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러시 설산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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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토는 옆에서 "굉장해!"라며 조그맣게 환성을 질렀다. 구리바야시도 고개를 들었다. 바로 눈앞에 광대한 스키장이 펼쳐져 있었다. 산은 높고 곤돌라가 아주 먼 곳까지 이어져 있다.
"오호, 엄청나네......" 구리바야시도 절로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시야가 미치는 한 온통 눈밭, 은백색의 세계였다. 20여 년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래, 스키장은 이런 곳이었지. 일상과는 다른 차원의 공간이다.             p.88

 

다이호대학 의과학연구소에 협박장이 도착한다. 그들이 비밀리에 배양하고 있던 탄저균, 통칭 ‘K-55’를 자신이 훔쳤으며, 특정 장소에 보관했으니 3억 엔을 준비하라는 요구였다. 첨부된 두 장의 사진에는 눈 밑에 케이스를 묻으려고 하는 순간과 나무에 테디베어가 매달린 모습이 담겨 있었다. 범인은 최근에 연구소에서 해고된 구즈하라가 분명했고, 그가 요구한 기한은 이틀, 그 안에 사진의 장소가 어디인지, 방향 탐지 수신기인 테디베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내야 했다. K-55의 존재 자체가 극비였기 때문에 경찰에 알릴 수는 없었기에, 장소를 찾든 3억 엔이라는 거금을 준비하든 해야 했다. 그런데 더 고민하기도 전에 경찰로부터 연락이 온다. 구즈하라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자, 이제 범인이 죽어 버린 상황에서 한정된 단서만으로 K-55를 찾아서 회수해야만 했다. 눈이 녹아 버린다면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살상 무기가 되어 버릴 테니 말이다. 연구원 구리바야시는 스노보드를 즐겨 타는 아들의 도움으로 사진에 찍힌 장소가 사토자와온천 스키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구리바야시 말고도 K-55의 존재를 알고 그의 뒤를 쫓아 스키장으로 향하는 이가 있었다. 과연 구리바야시는 주변이 온통 은빛 세상인 엄청난 규모의 스키장에서 무사히 K-55를 찾아낼 수 있을까. 시작부터 범인이 사고로 죽어버린다는 허를 찌르는 전개로 시작된 이 작품은 가볍고 경쾌하게, 긴장감 넘치고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며 페이지 넘기는 속도를 빠르게 해준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반전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말도 안 돼. 거짓말 같아." 치아키가 툭 내뱉었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구리바야시는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그런 한심한 일이 있을까? 엄청난 협박 사건을 일으켜놓고 중간에 트럭에 치이다니."
"나도 같은 생각이지만 사실이니 어쩔 수 없죠. 거짓말 같으면 인터넷으로 찾아봐요. 간에쓰 혼조고다마IC 부근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사망 사건. 죽은 사람은 구즈하라라는 남자고."           p.159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 시리즈' 그 두 번째 작품이다. 국내에는 <질풍론도>라는 제목으로 오래 전에 출간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새로운 번역과 표지로 출간되면서 제목도 변경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스노보드와 컬링 등 동계 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히 드러내 온 작가이다.  그러니 순백색의 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인 '설산 시리즈'를 쓴 것도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은 <백은의 잭>으로 스키장에 설치된 폭발물을 소재로 영화 같은 이야기를 보여주었고, <화이트 러시>에 이은 세 번째 작품 <눈보라 체이스>에선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쓴 주인공과 형사들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그렸고, 네 번째 작품 <연애의 행방>에서는 스키장을 배경으로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를 보여준다.

 

겨울에 읽기에 딱 좋은 시리즈 네 작품 모두 출간되어 있으니, 하나씩 골라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설산 시리즈'는 스키장의 광대한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시리즈로 내용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서 각각 따로 읽어도 괜찮다. 패트롤 대원인 네즈를 비롯해서 공통적으로 만날 수 있는 캐릭터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읽는 내내 스키장을 간접 체험하면서 눈부신 설원을 종횡무진 활주하는 스키어와 스노보더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책을 다 읽는 뒤에는 자연스럽게 스키장에 가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말이다. 겨울이라는 계절감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미스터리를 찾고 있다면, 이 시리즈를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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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삶을 위로할 때 -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철학자의 말들
라메르트 캄파위스 지음, 강민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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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가치판단 때문에 불필요하게 힘든 상황을 겪는다. 현재 겪는 불행이 처참하다고 생각해서 더욱 수렁에 빠질 이유가 무엇인가? 불행은 그저 불행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고난의 시기를 겪음으로써 몇 년 후에 오히려 상실을 받아들이는 매우 건전한 과정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사랑 때문에 괴로울 때 우리는 대개 이렇게 생각한다. ‘일생에 한 번뿐인 사랑이었어.’, ‘앞으로 그런 사람을 또 만나지 못할 거야.’, ‘헤어짐을 받아들일 준비를 미리 했어야 했어.’라고 말이다. 이런 판단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p.30

