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버지니아 울프 - 한 사람의 인생이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까지
수사네 쿠렌달 지음, 이상희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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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는 <보통의 독자>에서 이렇게 썼다.
누군가 우리에게 지금 영국에 존재하는 우리들의 작품이 100년 뒤에도 남아 있을 것 같으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거기에 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어떤 책들은 그럴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어떤 책들은 그 존재 자체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p.68

 

버지니아 울프의 삶은 그의 작품만큼이나 드라마틱했다. 남성 중심 사회에 살면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졌고,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이기도 했으며, 출판사를 운영하며 당대의 작가들을 발굴했고, 모더니즘 소설의 실험적인 작가로서 비평가와 독자 모두에게 인정받았다. 하지만 부모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딸이었으며, 만성적인 정신 분열증을 평생 겪었고, 결국 스스로 강으로 걸어 들어가 생을 마감했다.

 

평소에 버지니아는 별일 없는 한 매일같이 혼자 산책을 나서곤 했다. 그날 남편과 친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거실에 두고 집을 나섰을 때도, 이웃 주민 몇 명이 그녀를 목격했지만 평소처럼 산책 중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그녀가 큼직한 돌멩이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갈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강물로 뛰어들어 세상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남긴 글은 여전히 당대의 현실 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빛나고 있다.

 

이 작품은 독일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사네 쿠란델이 감각적인 수채 일러스트를 통해 그려낸 버지니아 울프의 그래픽 노블 버전 전기이다. 만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전형적인 프레임을 벗어나 이미지와 텍스트가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어 '의식의 흐름'대로 읽어낼 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발전시킨 새로운 서술 기법처럼 말이다.

 

보통 버지니아 울프를 떠올릴 때, 침울하고, 핏기 없는 안색의 신경쇠약증 환자 같은 이미지를 먼저 생각하게 마련인데, 이 책의 아름다운 수채화들은 그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에서 벗어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어 더욱 의미가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상징>에서 이렇게 썼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더 이상 그 어떠한 것도 느낄 수 없다. 나는 머리를 손질하지 않는다. 손톱도 깎지 않는다. 대체 왜 나는 이 모든 것을 쓰는 것일까? 왜 말도 안 되는 것을 쓰는 것인가?
나중에 그녀는 원고에서 이 구절을 삭제했다.         p.120

 

버지니아 울프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다. 여름이면 그들은 콘월 지방의 세인트이브스의 톨랜드 하우스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곳은 버지니아의 유년 시절 중 가장 행복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섯 살이던 버지니아는 그곳에서 이부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한 경험으로 거울에 대항 공포를 가지게 된다. 열세 살 때 엄마가 돌아가셨고 슬픔에 잠긴 가족들 사이에서 아무런 감정도 표현하지 않는 그녀에게 다들 정상이 아니라는 말을 해댔다.

 

이 작품은 그렇게 버지니아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와의 애증 관계로 고통 받았던 10대 시절과 작가가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던 20대를 고스란히 그려내고 있다. 마침내 글을 쓰게 되고, 독학으로 지성을 쌓아 젊은 지식인들의 모임인 블룸즈버리 그룹에서 그들과 교류하고, 레너드 울프와의 결혼 생활과 출판사를 만들어 남편과 책들을 출간하던 시절을 거쳐 생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백하게 보여준다.

 

 

특히나 버지니아 울프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 내밀한 일기와 에세이, 편지 속 문장들을 다양하게 인용하며 그녀의 삶을 그려내고 있어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사네 쿠렌달은 버지니아 울프가 무언가를 읽거나 글을 쓰는 장면들이 유달리 많이 그렸다. 아홉 살 때 집안에 일어나는 일들을 담아 잡지를 만들었던 일, 다양한 장소에서 작품을 쓰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들, 킹스칼리지에서 그리스어 수업을 듣는 장면과 헨리 제임스의 작품에 대해 비판적인 평론을 쓰는 장면 등등... 끊임없이 뭔가를 계속 쓰는 삶이 책 속에 가득 담겨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들에게 '자기만의 방'과 '매년 500파운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던 <자기만의 방>이 출간된 것은 1929년이다. 그로부터 거의 백 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성들의 삶은 과연 자유로워졌을까. 여성들의 위상이야 확실히 당시보다는 나아졌겠지만, 여전히 가부장제와 불평등, 억압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나 기혼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이 있는 경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며, 매년 500파운드에 해당되는 금전적인 지원 역시 전무할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버지니아 울프의 목소리는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정신적 자유를 나타내는 구호처럼 당대의 현실 속에 살아 있다. 이는 우리가 지금 이 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수채 일러스트를 통해 재구성된 버지니아 울프의 계속 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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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황소연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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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는 이 공포를 이해하기란 전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 끔찍한 해역의 미스터리를 풀고 싶다는 내 호기심이 절망감마저 넘어선 이상, 더없이 참혹한 죽음과도 타협할 수 있게끔 나를 이끌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어떤 흥미로운 지식을 향해, 아는 자는 파멸할 수밖에 없어 결코 밖으로 새어나갈 수 없는 비밀을 향해 곧장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조류는 우리를 남극으로 데려가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터무니없는 추정이 오히려 더 그럴듯 하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 '병 안의 수기' 중에서, p.55

