현실이어야 하거든.            p.29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 보도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수억 마리가 넘는 꿀벌들이 실종되고 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해서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었다. 꿀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지구상의 한 개체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이다. 대부분의 꽃이 꿀벌 같은 곤충을 통해 수분하며 씨앗을 만들고 자손을 번식시키기 때문에, 꿀벌의 개체 수가 줄어들면 농작물 수확량도 감소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꿀벌은 아주 작은 곤충이지만,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것이다. 




바로 그 '꿀벌 실종 사건'에 대해 곤충 DNA 전문가인 김영호 교수가 어린이 책을 펴냈다. 꿀벌이 사라지게 된 원인을 추적하고, 맞닥뜨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어떻게 지혜를 모으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특히나 곤충의 DNA를 다루는 책은 흔치 않아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는 DNA를 통해 곤충들이 왜 특정한 행동을 하는지, 어떤 병에 걸렸는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까지 모두 알아낼 수 있다니 말이다. 모든 생명체는 DNA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DNA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동물도, 곤충도, 꿀벌도 DNA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실종 사건이 일어난 양봉장에 남아 있는 꿀벌들에게서 DNA를 뽑아내 원인을 분석한다. 그리고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DNA를 발견하게 된다. DNA가 꿀벌의 상태를 알려 주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찾아낸 바이러스를 비롯해서 꿀벌의 DNA를 통해서 알게된 사실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어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꿀벌 실종 사건은 종결된 사건이 아니야. 작년에도 일어났고, 올해도 일어났으며, 내년, 내후년에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문제야. 그래서 앞으로도 꿀벌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할 일이 많아.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공부한 네가 미래에 꿀벌 과학자, 곤충 DNA 연구자가 되어서 앞으로 박사님과 함께, 또 전 세계 연구자들과 함께 꿀벌을 지키는 일에 힘을 보태 주길 바라.         p.157



전라남도 땅끝에서 40여 년 동안 꿀벌을 키워 온 만식 할아버지가 봄을 맞이해 겨울 동안 벌통에서 지낸 꿀벌들을 깨우기 위해 양봉장에 갔다가 꿀벌들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된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500여 통의 벌통 중에 무려 350통 정도에서 꿀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간 박사님도 충격에 빠지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꿀벌이 사라진 건 그곳만이 아니었다. 전국 곳곳에서 꿀벌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고, 과학자들은 본격적으로 범인을 밝히기 위해 나선다. 


마치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추리 소설처럼 시작된 이 귀여운 이야기는 페이지를 넘길 수록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과학적인 시선으로 용의자를 추리기 시작한다. 첫 번째 용의자를 시작으로 네 번째 용의자까지 밝혀내며, 현재의 상황과 위험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 준다. 기후 변화가 원인인 줄 알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 많은 위험 요소들이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랑스러운 꿀벌 캐릭터 그림과 동화처럼 잘 읽히는 스토리, 그리고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고 있는 책이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과학책이지만, 어린이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그리고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을 가진 어른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도록 사려깊게 쓰인 책이다. 다양한 비주얼 자료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레이아웃과 디자인 또한 아이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DNA의 염기 서열, 살충제의 성분 등을 설명할 때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적절한 비유를 통해 친절하게 알려 준다. 


꿀벌 실종 사건은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과학 이슈이고, 실제로 대학과 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최신 연구 결과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어린이들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기쁨과 우리 주변의 생물들과 환경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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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색환시행
온다 리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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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를 겹겹이 쌓아 올림으로써 작품에 얽힌 전설과 '저주'의 효력을 견고하게 하는 <밤이 끝나는 곳>.

역시 끌린다.

그렇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꺼림칙한 것에 홀리고 불길한 것에 끌려가는 법이다.                p.75