 

매일을 마지막 날인 것처럼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도전이자 자아실현이며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서의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은 철학적 사고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철학자 라메르트 캄파위스는 이 책에서 일, 사람, 죽음, 예술처럼 우리를 둘러싼 것들을 비롯해 불안, 분노, 불만, 자아 등 내 안의 감정들까지 18가지 주제에 대한 위대한 철학자들의 치열한 고민과 생각을 들려준다. 그는 철학이란 관점의 유연성을 훈련하는 것이며, 새로운 관점으로 인해 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더 잘 보살필 수 있도록 사고력을 높여주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단단한 나를 만들어주는 철학, 타인과의 관계를 위한 철학, 세상과 화해하기 위한 철학이라는 주제로 세 개의 카테고리를 나누어 구성하고 있다. 각각의 주제 안에는 위로, 불안, 분노, 불만, 자아, 죽음이라는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감정에 대하여, 우정, 믿음, 의심, 섹스, 불순응주의, 윤리라는 타인을 대할 때 필요한 감정에 대하여, 그리고 일, 숫자, 자유, 사람, 예술, 스마트폰이라는 세상과 우리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여타의 철학서들과는 다르게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며, 마치 자기계발서나 심리학서처럼 읽히는 철학자의 말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철학자들의 생각이 완전한 해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답은 우리가 스스로 찾아야 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좀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

 

 

 

오늘날 우리는 대부분의 삶의 영역에서 조상들에 비해 훨씬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됐다.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직업을 가져서 어떻게 커리어를 꾸려나갈지, 또 누구를 만나 사랑하고 어디에서 살지, 가족과 함께 살 것인지 떨어져 살 것인지 등등 무수히 많은 선택지 앞에 선다. 우리는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으며 또 원하지만, 바로 이것 때문에 불안해질 뿐 아니라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해 고민에 빠진다. 어쩌면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 이 모든 선택지가 우리를 그토록 시험에 들게 한다면 우리는 도대체 왜 많은 선택지를 원하는 걸까?           p.206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충분한 것을 충분하다고 여기는 방법'에 대한 챕터가 흥미로웠다. 인간은 왜 스스로를 만족할 줄 모르게 만들고 정말 중요한 것들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욕망에 빠지는 것일까. 충분한 것을 충분하다고 여기지 못하는 마음에 대해서,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욕망을 추구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등한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가장 해결하고 싶은 고민에 대해서 철학은 무슨 답을 해줄 수 있을까. 에피쿠로스가 학생들에게 만족하는 법을 가르치며 욕망을 세 가지로 구분한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굶지 않고, 춥지 않고, 안전, 건강 등의 자연스러우며 반드시 필요한 욕망과 좋은 것을 많이 먹고, 비싼 옷을 많이 갖는 등의 자연스러우나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욕망, 그리고 지위, 부, 성공, 권력 등 자연스럽지 않으며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욕망을 구분해보며, 나는 어떤지 생각해 본다.

 

에피쿠로스의 조언에 따르면 우리는 자연스러우며 반드시 필요한 욕망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욕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올해는 그렇게 꼭 필요한 욕망 외의 것들에 대해서 조금 더 초연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내내 '평온하고 소박한 삶이, 성공을 추구하며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리는 삶보다 더 행복하다'는 책 속 문장이 그 어느 때보다 와 닿는 시간이었다. 소크라테스, 칸트, 니체, 롤스, 디오게네스, 에피쿠로스 등 위대한 철학자들의 말은 여타의 철학서들에서도 충분히 만나보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철학적 사유들을 책 바깥으로 끄집어내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기술로 확장시키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단단한 나를 만들어주는, 일상과 맞닿아 있는 철학의 사유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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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 시크릿 - 부를 끌어당기는 17가지 매뉴얼, 개정판
하브 에커 지음, 나선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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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결과다, 부자는 결과다, 건강도 결과다, 질병도 결과다, 당신의 몸무게도 결과다. 우리는 원인과 결과의 세상에 살고 있다. 원인이 있기에 결과가 있는 세상 말이다. 혹시 돈이 없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이제 내 말을 들어보라. 돈이 없는 건, 전혀, 절대로, 결코, 문제가 아니다. 그 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제가 드러내는 증상일 뿐이다. 돈이 없다는 건 결과다. 그 원인이 되는 뿌리는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외적인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오직 하나, 내적인 세계를 바꾸는 것이다.            p.31