 

어릴 때부터 온순하고 인간적인 성품으로 알려졌던 나는 특히나 동물들을 좋아했다. 많은 시간을 동물들과 함께 보냈던 나는 결혼을 해서도 다양한 반려동물들을 집에 들였다. 새들과 금붕어, 개와 토끼, 원숭이, 고양이였는데, 그 중에서도 놀라우리만치 영리했던 고양이 플루토가 특히 나를 따랐다. 그런데 몇 년 뒤 나는 폭음을 일삼으면서 나날이 성격이 괴팍해져, 아내에게도 폭언과 폭력까지 휘두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얼큰히 취해 집에 온 나는 고양이에게 사악한 분노를 느끼게 되었고, 여러 방법으로 녀석을 괴롭히다 결국 죽게 만들고 만다. 하지만 얼마 뒤 플루토와 비슷한 검은 고양이를 집에 들이게 되고, 자신을 노골적으로 따르는 것에 반감을 느껴 점자 증오감을 불태우게 된다. 나의 극악한 악행은 점점 최악의 결말을 향해 가는데, 그야말로 광기가 불러온 끔찍한 이야기였다.

 

 

포의 대표적인 단편 중 하나인 <검은 고양이>는 작품을 실제로 읽어 보지 않은 이들조차 내용을 알만큼 유명하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고백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신뢰할 수 없는 화자'를 최초로 선보인 작품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사랑받는 장르인 도메스틱 스릴러, 심리 스릴러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법이 이렇게나 오래 전에 사용되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 작품에서 '나'는 자신이 지극히 광적이고 야만스러운 이야기를 하려 하는데, 믿어주기를 바라지도 간청하지도 않겠다는 말로 서두를 연다. 자신에게는 공포 그 자체인 사건들이지만 참혹하다기보다 기괴하게 비칠 일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독자들은 화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지만,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나'의 행동을 쉽사리 이해하기도 어려우니, 그 비정상적이고 통제력을 상실해가는 모습에서 점점 불편함과 오싹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재미있는 건 작가인 포는 실제로 고양이를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그가 이렇게나 거리낌 없이 고양이를 죽이고, 무시무시한 존재로 만들었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내 상상력이 깨어난 것이었을까, 아니면 공기 중의 안개탓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방 안에 감도는 왠지 모를 어스름 때문이었나, 베르니스의 몸을 감싸는 늘어진 잿빛 옷자락 때문이었나. 베르니스의 윤곽은 몹시 가물거리며 불분명해 보였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단 한마디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싸늘한 한기가 온몸을 휘젓고,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이 나를 짓눌렀다. 거센 호기심이 내 영혼을 사로잡았다.           - '베르니스' 중에서, p.347

 

에드거 앨런 포의 삶은 비극적이고, 암울했으며, 불행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는 마흔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수 세기 동안 그의 작품들은 여러 장르와 분야에서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왔다. 미국 미스터리 작가 협회는 한 해의 최고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기리는 '에드거 상'을 만들었고, 숱한 호러, 미스터리, SF 작가들이 에드거 앨런 포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 포의 <검은 고양이>를 읽고는 그 선명한 이미지가 오래도록 머릿속에 각인되어 한동안 길에서 검정 고양이만 보아도 피해갔었다. 짧은 분량의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얼마나 섬뜩하고 오싹했던지 무서워서 책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게 된 포의 작품들은 놀랍도록 시적이었다. 어둡고 그로테스크했지만, 그럼에도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그의 소설들은 시처럼 간결하면서도 복합적으로 읽혔고, 그의 시들은 소설처럼 하나의 서사를 가지고 눈앞에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번에 호러컬렉션으로 다시 만나게 된 포의 작품들 역시 그러했다. 그의 어두운 상상력으로 빚어낸 초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와 우리를 강력하고 완벽하게 미지의 세계로 끌고 들어간다. 이 책을 읽는 누구든, 에드거 앨런 포의 마법에 홀리게 될 것이다.