사람들 사이에서 ‘저주받은 작품’으로 알려진 소설이 있다. <밤이 끝나는 곳>이라는 소설을 영상으로 제작하려고 하면 재앙과 같은 사건들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몇 년에 한 번은 이 작품을 영상화하겠다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세트장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생겨 배우와 스태프들이 사망하는 대참사를 시작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한 각본가가 그 직후에 자살하는 바람에 제작이 엎어진 경우도 있었고, 배우가 다른 배우를 죽이고 자살하는 일이 벌어져 촬영이 중단된 경우도 있었으며, 화재 장면을 찍고 있을 때 카메라맨이 급사한 경우도 있었으니, 정말 작품에 누군가 저주라도 내린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밤이 끝나는 곳>은 베일에 싸인 작가 메시아이 아즈사가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곽 '추월장'에서 세 명의 엄마와 살았던 '나'의 회상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기묘한 분위기의 환상 소설이다. 세 명의 엄마는 엄마이면서 엄마가 아니다. 낳아준 엄마는 종일 꼼짝 않고 앉아서 새장만 바라보고 있고, 호적상 엄마는 무표정으로 여관 카운터를 보고 있으며, 공부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가르치며 실질적으로 키워준 엄마가 있다. 낳아준 엄마는 정신이 온전치 않아 의사소통이 불가하고, 키워준 엄마도 어딘가 비뚤어져 있어 전적으로 신뢰할 수가 없고, 표면상의 엄마는 체면치레를 하기 위한 행동밖에 하지 않는다. '손님에게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온 '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혼자였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어느 날부터인가 눈으로 본 것을 스케치하는 법을 배웠고, 그때부터 종종 본 것을 있는 그대로, 거짓 없이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시초가 되고 만다. 유혈이 낭자하고 섬뜩하지만 어딘가 마음을 잡아끄는 부분이 있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둔색환시행>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마음 또한 사로잡는다. 





왜 그런 짓을 했을까. 멈출 수는 없었을까. 피할 수는 없었을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뉴스를 보고 안타까워서 의문이 들어.

하지만 본인들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을 테지.

피할 수 없어. 벗어날 수도 없어.

누군가 수건을 던져주는 사람이 없는 한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어코 그곳에 다다르는 수밖에 없네. 그런 상황도 확실히 존재하지.

그 두 사람도 그런 걸 봐버린 게 아닐까.

그 작은 방에서 두 사람은 마에 홀려버린 게 아닐까.           p.482


《둔색환시행》은 온다 리쿠가 “일본에는 영화감독들이 욕심내지만 막상 판권을 사고 작업에 들어가면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하게 되는 저주에 걸린 소설이 있다는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쓰게 된 소설로 무려 15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이 설정에 맞추어 작품 속의 작품 개념으로 짝을 이뤄 쓰인 소설 《밤이 끝나는 곳》도 함께 출간되었다. 리버시블 커버에 작가 이름을 메시아이 아즈사라고 표기한 것까지 실제하는 작품처럼 완벽하게 만들었다. 《밤이 끝나는 곳》은 288페이지, 《둔색환시행》은 652페이지이다. 먼저 저주 받은 소설인 《밤이 끝나는 곳》을 읽고,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여정을 담은 《둔색환시행》을 읽은 다음, 다시 《밤이 끝나는 곳》을 읽으면 더 재미있다고 해서 <밤이 끝나는 곳>을 먼저 읽어 보았다. 하지만 <둔색환시행> 중간 중간 <밤이 끝나는 곳>의 본문 일부가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꼭 먼저 읽지 않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긴 하다. 


소설가인 주인공 고즈에는 변호사인 남편의 소개로 <밤이 끝나는 곳>의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2주간의 크루즈 여행에 참석하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재혼이었는데, 남편의 전처가 해당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고 자살한 작가였다. 여행을 함께 하는 사람은 열 명 정도로 몇몇은 친척, 혈연관계였고, 모두를 연결하는 매개체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이다. 영화감독, 여배우, 프로듀서, 영화 평론가, 출판 편집자, 만화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소설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집착으로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고즈에는 관계자들을 취재해 일종의 논픽션을 쓸 생각인데, 그들을 통해 소설에 얽힌 새로운 이야기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작품을 둘러싼 새로운 해석을 비롯해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 일어났던 사고들, 그리고 딱 한 작품만 발표하고 사라져버린 작가 메시아이 아즈사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이 작품의 제목인 <둔색환시행>은 모호함의 세계와 크루즈 여행의 검은 바다를 상징하는 둔색(鈍色), 그리고 선상 밀실 미스터리를 향한 환시행(幻視行)이 조합되어 만들어졌다. 온다리쿠는 ‘둔색’이라는 말은 그 애매함을 나타내려고 만들었다며, '애매함을 견디는' 것이 어른이 갖춰야 할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아무리 마음이 불편해도 아무도 도망갈 수 없는 완벽한 밀실인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거짓말의 탑 위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여정이자, 하나의 창작물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창작자로서의 철학과 생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메타픽션이기도 하다. 온다 리쿠의 새로운 대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다. 이 놀라운 이야기를 만나 보시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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