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마리아 몬테소리 Who 세계인물 30
이동규 지음, 오천년 그림, 경기초등사회과교육연구회 감수 / 다산어린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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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치, 경제, 인문, 사상, 인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늘날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who? 세계인물> 시리즈! 이번에는 어린이의 가능성을 발견한 교육자 마리아 몬테소리를 만나보았다. 몬테소리 교육법이란 표현은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바로 그 몬테소리 교육법을 만든 것이 마리아 몬테소리이다. 그녀는 여자가 의대에 들어가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시절, 이탈리아 최초로 여자 의사가 된 인물이다. 정신과에서 어린이 환자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교육으로 아이들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의사에서 교육자로 변신해 가난한 노동자들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어린이의 집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사실 당시만 하더라도 이탈리아는 열살 이상의 인구 중 4분의 3은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문맹자들이었다. 부모들은 자식들의 학업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을 생활 전선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가난이나 사정 때문에 자식들을 제대로 교육하지도 못했고 말이다. 그리고 유아 교육은 어른들의 기준에 의해 주입식 교육과 체벌이 중심이 되었으며, 이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뒤떨어졌다고 생각해 제대로 돌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몬테소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어린이는 어른과는 다른 특징이 있으며, 어린이들이 스스로 능력을 기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유아 교육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만화를 통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어 마리아 몬테소리가 만든 특별한 교육법에 대해, 그리고 19세기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몬테소리는 자신의 교육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어린이가 표현하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몬테소리 교육법입니다."


지적 장애 아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몬테소리 교육법은 점차 일반적인 어린이 모두에게 확대되고, 오늘날 우리가 몬테소리 교육의 교구라고 하는 아름다운 모양과 예쁜 색깔의 도구들을 보듯이 여전히 아이들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 어린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 몬테소리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유아 교육이 어떻게 달라졌을 지 생각해 본다면, 그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통합지식 플러스 코너를 통해 집중력과 도전 정신, 약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추진력 등 몬테소리이 성공 열쇠에 대해 짚어보고, 당시 이탈리아와 19세기 여성들의 생활에 대해 배워본다. 정보들이 꽤나 구체적으로 다양하게 담겨 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으면서 지식 습독도 할 수 있어 더 좋다. 진로 탐색 코너로 인물의 직업에 대해 알아보고, 독후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되어 있어 활용도도 높다. 

대통령, 변호사, 성직자, 애널리스트, CEO, 사회 운동가, 의사, 철학자, 환경운동가, 문화인류학자, 고고학자, 수필가 등 다양한 직업군을 다루고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다. 




<who? 세계인물> 시리즈가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는데, 아이들이 닮고 싶은 롤 모델을 발견하고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평생을 이끌어 줄 최고의 멘토가 여기 다 모여 있으니 말이다. who? 시리즈 중에 '세계인물' 편은 정치, 경제, 인문, 사상, 인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늘날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에이브러햄 링컨을 시작으로 워런 버핏, 넬슨 만델라, 체 게바라, 헬렌 켈러, 마더 테레사, 알베르트 슈바이처, 프리드리히 니체, 존 스튜어트 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 40명의 인물을 만나볼 수 있다.


시간순으로 나열된 세계사 책은 아이들이 읽기에는 다소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세계의 인물들을 통해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점도 who? 세계인물 시리즈의 장점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찾고 이루어 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who? 세계인물> 시리즈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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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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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권의 책이 입을 열어/열 개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백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것//우리는 각자의 반에서 가장 말이 없지만/누구보다 빼곡한 문장이 머릿속에 출렁이고 있지/어디서든 생각에 잠겨 그 속을 유영할 수 있지//뒷자리의 누군가가 네 등을 두드리며/무슨 생각 해? 하고 물어 온다면//한 권의 근사한 책처럼/닫혀 있던 마음을 펼쳐/네가 가진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겠지

           - 조온윤, '도서부의 즐거움' 중에서, p.42~43


황인찬, 박소란, 양안다, 박준, 유희경 등 자신만의 고유하고 개성 넘치는 시 세계를 구축한 20명의 젊은 시인들이 저마다의 10대 시절을 추억하며 쓴 창작 시 60편을 모은 시집이다. 스무 명의 시인들은 각각 세 편씩의 시와 시작 노트를 수록했다. 시작노트에는 작품을 쓰면서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마음으로 접근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청소년기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렇게 모인 예순 편의 시들은 시 초심자를 위한 일종의 초대장이기도 하다.


시가 뭔지 잘 모르겠고,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어렵게만 느껴졌었다면 이번 기회에 시의 매력을 조금씩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지난 10년간 출간되어온 ‘창비청소년시선’의 50번 시집 출간을 기념한 것이기도 하다. 시는 학창 시절에 자주 썼던 편지에서, 그 시절을 위로해주던 책과 만화로부터, 이곳 저곳에 붙였던 귀여운 스티커와 어느 소풍날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커다란 일이 시작되고, 보이지 않는 것에 가 닿으려고 노력하는 것'에서 인생에 무늬가 생긴다. 볼 수 없는 것을 함께 돌아보자는 약속처럼 시를 써 왔다는 시인의 말이 선물처럼 느껴졌다. 