 

고전문학을 현대적인 시각과 시대 정신을 담아 선보이는 윌북 클래식 신작이다. 시즌 1 걸클래식 컬렉션, 시즌 2 라이트 컬렉션, 시즌 3 환상 컬렉션에 이어 첫사랑 컬렉션이 나왔고, 이번에 선보이는 컬렉션의 주제는 '호러'이다. 모든 걸 끌어낼 수 있을 만큼 근원적이나 인간을 가장 연약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 감정 ‘공포’를 이야기 속에 녹여 세기의 명작이 된 세 편의 고전<프랑켄슈타인>,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드라큘라>를 수록했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에는 그의 작품 세계가 가장 잘 드러나는 대표작을 비롯해 섬뜩하고 기괴한 분위기의 단편 25편이 수록되어 있다. 윌북 클래식 시리즈는 '번역'에 중점을 두고 있어 지금 우리 시대가 걸어가는 방향에 발맞춘 번역을 통해 다시 읽어 보는 고전의 맛을 느낄 수 있으니 이번 기회에 고전 호러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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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여우 소금이의 따스한 사계절 컬러링북 사막여우 소금이의 컬러링북
소금이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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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하기에 딱 좋은 취미생활 중 하나가 바로 컬러링북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채색을 하다 보면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게 되어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컬러링북을 통해서 일상에 지친 스트레스를 해소 하고,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색칠공부하던 그 기억을 떠올리며 동심과 순수함을 되찾는 시간도 되고 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컬러링북은 소금이 작가의 <사막여우 소금이의 따스한 사계절 컬러링북>이다. 소금사막에서 온 사막여우 소금이와 작은 선인장 친구 소소를 주인공으로 그들의 포근하고, 따스한 일상을 보여준다.  얼마 전에 티비에서 볼리비아의 소금사막을 보면서 그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했었는데, 바로 그곳이 사막여우 소금이가 태어난 곳이라고 한다. 호수의 소금들이 결정화되어 사막처럼 보이는 그곳은 마치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비현실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소금이라는 캐릭터가 그곳에서 탄생했다고 하니 더 반갑게 느껴졌다.

 

 

소금이는 우연히 떨어진 별똥별을 만나 새로운 곳으로 긴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낡은 빈 집에 혼자 남겨진 선인장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벗 삼아 다양한 계절을 함께 보내게 되는데, 컬러링북은 바로 그 사계절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하나의 스토리처럼 보여준다.

 

함께 바이크를 타고 소풍을 떠나고, 풀밭에서 싱싱한 딸기를 먹고, 오후의 티타임도 가지며, 흐드러진 벚꽃 나무아래에서 그네를 타기도 한다.

 

 

여름이 되면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푸르른 바닷속에서 스노쿨링을 즐기기도 하며, 캠핑 가서 바베큐도 먹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하늘을 날아보기도 한다. 가을이 되면 집 앞에 가득 쌓인 낙엽을 쓸고, 집에서 부침개도 부쳐 먹고, 할로윈 파티도 즐긴다. 겨울이 오면 따스한 난로 앞에서 뜨개질도 하고, 얼음 낚시와 썰매도 해보고, 온천에서 뜨끈한 물에 몸을 담가 보기도 한다. 소금이와 소소의 여정은 각각의 계절에 맞는 풍경을 일상과 판타지를 기묘하게 섞어 만들어 더욱 환상적이다.

