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Challenge - 영어회화 루틴 만들기
이시원.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마도 작심삼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목표나 계획이 영어 공부가 아닐까 싶다. 사실 학창 시절에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우리는 영어 공부를 해왔다. 그래서 아는 단어들은 꽤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전에서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분명히 아는 단어의 조합인데도 말이다. 특히나 주입식 암기 교육의 세대라면 더욱 '회화'가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 회화'는 가볍게 해외 여행만 가더라도 꼭 필요한 것이기에, 오히려 학창시절보다는 졸업한지 한참 된 지금의 우리에게 더 절실하다.

 

나 역시 영어 공부에 여전히 관심이 많아 매년 원서 독해와 회화 공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곤 하지만, 뭐 제대로 끝까지 간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만난 '66 Challenge'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때,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데 가장 큰 메리트를 느꼈다. 딱 66일 동안 도전해볼 수 있는 영어 회화 공부라고 하니 말이다. 이 책에 따르면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66일'이라고 한다. 이는 영국의 심리학자가 진행한 실험에 의한 것으로 동일한 행동을 평균 66일 이후부터 자동 반사적으로 하게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목표를 떠올리며 '의무감'에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크게 힘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습관처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하나씩 상황별 영어회화 표현과 영어 패턴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패턴에 단어만 바꿔 끼우면 회화가 되도록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36개의 패턴을 익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친구 사귀기에서 직업, 가족관계, 취미, 학교, 성격 등을 묻고 대답하고, 일상 대화에서 요일, 날짜, 날씨, 위치, 기분에 대해 대화하고, 식당, 카페, 쇼핑, 대중교통, SNS 사용하기 등등 다양한 상황별 영어 표현 익히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날마다 다르게 배울 수 있는 주제들이 선정되어 있어 지루함 없이 공부할 수 있다. 그리고 10분 테마별 실생활 예문에서는 바로 실생활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문장들이라 회화 연습하기에도 그만이다. 그리고 배운 표현을 25개의 문제를 통해 풀어보며 복습을 하는 것까지가 하루치 공부 분량으로 딱 네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다. 판형이 큰 책이라 한 페이지에 각각의 테마별로 한 눈에 들어오도록 구성이 되어 있어 더욱 좋다.

 

 

게다가 이 책을 구매한 독자들은 QR 스캔 후 접속해서 7일 동안 무료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수강권도 받을 수 있다. 영어 습관 달력과 원어민 mp3가 제공되어 활용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책 속에 있는 QR을 통해 강의를 구매하고, 66일 간 영어 공부 습관 미션 달성을 할 경우 강의료를 100% 환급받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도 있다. 무턱대고 학원을 끊거나 온라인 강의를 결제해놓고는 며칠 듣다가 포기해서 끝까지 가본 적이 없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66일 챌린지에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다. 강의료 환급이라는 미션이 있기 때문에 챌린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수밖에 없고, 66일이 지난 뒤에는 영어 공부 습관도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며, 결제한 강의료도 돌려받을 수 있으니 일석 삼조이다.

 

굉장히 실용적인 회화 표현들로 가득한데도 불구하고, 어려운 단어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아서 누구라도 쉽게 시작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66일 동안 매일 이 책을 통해서 영어회화를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 보자. 지금부터 66일 뒤,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영어회화 실력을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방울의 살인법 - 독약, 은밀하게 사람을 죽이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
닐 브래드버리 지음, 김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름 끼치는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트로핀은 현대 의학에서 새로운 용도로 주목받고 있다. 신경독에 노출된 스파이를 치료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아트로핀은 병원에서 심장 박동을 제어하는 약물로 흔히 쓰인다. 심장 박동이 느려진 환자나 심지어는 아예 심장이 멈춰버린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 또한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아트로핀을 투여해서 수술 도중 타액이나 체액이 폐에 고여 폐렴을 유발하는 것을 사전에 막는다. 한때는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이던 물질이 치료제로 재탄생한 것이다.          p.95

 