 

이 책은 2008년 처음 번역 출간된 이후로 부자 마인드의 바이블로 통하며,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아 왔다. 10년간 아마존 최장기 베스트셀러이기도 했고, 국내에서도 “월급 200만 원 인생을 끝내준 책” (유튜버 N잡하는 허대리)이라며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준 책이라고 강조하는 등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 왔다. 이번에 너무 고급스러운 표지로 예스24 단독 한정판 리커버 에디션이 나와서 만나보게 되었다. 여타의 경제경영서, 자기계발서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산뜻한 색감과 금박 테두리가 정말 비밀을 알려주는 열쇠가 되어줄 것 같은 느낌이다.

 

저자인 하브 에커는 무일푼에서 불과 2년 반 만에 백만장자가 된 걸로도 유명하다. 단돈 30달러를 지니고 캐나다에 온 유럽계 이민자의 아들로 수많은 좌절을 겪으며 그 과정에서 돈과 무의식, 부를 이루는 심리 과정을 발견해낸다. 대출받은 2,000달러로 첫 사업을 시작해 10개의 지점을 가진 사업체로 규모를 늘렸던 성공과 잘못된 투자와 헤픈 씀씀이로 또다시 빈털터리가 되었던 실패를 직접 경험한 후,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 제시하고 있어 매우 현실적이다. 행복이라는 것이 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얻을 수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원하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충분한 돈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자신의 월급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며, 매주 복권 당첨의 꿈을 꾸는 수많은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이들에게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편안함에 안주하는 순간 당신의 성장은 멎는다. 잠재력을 발휘하고 발전해 나가려면 항상 상자 가장자리에서 언제든지 밖으로 튀어나갈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습관의 동물이기 때문에 훈련이 중요하다. 두려워도 행동하고, 불편해도 행동하고, 힘들어도 행동하고, 기분이 내키지 않을 때도 행동하는 훈련을 하라. 그런 과정을 거치면 당신의 삶이 보다 높은 단계로 올라갈 것이다. 노력하는 동안에 필히 통장을 확인하라. 예금도 아주 빠르게 늘어나고 있을 테니까.            p.239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돈 버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부에 대한 무의식을 점검해 보고,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마인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성격과 생각, 믿음이 성공을 판가름하는 요소이다.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무엇을 믿는지, 어떠한 습관과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타인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등등..이 미래의 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마인드의 작동 방식을 살펴보고, 백만장자들의 마인드를 배워야 한다. 저자는 백만장자들의 마인드를 17가지 부자 매뉴얼로 정리했다. 이 원칙들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심오하다.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부는 내가 만든다, 행동하는 것이 행동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자신과 자신의 가치를 알려야 한다, 시간이 아닌 결과에 따라 보상받아라, 진정한 부의 척도는 순자산이다, 적은 돈부터 관리하고 투자하는 습관을 들여라,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 등이 바로 저자가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부의 법칙이다. 이 책은 17가지 원칙을 하나씩 설명하면서, 하나의 원칙을 마무리 할 때마다 소리 내서 말할 수 있는 선언과 그것을 몸에 '습관화' 할 수 있는 동작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행동지침도 수록되어 있다. 이 부분들은 책 후반부에 별도의 책으로 들고 다니면서 활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니, 매일 습관을 만들기에 딱 좋다.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당신에게, 앞으로 180도 달라질 당신의 인생을 위해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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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니모의 환상모험 30 (양장) - 판타지 제국을 구할 전설의 왕관을 찾아서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30
제로니모 스틸턴 지음, 이승수 옮김 / 사파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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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이 정말 사랑하는 판타지 동화 <제로니모의 환상모험>이 30권으로 기나긴 시리즈 완간이 되었다. 어린이 대상 동화 중에서는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긴 하지만, 모든 책들이 두툼한 양장본이 각 권이 모두 300~400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책 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시리즈이다. 매 페이지마다 색색의 그림들이 큼지막하게 수록되어 있고, 글자 크기도 아이들이 읽기 딱 좋게 되어 있다. 중요한 단어들은 글씨체를 다르게 하거나 색깔을 다르게 넣어 눈에 잘 들어오게 하고 있어, 혹시 아이들이 분량의 압박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감정과 동작을 시각적으로도 느껴지게끔 표현하는 그림 글자덕분에 지루할 틈없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만들어 주니 말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이 살았던 쥐라기로 시간 여행을 떠났던 1권을 아이와 함께 읽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0권이 나왔다니 그만큼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시리즈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이번에 만난 30권에서는 판타지 제국을 부활시킬 전설 속 왕관을 찾아 떠나는 제로니모의 모험 이야기가 펼쳐진다.