 

 

컬러링 도안은 총 64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왼쪽에는 작가의 채색 원화, 오른쪽에는 라인 드로잉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180도로 쫙 펼쳐지는 제본이라 편하게 채색하기도 좋다. 컬러링북은 많은 재료가 필요하지 않아 더 좋다. 색연필과 책 한 권이면 되니 말이다. 특히나 사막여우 소금이와 선인장 소소 캐릭터가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워 컬러링북을 넘겨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직접 채색을 하는 동안에는 점차 완성되어 가는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고 말이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에 지쳐 있는 직장인들을 위한 취미 생활 중에 비용이며, 시간이며 따져보아도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컬러링북이 아닐까 싶다. 올 겨울에는 편안하고 따뜻한 집에서, 소금이와 함께 사계절 컬러링북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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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강아지 봉봉 3 - 거리의 비밀 요원 낭만 강아지 봉봉 3
홍민정 지음, 김무연 그림 / 다산어린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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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강아지 봉봉> 시리즈 그 세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근사한 번개 무늬를 타고난 엉뚱 발랄 사랑스러운 마당 개 봉봉과 고양이 친구 너트와 볼트의 모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시리즈는 아이가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 중의 하나이다. 매번 다음 책에 대한 예고편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늘 조바심 내며 기다리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1권에서는 고물상 마당에 살고 있는 강아지 봉봉을 잡아 가려는 수상한 사람으로부터 도망치게 되는 이야기를 보여줬었다. 봉봉의 밥을 매번 뺏어 먹고 도망가던 고양이 볼트와 너트가 목줄에 묶인 채로 밖에 나가본 적 없는 어린 강아지 봉봉을 우연히 도와주게 되면서 무사히 탈출에 성공하게 되었다. 그렇게 봉봉과 볼트, 너트는 세상을 향해 첫걸음을 떼게 되었다.

 

 

2권에서는 고물상을 탈출해 세상 밖으로 나온 봉봉과 친구들의 모험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봉봉과 똑같이 생긴 강아지를 찾는다는 포스터를 발견한 볼트와 너트 덕분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봉봉은 자신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어쩌다 고물상에 가게 되었는지 늘 궁금했던 터라, 혹시 잊고 있었던 자신의 주인이 나타난건 아닌지 기대한다. 볼트의 장난 덕분에 미용실 열처리 기구가 기억을 찾아준다고 믿고 봉봉이 의자 위로 폴짝 올라 갔던 장면은 귀엽기도 했지만,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정말 봉봉의 진짜 주인이 나타나진 않을까 함께 기대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물론 결말은 예상 밖의 상황으로 펼쳐지지만, 내가 내 주인이라고 말하는 삼총사의 뒷모습은 뭉클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자, 이번에 만난 3권에서는 마치 007처럼 선글라스와 무전기에 양복 차림을 한 봉봉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어 더욱 기대가 되었다. 시작부터 봉봉은 자신이 싸움을 싫어하는 '평화주의 개'라고 선언한다. 길고양이 볼트와 너트, 시궁쥐 톱니, 수다쟁이 비둘기 먹구까지.. 모두와 함께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말이다. 그말은 즉, 그들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가 나타난다는 암시이기도 할 것이다. 과연 봉봉과 삼총사를 위협하는 존재는 누구일까.

 

어떤 못된 고양이가 비둘기 한 마리를 공격했다는 으스스한 소문이 무성하고, 그 존재는 바로 너트의 한쪽 눈을 다치게 만들었던 고양이 덩치였다. 볼트와 너트가 절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던 덩치가 나타날까봐 걱정하는 사이, 봉봉은 산책로를 벗어나 걷다가 길을 잃어 버린다. 그리고 눈이 부실 만큼 하얀 털을 가진 고양이를 만나게 되는데, 방랑 고양이 랑랑이었다.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랑랑의 말에 봉봉은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데, 결국 비밀 요원 테스트를 받게 되면서 새로운 모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를 통해 홍민정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더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낭만 강아지 봉봉>의 봉봉이다.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깜냥은 거침없는 능력자로 그려지고 있지만, 그에 비해 봉봉은 어딘가 어리숙하고, 순진하면서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귀여운 면모가 더 돋보이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허무맹랑한 꿈을 꾸기도 하지만, 호기심 넘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봉봉을 더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개와 고양이는 사이가 나쁘다고 누가 그랬던가. <낭만 강아지 봉봉> 시리즈를 통해 만나는 개와 고양이는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고,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챙겨준다. 봉봉과 친구들의 우정을 통해서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예고편을 보니 다음 이야기에서는 1권에서 봉봉의 탈출을 도왔던 시궁쥐 톱니가 다시 등장하는 것 같다. 4권에서는 봉봉과 친구들이 또 어떤 모험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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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뇌 - 인간이 음악과 함께 진화해온 방식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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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의 방법론이 인지와 음악적 경험에도 적용되면서 지난 20년간 인간의 행동에 관한 연구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이제 우리는 작동 중인 뇌를 실제로 볼 수도 있고, 특정 활동을 하는 동안에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지도로 작성할 수도 있다. 진화생물학자들의 연구와 더불어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어떻게 생각을 할 수 있게 적응했는지 밝히고, 뇌가 지금처럼 진화한 이유에 관한 이론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나는 이런 관점을 음악, 뇌, 문화, 생각에 관한 의문에 적용해보고자 한다.         p.24