제목부터 미스터리, 스릴러를 연상하게 만들지만, 이 책은 과학 도서이다. 생리학 및 생물 물리학 교수인 저자는 미스터리 마니아이기도 한데, 이 책에서 역사상 독약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11가지 화학 물질과 그것이 사용된 실제 독살 사건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인슐린, 아트로핀, 스트리크닌, 칼륨, 비소 등 각각의 독약이 가지고 있는 치명성과 과학적 원리를 밝히고, 역사 속에서 벌어졌던 독살 사건들을 낱낱이 파헤친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이던 물질이 의료용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건강을 위한 물질로 출발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흉악한 독약이 되고 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물질들이 우리 몸에서 작용하는 과정을 화학적 원리에 근거해 설명해주고 있어 '독살 교양 과학' 도서로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다. 게다가 실제로 벌어졌던 여러 살인 사건들을 살펴보는 논픽션으로도 흥미진진한데, 웬만한 범죄 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범죄의 역사 속에서도 피가 끓어올라 순간적으로 저지르는 충동적인 살인에 비해, 치밀한 사전 계획과 냉혹한 계산에 따라 저질러지는 독살은 그것이 의도적이라는 데 더욱 섬뜩해지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애거사 크리스티를 비롯해 많은 미스터리 소설 작가들 역시 그래서 독살을 작품의 소재로 종종 사용해 왔을 테고 말이다. 게다가 독살은 철저한 사전 계획과 조사가 있다면 힘 없는 보통 사람도 실행할 수 있는 종류의 살인법이라는 점도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좋은 부분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완전 살인을 성공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살인 무기를 깔끔하게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피 묻은 칼이나 지문으로 범벅이 된 총기류는 감추기가 어렵다. 그러나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무기라면? 아무런 흔적도 없이 혈액 속에 녹여버릴 수 있는 거라면? 일반적인 식품점이나 마트의 진열대에 독약이 아무런 제재없이 진열되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이번 장에서 다룰 독약은 바로 그런 독약이다.         p.243

 

'독약'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대개 치명적인 화학 물질부터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때로는 독을 만드는 성분과 좋은 목적으로 쓰이는 약의 성분이 똑같을 수도 있다. 하나의 화학 물질이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는, 언뜻 보면 모순인 것처럼 보이는 이런 현상을 사람들이 처음 알아 차린 것은 르네상스 시대였다고 한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다루는 '인슐린'도 바로 거기에 해당하는데, 인슐린은 겨우 30년 만에 생명을 구하는 기적의 물질에서 치명적인 살인 무기로 전락하는 불행하고 비극적인 역사를 가졌으니 말이다. 이어 대형 마트에서 벌어진 묻지마 범죄에 사용된 아트로핀, 20세기가 밝아오던 시절까지는 강장제, 활력 회복제로 애용되었던 스트리크닌, 매력적인 보라색 또는 푸른색의 꽃을 피우는 투구꽃에서 추출된 아코나이트, 아름다운 꽃을 피우면서도 잎에는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 디기탈리스, 여러 스파이 소설과 탐정 소설에서 거의 순식간에 죽음을 불러오는 살인의 도구로 가장 악명 높은 독약인 청산가리 등 이 책은 흥미로운 독약의 과학을 자세하고, 쉽게 알려준다.

 

재미있는 것은 염화칼륨처럼 소금과 화학적으로 거의 유사하며, 요리나 간을 맞추는 데 있어 소금보다 더 건강한 대체품으로 팔리는 것도 독약의 목록에 있었다는 점이다. 칼륨이 없으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지만, 몸 속에 칼륨이 지나치게 많아도 생명에 위협이 된다고 하니 말이다. 영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연쇄 살인범이 되어 아직도 경비가 삼엄한 램튼 병원에서 형을 살고 있는 얼릿은 바로 이 염화칼륨을 통해 자신이 간호했던 어린이들을 살해했다. 그 외에도 가장 역사가 길고 가장 흉악한 종류의 독약 중 하나인 비소, 전쟁에서 무기로 사용된 염소 등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과학의 여러 측면에 대해 만날 수 있었다. 생리학자의 눈으로 보는 독극물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하다면, 11가지 화학 물질이 어떻게 독으로 변해 사람을 죽이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벽한 딸들의 완벽한 범죄
테스 샤프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쨌든 우리 자매는 깨진 조각들을 억지로 갖다 붙인 그런 여자를 엄마로 두고 자란 상처투성이의 아이들이었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사기꾼이었으니까, 나는 사기꾼의 딸로 태어났다.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엄마처럼 미소로 상대를 현혹하는 자질도 타고났다. 사람들은 이걸 '매력'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이것을 '유용한 것'이라 부른다.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이에 따라 어느 상황에서건 그에 적응하여 상대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거울처럼 행동하는 능력. 이건 자질도 저주도 아니었고 그냥 쓰기 좋은 도구였다.           p.37