 

쥐토피아의 시원한 가을날, 제로니모는 자신의 출판사에서 곧 출간할 예정인 팝업책을 보려던 참이었다. 제로니모는 찍찍 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신문인 <찍찍 신문>의 편집장이다. 다음 날 인쇄하기 전에 한 장 한 장 확인해보기 위해 책장을 넘기다가, 갑자기 눈앞에 불꽃이 번쩍하더니 향기롭고 따뜻한 돌풍이 제로니모를 책 속으로 끌고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책 속 판타지 세계로 빨려 들어간 제로니모는 요정들의 여왕이자 판타지 세계의 여왕인 플로리아 플라라 여왕님이 사는 크리스털성에 도착한다.

 

 

제로니모를 반갑게 맞이한 플로리아 여왕은 안개가 낀 듯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기사님, 시간이 없어요... 판타지 세계가 또다시 커다란 위험에 빠졌거든요. 이 세계가 희망을 되찾으려면 용감한 기사님의 도움이 절실해요!"

 

판타지 세계의 오래된 숙적인 보이지 않는 군대가 화합의 보석을 훔쳐가 판타지 세계 전체가 큰 위험에 빠진 상황이었다. 판타지 제국을 구하려면 판타지 제국의 왕관을 찾아야만 했는데, 제로니모는 여왕의 부탁을 받아 전설 속 왕관을 찾으러 일곱 가지 비밀의 섬으로 떠나게 된다. 그렇게 플로리아 여왕님의 딸 알리나 공주, 용 조련사이자 알리나 공주의 수호 기사인 로리안와 함께 일곱 가지 비밀의 섬으로 떠나는 모험이 시작된다. 그들은 황금빛 다리를 가진 거대한 거미를 만나고, 아주 끔찍하고 무서운 악몽에서나 볼 것 같은 머리 세개 달린 공포스러운 뱀과 마주하고, 거대하고 뾰족한 이빨을 가진 용광로 물고기를 피해 바다 동굴로 숨기도 하고, 거대한 바위산의 모습을 한 돌 거인과 일곱 가지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과연 제로니모와 일행들은 왕관을 찾아 판타지 제국을 구하고 부활시킬 수 있을까?

 

 

책 속에는 판타지 제국의 열쇠가 별도로 들어 있다. 책을 읽으며 판타지 제국의 열쇠 표시가 있는 곳마다 열쇠를 놓아 두면 열쇠 구멍으로 특별한 단어를 찾을 수 있다. 그 단어들을 모아서 특정 페이지에 적으면 새 황제가 전하는 메시지를 멋지게 완성해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자. 모험이 끝나면 주인공 제로니모는 다시 <찍찍 신문>을 만드는 저널리스트로 돌아 온다. 우리가 책장을 덮으면 허구의 이야기 세계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방학에는 전 세계 어린이의 친구 제로니모와 함께 아주 특별한 환상 모험을 떠나 보면 어떨까.

 

기존에 만나왔던 제로니모의 모험들도 모두 판타스틱했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더욱 위험천만하고, 험난한 여정을 보여준다. 하늘을 찌를 듯 키 큰 나무들로 가득한 숲을 지나고, 구름마저 발아래 깔릴 정도로 높은 곳을 달리고, 언제든 괴물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칙칙하고 음습한 늪지대에 도착해, 시뻘건 용암 웅덩이가 된 불꽃 늪을 건너고, 안개 호수와 기이한 바다를 지나는 스펙타클한 여정이었으니 말이다. 어린이 버전 '반지의 제왕'이라고 하면 딱 좋을 만한, 그에 못지 않은 왕관 원정대의 새로운 모험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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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소심 유령 탐정단 3 - 무대 뒤의 유령 엉뚱소심 유령 탐정단 3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오로르 다망 그림, 이은선 옮김 / 한빛에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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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소년과 인간 소녀가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엉뜽소심 유령 탐정단>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시리즈 1권에서는 가족과 함께 오래된 학교에서 살고 있던 유령 카즈가 학교 건물을 부수는 공사 덕분에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걸로 이야기가 시작됐었다. 갑작스럽게 건물 벽이 와르르 무너졌고, 큰 구멍 속으로 세게 불어온 바람덕분에 가족들이 모두 제각각 바람에 실려 날아가게 된 것이다. 홀로 남겨진 카즈는 사방이 책장으로 가득한 도서관 건물을 발견했고, 그곳에서 솔리드(인간)이지만 유령을 볼 수 있는 소녀 클레어를 만나게 된다. 우연히 두 사람은 도서관에 나타난 유령 사건을 해결하게 되고, 그렇게 유령 탐정단이 결성된다.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부모님처럼 탐정이 되고 싶었던 클레어의 꿈과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고 싶었던 카즈의 바람이 만나 유령 사건을 해결하는 파트너가 되기로 한 것이다.