 

어느 문화권이든 엄마들은 아기를 재울 때 자장가를 불러준다. 세상이 자기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십대들은 힙합과 랩 음악을 듣고, 사랑에 빠져 있거나 이별의 슬픔에 괴로워하는 이들 곁에도 항상 음악이 함께 한다. 카페나 마트에서도 종일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이동하는 시간 동안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음악은 이렇듯 우리의 삶 어디에나 있고, 또 아주 머나먼 과거부터 존재해왔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대니얼 레비틴은 인간 진화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열쇠는 바로 이 ‘음악’이라고 말한다. 인간을 지구상의 다른 종과 구분해주고, 인간이 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음악적 뇌’, 즉 ‘음악본능’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수만 년간 인류가 거주하는 대륙 곳곳에서 일어났던 음악과 뇌의 진화에 대해 설명하며, 우정, 기쁨, 위로, 지식, 종교, 사랑의 여섯 가지 노래가 인간의 문명을 만들어온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가 음악 프로듀서 출신 뇌과학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경험과 연구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인류학자, 고고학자, 생물학자, 심리학자 모두 인간의 기원을 연구하지만 그 요소 중 음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음악이 인간의 기분과 뇌의 화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명백히 알려져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수만 년에 걸쳐 인류가 거주하는 여섯 개 대륙 곳곳에서 일어났던 음악과 뇌의 진화에 대해 짚어 본다. 음악이 어떻게 인간 본성의 발달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말이다.

 

 

 

인간의 음악은 위계 구조와 복잡한 구문을 갖고 있고 우리는 이런 제약 안에서 작곡한다. 음악은 언어나 종교와 마찬가지로 다른 종과 공유하는 요소와 인간만의 요소를 두루 갖고 있다. 인간만이 특정 목적을 가진 노래, 다른 노래에 들어 있는 요소로 이루어진 노래를 작곡할 수 있다. 인간만이 거대한 레퍼토리의 노래가 있다(일반적인 미국인은 천 개가 넘는 곡을 손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인간만이 여섯 가지 형태에 해당하는 노래들의 문화적 역사가 있다.        p.330

 

우울할 때는 왜 슬픈 노래를 듣게 될까? 언뜻 생각하면 슬픈 감정은 행복한 음악을 들어야 좋아질 것 같은데 말이다. 사람들이 구구단이나 알파벳을 외울 때 리듬을 붙여서 노래하는 이유는 뭘까. 보통 엄청난 길이의 글을 정확하게 기억할 때를 보면 음악을 입힌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다 같이 응원가를 부르면 왜 하나 된 기분이 들까? 전쟁터에 멜로디가 울려 퍼지는 이유는 뭘까? 기억을 잃은 노인이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에는 반응하는 까닭은 뭘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우리의 '음악적 뇌'에서 비롯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음악은 언어, 대규모 협동 작업,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중요한 정보의 전달 등 복잡한 행동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닦아 주었다.

 

멜로디가 있든 없든, 가사가 있든 없든 세상의 모든 음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고, 서로 가까워지게 해준다. 우리는 글자나 셈을 배울 때 노래를 통해 배우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구애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클래식이든, 대중음악이든, 동요든, 민속 음악이든 간에 음악은 다양한 형태로 매일 새롭게 발명되고, 진화해오고 있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유대감을 형성하며,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어 준다. 그러한 음악이 인류 문명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음악이 어떻게 사회와 문명의 형성을 가능하게 했는지 이 책을 통해 만나 보자. '음악이 없다면, 인간은 동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추천평처럼 음악의 가치에 대해서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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