잊은 음악을 듣는다/언제 잊었는지 모를 음악//유난히 머리가 가볍다 생각했더니/거리의 풍경이 텅 비어 있었다//여름의 과실이 굴러간다/어차피 다음 계절까지는 못 버텼을 살구들//진득하게 물러 버린 달콤함이/굴러간다//사라지고 치이고/조금씩 드러나는 불온한 감정들//아이들이 듣는 소리를/어른들은 못 듣는다 한다//... 음과 음 사이 솟은 돌멩이를/툭툭 차며//학교에 간다//속수무책/너를 믿고 싶은 풍경이 펼쳐진다                -김소형, '쉿, 비밀인데' 중에서, p.182~185


오랫동안 어린이는 ‘동시’로 시를 향유한 것에 반해, 청소년은 교과서에 실린 정전, 그것도 그들의 삶과 감각에 맞지 않은 어른의 시를 읽어야 했다. ‘창비청소년시선’은 청소년도 동시대의 좋은 시를 읽고 즐겨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지난 10년간 ‘창비청소년시선’은 대부분의 시집이 올해의 청소년 도서, 문학나눔 등에 선정되었으며, 2025년부터는 중1 새 교과서에만 7편의 작품이 실리기도 했으니 엄청난 성과다. 다시 또 10년, 20년 이어지며 청소년들을 위한 좋은 시들을 만날 수 있따면 좋을 것 같다.


임경섭 시인은 이 책에 실린 시작 노트에서 이렇게 썼다. '초등학생 때의 나, 중학생 때의 나, 고등학생 때의 나. 각 학년마다, 각 학기마다, 그리고 각각의 계절마다, 심지어는 어떤 날들의 아침과 저녁마다... 전혀 다른 내가 거기마다 서 있다'고. 그때그때의 내가, 너무나 많은 내가 모여 지금의 나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나'라는 존재가 내가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너무 와닿아서 밑줄을 긋고 여러번 읽어 보았다. 지금의 내가 겪은 시간들이 미래의 내 일부분이 되고, 내가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이 쌓여서 미래의 나를 만들어 간다면, 지금 현재를 더욱 소중히, 즐기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도서 구매 시, '시절 시집 필사 노트'도 받을 수 있으니, 책에 수록된 시들을 직접 써보면서 천천히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시를 쓰고, 읽고, 나눈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해준 예쁜 책이었다. 아직은 시가 낯선 청소년들에게, 그리고 여전히 시가 어려운 어른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어둡고, 외롭고, 서글픈 나날에 이 책이 위로가 되어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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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을 삼킨 나라, 대한민국 - 중독이 일상이 된 시대, 마약 없는 내일을 위한 기록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9
조성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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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보통 중독이 2차적 질병이라고 알고 있다.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복용하다가 중독이 된다거나 우울증을 없애기 위해 복용하다가 중독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독은 유전적, 정신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받는 1차적 질병이다. 일례로 부모 중 한 명이 알코올 중독인 경우 그 자녀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알코올 중독이 될 확률은 네 배나 높다는 통계가 있듯이, 중독은 유전적 성향과 환경적 요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또한 방치하면 결국 사망에 이르거나 그 전에 자살을 선택하는 등 자신뿐만 아니라 가정이 파괴되고 나라가 망할 정도의 치명적 위험을 유발하는 만성 질환이다.             p.92


대한민국 대표 교수진이 펼치는 흥미로운 지식 체험, ‘인생명강’ 시리즈의 스물 아홉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전국 대학 각 분야 최고 교수진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겨 다양한 분야의 지식 콘텐츠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나온 책은 마약 중독 치료의 최전선에서 40년간 수많은 중독자들을 치료해 온 조성남 교수가 대한민국의 마약 중독 실태와 그 해법을 밝히는 책이다. 


우리나라는 과연 마약의 안전지대인가, 아니면 위험한 나라인가.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마약 음료 시음 행사를 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젊은 세대 사이에서 마약류 약물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다, 의료용 마약류 중독 또한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특히나 10대와 20대의 젊은 층에서 마약 사범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은 마약 범람시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긴급 보고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중독이 질병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해 예방부터 치료, 재활에 이르는 회복 과정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정리하고, 재발 위기 극복과 회복의 과정을 제시한다. 




치료공동체에서는 중독을 어떻게 정의할까? 이곳에서는 중독을 그 사람 전체의 문제로 본다. 그 사람 전체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중독이 나타난 거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중독은 하나의 증상일 뿐이며 본질이 아니라고 한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행동, 태도에 문제가 있어서 그로 인해 중독이라는 증상이 나타나는 거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증상만 고친다고 해서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행동, 태도를 올바르게 바꿔나가는 게 진짜 치료라고 말한다.                 p.181