 

노라는 전 남친과 현재의 여친과 함께 은행에 도착했다. 현재의 여친이 전 남친과도 친구 사이였기에, 셋이 함께 모이면 불편할 수밖에 없었지만, 잠깐 은행 안으로 들어가 돈만 입금하면 되니까 20분만 참자고 생각한다. 이른 아침이라 줄을 서 있는 사람은 두 사람뿐이었고, 노라와 아이리스, 웨스는 줄을 선다. 그런데, 그들 바로 앞에 줄을 서 있던 남자가 갑자기 총을 꺼내 든 것이다. "바닥에 엎드려!" 라는 은행 강도들의 18번 대사를 듣고는, 은행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바닥으로 엎드린다. 그렇게 세 친구는 은행 강도에게 인질로 잡히게 되는데, 보안 요원은 총에 맞아 쓰러지고, 강도들이 원하는 지점장은 현재 자리에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노라는 어떤 방법을 쓰든 자신과 친구들이 살아남도록 해볼 작정이다.

 

여기서 잠깐, 노라는 평범한 10대 소녀가 아니었다. 노라의 엄마는 전문 사기꾼이었고, 자신의 딸을 철저하게 교육시켜 사기에 이용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사기꾼의 수제자로 자란 노라는 자연스럽게 사기를 배웠다. 노라의 엄마는 자신의 딸에게 각기 다른 정체성을 부여하여 그에 맞는 성격과 머리 색깔을 갖도록 했고, 먹잇감을 완벽하게 사기 치기 위해 분신하는 여자들의 완벽한 딸이 되도록 강요했다. 그렇게 레베카, 사만다, 헤일리, 케이티, 애슐리라는 각기 다른 성격과 겉모습을 가진 소녀들이 탄생했고, 사실 노라의 이름 또한 그녀의 진짜 이름이 아니었다. 노라는 그렇게 거짓말과 폭력의 삶 속에서 살다가 겨우 엄마와 그녀의 남편을 감옥으로 보내고, 그 끔찍한 지옥에서 벗어나 5년 째 평범한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한때 희대의 사기극 중심에 섰던 노라는 그 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정체를 무기로 엄마로부터 배운 기술들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은행 강도들에게 맞설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그런 말을 몇 번이나 들었던가? 세상은 그런 거란다. 남자란 다 그런 거야. 세상은 다 그런 거니까 네가 알아서 처신해. 이번에도 엄마는 세상은 다 그런 거니까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할가? 내가 헤일리였을 때 엄마는 '이거 해낼 수 있지?'라고 했고, 나는 '그렇다'고 했으며, 그 결과 피를 보았다. 난 지금까지 항상 너무 '예'라고만 했던 건 아닌가? 모든 걸 포기하고? 그래서 결국 이렇게 여기까지 온 거지? 우리 엄마는 괴물일까?              p.231

 