 

 

2권에서는 유령 탐정단이 본격적으로 의뢰를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실 어린이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어른이 어디있겠는가. 첫 사건은 부모님이 운영하는 탐정 사무소로 먼저 연락이 온다. 하지만 엄마는 자기 집 다락방에 유령이 있다는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말로 전화를 무시해버리고, 클레어는 그 전화로 다시 연락해 자신들이 사건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카즈가 또 바람에 날라가면 안되니, 몸 크기를 자유롭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투명 물병 속으로 들어가 이동하기로 한다. 비슬리 부인은 클레어를 만나 탐정 일을 하기엔 너무 어리지 않냐며 당황하지만, 사실 유령이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믿어 주는 사람이 없던 터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들에게 사건을 맡기게 된다. 카즈는 그곳에서 자신의 반려견 코즈모를 발견하게 되고, 클레어는 뛰어난 관찰력으로 멋지게 사건을 해결해낸다.

 

 

이번에 만난 3권에서는 C&K 유령 탐정단 두 번째 사건이 펼쳐진다. 학교에서 하는 연극 공연 <잭과 콩나무>에서 클레어가 엄마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같이 연극을 하는 친구 중에 잭 역할을 맡은 조너선이라는 남자애가 학교 대강당을 날아다니는 유령을 봤다는 거였다. 하지만 친구들은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고, 클레어는 카즈에게 함께 학교에 가서 유령이 있는지 찾아보면 어떻겠냐고 말한다. 과연 학교에 나타난 유령은 카즈의 가족 중 누군가일까.

 

조너선이 봤다는 유령의 인상착의는 외모부터 하트가 달린 목걸이까지.. 꼭 카즈의 엄마처럼 보였다. 정말 학교에 나타난 유령이 카즈의 엄마일지, 드디어 잃어버린 가족을 만나게 되는 것일지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한편, 학교에서는 누군가 연극 공연을 방해하는 것처럼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생기기 시작한다. 아무도 없었던 창고 벽에 누군가 무시무시한 글씨를 써 놓았고, 무대 뒤 어딘가에서 들리는 피아노 소리를 따라가보니 피아노 건반이 자기 혼자 움직이고 있었다. 급기야 공연을 앞두고 배우들의 의상 전체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는데, 과연 학생들은 무사히 연극 공연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학교에 나타난 유령은 카즈의 엄마였던 것일까.

 

 

한밤중에 아이 혼자 읽어도 무섭지 않은, 유령 탐정단 시리즈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몇 권까지 계속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선 예고되어 있는 4권에서는 카즈와 클레어에게 새로운 유령 사건이 접수된다고 한다. 오후 다섯 시만 되면 마치 유령의 장난처럼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이들은 또 멋지게 사건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게다가 이번에는 카즈의 반려견 코즈모까지 사건 현장으로 향한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지는 다음 이야기이다.

 

작가인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는 <버디 파일:사라진 소년 건>이라는 작품으로 2011년 최우수 어린이 미스터리 부문 에드거 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국내에도 여러 편의 작품이 번역 출간되어 있다. '엉뚱소심 유령 탐정단'은 페이지 분량이나 귀여운 캐릭터의 그림 등 초등 저학년이 읽기에 딱 좋은 동화책이다. 글밥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글자 크기가 작지 않고 내용도 쉽고 재미있어서 초등 2, 3학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령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공포를 자아내는 분위기는 아니라서 더 편하게 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극적인 매체에 노출이 많이 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방학 동안 영상 대신 재미있는 동화책을 보여주고 싶다면 적극 추천해줄 만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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