1970년대에 우리나라에 희피 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대마가 확산되었다. 대마관리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젊은이들 사이에 대마초가 유행했고, 이어 1980년대에는 필로폰이 국내에 유통되며 급격히 퍼져나갔다. 매우 강력한 중추신경 흥분제인 필로폰은 남용할 경우 중독 증상이 나타나 심각한 의존성이 생기며, 중단 시 금단 증세가 유발되는 무서운 약물이다. 종류를 달리하며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던 마약류 중독이 2000년대에 들어와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의료용 마약의 남용이 점점 더 늘어나며 불법 마약보다 더 심각해진다. 매스컴을 통해 흔하게 접하는 프로포폴이 의료용 마약류 남용의 대표적 약물이다. 유명 인사와 연예인들이 프로포폴에 중독되거나 심지어 투약하다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생겨났다. 최근 들어 문제의 심각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약물은 펜타닐이다. 이는 매우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청소년에게는 처방할 수 없으며, 성인의 경우에도 다른 진통제로는 더 이상 진통 효과가 없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2022년 12월,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이전에도 이러한 정책은 종종 있어왔지만, 이번에는 마약류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와 재활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제는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관련 정보의 확산과 SNS와 가상화폐 등을 통한 거래나 던지기 수법 등으로 접근성이 너무 쉬워져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위험한 상황이 초래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질병은 조기에 발견해 신속히 치료하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 중독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마약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를 깨달아 그에 따른 예방과 대책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이다. 마약이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지금, 이 책을 통해 그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고 함께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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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셜리 1~2 세트 - 전2권
샬럿 브론테 지음, 송은주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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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한 책이 도착했습니다. 착한 가격에 박스 세트 구성이라 훌륭하네요. 샬럿 브론테의 유일한 국내 미출간작 초역이라는 점도 의미있고, 표지 분위기도 작가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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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심리학 - 예술 작품을 볼 때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성주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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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하는 상황은 비단 이성 교제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나, 백화점에서 옷을 사거나, 이사할 집을 고를 때 같은 일상생활에서도 일어난다. 미술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모든 그림을 똑같이 충분히 긴 시간 동안 보는 것이 아니라, 처음 보았을 때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더 볼지 그냥 재빨리 지나칠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미술관에서 그림을 어떻게 관람을 하는지 살펴보자.                  p.61


에드바르 뭉크, 파블로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등 우리는 같은 예술 작품을 볼 때도 각자 다른 느낌을 가진다. 예술은 매우 주관적인 경험이며,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예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가 예술을 이해하는 데 많은 통찰을 줄 수 있고,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객관적인 그림 감상법이 있다면, 그림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서울대에서 약 10년 동안 학부생을 대상으로 예술심리학 강의를 진행한 오성주 교수는 예술심리학의 흥미로운 실험과 결론을 통해 그림 감상에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 준다. ‘예술심리학’이란 예술을 심리학적 분석 대상으로 삼는 학문으로 예술 작품은 창작자의 영감이나 광기, 시대적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에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 이야기를 들려줘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나 그림을 감상할 때 화가의 심리 상태나 그림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감상자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능동적인 심리적 과정으로 풀어내는 것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어떤 교양미술 책에서도 볼 수 없는 미술 작품 감상법을 제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같은 그림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깊은 감동을 받고, 어떤 사람은 무심히 지나치기도 한다.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각자의 타고난 성격, 삶에서 축적된 고유한 경험, 그리고 그들이 속한 성별, 연령대, 성격,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감상에 영향을 미친다. 그림 감상에서의 개인차를 성격 차이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약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반 대중에게 내놓을 만큼 일관된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그림 감상에 많은 요인들이 복잡하게 관여하기도 하고, 이를 측정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기도 하다.                p.335


그림의 제목과 설명이 그림 감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 연구팀은 그에 대해 추상화와 반추상화 그림 12장을 사용해 제목과 설명의 효과를 검증한 실험을 진행했다. 추상화와 반추상화는 구상화에 비해 불분명하기 때문에 제목과 설명의 효과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실험은 참여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고, 아무런 정보 없이 그림만 감상하는 그룹과 제목과 함께 감상하는 그룹, 제목과 50단어 내외의 설명문을 함께 제공하여 감상하는 조건으로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각 그림을 보며 자신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즉 그림을 얼마나 이해하고 그 의미를 파악했는지를 7점 척도로 평가했다. 실험 결과, 참여자들은 제목과 설명이 없는 조건, 제목만 잇는 조건, 제목과 설명이 함께 제시된 조건 순으로 그림을 더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그림에 대한 정보가 풍성할수록 사람들이 그림을 더 의미있다고 느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경향은 그림이 추상적일수록, 그리고 제공되는 정보가 작품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때 강해졌다.


이렇듯 예술심리학의 실험은 전시 기획자와 큐레이터가 관람객의 그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정보를 제공해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미술관 관람객의 행동을 분석한 심리학 연구들을 통해 미술관에서 어떤 감상 전략을 취해야 할지도 알 수 있다. 예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는 일반 감상자들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통찰을 줄 수 있고,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심리학에서는 예술 작품을 경험하는 마음은 실재하는 것이고, 심리학에서 널리 개발된 다양한 방법들을 이용해 그 마음을 측정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 책을 통해 예술 경험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방법으로 감상의 요령을 배울 수 있었다. 미술 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든 적이 있다면, 미술은 좋지만 감상은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다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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