이야기는 은행 강도의 인질이 된 노라와 친구 아이리스와 웨스의 현재 시점과 노라의 과거가 교차 진행된다. 노라와 언니 리가 어떻게 엄마로부터 벗어났는지, 노라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어떤 짓까지 저질러야 했는지 말이다. 그리고 노라의 친구 두 명과의 과거도 함께 보여지면서, 그들간의 관계와 현재 노라의 처지에 대해서도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 나간다. 무엇보다 노라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는 장들이 충격적이다. 상냥하고, 조용하며, 명랑한 소녀로 살 때는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머리띠를 하고 다니다가, 가냘프고, 우아하며, 얌전한 소녀가 되어서는 머리를 두 갈래로 땋고 다니며 엄청난 장난감 인형을 쌓아 놓고 살았고, 겸손하고, 독실하며, 얌전한 소녀일 때는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해도 연약하게 다 받아줘야 했으며, 그러다 결국 사랑스럽고, 생기 넘치며, 똑똑한 소녀가 되어서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게 된다. 노라의 어린 시절은 의지할 곳 없는, 정신적으로 학대 당한 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노라는 살아 남았고, 그 여러 명의 소녀들이 가르쳐준 거짓말하는 법, 숨는 법, 싸우는 법, 두려움, 생존하는 법을 다시 꺼내려고 한다. 친구들을 구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테스 샤프는 이 작품을 통해 정말 매혹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곧 넷플릭스로 영화화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영상화된 버전도 매우 기대가 된다. 원작 소설 역시 시리즈로 만들어도 되겠다 싶을 만큼 캐릭터의 힘이 압도적인 작품이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가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펼쳐져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한 번도 진짜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 보지 못한 한 소녀가 자기 자신을 찾아 가는 과정, 가짜 삶이 아닌 진짜 삶을 배우기 시작하는 순간의 감동도 있고, 끝까지 드라마틱한 전개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몰입감도 뛰어난 작품이다. 완벽한 캐릭터가 만들어 내는 완벽한 스릴러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쉽게 배우는 인류 진화사 사피엔스 - 약해 빠진 인류의 눈물겨운 생존 이야기
김지영 옮김, 하세가와 마사미 감수 / 제제의숲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 3학년인 아이가 최근에 학교에서 인류의 진화와 관련된 내용을 배우고 와서는 관심이 생겨서 책이며, 영상을 찾아 보는 중이다. EBS의 다큐 '사라진 인류' 편은 수십 번을 돌려 봐서 영상의 내용을 줄줄 외울 정도인데, 초등학생이 볼만한 책 중에 진화를 다루고 있는 책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성인들이 읽을 만한 진화론 관련 책은 엄청나게 많은데 비해, 왜 아이들을 위한 관련 책은 별로 없는 걸까 아쉬워하던 찰나에 딱 알맞은 책을 만났다.

 

바로 40억 년 인류 진화의 역사를 만화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최초의 생명 탄생부터 현재의 인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700만 년 전에 등장한 인류의 조상은 강한 신체도, 날카로운 이빨도, 몸을 보호해 줄 털도 없는 벌거숭이로 약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인류가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류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살아 남게 된 걸까. 이 책은 아주 흥미로운 시선으로 진화론을 설명해 준다. 인류가 강해서가 아니라 약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아주 먼 옛날 인류의 조상들은 연약했기 때문에 새로운 삶의 방식을 궁리하며 끊임없이 진화했고, 그렇게 힘겹게 살아남은 덕분에 지금의 우리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유머러스한 그림체의 만화로 인류 진화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지만,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꼭 필요한 내용들을 모두 수록했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다세포 동물, 어류, 양서류로 이어져 영장류, 유인원, 호모속(원인,구인)에 이르는 히스토리를 시대별로 정리해 각 장마다 표기했고, 오른쪽 페이지 모서리에 선캄브리아 시대부터 고생대 여섯 가지, 중생대 세가지, 신생대 세가지로 시대를 구분해 둔 탭이 있어 책의 내용을 읽을 때마다 그게 어떤 시대에 해당되는지를 바로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참 인류 진화에 관심이 생긴 아이는 이 책을 받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완독하고, 벌써 서너 번 넘게 계속 읽고 또 읽는 중이다. 그만큼 아이가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많고, 내용 자체도 재미있지만 주요한 내용들이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어서 좋았다. 각각 인류의 조상들의 모습을 시기별로 특징과 함께 자세히 소개하고 있고, 어떤 약점이 있었으며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알려준다.

 

 

대부분 백악기의 끝무렵에 일어났던 거대 운석과의 충돌로 인해 공룡들이 멸종했던 시기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량 멸종은 지구 역사상 여러 차례 일어났었고, 그 중에서도 규모가 큰 다섯 번의 멸종이 있었다. 오르도비스기 말, 무척추동물과 삼엽충류가 멸종되었고, 데본기 후기 바다의 생물들이 멸종되었고, 페름기 말 바다 생물과 육지 생물이 거의 96퍼센트, 괴멸 상태가 되었고, 트라이아스기 단궁류가 멸종, 그리고 백악기 말에 이르러 새 이외의 공룡이 멸종되었다. 그렇게 3억 년 동안 일구었던 생태계가 한순간에 날아가버리고, 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던 것이다.

 

앞으로도 진화의 역사는 계속 될 테고, 1만 년 후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다가올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 이 책에 나온 것처럼 각종 멸종 위기에 처했던 우리 인류의 조상들처럼 변화에 대처하고,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한다면 새로운 진화의 역사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 -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
스콧 허쇼비츠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덕은 권리와 의무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항상 자기 권리만 내세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남들이 자기 물건에 손대지 못하게 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해도, 적어도 가끔은 자기 것을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친절과 배려다. 아이들이 친절과 배려라는 덕목을 획득하면 권리의 중요성은 감소한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을 키울 때는 여러 형태의 도덕성 교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가 권리에 관한 질문으로 여정을 시작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p.72

 

미시간 대학교에서 법학 및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스콧 허쇼비츠에게는 렉스와 행크라는 두 아이가 있다. 아이들은 만 세살 때쯤 철학적 의미가 담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은 그게 철학인 줄 몰랐지만 말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엉뚱하지만 매우 진지한 철학적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허쇼비츠는 자신이 가르치는 법철학 수업에서 종종 그 일화를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강의를 진행했다. 어떤 의미에서 아이들은 어른보다 나은 철학자이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철학을 하게 되면 철학은 세상에서 제일 쉽고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아이가 던지는 질문들과 아빠와의 대화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은 종종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어른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참신성과 독창성'을 발휘한다. 사물의 이치를 파악하기 원하는 아이들은 '왜' 라는 질문을 달고 사는데, 덕분에 아이들은 어른보다 나은 철학자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리석게 보일 것을 걱정하지 않고, '진지한 사람들은 그런 질문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책에서 보여주는 스콧 허쇼비츠의 두 아이의 대화들은 권리와 복수, 처벌, 권위, 젠더, 인종 등 묵직한 주제들을 탐색하고 있지만 엉뚱하고, 유쾌하고, 재미있다. 현대 철학에서 가장 유명한 수수께끼의 하나인 전차 문제와 아이가 탄산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권리가 함께 다루어지고, 아이들의 다툼에서 비롯된 처벌로 시작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의 개념으로 연결된다. 아이는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지고, 아빠는 문제의 새로운 측면을 바라보기 위해 밑바닥부터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아이가 대답하기 난감한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수록 그 과정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애초에 물리학 법칙들은 왜 존재하는가? 아무것도 없으면 왜 안되는가? 이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거창한 질문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세상의 존재를 설명할 길은 없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그냥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내가 틀렸고 신이 수수께끼의 열쇠일지도 모른다. 나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 정도로 강한 주장에 책임을 질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의심한다. 그리고 나의 의심을 의심한다. 그건 철학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습관이다. 그리고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길러주려고 노력하는 습관이다.              p.488

 

집을 나서려고 하는데 아이가 신발을 신지 않으려고 한다고 생각해 보자. 사실 그런 일은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럴 때 아이가 떼를 쓰며 왜 신발을 신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부모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발을 보호해야 하니까, 발에 더러운 것이 묻으니까, 어디를 가든 신발을 신는 것이 사회적 예의니까,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냥 시키면 해, 혹은 내가 하라면 해, 라는 식으로 대답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허쇼비츠는 여기서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아이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했을까? 라고 말이다. 대개의 경우 '권위'는 일방적이지만, 이렇게 권위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그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허쇼비츠는 철학적 질문이 결국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좋은 삶을 이끄는 '생각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크로스의 600P 클럽으로 스콧 허쇼비츠의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을 3주에 걸쳐 차곡차곡 읽었다. 600P 클럽으로 책을 읽게 되면 '리딩 가이드'를 통해 매일 읽을 분량을 체크할 수 있고, 각 챕터별로 흥미로운 미션들도 있어 더욱 깊이 있게 책을 만날 수 있다. '만약 부모가 규칙을 엉터리로 만든다면, 아이들은 부모의 권위를 거부해도 될까요?'라든가, '무한한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가 대단하지 않다는 자각과 우리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요?'라는 식의 미션 질문을 통해서 책의 여러 측면들을 더 다채롭게 이해하고, 사유할 수 있어서 특히 더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을 따지자면 이미 너무 많지만, 제일 멋진 건 누구라도 철학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철학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무거운 문제들도 유쾌하고 재치있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니 말이다. 이 책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도록 만들어 주고, 타인이 보는 세상은 내가 보는 세상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일상의 가장 평범한 것들의 표면 아래 숨겨진 신비와 불가사의를 보여준다. 그리하여 철학이 얼마나 쉽고 재미있는 것인지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허쇼비츠가 서두에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른의 감수성을 잠시 내려놓고, 이 책을 읽어 보자. 세상에서 가장 웃기고 재미있는 철학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에서 느끼는 경이를 다시 느껴보고,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